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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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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925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3 21:01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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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DUMMY

벌떡.

무진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입구로 나갔다.

밖은 노을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입구에 세 개의 그림자가 무진의 시야에 잡혔다.


“진호야!”

“무진형님!”

진호는 두 사람과 함께 입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와락.

“고생했어.”

무진은 반가움에 진호를 끌어안았다.

진호와 의진, 집진의 옷차림은 군데군데 찢어지고 더러워진 모습에 누가 봐도 재료를 구해오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하하하. 뭘 이 정도쯤이야. 다들 정말 고생했어.”

진호와 뒤에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무진의 눈동자엔 고마움이 가득했다.

진호는 그러한 무진의 웃음에 미소지으며 의진과 집진을 가리켰다.

“저보다 집진과 의진이 고생했죠. 전 데리고 온 것 밖에 없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진호님이 도와주러 오셔서 그곳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무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다들 고맙다. 재료는 다 구한 거지? 그럼 이제 의진이 약을 만들 수 있겠군.”

“당연하지.”

의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터억.

집진은 조용히 묵직한 주머니 두 개 중 하나를 무진에게 건네며 한마디 했다.

“무진님. 이거 들고 그만 안으로 들어가죠. 무겁네요.”

“어·····어. 그래, 어서 들어가자고.”

머쓱한지 서둘러 대답하며 주머니를 받아든 채 집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넓은 탁자가 놓여있었다.

탁자위에는 진호가 의진의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늘어져 있었다.


“무진님. 언제 탁자는 또 준비하신 거예요?”

“여기서 기다리기만 미안해서 하나 만들어 봤어.”

집진의 물음에 무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내 집에서 물건들 잘 챙겨왔군.”

의진은 무진이 만든 커다란 탁자 위에 있는 자신의 도구들을 확인하며 말했다.


“적어준대로 다 챙겨왔어.”

나의 대답에 모두 탁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모두가 처음 보는 것인지 의진의 도구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이상한 깔때기 같은 것도 있네. 호오. 저건 숟가락이야 왜 저리 작아? 국도 못 퍼먹겠군.”


찌릿.

의진이 날카롭게 무진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신기해서 그러지. 잘 부탁한다고 의진. 흐음.”

무진은 의진의 눈빛에 어색한지 헛기침을 했다.


“무진님! 그만 하세요. 의진님이 기분 나빠서 약 안 만들겠다고 하면 어쩌시려고 자꾸 그러세요?”

“험험······. 미안.”

집진은 무진을 한참을 쳐다본 후 시선을 돌려 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의진님. 잘 부탁합니다. 법진님은 꼭 살려야 해요.”

집진은 어느새 적이 아닌 같은 금천으로 의진을 대했다.


의진은 집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법진이 살아야 기진을 엿먹일 수 있는 것도. 최선을 다하지.”

주머니가 놓여진 곳으로 의진은 손을 뻗었다.


촤라락.

의진은 재료 주머니를 열어 탁자 위로 쏟아냈다.

그러자 여러 가지 보지 못한 희귀한 재료들이 흘러나왔다.


“이건, 사신의 혓바닥? 불뱀의 뱀 꼬리털? 이걸 다 구하다니 대단하군.”

무진은 흘러나온 재료들을 눈으로 훑으며 감탄했다.

그때 눈앞에 등잔 안에 조그마한 불이 무진의 눈길을 끌었다.

“어? 도깨비불? 게다가 옆에 이건 청호의 구슬이잖아. 이것도 약에 들어가는 건가?”

신기한 듯 바라보는 무진의 보며 의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약을 법제하거나 만들기 위해선 일반 불은 효과가 없어. 이게 필요하지.”

의진은 무진이 악의 없이 순수하게 물어보는 것을 알고는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무진이 신기한 듯 바라보던 등잔을 가져가 도깨비불이 화로 안으로 들어가도록 부었다.


화륵.

등잔에 나온 조그마한 도깨비 불씨는 화로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한걸음 물러서.”

의진은 안정된 불씨를 확인한 뒤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나와 집진은 한걸음 멀찍이 탁자 위에 화로를 바라보며 물러섰다.


그 모습을 바라본 후 의진은 여우구슬을 도깨비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톡.

데구르륵.

맑은 소리를 내며 화로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화로 안에 있던 도깨비불이 구슬의 푸른 기운을 머금으며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화르르륵!


“으아악!”


무진은 호기심이 더 강했는지 의진의 말을 못 들은 척 가까이 지켜보다 강한 불길에 서둘러 후다닥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가져온 재료들을 전부 손질해서 약탕기 속에 넣었다.

“재료준비는 다 됐군. 잘 끓이면 되겠어.”

의진은 나직이 말하며 청호의 구슬을 품은 채 뜨겁게 타오르는 화로 위로 약탕기를 올려놓으며 진중한 표정으로 약탕기를 다시 확인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무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럼, 약은 언제 완성되는 거지?”

“오일 뒤.”


“확실한 거지?”

“날 못 믿는 건가?”


“그럴 리가.”

“······.”

의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무진은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의진은 무진을 향한 눈빛을 거두며 지켜야 할 점을 말했다.

“대신 불 조절을 해줘야 해. 아침에는 강하게 점심에는 약하게 저녁에는 다시 강하게 불을 피우면 완성이야.”

“흐음······.”

의진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불 조절에 사용되는 불쏘시개로는 이거.”

청호의 꼬리가 의진의 손에 들려있었다.


“꼬. 꼬리를 집어넣으라고?”

무진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여기 꼬리털을 뽑아서 집어넣으면 돼. 아침에는 한 움큼만. 저녁에는 두 배로 넣으면 되고.”

“아·····.”

