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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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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900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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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 수복 – 부탁

DUMMY

‘그럼, 혹시?’

문뜩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허리춤에 달린 장신구 안에 구슬을 꺼냈다.


법진과 집진은 나의 표정을 보곤 눈빛이 반짝였다.


“어쩌면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의 내 손바닥 위로 향했다.

그것은 투명한 구슬이다.


마지막으로 남긴 진의 한 방울의 눈물.

이 세계에서 진의 의지가 담긴 구슬.


“진의 구슬·····.”

의진은 손바닥 위에 놓인 구슬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현지산 동굴 안에 발견한 진의 의지가 담긴 구슬.”

가까이 다가온 집진은 가만히 손위의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진의 금천으로서 진의 의지를 담은 물건을 보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물론 그녀 외에 다른 금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놀라운 표정으로 구슬을 바라보았다.

“진호님이 계셔서 약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신의 의지가 개입된 것이라는 말이군요.”

집진의 말에 의진은 동의하듯 말을 이었다.

“집진의 말에 동의해. 처음엔 나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야 알겠군.”

시선은 역시나 구슬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던 건가.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의진의 약이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


“그럼? 약 남은 거 더 없어?”

궁금함을 감추지 않은 채, 아쉬운 얼굴로 의진에게 다가갔다.

마치 떼인 돈을 받아 가려는 사람처럼 말하는 무진을 보며 의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넌 맘에 안 들어 라고 중얼거리곤 툭 하고 던지듯 대답했다.


“이미 마셨어.”

“언제? 혹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던 무진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도 집진도 이미 마셨어.”

인제야 눈치챘냐는 듯한 말투로 퉁명하게 한 손은 집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설마! 그때 줬던 그게 그거였어?”

두 손을 위로 든 채로 허공을 향해 억울한 듯 말하는 무진을 보던 집진은 의진의 말에 기억이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아! 어쩐지 그랬군요. 그냥 회복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과하게 회복되는 느낌이었는데. 그때 저와 무진님에게 던져 줬던 약이 같은 거였군요.”

의진이 동굴에서 나오자마자 무진과 집진에게 회복약이라고 던져준 약이 무진이 찾던 것이었다.

이미 약은 각자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살리기 위해 만든 약이다.


의진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약은 단 두 병이었다.

한 병은 곧 죽어가던 법진에게 먹였다.

법진은 무사히 살아났다.

그리고 훨씬 강해졌다.


남은 한 병에 담긴 약은 반씩 나누어 집진과 무진에게 주었다.


그렇다면 반으로 줄어든 약의 효능은?


무진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궁금한 표정이 얼굴에 바로 드러냈다.

의진의 이어지는 대답에 무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둘 다 신체에 크게 상한 곳이 없으니 반으로 나눈 양이라도 충분한 효과를 내고도 남아. 못 믿겠으면 확인해보던가.”


진의 금천인 의진이다.

그것도 약의 다루는 금천인 것이다.

누구라도 그의 말에 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진의 구슬까지 연관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면 실패 따위 있을 수 없겠지.


“하하하. 어쩐지 내 기운이 펄펄 뛰는군.”

무진은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말했다.

“······.”

가라앉은 눈으로 의진은 무진을 바라보았다.


“으하하하. 용솟음친다고.”

어색하게 웃는 무진의 웃음소리에 차갑게 몸을 돌렸다.


“······.”

“······.”

집진과 법진 역시 조용히 무진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무진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 역시 애써 외면했다.


‘미안합니다. 형님. 이건 아니에요.’


시선을 내려 나는 손바닥에 있는 구슬을 바라보았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구슬의 맑고 투명함에 차가운 감촉이 바닥에 전해졌다.


‘진. 당신이 도운 거군요.’

다시 구슬을 보관하려는 순간 구슬은 마치 대답하듯 구슬 안에서부터 서서히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

“무슨 일이에요? 진호님?!”

기이한 현상에 각자 하고 있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손위에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힘에 진의 금천들도 반응했다.


“이! 이건!”

“헉! 진짜냐?”

그들의 얼굴에 처음의 당황스러움은 사라지고 놀라움이 드러났다.


모두가 구슬로 시선을 집중하자.


파아앗.

구슬에서 신성한 기운이 폭사 되었다.

감히 누가 먼저라도 건들 수 없는 압도적인 기운이 구슬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세상에 내가 신의 기운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껴보는 날이 올 줄이야.”

가볍게 농담을 던지던 무진은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힘의 감각에 놀라움을 연발했다.


금천들의 표정에는 경이로움이 드러났다.

진의 금천으로서 당연했다.

진의 근원이자 뿌리.

진을 창조한 신이 남긴 유일한 의지.


구슬에서 뻗어나오는 기운은 점점 강해졌다.


“······크흠.”

“······흐음.”

흘러나오는 신의 무게에 무진과 의진은 침음성을 내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털썩.

