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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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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899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1 19:04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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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4) 혼돈 – 의진의 빚

DUMMY

키잉!

집진과 같이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하늘을 맴돌던 링링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링링이 앉을 수 있게 팔을 뻗어 올렸다.


푸드덕!

링링은 팔 위에 앉자 목을 긁어가며 소리를 냈다.


꾸르륵.

-의진 발견


꾸르륵.

-의진 발견


녀석의 울음소리는 단편적인 단어들로 바뀌어 머리에 울렸다.

동굴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바로 써먹게 될 줄이야.



동굴을 나오기 전 함께 밖을 나가겠다던 무진을 겨우 동굴 안에 있도록 설득시키자.

그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럼, 링링을 통해서 밖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너에게도 알리도록 할게.”

“그래 주시면 고맙죠. 형님.”

무진은 자신의 손끝을 진호의 이마에 가볍게 대었다.

이마에 시원한 압력이 느껴졌다.


“······?.”

나는 궁금한 표정으로 형님을 바라보았다.


“링링과 계약된 내 영혼의 일부를 네 이마에 묻혀놨어. 반년 정도는 충분히 링링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될 거다.”

무진은 나의 이마에 가볍게 대었던 손을 떨어트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형님.”

“고맙긴. 잘 부탁하마.”

“걱정 마세요.”

그 덕분에 지금 링링의 울음소리를 통해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의진이라니요?”


링링의 말을 들은 집진도 표정을 딱딱하게 굳었다.

집진 역시 이미 오래전에 무진에게 영혼의 일부를 이마에 받은 상태였다.


“일단, 의진이 있는 곳으로 먼저 가보죠.”


집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덕!

링링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날개를 펼치며 의진이 있는 방향을 향해 먼저 날아갔다.

집진과 나는 서둘러 링링이 향하는 방향을 뒤따라갔다.


링링을따라 도착한 장소는 강과 자갈들이 있었다.

멀리 형체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집진과 나는 긴장한 채로 조심하며 다가갔다.


강물에 휩쓸러 내려왔는지 그곳에 소년이 움직임 없이 쓰러져있었다.


“······맙소사.”


핏기없는 얼굴로 누워있는 소년은 의진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그의 상태를 보자.

다행인지 가늘게 숨은 쉬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 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가슴에는 피가 얼마나 많이 흘러나왔는지 몸 아래로 피가 강물과 섞여 고여 있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한데.”

“정말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네요.”

“일단 살리고 봐야죠.”


집진은 가만히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는 그런 집진을 놔두고 서둘러 의진의 축 늘어진 몸을 바로 했다.

피가 축축하게 묻어난 상의를 열자.


“·······.”

“흐음·······.”


가슴에 상처는 누가 보아도 단순한 상처가 아니었다.

무언가 굵고 날카로운 것으로 심장이 있는 위치에 깊게 찌른 상처였다.

가슴에는 검은 구멍이 깊게 뚫리기 직전까지 파여있었다.


“스스로 찔렀을 리가 없고 역시 서로 싸운 걸까요?”

집진 역시 의진의 상처를 보고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이건 정말 심각한데요. 치유가 될까요?”

집진은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글쎄요. 살려봐야죠.”


집진이 말을 들으며 나는 붓을 들어 그의 몸을 향해 글자를 그렸다.


[회복!] [치유!] [재생!]


파아앗.

글자들은 여러 개의 글자로 쪼개어지며 무진과, 법진에게도 치유했었던 것처럼 의진의 가슴 부위에 파고들 듯 스며들어 갔다.


스스스슷.


그러자 가슴에 있던 깊은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나아가는 상처에 의진의 숨소리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벌써 여러 명을 치유하는 내 모습을 본 집진은 감탄했다.

“진호님 능력은 정말 대단하네요. 공격에 방어, 그리고 치유까지, 신수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있고, 대체 어디까지예요?”

“대단하긴요. 법진누님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걸요.”

그녀의 감탄에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진호님이 안 계셨다면 이미 죽었을 거예요. 스스로 자책하지 마세요.”

집진은 나의 표정을 살피며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그럴까요?”

“네. 그러니······.”

