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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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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926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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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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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5)혼돈 – 살리는 약(상)

DUMMY

“부탁한다. 진호야.”

무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우고 신뢰감 어린 눈빛을 보냈다.


“네, 형님. 그럼 전 바로 출발할게요.”

무진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럼, 저도 의진님과 같이 갈게요.”

“나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집진은 무진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의진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갔다.


동굴 입구에 서자 집진은 나를 바라보았다.

“진호님 그럼 조심하세요. 혼자 가야 해서 마음이 안 놓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신수들도 있으니까요.”

집진은 나의 말에 수긍했다.


의진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손에 무언가를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필요한 물품은 여기에 적어 놨어. 이대로 챙겨다 주면 돼.”

“알았어.”

종이를 품 안에 넣는 순간 의진은 손가락만 한 피리를 꺼내어 다시 내밀었다.


“·····?”

내미는 피리를 받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집에 가면 집을 지키는 아이들이 있을 거야. 너도 기억하지? 백미와 흑미.”

“아.....!”


나는 떠오르는 기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의진의 집을 지키던 붉은 눈의 토끼와 시커먼 흑표범들.


“집 근처에 도착해서 그 아이들이 보이면 내가 준 피리를 불어. 그럼 내가 허락한 자로 인식해서 공격하지 않을 거야.”

손바닥 위에 놓인 조그마한 피리를 보았다.


“알겠어. 고마워.”

품 안에 그에게 받은 피리도 넣었다.

나의 대답에 의진은 자신이 할 말을 전부 끝낸 듯 집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출발하지. 필요한 재료가 많아.”

“그래요. 서두르죠.”


집진은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진호님. 무사히······. 이곳에서 다시 뵙죠.”

“네. 집진님도요.”


법진을 살리기 위한 재료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길을 떠났다.


그럼, 나도 가볼까.

장신구에 달려있는 구슬을 가볍게 건드렸다.


[삼접아!]


파란 나비는 팔랑거리는 날개로 날아와 내 눈앞에 날아다녔다.


-꺄아~진호님!


삼접은 가느다란 다리로 내 뺨에 철썩 붙으며 말했다.


-자주 불러 주세요! 구슬 안에서 얼마나 갑갑하게 있었다고요. 물론 제 의지로 나갈 수도 있지만, 저를 생각해서 불러 주시는 거랑 또 다르다고요!


삼접의 폭풍 수다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볼에 붙어있는 녀석의 날개를 가볍게 집어 손등에 올렸다.


“그래. 많이 섭섭했구나.”


-섭섭하기보다는······.

나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스스로 시선을 위아래로 흔들며 이어 말했다.


-맞아요. 저 무척 섭섭했어요!


“······.”

나의 부담스러운 표정을 보더니,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래도 진호님이니깐 특별히 이번만 봐 드릴게요.

머리끝에 달린 더듬이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 고맙다.”

-진호님 현천산에 있는 금천 집에 가시는 거지요?


‘내가 말을 했었나? 어떻게 알고 있지?’

의아한 시선으로 삼접을 바라보자.


-구슬 안에서 상황 파악 다 했어요. 호호호.

날개를 접었다 피며 뿌듯하게 말했다.


‘아!’

그 말에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잠깐, 그렇다는 건 구슬 안에서 상황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인데······. 갑갑하다는 건 역시 엄살이었군.’


나는 피식 웃으며 삼접을 바라보았다.


“그래, 맞아. 그럼 내가 탈 수 있게 준비해 줄래?”

-네. 진호님!


경쾌하게 대답한 후 삼접은 손위에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점차 커다랗게 변해 갔다.


파아앗!

삼접의 등위에 올라타자 커다란 하얀 날개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 날아가다간 아래에 놈들에 발각될 수 있겠어.’


천천히 떠오르는 부유감을 느끼며 나는 붓을 꺼내 글자를 그렸다.


[모습을 가려라!]


글자들은 삼접의 아래로 투명한 유리가 깔리듯이 넓게 펼쳐졌다.

얇은 피막의 형태가 된 글자들은 넓게 감싸기 시작했다.

