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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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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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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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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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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9) 만남 – 우화등선

DUMMY

일주일이 흘렀다.

네 명 중 세 명의 금천이 두 모녀가 준비한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엄청 맛있는데? 좋네.”

“감사합니다. 집진님. 이것도 더 드릴까요?”

“······.”

고개를 끄덕이는 집진을 본 진아 엄마는 어느새 손에 들려온 따뜻한 수프를 그녀의 식탁 앞에 내려놓았다.


진아와 진아 엄마도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으로 금천들과 함께 식사를 함께했다.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군. 우리 누님이 만든 요리 솜씨 못지않잖아! 하하하!”

무진은 고기 한 점을 크게 입에 넣으며 말했다.

“무진님 고기만 드시지 마시고 채소도 같이 드세요.”

진아엄마는 야채를 먹지 않는 무진에게 채소가 들어간 접시를 앞으로 내밀었다.

“······.”

무진을 머뭇거리는 얼굴로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진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편식은 좋지 않아 무진아.”

“하하하······.”

무진은 난감해하는 얼굴로 젓가락을 들어 채소를 집었다.

진아엄마는 법진과 눈이 마주치자 서로 웃었다.

진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아엄마와 금천들이 서로 편하게 대할 정도로 친해진 모습이었다.


인도하는 자. 법진.

싸우는 자. 무진.

두루 살피는 자. 집진.


현천산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이들이 국숫집에 식객으로 일주일째 지내고 있었다.


“형님, 오늘도 나가시나요?”

진호는 같이 젓가락으로 채소를 집으며 물었다.

“애들 체력 단련시켜주고 와야지. 요새 형진이라는 꼬맹이는 특히 가르칠 맛이 난다니까.”

무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형님.”

현지산에서만 지내다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진 무진이었다.

마을에 온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금천을 신처럼 받들고 있었다.

진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무진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영광과도 같았다.

똘망똘망한 얼굴로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무진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할 일이 없으면 너도 같이 가자.”

“그럴까요? 저야 좋죠.”


진호는 무진과 함께 아이들과 약속된 마을 공터로 향했다.

이미 아이들을 서로 저마다 무진이 가르쳐준 것을 이미 연습하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무진과 진호를 발견한 아이들은 하던 연습을 멈추었다.

“와아! 무진님이다!”

“무진님!”

“진호님!”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아이들은 무진과 진호를 반겼다.

“하하하. 녀석들 재밌냐? 어제 배운 대로 연습 더해봐. 내가 봐줄 테니.”

“네! 무진님!”

아이들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자세를 잡았다.

“다리 더 숙이고 팔은 더 몸에 붙여야지!”

“네!”

무진은 아이의 팔다리를 하나하나 잡아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호의 눈에 구석에 바닥에 앉아 무진에게 무술을 배우는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아이가 눈에 보였다.


‘뭐지? 저 아이는?’


진호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너도 할래?”

“······.”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형이 하는 걸 보는 걸로 좋아요.”

“형? 어디?”

“저기요.”

꼬물거리며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두 팔을 교차하며 내지르는 아이와 그아이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는 무진이 보였다.


“너도 같이하면 재미있지 않아?”

“그게. 발이······.”

“발?”

아이의 발목은 붕대에 감겨있었다.

“치료는 받은 거야?”

“네. 발을 쓰지 않고 푹 쉬면 된다고 했어요. 그럼 저도 형과 같이 배울 수 있어요.”

“그래. 푹 쉬어야 해 알았지?”

“······네.”

아이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고민이 있는 표정이었다.

“왜? 무슨 일이 있니?”

“제 다리가 다 낫기 전에 금천님이 마을을 떠나시면 저는 못 배우잖아요. 빨리 낳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어깨가 처진 채 고개를 숙였다.

“음······.”

진호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붓을 쓸까?’

이미 캘리그래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상처였다.

다만 진에서 쓰는 힘의 균형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이 정도 쯤은······.’

진호는 허리춤에 달린 구슬에서 붓을 꺼내 들었다.