“크······. 으윽!”

집진이 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누워있던 의진에게서 미약한 신음이 들렸다.

동시에 우리 둘은 의진을 바라보았다.



“의진!”

“크으윽!”

나의 말소리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집진은 긴장한 채로 조용히 의진을 지켜보았다.


눈을 뜬 의진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내가······, 살아있는 건가?”


“······.”

나는 조용히 녀석의 상태를 살폈다.

정신을 차린 의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집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우의·····. 어째서 여기에 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허긴. 그런가······.”

의진은 낮게 웃었다.

웃음을 멈추고 그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가만히 있었다.


“기진이 날 죽였다.”

“······.”

“아니, 지금 살아있으니 날 죽이려고 했지. 건가?”

자조하듯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어이없음을 느꼈다.


“너희 같은 편 아니었나?”

“이해득실에 따른 배신이지.”

“왜?”

“······.”

나의 질문에 의진은 몸을 조금씩 움직여 보더니 편히 뻗어 누웠다.

“아무래도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군. 상처는 네가 고친건가?”

“그래.”

“고맙다.”

그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움직일 수 있겠어?”

“당장은 무리인데 손가락 들 힘도 없군. 혹시 상의에 내 약병 못 봤나?”

녀석의 품을 뒤져 약병을 꺼냈다.


“거기 한 알 꺼내서 줘.”

의진의 말대로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어주었다.

그는 약을 삼키고 눈을 감았다.


파아앗!

약을 입에 먹은 그의 몸은 전신에 희미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빛은 몸 안으로 갈무리되어 사라졌다.

의진은 몸을 일으켰다.

손을 더듬어 자신의 심장이 있던 가슴을 더듬었다.


“심장이 완전히 재생했군. 분명 녀석의 지팡이로 파괴됐을 텐데·····.”

신기하다는 듯 의진은 중얼거렸다.


“그거야 진호님이 너를 치유했으니까.”

집진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그의 궁금증에 대답해주었다.


“······.”

나는 말없이 가만히 있는 의진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떡할 거지?”

“뭐가?”

“널 죽이려고 했는데 다시 집진과 한패가 되어 진을 멸망시킬 건가?”

“내가 원한 건 멸망이 아니야.”

의진은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전에도 말했을 텐데 난 이곳이 좋다고”

“그럼 왜?”

“내가 원하는 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한 환경이지.”


“그래서 법진님도 무진님도 죽이려고 들었나요?”

가만히 듣고 있던 집진이 의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계획에 그들을 죽일 생각 따윈 없었어. 그들은······. 괜찮아?”

“······.”

집진은 입을 다문 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로서 우리의 중요한 정보를 그에게 말을 해도 될지 고민 중이겠지.


침묵 중인 집진 대신 내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법진누님은 몹시 위중해.”


집진은 쉽게 정보를 말하는 나에게 불만스레 쳐다보는 눈빛을 무시하고 이어 말했다.


“우릴 도와줄 건가? 의진?”

“······.”

나의 질문에 의진은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집진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날카롭게 의진을 주시했다.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던 의진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한테 목숨 빚을 졌는데 도와야지. 우린 이제 공통의 적이 생겼군.”


집진은 다시 싸우지 않아도 되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의진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희들 편이 될 생각은 없어.”


“?!”

집진은 다시 표정을 굳히며 바라보았다.


“내 의지는 그대로야. 진은 변화가 필요해. 다만 지금은 기진이 한 짓이 마음에 안 들고 너한테 빚을 갚는 것뿐이야.”

“그거면 됐어. 의진.”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의진은 내손을 바라보더니 손을 잡았다.


“그럼, 이제 뭘 할거지?”

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원래 집에 가서 필요한 집기들을 챙길 예정이었지.”

“그런데 가는 길에 날 발견한 건가?”

“그래.”

“그럼 그곳에 들렀다 가면 되겠군. 가져가야 할 것이 있나 보지?”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바라보았다.

“의진 너의 약으로 못 고치는 게 없지? 집진누님을 먼저 봐줘.”

“그러지.”

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셋은 동굴로 도착했다.

