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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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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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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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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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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 수복 – 마무리

DUMMY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승리였다.

‘모두 살았다. 그리고 이겼다.’


법진은 기력을 상당히 소진했는지 피로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결계내부에 있을 괴린들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법진누님, 고생했어요.’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동굴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던 그녀였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깨어나자마자 현지산 전체를 뒤덮을 결계를 만들어야 했다.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이 할 일을 다 한 것인지 법진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진호야. 고마워.”

“저도요. 누님.”

긴말이 없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진을 위해 이곳까지 와줘서 고마워. 진호야’

‘살아줘서 버텨줘서 고마워요. 누님.’

그렇게 서로 따뜻한 눈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스윽.


“이번엔 우리가 기진에게 크게 한 방 먹였네요.”

“·····응?!”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들자.

삼접의 위에 올라타서 놈들을 공격했던 집진이 미소를 지은 채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집진의 손바닥 위에는 작은 거북이와 파란 나비가 보였다.


-진호님. 완벽하게 해결했어요. 호호호.

-·······.


삼접은 자랑하듯 날개를 팔랑이며 나에게 가까이 날아 왔다.

“잘했어. 삼접아. 일구 너도 고생했어.”

나는 빠르게 날아와 코끝에 붙어 비비고 있는 삼접과 어느새 내 손바닥 위에 올려진 일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나의 칭찬에 일구와 삼접은 기쁜 듯 으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 진호님. 일구 데리고 좀 쉴게요. 호호호.

- ······.


“그래. 푹 쉬어. 둘 다 고생했어.”

내 말이 기분 좋은 듯 날개를 가볍게 팔랑거리며 품안에 있던 구슬로 향했다.

일구도 코끝이 살짝 붉어진 채로 구슬로 스며들 듯 들어갔다.


‘짜식 부끄러워하긴.’


일구와 삼접을 구슬로 돌려보낸 후 눈앞에 서 있는 집진을 바라보았다.

“진호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들 무사할 수 있었어요.”

집진은 진심을 담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 역시 서둘러 같이 고개를 숙이며 그를 일으켰다.

“아니, 왜 이러세요. 고개 드세요. 집진님.”

“진호님 계획 덕분에 기진을 막고 괴린들을 없앨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무슨 말씀을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이 싸웠는걸요. 집진님의 사격이 아니었다면, 기진에게 결정타를 주는 건 불가능했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으하하하하!”

집진과 대화하는 사이로 화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알만했다.


“기진의 금이 간 얼굴이 최고였지! 으하하하!”

무진은 시원한 얼굴로 웃으며 다가왔다.


이호는 재빠르게 내 발아래에 작아진 모습으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앞발을 턱에 괴고 엎드려있었다.


나는 그를 반기며 맞았다.


“무진 형님!”

“동생! 고생 많았어!”

“저보다 형님이 선두에 서서 제일 고생 많이 하셨죠.”

“하하하. 그런가?”

무진은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자잘한 상처투성이였다.

아무리 신수들과 같이 괴린들을 베어낸 만큼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몸에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늙은이 똥 씹은 표정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말이야.”

무진은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는지 통쾌하게 웃었다.


“······똥이 뭐예요. 똥이.”

집진은 무진을 향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집진의 표정에는 편안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약 먹이고 회복시켰더니 또 온몸에 상처로군.”

“이건 영광의 상처야. 하하하.”

의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랑스러운 듯 웃고 있는 무진을 향해 품 안에 들어있던 약을 꺼내 가볍게 던졌다.


턱.

무진은 낚아챈 손을 펼치며 물었다.

“어? 뭐야 이건?”

“뭐긴. 약이지.”

의진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진이 뭐라고 더 말을 이으려는 순간.


“무진아.”

“······.”

무진을 익숙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무진은 시선을 옮겨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법진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올곧은 눈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

“······.”

“······.”


그리고 순간 너 나 할 것 없이 법진은 양팔을 벌리고 한걸음 크게 발을 내디뎌 무진을 향해 포근히 감싸 안았다.


와락.

무진은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고 부동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고생했어. 무진아. 고마워.”

“누님. 살아나 줘서 고마워요.”

법진의 말에 무진은 그제야 몸이 풀린 듯 손을 들어 자신을 안아 주는 누님의 등을 감싸 안았다.

자신은 눈치 못 챘겠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가 보았다.

법진의 등 뒤에 올려진 무진의 손끝의 희미하게 떨리고 있던 것을.


침묵을 깬 건 이호였다.


-주인 나도 왔다. 험. 험.


“그, 그래 고생했어. 이호야.”

분명 삼접이 곁에 있었다면 눈치 없다고 한마디 들었을 것이 뻔했다.

무진과 법진은 서로 안고있던 팔을 푼채 마주 보며 편안히 웃었다.


“법진님이 회복하시고 두 분이 다시 잘 지내서 좋긴 한데 무진님. 금천의 품위를 지키세요. 제발.”

둘의 모습을 보던 집진은 냉정하게 한마디 했다.


의진은 무진을 향해 상처가 신경 쓰였는지 차갑게 한마디 더 했다.


“빨리 약 바르고 다 바르면 돌려줘.”

“쩨쩨하게 뭘 돌려받고 그러나 우리 사이에 말이야.”

넉살 좋은 무진은 씩 웃으며 의진에게 다가가 등을 퍽퍽 쳤다.


의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얼굴에 철판을 몇 겹을 댄듯한 무진을 향해 째려보며 말했다.

“그다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이.”


의진이 냉정하게 대해도 무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진에게 의진은 적이 아니라 은인이었다.

나의 소중한 이를 살려준 은인.

은인에게 못되게 하는 것은 무진의 성정에도 맞지 않았다.