누군가 쳐다보아도 시각의 굴절을 걸쳐 눈에 인식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등에 올라탄 채 삼접에게 일러두었다.


“삼접아. 혹시 괴린들이 주변에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눈에 안 띄게 가자.”


-네, 놈들이 눈치 못 채도록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날아갈게요. 꼭 잡으세요.

내 말에 삼접은 의욕적으로 날개를 펄럭였다.


‘내 말 제대로 이해한 거 맞니?’


“······그게 아니라.”

-호호호. 진호님. 절대 들키지 않아요. 안심하세요.

“······.”

-그럼 출발할게요.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조용히 없이 삼접의 몸에 돋아나 있는 솜털들을 강하게 쥐었다.


“······그래.”


그렇게 삼접의 최고 비행속도는 뼈에 사무치게 알 수 있었다.


+ + +


“저쪽이야. 저주받은 새의 부리. 절대 새의 눈을 보지마.”

의진이 말하는 방향으로 집진은 몸을 날렸다.


휙! 휘릭!

빠르고 가볍게 나무줄기를 밟아 오르며 한참을 이동했다.


집진의 시야에 무언가 잡히기 시작하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머에는 푸른 나무들 사이로 붉은빛을 내뿜는 나무하나가 있었다.

마치 줄기부터 잎까지 전체가 붉은 나무에는 잎사귀 사이로 전신이 붉은 새가 앉아있었다.


피슛!

팔을 휘저어 몇 번 움직이자 손에서 둥근 구체 수십 개가 쏘아져 나갔다.


퍽! 퍽! 퍽! 털썩!

일반인 시력에는 나뭇잎과 새가 구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붉은 새들 수십 마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푸드덕!

위험을 감지한 붉은 새들 수백 마리가 하늘을 향해 순간 날아올랐다.


“이 정도면 됐나요?”

집진은 무릎을 굽혀 잡은 새들을 묶어 의진의 발치에 던졌다.


“충분해.”

익숙하다는 듯이 의진은 발아래 있는 새들을 주워 자루에 넣었다.


법진을 살리는 약을 만들기 위해 이미 자루 안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한가득 들어가 있었다.


“이거 갈수록 내용물이 무겁네.”

“······.”

집진은 의진의 중얼거림을 무시하며 다음 위치를 알려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의진은 한쪽을 가리켰다.

“다음 재료는 이쪽이야. 조심해.”


집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진의 손끝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이동했다.


“이번엔 조금 위험한 재료일지도 몰라.”

의진은 중얼거리며 먼저 지나간 집진의 뒤를 따라 느긋하게 걸었다.


+ + +


펄럭! 펄럭!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에 삼접을 붙들기 위해 솜털을 꽉 붙잡은 손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나마 현천산에 도착해서야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한참을 날았을까 저 아래 의진의 집이 조그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삼접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왔어요. 진호님.

나에게 알리는 말에 삼접을 향해 대답했다.


“그래. 저기 집이 보이네.”

다행히 놈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이곳까지 도착했다.

분명 집주변 떨어진 곳에 집진이 만든 괴린들이 여기저기 숲을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전에 왔을 때 느껴 보지 못한 집주변을 둘러싼 힘이 느껴졌다.

삼접 역시 몇 번 집 근처에 착지를 시도했으나 안 되겠는지 나에게 말했다.


-진호님. 결계가 있어요.

“나도 느껴져.”

-아무래도 바로 집 앞에 내리기는 어렵겠어요.

“흐음······.”


집에 바로 내려서 들어가고 싶었지만 의진의 집에는 보이지 않는 결계가 둘러져있었다.


문뜩 예전에 의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분명 토끼를 품에 안고 이런 말을 했었던가.


“넌, 누구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없는데 들어오다니.”


현천산에 어떻게 들어오는 것인지 묻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야 보니 이곳 집주변에 둘러진 결계들을 뚫고 올라온 것에 대한 말이었다.


삼접의 등에 탄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에서 크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풀숲이 보였다.


“삼접아. 저쪽으로 내려가자.”

-네. 진호님.


삼접은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내려갔다.