다행히 동굴로 되돌아가는 길에 기진의 괴린을 맞닥뜨리는 일은 없었다.


이곳에 동굴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정도로 그저 절벽을 타고 우거진 잎사귀들뿐이었다.


사락. 사락.

사동이의 분신들이 반가운 듯 잎사귀를 흔들었다.

의진은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곳이 동굴인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군.”


스르륵

문의 틈과 틈새로 들어갔다.


동굴 입구의 기척을 느낀 무진은 반가운 듯 마중 나왔다.


“왔어! 동생 고생했······!”

무진은 내 뒤에 의진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금방 차가운 눈으로 손에 칼을 만들어 겨누었다.


“형님! 진정하세요.”

“무진님. 적 아니에요.”

나와 집진은 서둘러 예리한 기운을 흘리는 그를 향해 상황을 설명했다.


“적이면 저희랑 이렇게 같이 들어왔겠어요? 그 칼부터 내려놓으세요. 무진님.”

“형님. 의진은 법진누님을 살리기 위해 왔어요.”

나의 말에 무진은 칼을 거두었다.


“여전히 급한 성격하고는······.”

의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무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위협하듯 말했다.

“여기서 허튼짓하게 되면 넌 죽는다.”


피식.

의진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무진을 바라보았다.

“그럴 일 없어. 고맙다고 울지나 말지?”


경계하는 무진을 향해 의진은 낮게 말했다.

“안내해. 집진이 있는 곳으로.”


무진의 안내로 몇 걸음 들어가자.

투명한 시공간이 분리된 곳에 누워있는 법진의 모습이 보였다.


“악화되지 않게 육체의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놨어.”


나는 누워있는 누님을 바라보며 이어 설명했다.

“상태보기가 어려우면 잠깐 해제할 수 있어.”


의진은 법진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거부했다.

“원천진기가 거의 다 빠져나갔군.”

“맞아.”

“완전히 몸 안에 기운이 전부 사라지기 전에 원천 진기를 채우면 되겠어. 너의 능력으로 원천 진기까지는 채우기 어려웠나 보군.”

“그래.”

나는 의진의 말에 동의하며 물었다.


“그럼 방도가 있는 건가?”

“약을 먹으면 되겠군. 원천 진기를 회복하는 환을 먹으면 나을 거야.”

“그럼, 그 약은?”

“여기 없지.”


“너! 지금 장난치냐?”

무진은 의진의 멱살을 잡았다.


덩치 큰 조폭이 어린 중학생을 협박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다만 어린 소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무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진님! 진정하세요! 이러신다고 해결 안 돼요.”

집진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어 두 사람을 떨쳐냈다.


“약은 만들어야 해. 도구도 필요하고, 재료도 필요하지.”

멱살 잡혔던 구겨진 옷깃을 털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료는 어디서 구하지?”

“그건 재료를 알려주시면 제가 구해볼게요.”

집진이 나서며 말했다.

그 모습에 의진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한 재료가 약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약초만 하더라도 약성이 있는 거로 구분해서 가져와야 해.”

“그럼 같이 구하죠. 도와주실 거죠? 의진님.”

집진의 말에 의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무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의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구는 네가 살고 있던 거처에 있겠지?”

“그래. 집 안에 있어.”


‘거처라면······.’

“현천산에 있던 그곳?”

나의 말에 의진은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10년이 지났는데 그곳을 기억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10년은커녕 몇 달밖에 안 지난 일이었으니.

아직도 엊그제 일 같은데.

그럼 일은 정해졌군.


“도구는 제가 가서 챙겨 올게요.”

“그럼 나는! 내가 가서 챙겨올 수 있어.”

“형님은 여기서 법진누님 지키셔야죠.”

“무진님. 안돼요. 의진님 도구들이면 섬세한데 도구들 어떻게 들고 오실려고요?”


나와 집진의 말에 무진은 억울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형님, 제겐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아공간구슬도 있으니까 제가 잘 다녀올게요. 그동안 누님 잘 지켜주세요.”

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진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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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만남 - 화우계승자 21.07.10 38 0 12쪽
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4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3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1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4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4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39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6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5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4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4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8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2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0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6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7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8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6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7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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