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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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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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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415
추천수 :
3,538
글자수 :
192,838

작성
22.0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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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9화. 삼공자님이십니까?

DUMMY

9화



“사···. 삼공자님 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영지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들이 아무리 변방인 일라이스에 살고 있지만, 정보에 아예 꽉 막힌 것은 아니다.


가끔 세금을 걷기 위해 오는 백작령의 관리에게서도 정보를 듣기도 하며, 왕국 전역을 떠도는 상인들에게도 귀동냥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백작령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삼공자는 구제 불능의 망나니다.


삼공자를 만나면 말을 섞지 말고 피해라.


그런 소문들이 대륙의 남단에 있는 일라이스까지 퍼진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삼공자 라일이면 안 되는 겁니까?”


김서준의 말에 영지민들이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 모습에 김서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지?’


김서준이 잠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노리스가 김서준의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삼공자님의 과거 행동이 여기까지 소문이 났나 봅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다.


괜히 입맛이 씁쓸해진 김서준이 마을 사람들을 한번 쓱 살핀 뒤 천천히 관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형적인 변방의 마을이네. 영지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야.’


김서준이 본 일라이스의 현실은 듣던 것보다 더욱 열악했다.


백작령도 그의 시선으로는 열악하게 보였지만, 일라이스는 그것을 초월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산골 촌 동네를 갔을 때 느끼는 충격보다 더욱 심했다.


‘오히려 다행인가?’


하지만 또 오히려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낙후된 영지에 김서준이 박혀있다면, 백작은 그에 대한 경계를 조금은 더 풀 것이다.


무슨 짓을 꾸미려고 해 봐야 이곳에서는 도저히 무얼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나에게도 일단은 좋아.’


발걸음을 옮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삼공자 라일의 몸에 빙의한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비록 시설은 낙후되고 백작령과 비교하면 코딱지만 한 영지였지만, 김서준은 일라이스에 와서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매일매일 두들겨 맞지 않아도 되었으며, 불편한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김서준은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대체 왜 이 몸에 빙의됐을까?’


과학적으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유체이탈이니, 차원 이동이니 하는 이야기는 잘해야 유사과학 취급이었고 대부분은 씨알도 안 먹히는 괴담 취급을 당했다.


특히 과학과 공학을 맹신하는 김서준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랬던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지금까지야 살아남으려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긴 한데···.’


지금까지는 살아남기 급박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이등병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긴장하고 긴장하는 삶.


하지만 이제 확실히 해야 했다.


인정해야 한다.


과학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지만, 이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이제 김서준이 아니라 라일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제 라일의 삶을 살아야 한다.


김서준의 삶을 살고자 한들, 이곳에서는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을 뿐이다.


‘살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김서준은 살고 싶었다. 다시는 죽음을 겪기 싫었다.


남에게 살해당한다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강의실에서 칼을 맞을 때 역시 마찬가지지만, 오르시우스와 결투를 할 때도.


뼛속 깊숙이 느꼈다.


그가 용감해서 검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것.


이제 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인 것이다.


똑똑.


김서준이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삼공자님.”


노리스였다.


노리스는 김서준을 따라 일라이스행을 택했다.


노리스는 백작령 기사단의 기사단장.


그가 영지를 이탈한다고 했을 때. 평소였으면 백작이 반대했을 것이다.


‘눈 밖에 난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잘된 것인가?’


김서준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백작은 노리스를 잡지 않았다.


오히려 노리스가 그를 따라간다고 하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


영지에서 골칫거리 하나 치우려는 생각.


그 생각이 김서준에겐 오히려 이득이었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가 곁에 있어 준다면, 일단 무력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게다가 오르시우스가 이끌고 온 기사 몇 명도 큰 도움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오신 뒤로 꽤 오래 방에만 계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해서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노리스의 얼굴에는 그다지 염려의 기운은 없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이 분명했다.


“오신 이유를 말해보시죠. 제가 걱정돼서 오신 게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노리스가 순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리스도 천생 무인이었다.


검을 맞대고 있을 때는 얼굴에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런 사람이 오히려 나았다.


적어도 저런 사람은 거짓과 정치는 모른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믿고 쓸 수 있다.


“얼굴에 다 쓰여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세요.”


김서준의 말에 노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제야 넘겨짚은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영지에 너무 소홀하신 것이 아닌가 해서 와봤습니다. 영지 한 번 둘러보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네요. 영지민들의 눈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긴 해야겠네요.”