무진은 의진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단, 불 조절이 중요하니 이거 실패하면 재료들은 처음부터 다시 구해야 해.”

“그건 좀 곤란하네요.”

집진은 그동안 의진과 함께 고생하며 재료를 구한 일들이 기억에 떠올렸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실패 하지 마. 불 잘 봐.”

의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로 돌아가면서 불은 지키면 되죠.”

나는 의진의 손에 있는 꼬리를 가져가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내가 꼬리를 잡기도 전에 무진이 서둘러 꼬리를 손에 쥐며 말했다.

“다들 고생 많았으니까 나만 믿어. 불 조절은 내가 할 테니, 일단 다들 좀 쉬라고. 재료랑 도구 구한다고 다들 고생했잖아.”

“그래도. 형님.”

“나만 믿어. 진호야. 다들 쉬는 게 먼저야. 모두를 기다리면서 난 이미 충분히 쉬었어.”


스윽.

무진의 말에 의진은 몸을 돌려 모포가 깔린 한쪽에 몸을 누웠다.

“피곤한데 잘됐군. 그럼 난 좀 쉬지. 불 잘 봐.”

의진은 눈을 감았다.


“그럼. 형님. 닷새 동안 약탕기를 봐야 하니까 대신 먼저 좀 부탁드려요. 체력이 회복되면 돌아가면서 보죠.”

“알았어. 내가 잘 볼 테니, 두 사람도 좀 쉬어.”

무진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오도독.

“그동안 탁자만 만든 게 아니었네요. 무진?”

집진은 손에 무언가를 들어 입에 오물거리며 한쪽에 놓인 여러 가지 과일과 간이침대를 바라보았다.


다들 서둘러 약을 만들기 위해 정신이 없었기에 주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차릴 시간이 없었다.


“나 혼자 편히 쉬면서 이곳에 아무것도 안 하고 모두를 기다리기엔 미안해서 말이야. 먹으면서 편히 쉬어. 누님처럼 요리는 잘 못 해서 말이야.”

무진은 누워있는 법진을 그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집진은 순식간에 작은 과일을 다 먹었는지 주먹만 한 큰 과일을 손에 쥐고 입에 가져갔다.


와삭.

“먹을 만하네요. 무진님은 원래 요리 못하는 거 알고 있으니 괜찮아요. 진호님도 드세요. 여기.”

집진이 건네는 과일을 받으며 나도 과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와그작.

입안에 도는 달콤한 과일의 즙이 피로를 몰아내는 듯했다.

“맛있네요. 그럼 형님 부탁드려요. 저도 그럼 조금만 쉴게요.”

“조금 쉬지 말고 푹 쉬어. 동생.”

“하하하. 네 형님.”

풀린 긴장과 함께 몰려오는 수마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약이 만들어 지는 동안 각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휴식을 취했다.


약이 약탕기위에 끓이며 만들어지는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며 서로 돌아가면서 약이 완성 될 때까지 지켰다.


“불이 흔들릴 때는 부채를 잘 부치라니까. 재료 다시 구해올래?”

“······미안.”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는 의진의 모습에 무진은 약을 완성시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무진과 집진은 의진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였지만 법진의 회복이 우선인지 약을 완성시키는 것에 더 집중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약이 완성되는 마지막 날.

모두 탁자에 모여 시선은 한곳에 둔 채로 앉아 있었다.

약탕기는 막바지를 향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한번만 더 끓어 오른 다음에 식히면 완성이야.”

의진은 약탕기 상태를 진지하게 살펴보며 말했다.


그 순간.


쾅!

흔들흔들.

갑자기 사방이 흔들렸다.

“뭐야?!”


-괴린. 위험.

-괴린. 위험.


무진형님과 링링의 계약이 내 이마에 아직 남아 있었기에 링링의 말이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놈들이 이곳까지 찾았나 보군.”

무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쾅!

콰과과과광!

흔들. 흔들.

이번엔 사방이 지진이 난 듯 더욱더 강하게 흔들렸다.

탁자역시 그 충격에 흔들거렸다.

급히 붓을 꺼내 그렸다.


[충격 보호!]


파아앗!

글자들은 마치 밧줄처럼 길게 늘어지며 동굴 안 벽면전체를 둘러 감쌌다.

그러자 충격에 천장에 떨어지던 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조금만 버티면 약이 완성된다.

누님을 원래대로 살려낼 약을.

모두가 그 일념 하나로 버텼다.


무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내가 동굴만 지키면서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됐군. 내가 나갈 테니 약을 완성해줘.”

주변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무진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쾅!

무진이 뛰쳐나가자 무시무시한 소리가 또다시 동굴을 울렸다.


“진호님. 저도 나가볼게요. 의진님은 약을 꼭 완성 시켜주세요.”

집진은 서둘러 말을 남기고 무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꼭! 의진과 같이 약을 완성할게요.’

나는 의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의진의 눈빛에서 나와 같은 의지를 보았다.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



크르르륵!

동굴 밖에는 수많은 괴린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사동이 필사적으로 잎사귀들을 뻗으며 놈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사아악.

빛과 같은 속도로 동굴안에서 튀어나온 형체가 괴린들 사이로 지나가자 한 놈 두 놈씩 쓰러졌다.


“많이도 모였네. 오래간만에 다시 움직여볼까.”


어느새 괴린들 중심에 선 무진의 두 손엔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는 도가 들려 있었다.


크아아아악!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며 무진의 뒤를 내리치는 순간.


피슉,

퍽.

날카롭게 쏘아낸 탄환이 녀석의 머리를 뚫었다.


“앞뒤 안 가리고 뛰쳐나가는 건 그만하시죠. 무진님”

집진이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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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5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4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2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5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5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40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2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7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5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4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6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1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9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3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7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8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9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7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8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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