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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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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915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9 11:34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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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0) 만남 - 작은 준우

DUMMY

‘여긴 또 어디야?’

순백의 하얀 공간에 서 있었다.

‘시간 없다고 급하게 우로 보낸다더니 여긴 대체 어디냐고!’

진아와 진아엄마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진호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말 한마디였다.

[진호를 우로 보낼 수 있다.]

의진의 말 한마디에 금천이 모두 국숫집으로 서둘러 모였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금천들과 급히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의진이 뿜어내는 빛에 휩싸이기 전에 슬쩍 눈을 마주친 것이 다였다.

진호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젠장.’


이마를 찌푸린 진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홀로 하얀 세상에 서 있는 자신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쩌······어?’


무언가 진호의 시야에 잡혔다.

희끄무레한 형체가 진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진호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온 형체는 다름아닌 의진이었다.


“여기 있었군. 한참 찾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하는 의진의 행태에 진호는 코로 깊게 숨을 쉬었다.


“하아. 대체, 여기는 어디야?”

“우와 진의 경계쯤 되겠군.”

“······?”

“당황스러운가?”

“그거야 당연하지 않아? 여기가 우인가?”

진호는 의진에게 되물었다.


‘뭐지? 우로 돌려보내 주기로 한 것 아니었나?’

진호의 의문 어린 표정에 의진이 말을 이었다.


“네가 우로 가기 전에 네가 알아야 할 일이 있어 잠깐 공간을 빌렸을 뿐이야.”

“무슨 일?”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모습으로 의진을 바라보았다.


의진은 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뭐, 뭐야? 갑자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진호는 의진의 숙인 뒤통수를 내려다보았다.


의진은 숙인 고개를 들고 진호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네가 주위 사람들과 인사할 시간을 주기엔 내가 신에 오르는 시간이 예상외로 아주 부족했다. 내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

“게다가 나 역시 의진의 후계자 준비를 하는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더 그렇게 됐군.”

“······.”

“진아라고 했던가.”

“진아를 알아?”

고개를 들어 의진을 바라보았다.

“모른다. 나는 그 아이와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

진호는 의진의 대답에 황당한 눈빛으로 변했다.

황당한 눈빛은 곧 이어지는 의진의 말에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의진의 후계자는 그 여인이 될 것이다.”

“뭐?”

의진이 진호의 당황하는 얼굴을 보며 차분히 설명했다.


“내가 금천의 의무를 벗어나면 바로 새로운 후계자가 의진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겨우 맞추어놓은 균열이 다시 만들어지겠지. 그건 너도 이미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맞아.”

진호는 의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날 우로 보내기 위해 모두가 방법을 찾고 있었잖아.’


“널 우로 보내려면 내가 등선을 해서 신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대 금천은 그녀가 의진으로 살아야 하지.”

“그렇다는 건!”

“그래, 그러면 인간의 삶은 버러야한다.”


진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그런!’


진호의 얼굴을 본 의진은 눈을 깊게 감았다 뜨며 말을 이었다.

“나 역시 내가 찾은 후계자는 그녀였고 아직 인간으로 사는 삶을 뺏을 수가 없었다.”

어이없다는 듯 조소 지으며 의진을 쏘아보았다.

“당연한 거 아니야! 날 우로 보내기 위해 진아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건 말도 안 되잖아!”


이제 엄마와 함께 국숫집을 가꾸려고 꿈을 꾸고 있는 아이에게 못 할 짓이다.

기진이 했던 행동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물론, 나도 남아있는 그 아이의 삶을 전부 쏟아내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서로 남은 인연의 시간을 조정했다.”

“뭐?”

의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원래는 내가 그녀를 후계자로 삼아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잘라냈다. 그로 인해 나는 당장에 등선 하게 된 것이고, 그녀가 남은 인간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거다.”

“그럼 진아는?”

“그 아이의 생이 인간으로 사는 삶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의진으로 태어나겠지.”

“······.”

“그리고 그녀가 인간의 삶에 있는 동안 우의 힘이 미치면 안 되기에 널 조금이라도 빨리 진에서 데리고 나와야 했다. 물론 내 시간도 역시 생각보다 많이 부족하더군. 그래서 서둘러 이곳으로 온거다.”

“아······!”

“그나마 이곳은 우와 진 그리고 이 두 세계의 밖을 이루는 경계. 그나마 너와 대화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곳뿐이었다.”

“······.”

“하지만 이곳도 그렇게 넉넉한 시간은 아니군.”


진호는 의진의 얼굴을 보았다.

‘달라졌어.’

변한 의진의 모습은 정말 신의 현신과 같았다.

모든 것을 초탈한 모습에 자애로움이 보였다.

그 몸은 아직 작은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맙다. 의진.”

고개를 가로저은 의진은 진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그동안 너에 대한 고마움의 선물이라고 해두지.”

“······.”

의아한 표정을 짓는 진호를 보며 의진의 눈가가 살짝 접혔다.


“네 덕분에 나는 이곳에서 겁을 겪고 진짜 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의진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군.”

“······.”

의진의 올려보던 고개를 바로하고 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우로 가는구나.

의진의 몸이 천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너도 우로 돌아가 너의 의무를 다해라. 네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길 바란다.”

