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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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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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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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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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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 수복 - 깨어난 법진

DUMMY

“하하하. 당연히 따라 나올 줄 알고 먼저 시작한 거라고.”

무진은 가볍게 칼날을 털어내며 집진을 슬쩍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무턱대고 몸부터 움직이는 부분은 곤란해요. 무진님.”

“그게 내 매력 아니겠어?”

“······네. 그렇군요. 무진님의 답답한 매력.”

무진의 넉살어린 말에 집진은 조용히 총구를 들었다.

총구는 무진을 향해 있었다.


탕!

쏘아진 탄환은 무진의 얼굴을 스치며 순식간에 뒤를 덮치려는 괴린의 이마에 명중했다.


털썩.

괴성을 지르기도 전에 총탄에 맞은 괴린은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지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고개를 돌려 슬쩍 바라본 무진은 눈을 빛내며 씨익 웃었다.


“내가 잡아도 되는데 말이야.”

“제가 쏘고 싶어서요.”

“누굴? 설마 나?”

“······.”

집진의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자,

무진은 가볍던 눈빛은 진지한 눈빛으로 변해 정면에 늘어서 있는 괴린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간만에 진심으로 달려 볼까?”

“무진님. 혼자 무리하지 마세요.”

“무리라니, 날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무진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파아앗.

두 손에 든 칼날에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순간 무진의 몸이 쏜살같이 놈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크아아악!

서걱.


쿵.

무진이 움직일 때마다 날카롭게 벼려진 날이 괴린의 몸을 베어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집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이지. 앞뒤 안 가린다니까·····.”

작게 투덜거린 입과 다르게 총을 든 손은 무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해 겨누었다.


크아아아악!

탕! 탕!


캬아아아악!

서걱. 서걱.

한참 동안 괴린의 포효소리와 함께 집진의 총소리와 무진의 베는 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한참을 무진과 집진은 놈들을 베고 죽여도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무진역시 점차 체력이 떨어질 때쯤.


크아아아악!

찌이익.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에 무진의 팔에는 깊게 긁힌 상처가 생겼다.


“크윽······!”

“무진님! 법진님의 약이 완성될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무리하지 마세요.”

“어차피 잡아야 할 놈들이잖아!”

“그야 당연하죠. 하지만 무진님이 쓰러지면 저 혼자서 어쩌라고요.”

어느새 집진 역시 떨어지는 집중력에 날카롭게 대꾸했다.

“······젠장.”


크아아아악!

놈들도 무진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눈치채고 점차 여러 마리의 괴린들이 거칠게 공격해 들어왔다.


쉬이익.

무진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칼날에 놈의 손톱은 다행히 막혔다. 그러나 옆에 다른 녀석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탕. 탕.

크아아악!

집진의 공격으로 무진에게 이빨을 들이밀던 괴린은 쓰러졌다.

무진은 집진을 바라보며 눈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서둘러 남은 녀석을 베어내며 집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고마워. 괜찮아?”

“아니요. 말걸지 마세요. 산만해요.”

파들거리는 팔과 흐릿해지는 정신에 집진은 눈을 감았다.

짧은 순간 그녀 자신이 동굴을 나서기 전 진호에게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무진이 동굴 밖을 나가고 집진이 뒤따라 나가자 진호 역시 따라 나가려는 순간.

앞서가던 집진은 진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집진님. 저도 같이 가요.”

“진호님은 안에서 법진님을 지켜주세요.”

“하지만 밖엔 놈들이 너무 많이 몰려왔어요. 둘만으론 버티기 어려워요.”

“진호님은 선명을 받은 이상 이젠 우의 금천이에요. 아무리 금천이라고 하나 자꾸 진에서 힘을 드러내시면 가까스로 맞추어진 균형이 다시 흐트러져요.”

“그래도·····.”

“진의 금천중에서 무력으론 무진님은 최고예요. 그리고 저 역시 진의 금천이고요. 걱정마세요. 진호님.”

집진은 강한 눈빛으로 진호를 바라보았다.

“······알겠어요. 최대한 법진님이 빨리 낮도록 도울게요. 약이 완성되는 그때까지만 버텨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꼭 시간을 벌어볼게요.”

“부탁해요. 집진님.”

집진과 진호는 서로 신뢰가 담긴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진은 떠올린 기억을 되새기며 감았던 눈을 떴다.

“내가 입구만은 반드시 지키겠어.”

그녀의 눈에는 의지로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몸 주위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집진이 강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놈들을 노려보던 그때.

“클클클.”

가래 끓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눈앞에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던 괴린들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괴린들은 좌우로 움직이자, 중앙에 빈 공간들 사이로 괴린의 뒤편에 백발의 노인이 잊을 수 없는 익숙한 웃음소리를 내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기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집진과 달리 무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를 향해 씹어내듯 그의 이름을 뱉어냈다.


웃으며 서 있는 자는 기진이었다.

아니 기진의 모습을 한 괴린이 서 있었다.

얼굴은 기진의 형상이었으나, 그의 몸은 괴린의 몸체에 가까웠고 손과 발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뻗어있었다.

기진의 모습을 한 괴린은 입을 열었다.


“클클클. 여기에 숨어있었나. 죽지도 않고 참으로 끈질긴 목숨이야. 그래.”

“넌 무서워서 네 본 모습도 아닌 그따위 괴물의 몸체를 빌려서 말하는 건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말이지.”


그의 말에 무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네가 해야 할 일이라. 나도 좀 알아야겠는데.”

“굳이 힘들게 알 필요 있나.”

“······.”

“그냥 사라지면 되지. 클클클.”


크아아아아!