발이 땅이 닿자 삼접은 원래의 조그마한 모습으로 돌아와 어깨에 붙어 있었다.


-호호호. 어때요? 진호님. 빨리 왔죠?


삼접은 뿌듯한 듯 날개를 팔랑거렸다.

‘두 번 빠르다간 사람 잡겠다.’


칭찬을 바라는 애교어린 목소리에 피식 웃었다.

“그래, 빨리 왔네. 고생했어.”

힘들었던 마음과 반대되는 내 칭찬에 기쁜 듯 날개를 접었다 피며 기뻐했다.


나는 서둘러 수풀을 헤치며 멀리 보이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공터가 나오고 점점 가까이 집이 보였다.


바스락.

붉은 눈의 하얀 토끼들이 보였다.

토끼들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어른거렸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지 눈치챘다.


“오랜만이네. 백미. 그리고 흑미”

백미는 내 말에 꼿꼿이 세운 귀를 쫑긋거리며 붉은 눈으로 조용히 주시했다.


나는 의진에게 받았던 피리를 꺼내 불었다.


삐이-

작고 가느다란 소리가 퍼졌다.

피리의 울림은 넓게 퍼지며 집주위로 둘러진 결계의 힘이 약해졌다.

그러자 녀석들의 행동도 바뀌었다.

나를 향해 예민하게 세웠던 귀를 내리며 내 발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가볍게 몸을 비볐다.

제 주인에게 애교 부렸던 모습처럼 나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스으윽.

압력을 내며 에워싸고 있던 검은 그림자들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의진이 말한 허락된 자.


나는 풀밭에 있는 토끼들을 지나 문 앞에 섰다.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이.

집의 내부는 이전에 납치된 진아를 찾기 위해 방문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어디보자.’


나는 서둘러 탁자와 주변에 있는 서랍들을 살폈다.

의진이 적어준 종이를 펼치며 하나씩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약연, 약 절구, 약 수저, 파란 약병, 노란 약병, 약화로, 약탕기, 천, 대접, 사발, 단지, 항아리······. 또 뭐가 있지?”

적힌 종이에는 보기보다 은근히 많은 물건이 적혀있었다.

집안을 뒤져가며 찾은 물건들을 탁자위에 차곡차곡 모았다.


“흠······. 얼추 다 된 건가.”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며 허리춤에 달린 장신구의 흰 구을 만지자 탁자 위에 있던 물건들이 빨려 들어갈 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쾅!

문밖에서 큰 진동과 함께 우레와 같은 큰소리가 들렸다.


“아씨, 무슨 일이야!”


벌컥!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자.


“······.”

잠시 굳어진 채 눈앞의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 검고 시커먼 것이 발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검고 튼튼한 근육을 자랑하는 흑표범이었다.


‘흑, 흑미!’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자.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두 마리의 괴물들과 싸우는 셀 수 없는 숫자의 흑미와 백미가 보였다.

두 마리 대 다수의 전투인데도 싸움의 양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두 마리의 괴물들은 검은 흑표범들과 거대화된 토끼 뭉치를 사정없이 베어내고 짓이겨내고 있었다.


“저렇게 쉽게 무너진다고?!”


선명을 받기 전이었지만 한때 죽음의 공포마저 느껴질 정도로 의진이 만든 녀석들이다.


어째서 저놈들이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아······!”


문득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분명히 이번에는 나 역시도 의진의 집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의진에게 받은 피리를 불자 결계가 옅어졌다.

그리고 옅어진 결계는 나만이 아니라 놈들에게도 통용된 것이다.

아마도 놈들은 이것을 계기로 여기까지 들이 닥친거겠지.


나는 백미와 흑미를 바라보았다.

녀석들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나에 대한 적개심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집과 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눈빛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허락된 자였다.


‘나도 같이 한번 해 볼까?’


한걸음 발을 내밀며 장신구에 들어가 있는 붓을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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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만남 - 화우계승자 21.07.10 38 0 12쪽
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5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4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2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5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5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40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2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7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5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4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6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1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9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3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7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8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9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7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8 0 12쪽
»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4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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