문제는 의진의 성향은 무진과는 상당히 달랐다.


가볍게 장난치는 무진으로 인해 점차 싸늘해지는 표정을 본 법진이 더는 안 되겠는지 무진을 향해 말했다.

“무진아! 약 이리 줘. 내가 발라줄게.”

“누님. 사랑으로 발라 주세요. 하하하.”

“······.”

법진은 무진의 말을 무시하고 차분하게 약통을 열어 상처부위에 발랐다.

“앗! 따가워!”


‘아, 정말 돌아가고 싶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집진은 무진이 있는 곳은 내버려 두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호님의 신수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확실히 예전보다 더 강해졌네요.”

집진의 말에 나 역시 저쪽 상황은 무시하기로 하고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우에 가서 선명을 받은 부분이 크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제가 직접적으로 힘을 쓰기보단 이 녀석들이 많이 나서야 될 거 같네요.”

“기진이 일단 물러갔지만, 다시 올 거예요.”

“그렇게······”


내가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한 채 의진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당연하지 그의 성격상 그대로 물러나진 않을 거야.”

의진은 나와 집진의 대화에 관심이 있었는지 무진을 법진에게 버리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

내가 놀란 눈으로 보자.

의진은 차분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이번엔 괴린의 껍데기를 쓰고 왔기 때문에 쉽게 물러났지만, 다음엔 당했던 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올 거야.”

“흐음.”

오랜 세월 기진을 지켜봐 온 의진이기에 기진의 다음 행동은 충분히 예측되었다.


“그는 다시 오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가 준비하기 전에 우리가 기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먼저 치죠.”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돼요. 알죠?”

집진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흠······.”

“······.”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겠는데요?”

약을 바른 무진과 함께 다가온 법진이 한마디 했다.

“엉?”

“네? 가능하다고요?”

나는 법진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법진은 멍한 나의 표정을 웃으며 바라보곤 약을 의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의진. 덕분에 약 잘 썼어요.”

물론 의진에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의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법진의 입에 시선이 향하자.

법진은 미소 띤 얼굴로 천천히 설명했다.


“지금 현지산을 유지하고 있는 결계는 전에 기진이 깬 결계와 같아요.”

순간 모두의 눈에 불안이 번졌다.


“법진님! 그럼 결계가 또 깨질 가능성이 큰가요?”

집진은 자신의 궁금함을 서둘러 물었다.

그 모습에 법진은 차분한 눈빛으로 의진을 향했다.

“지금 우리의 힘은 의진과 함께하면서 달라졌어요.”

“?”

집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궁금한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순간 번득 어떤 가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건······. 혹시?!’

이어지는 대화에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진 덕분이에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법진님?”

“저는 이번에 깨어났을 때 힘을 쓰면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힘 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건 아마도 의진이 만든 약의 힘 덕분이에요.”

“맞아. 그 약은 정말 최고지.”

의진은 법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이어 말해다.

“기진이 자신의 괴린을 개발해내듯이 내가 만든 약도 연구를 거듭했어. 여러 가지 만들어 낸 약 중에 금천의 힘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약이지.”

“왜 진작에 쓰지 않았지? 아니, 그보다 전에 동굴에서 말할 땐 그 약을 가지고도 있었다며!”

무진은 처음 의진이 약을 만들 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때 너와 난 적이었어! 실패할지도 모르는 약을 만든다고 하는데 너라면 날 믿었을까? 법진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 말이야. 나에겐 너희들 모두가 신뢰 관계가 형성도 안 된 적도 아군도 아닌 상태로 말이야.”

“······그건. 그렇지.”

무진은 의진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의진은 그런 무진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내가 그 약을 바로 만들 수 있었다면 진작에 만들어서 내가 먹었겠지. 그 약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약이었어.”

“넌 약의 힘을 쓰는 의진이잖아.”

“물론, 금천의 회복을 가볍게 돕는 정도의 효과를 가진 약이야 쉽게 만들었지. 하지만 다 죽어가는 인간도 아닌 금천을 살리고 능력까지 특별하게 높이는 약은 없었어.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으로 무조건 실패할 약이야. 그런데 그 제약이 풀어진 거지.”

“흐음·····.”


“그 원인 중 하나가 기진. 그리고·····.”

의진은 나를 쳐다보자 다른 금천들도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응? 왜날?’

멍한 얼굴을 한 나를 바라보던 의진이 말했다.


“여기 있는 우의 금천. 바로 너야.”


‘어? 나? 잠깐······. 그럼?’

나는 확인을 위해 의진에게 되물었다.

“그럼 그때 약을 만들 때 계속 같이 있어 달라고 했던 게······. 설마?!”

“맞아. 원래는 청호의 불에 타면서 실패하거나 사라질 약이었어. 그런데 네가 곁에 있으니 아주 잘 완성됐지. 결국, 그 약은 법진을 살렸고.······”

“······.”

의진은 자신이 약을 완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내가 있음으로 인해서 만들지도 못했던 약이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내가 뭐라고?’


주변에서 대화하는 소리도 들리지도 않았다.


‘다른 세상에 넘어와서? 금천으로 각성해서? 선명을 받아서? 도대체 왜?’

잠깐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법진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려왔다.


“······그래서 이번에 만든 결계는 분명 같은 결계이지만 다른 결계인거죠. 결계를 만든 힘의 밀도 자체가 달라요. 약을 먹기 전과 먹은 후 지금의 결계는 확실히 힘이 달라졌어요. 그러니 또다시 결계가 깨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기진이 더욱더 높은 능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죠.”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법진의 말에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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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방문 - 모녀 21.07.07 32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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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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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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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1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9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3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7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7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8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1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9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7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8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4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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