신경을 긁는 기진의 웃음과 함께 좌우로 기운을 내뿜고 있던 괴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분명 같은 괴린이었지만, 기진의 모습을 한 괴린이 전면에 나서면서 놈들은 더욱더 거칠고 강력해졌다.


무진 역시 자신의 검을 들어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점차 늘어나는 괴린의 숫자에 점차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집진 역시 무진의 주위를 엄호해주기보다 자신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두 명의 금천은 다시 버텨내기 위한 싸움이 시작했다.


“크윽!”

“악!”

“괜찮아? 집진! 정신 차려!”

“하아·····. 하아. 저 아직 멀쩡해요. 무진님.”

집진은 거친 숨을 들이쉬며 무진을 향해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팔다리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뒤에서 서 있는 괴린의 거죽을 쓴 기진은 그런 둘의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동굴 입구 앞까지 내몰린 몹시 지치고 상처 입은 두 인영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그만 방해하고 사라지게나. 클클클.”

기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본연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만든 괴린의 모습에 일부의 영혼을 이어 조종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그만, 잘 가게. 클클클.”


무진과 집진을 향해 날카롭게 내리치는 그 순간,


크아아아앙!

동굴안에서 강하고 크게 울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호랑이가 뛰쳐나왔다.


콰직! 쾅!

뛰쳐나온 호랑이는 무진의 향해 살기를 띠며 내려치는 괴린을 입으로 물어 멀리 던져버렸다.


“이호!”

무진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호랑이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이호는 자신의 이름에 인사하듯 무진을 향해 눈을 끔뻑였다.


그 모습에 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뭐냐! 웬! 짐승이야!”

“즐거워하기엔 아직 이른데 늙은이.”

“너! 너······. 넌!”

동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기진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짐승이라니 우리 멋진 이호한테 말이야. 예전에 우리 이호랑 보지 않았던가?”

“진호! 네가! 우의 금천인 네가 어떻게 여기에!”

가늘어진 눈이 순식간에 부릅뜬 눈으로 변했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방해꾼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인데 말이야.”

기진은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향해 노려보았다.


찌푸린 기진을 향한 여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진! 이젠 그만 해요. 금천으로써 악업을 쌓지 말아요.”

그 목소리는 차분한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여인에게서 나왔다.


“법진님! 성공했군요!”

“크흑·····. 누님!”

집진과 무진은 기쁨에 찬 표정으로 법진을 바라보았다.

법진은 그들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고마워요. 모두.”

모두가 웃고 있을 때 기진만은 웃지 못했다.

“법진······. 네가 살아 있었나.”

“·······.”


기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호를 바라보며 불쾌한 듯 바라보았다.

“그래. 결국 네놈이 살려 낸 거였군. 그 붓의 힘으로·····.”

“내가 살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 전부 다 아니라곤 부정 못 하겠네. 나도 나름대로 고생 많이 했거든.”

기진의 눈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래도 어차피 진의 균형은 무너졌다. 내가 의진을 죽였으니까 말이야. 그때 죽여 놓길 정말 다행이지. 클클클.”

기진은 다시 가늘어진 눈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죽어주지 못해서 어쩌지? 기진.”

천천히 동굴에서 기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의진이 걸어 나왔다.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의진을 보며 기진은 눈을 부릅떴다.

“대. 대체 어떻게?”

“글쎄. 내가 알려줄 의무가 있을까?”

기진은 부릅뜬 눈에 입까지 반쯤 벌린 채 의진을 쳐다보았다.


기진은 분명 자신이 직접 의진의 심장을 찌르고 절벽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죽은줄 알았던 의진이 동굴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싸늘하게 차가워진 의진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비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품 안에 약병을 꺼내 각각 무진과 집진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탁.꿀꺽.

두 사람은 각자 낚아챈 약병을 열고 마셨다.

그러자 몸에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의진이 만든 약은 역시 최곤데.”

“고맙습니다. 의진.”

둘의 인사에 의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에 겨우 벗어난 기진은 손을 들어 눈앞의 상대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 손톱은 날카롭게 뻗어있었다.

기진은 자신의 몸이 아닌 괴린의 육신에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넣어 조종하고 있는 상태였다.


“너! 너. 너!”

그 모습에 의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너는 분명 죽었을 텐데! 어떻게!!!”

“아직 내가 죽을 이유는 없었나 보지.”


“분명 지금도 네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때 절벽에 떨어진 그 순간 약을 먹었거든. 나의 존재를 지우는 약.”


‘존재를 지우는 약이라······.’ 의진의 말에 나는 물론 무진과 집진의 시선이 의진을 향했다.

의진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개의치 않고 기진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럼 네가 연구하던 약이 완성된 것이었나!”

“확인하긴 애매했는데 먹어보니 성공인 것 같군. 진의 균형이 내 기운이 사라짐에 의해 이렇게 흔들리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럼 미리 나에게 줬으면 내가 널 죽일 일도 없지 않았나. 그 약 내게 다시 주게나. 원래 우리 연구가 그렇지 않았나. 클클클.”

기진은 순간적으로 변한 표정으로 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굳이 너한테 주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그리고 이젠 내 기운을 없앨 필요 없으니까.”

의진은 약병에 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솨아아아!

의진의 기운이 순식간에 휘몰아치듯이 기운이 일깨워졌다.

그리고 모두가 느꼈다.

진의 다섯의 금천의 기운이 돌아온 것을.


나는 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금천의 균형이 원래대로 돌아왔군. 어쩔텐가 기진? 다시 균형을 흔들려면 이번엔 네가 죽어야 할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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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4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3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1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4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3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39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6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5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4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4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8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2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0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6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7 0 12쪽
»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8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6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7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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