“그럼 형이 고쳐······.”

“내가 하지. 손에 쥐고 있는 붓 넣어둬.”

“?!”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의진이 서 있었다.


“어? 대체 언제?”

진호는 의진을 바라보았다.


‘언제 온 거지?’

진호의 마음을 읽은 듯 의진이 말했다.


“지금 왔지. 이 아이의 치료는 내가 하지.”

의진은 진호와 아이 사이로 다가가며 말했다.

아이의 발목을 향해 손을 가져댔다.

“으······윽.”

붕대를 푸는 손길에 아이는 고통 어린 소리를 냈다.

의진은 품 안에서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부어오른 발목에 약병을 기울였다.


톡.

톡.

액체가 병의 주둥이를 타고 발목을 향해 떨어졌다.

액체는 피부에 닿자마자 스며들었다.


스스스.

소년의 푸르게 부은 발목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 안 아파!”

“······.”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멀쩡해진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의진은 아이를 향해 말했다.


“일어나봐.”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몇 번 구르며 신기해하던 아이는 의진을 향해 활짝 웃었다.

“우와! 하나도 안 아파요. 감사합니다.”

“되었다. 어서 가봐.”

의진은 멋쩍은 듯 무진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아이에게 말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며 진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안다치도록 조심하고.”

“네!”

아이는 형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형과 함께 자세를 잡으며 무진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고마워.”

“진의 백성이야. 금천으로서 해야 할 일이야.”

진호의 인사에 의진이 답했다.


“의진, 그런데 말야.”

“······?”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야? 그냥 놀러 온 건 아닐 테고.”

진호는 궁금함을 담고 의진에게 물었다.


“널 우로 보낼려고.”

“방법을 찾은 거야?!”

“뭐, 일단은.”

의진의 말에 진호의 눈이 커졌다.


+++


의진이 마을로 나타났다는 말에 나머지 금천들이 진아의 식당으로 모였다.


“진호를 우로 보낼 방법이 있다.”


그동안 모든 금천이 함께 고민하던 것이었다.

의진이 해결법을 찾은 것이다.

진호와 세 명의 금천은 궁금증을 감추지 못한 채 의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우화등선하겠다.”

“······.”

“······.”

“······.”


의진의 말 한마디에 일순 모두가 침묵했다.

‘우화등선이라······.’

진호는 의진의 말을 곱씹었다.

분명히 들은 적이 있었다.

신이 되는 것.


우화등선.


금천의 굴레를 벗어나 온전한 하나의 신이 되는 것이다.

아직 우에서도 진에서도 그 누구도 우화등선한 이가 없었다.

의진이 말한 것은 그것이었다.


“허, 참.”

무진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의진을 바라보았다.


“의진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집진은 심각한 얼굴로 의진에게 되물었다.

“이미 난 선택했고, 번복은 없어.”

“너!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알아!”

무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의진을 향해 다그쳤다.

“우리도 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정말 넌 그래도 괜찮은 거냐?”

“난 이미 결정한 일이야.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나?”

“······.”

의진의 되물음에 무진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면 우리도 반대할 수 없군요.”

법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누님!”

“그만하자. 우린 의진의 의견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어.”

“그렇지만!”

법진은 고개를 저었다.


“흐음······.”

진호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설마?’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의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역시 이곳에 애정으로 있는 거 아니었어? 나 때문에 일부러 신이 되겠다는 건가?”

“누가 남을 위해 신이 되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이번엔 조금은 그럴지도 모르겠군.”

“왜? 다른 방법도 분명 찾고 있을 건데?”

“물론 고민했다. 진호 너에게는 미안하다.”

“······뭐가?”

“그때 절벽에서 기진에게 가슴이 뚫렸을 그때 난 이미 한번 죽은 것과 같았다.”

“······.”

“기진을 봉인하고 나서 생각했다.”

“······.”

“진에 대한 미련도 얽매임도 허무해지더군. 그리고 그것이 내가 신에 오르는 깨달음이었다.”