누구라 할 것 없이 구슬 앞에 있는 진의 금천은 무릎을 꿇었다.


진호만 제외하고 말이다.


‘다들 왜 갑자기?’

내심 속으로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본인을 제외하고 주변인이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진형님? 법진누님?”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나는 다른이들도 둘러보았다.


“······의진, 집진님?”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고개를 숙인 채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서 있는 상태로 손바닥 위에 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와 구슬만이 공간에 갇힌 것처럼 일분일초가 수십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마치 우의 구슬에서 시험을 치를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진의 의지가 나에게 조심히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알고 계시네요.”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이 말에 드러났다.


-······.


잘 지내던 나의 세상이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변했다.


내가 살아가던 장소.

나와 함께하던 소중한 사람들.


화내고 반항하기엔 너무나 확연하게 바뀐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나는 적응하기 바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죠. 참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았죠. 이곳에 하루아침에 날벼락처럼 낯선 세상에 떨어졌죠.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

그의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에 도착했다.

우와 진의 균형을 위하여.

우의 구슬은 나에게 말했다.

화우를 계승할 자를 찾으면 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구슬은 침묵했다.


-·······.


나는 구슬을 향해 말했다.

아니 구슬 안에 담긴 진의 의지를 향해 말했다.


“난 이제 겨우 우에 가서야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는데 이건 대체 무슨 경우인 거죠?”


힘들게 서우라는 선명까지 받아서 우의 금천을 대신하기로 했다.

갑자기 떨어진 낯선 곳에서도 나를 받아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좋았으니까.

그들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내가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서.


나는 우의 대리자로서 화우의 계승자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화우의 계승자를 찾아 우의 금천이 되면 나는 내가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


“오라면 오는 거고 가라면 가는 이게 대체 뭐죠?”


억지로 다시 진으로 불려온 진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상황이 자꾸 이상하게 꼬이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신의 목을 잡고 탈탈 흔들고 싶어도 정신이 없었다.


“진으로 다시 끌고 왔으면 설명이라도 해 주던가 오자마자 사방은 엉망이고 구슬에는 대답도 없고.”


-남아 있는 의지로 우 있는 너를 진으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겨우 가능했다.

“하아·····.”


아무래도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여있었나 보다.


답답함에 한숨이 쉬어졌다.


도대체 진과 우를 만든 두 도인들은 무슨 이따위 세계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해 나를 여기까지 휘말리게 만들었는지.


몹시 짜증이 났다.


-고맙다. 진호.


“별로, 그런 인사를 받고 싶지 않네요.”

눈을 크게 감았다 뜬 후 말을 이었다.


“나는 내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요. 우의 금천을 만나면 된다고 해서 우의 금천을 만났고 선명을 받으라고 해서 선명도 받았죠.”


손바닥위의 구슬을 바라보았다.

“화우를 계승할 자를 찾아 우의 선명을 계승시켜주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람하나 찾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지.


“내겐 드디어 돌아갈 수 있는 기회였어요. 우에서 화우의 계승자를 찾으려는 순간에 여기로 불려왔다고요.”


-미안하다. 그러나 진을 도와다오.


날카롭던 기운이 쭉 빠졌다.

사과하며 부탁하는 울림에 그의 슬픔이 느껴졌다.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이미 이곳에서 내가 만든 소중한 인연들.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

그들이 위험에 빠지게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구슬을 향해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죠. 여기 일이 끝나면 우로 꼭 보내주시고요.”


-알겠다. 진호. 약속하겠다.

“꼭, 지키세요. 안 그러면 좋은 꼴 못 볼 겁니다.”

그와 나의 새로운 약속이었다.


공간의 흐름이 천천히 바뀌며,

나와 진의 구슬을 둘러싼 시간의 흐름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진의 금천들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자. 기운 뿜어내던 구슬에서 신의 의지가 흘러나왔다.


- 우의 대리자를 도와 진을 구하라.


“네”

“그리하겠습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의 구슬에서 나오는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더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손바닥 위에 있던 구슬은 언제 신의 기운을 뿜어냈냐는 듯 원래의 평범한 구슬로 돌아왔다.


“후아.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았던. 신의 의지를 듣게 되다니·····.”

무진은 숨을 크게 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진과 집진역시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가 몹시 마음을 격하게 흔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법진 역시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창조주를 일부분을 만난 경외감과 신의 의지를 처음 접하게 된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함께 표정에서 드러났다.


‘이거 참······.’

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구슬을 장신구 안에 넣었다.


무진은 활기차게 자신의 의견을 냈다.


“자! 그럼 우리 이제 집으로 갑시다.”

“그래, 돌아가자.”

법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뜩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진호야.”

“네? 누님?”

“왜 누님이라고 부르니? 전엔 누나라 불렀잖니?”

“아. 그게·····.“


나는 슬쩍 무진형님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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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4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3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1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4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4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39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6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5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4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4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8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2 0 11쪽
»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6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7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8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6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7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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