너무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일라이스 영지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김서준이 그 즉시 방을 나섰다.


“영지가 작으니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겠네요.”


방을 나선 김서준이 발걸음을 옮기다가 노리스를 향해 물었다.


이 영지를 둘러봐야 한다면.


그 전에 하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노리스경.”

“예.”

“제 이름이 뭔가요?”


갑작스럽고 이상한 질문에 노리스가 눈을 좁혔다.


“라일 아닙니까? 라일 샤이페릭. 갑자기 이름도 까먹으신 겁니까?”


노리스는 아직도 김서준이 기억을 잃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다만,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행동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노리스의 대답에 김서준이 마음을 정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그냥 노리스경의 기억력이 멀쩡한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이제 노리스경도 나이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크흠. 아직 괜찮습니다.”


노리스가 짐짓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끼이이익-!


작은 영주관이지만 나름 육중한 영주관의 대문을 열자.


환한 햇볕이 김서준의 얼굴에 닿았다.


“맞아요. 제 이름은 라일입니다.’

“네. 맞습니다. 누가 무어라 했습니까?”


햇볕을 받으며 김서준 아니, 라일이 천천히 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노리스가 의아하단 표정을 지으며 뒤따랐다.


**


라일이 영지에 나타나자 영지민들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창밖으로 고개만 삐쭉 내밀었다.


‘두려워하네.’


그들의 얼굴에는 호기심도 있었지만, 대부분 두려움의 감정이 가득했다.


‘노리스경의 말처럼 정말 소문이 난 모양이네.’


쓴웃음이 지어졌다.


라일의 과거가 개차반이라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는데 그 소문이 여기까지 난 것은 놀랄 일이었다.


“이제부터 바꿔가면 되겠죠.”

“맞습니다.”


라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것처럼 노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뜻을 알아들으셨나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과거처럼 지내시면 제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노리스는 뭐 그런 것을 묻냐는 표정을 지었다.


어깨를 으쓱인 라일은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것도 없네요. 그리고 열악하고요.”


언뜻 본 것보다 일라이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인프라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하네요.”

“아무래도 버려지다시피 한 곳이니까요. 이곳은 세금도 제대로 징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리스는 라일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노리스가 보더라도 이곳 일라이스는 열악하다 못해 비참할 지경이었다.


길거리에서는 분변 냄새가 풍겨왔고 집들은 곧 무너질듯한 것들이 태반이었다.


“시장은 없나요?”

“예. 영지민들에게 물어보니 없다고 합니다.”


라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사람들은 물자를 어디서 구하나요? 생활을 하려면 물자가 있어야 할 텐데요.”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사고팔거나 가끔 들리는 상단들에서 구매하는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더 심했다.


시장에서 돈이 풀리고 물자가 돌아야 영지에 활력이 돈다.


그런데 가끔 들리는 상단에게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것은 꽤 문제다. 상단이 정기적으로 오지도 않을 것이며, 폭리를 취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아쉬운 것은 일라이스니까.


“사람들은 밥은 잘 먹고 다닙니까?”


질문은 했지만, 라일은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지 못할 것이다.


상황이 이래서야 어디 밥을 잘 먹고 다니겠는가?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돈과 물자가 돌지 않으니 영지가 멀쩡할 리 없다.


외적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그런데 제 식단은 나쁘지 않게 나오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설마 영지민들을···.”


라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런 영지민들을 뜯어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일단 백작령에서 가져온 돈을 통해 구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렇게 돈을 쓰다가는 곧 돈이 바닥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노리스는 영지민들에게 징수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라이스 같이 열악하고 작은 영지에서 세금 징수는 영지민들의 삶을 망가뜨린다.


라일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히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고 대부분의 아이의 몸이 말라 있었다.


식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


‘으음.’


라일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마음을 정리한답시고 방에 처박혀 있던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영지민들은 저를 원망했겠네요. 중앙에서 사람이 왔는데, 방에 처박혀서 좋은거나 처먹고 있었으니까요.”


라일 그가 백작령에서 들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에는 일라이스의 상황은 없었다.


그냥 먼 곳에 있는 백작령 영지라는 이야기만 듣고 내려온 상태.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라일은 입맛이 썼다.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왔던간에.


여기 영지민들은 그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다.


“후우. 이거 안 되겠네요.”


김서준이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노리스에게 말했다.


“돌아가죠. 그리고 돌아가는 대로 일라이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서준의 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노리스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열기가 가득했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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