“이제 넌 어떻게 되는 거지?”

“신으로서의 새로운 의무를 지겠지.”

“······그렇군.”

“고맙다. 진호.”

“나도 고맙다. 의진.”

의진의 입가에 미소가 보였다.

“우에 가면 반가운 이가 있을 거다. 바로 널 보내주기로 했거든.”

“뭐?”

흐려져 산산이 빛으로 변하는 의진의 육체를 바라보며 주위의 새하얀 공간이 더 하얗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눈부심에 진호는 서둘러 눈을 감았다.

진호의 몸이 빠른 속도로 흩어져갔다.

의진의 육신도 진호의 육신도 사라진 채 새하얗던 공간도 사라졌다.



+++

“······님.”

“······진호···.”


‘우욱!’

털썩.

진호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속은 메스껍고 어지러웠다.

눈을 감았는데도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빛의 감각에 눈이 따가웠다.


“······호.”

“······오빠···.”


‘으윽.’

전신이 짓눌리는 압력에 온몸의 근육은 쑤셨다.

어질어질한 정신에 소리조차 웅얼거리며 제대로 귀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런 젠장. 보내줄려면 곱게 보내줘야 할 거 아냐. 우욱. 죽겠다.’


“진호오빠!”

엎드려 있던 진호는 순간 제대로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잡는 느낌에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끔뻑끔뻑.

뻑뻑한 눈을 두어 번 크게 감았다 뜨며 눈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

낮이 익었다.

살짝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매.

호선으로 단아하게 다물어진 입술.


준...준우?

진호의 눈앞에 준우의 얼굴이 보였다.


“어서 와. 진호오빠.”


우로 돌아왔다.

“하하하.”

진호는 웃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으음.”

눈을 뜨자 방안 천장이 보였다.


“깼어?”

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는 몸을 일으켰다.

옆에는 준우가 의자에 앉아 진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투덜거리며 내미는 물잔에 받으며 진호는 물을 마셨다.

“그래. 고맙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고 다들 난리가 났다고!”

“······.”

‘그, 그래 내가 잘못했다.’

준우는 크게 숨을 내쉬고는 진호를 바라보았다.

“고생했어. 진호오빠. 어서와”

“그래, 반갑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여긴 어디니? 다른 금천들은?”

원래 알고 있던 익숙한 방이 아니었다.


꼬르륵.

“······.”


준우는 진호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일단 배고프지않아?”


끄덕.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준우와 함께 주방으로 갔다.

네명이 앉을수 있는 크기의 식탁이 보였다.

식탁에는 음식이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는 식사 준비를 끝낸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오빠, 이쪽이야.”

준우가 안내하는 자리로 앉은 진호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이 아이는 누구지?’

진호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준우를 불렀다.

“준우야”

“네!”

여자아이가 대답했다.

마치 준우 주니어를 보는 듯한 준우와 똑같이 생간 여자아이가 진호를 바라보았다.

“응?”

“······준우?”

“네!”

맞은편에 앉은 여자아이가 다시 대답했다.


준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준우와 준우를 닮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 진호오빠. 나 등선했어. 갠 차기 준우야.”

“······.”

‘아니, 무슨 툭하면 등선이야.’


등선이 그렇게 쉽게 될 일인가?

준호는 황당한 표정으로 등선한 준우를 바라보았다.

“먹으면서 들어줘.”

“그래.”

진호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펐다.

‘맛있네.’

밥은 참 맛있었다.


“그러니까. 날 찾기 위해 등선했다고?”

“맞아.”

“그리고 저기 앞에 앉아있는 아이는 네 후임인 거고?”

“그렇다니까.”

“······.”

진호는 식후 차를 마시며 준우는 생각에 잠겼다.


“안 그러면 오빠를 데려올 방법이 없었어. 마침 진에서 같이 등선하겠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었어.”

“난 그 모든게 의진의 힘으로 오게 된 건 줄 알았는데······.”

“보내는 힘이있다면 받아주는 힘도 필요하니까. 우와 진의 등선의 합작이라고나 할까?”

“······.”

‘내가 무슨 택배 수화물도 아니고······.’

진호는 이어지는 준우의 설명을 기다리며 차를 마셨다.


“그리고 진 쪽에 있던 의진은 이미 등선해서 부랴부랴 올라갔지만 난 순서 제대로 밟아서 해서 아직 괜찮다고. 한 50년은 여기 더 있다가 가도 돼.”

“······.”

“그러니 걱정하지 마. 진호오빠.”

“그럼, 준우야.”

진호가 준우를 부를때마다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듯 몸을 움찔거렸다.

“내가 널 이제 뭐라고 불러야하니?”

“글쎄, 아직 신의 이름은 안 지었는데. 그냥 신?”

진호는 이마를 찌푸렸다.

“뭐냐 그게.”

“저·····.”

준우와 진호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아이는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소녀, 작은 준우라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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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 이별- 화우의 영혼(완) 21.07.10 37 0 11쪽
62 (62) 만남 - 화우계승자 21.07.10 38 0 12쪽
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4 0 11쪽
»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4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2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5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4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40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6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5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6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9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3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6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7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8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7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8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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