“······.”

의진의 말에 진호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진호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진이 의진에게 다가갔다.

“네가 신에 오른다면 의진의 후계자는 어쩌고?”


“그게 제일 문제였지.”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두고······.”

“후계자도 찾았다.”

“뭐?!”

“그러니 문제 될 건 없어. 그리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니?!”

“무슨 소리예요??”

집진과 무진이 의문을 내비치는 사이 의진의 몸에서 희미한 빛들이 실처럼 흘러나왔다.

“이건?”

놀란 눈으로 의진을 바라보는 무진을 향해 의진은 설핏 웃었다.

“이미 준비는 전부 끝냈어.”

“설마······!”

”난 이미 우화등선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어. 곧 금천의 역임이 끝난다.”

“허······!”

무진은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멍하니 의진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의진님 이건 너무 당황스럽군요.”

무진과 기진은 무척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얼굴이 변하지 않는 기진 역시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파아앗.

허리에 달린 구슬에서 빛이 흘러넘쳤다.

‘이. 이건? 왜 갑자기?’


진호의 허리춤에 달린 구슬을 바라보며 의진이 말했다.

“네 구슬을 꺼내 봐.”

허리에 달린 장신구를 손에 쥐어 들어 보였다.

기진은 손을 가볍게 저었다.

그러자 구슬의 빛이 줄어들더니 안에서 무언가를 뱉어냈다.

나온 것은 봉이었다.

‘이건 그거잖아!’

무한에서 받은 전기를 뿜어내는 백만 볼트 봉이었다.


화아아앗.

은은한 빛을 내던 백만 볼트 봉이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지금 널 우로 보내마.”

“뭐?!”

진호는 세 명의 금천을 둘러보았다.

갑작스러운 모두와의 이별에 모두가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법진은 고개를 저었다.

“배웅하자. 이것이 어쩌면 진호와 마지막이겠구나.”

“법진님!”

“누님!”

항의하는 무진과 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돌아갈 때가 된 것을 탓할 순 없지. 모든 것은 순리대로인 것을······.”

“누님!”

“법진님!”

“우리가 다들 모여서 배웅하는 하는 게 어디니.”

법진은 진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언제고 또다시 본다면 좋겠지. 고맙다 진호야.”

“법진누나.”

법진은 진호를 향해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우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겨서 다행이구나.”

“누나.”

진호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며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법진누나, 무진형님, 집진님.”

“우리가 더 고마웠어. 진호야.”

“꼭 우에서도 잘 해결하시길 바래요. 진호님.”

“······고맙다.”


형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눈앞에 있던 금천들도, 국숫집도 하얗게 흐려졌다.

그리고 내 몸도 하얀빛에 둘러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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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만남 - 화우계승자 21.07.10 38 0 12쪽
61 (61) 만남 – 준우의 선물 21.07.09 34 0 11쪽
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3 0 11쪽
»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2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5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4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40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6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49 (49)방문 - 검은 뱀, 하얀 뱀 21.07.06 35 0 11쪽
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47 (47) 방문- 각자의 위치로 21.07.06 36 0 11쪽
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45 (45) 수복 - 결전의 준비 21.07.05 39 0 12쪽
44 (44) 수복 – 선력(仙力)의 벽 21.07.05 33 0 11쪽
43 (43) 수복 – 부탁 21.07.04 41 0 11쪽
42 (42) 수복 – 마무리 21.07.04 36 0 12쪽
41 (41) 수복 - 결계 21.07.04 36 0 12쪽
40 (40) 수복 - 작은진실 21.07.03 37 0 12쪽
39 (39) 수복 - 깨어난 법진 21.07.03 40 0 12쪽
38 (38) 수복 - 지키기 위한 싸움 21.07.03 38 0 11쪽
37 (37) 수복 – 마지막 재료 21.07.02 37 0 12쪽
36 (36) 혼돈 – 살리는 약(하) 21.07.02 38 0 12쪽
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34 (34) 혼돈 – 의진의 빚 21.07.0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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