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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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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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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838

작성
22.03.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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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9화. 준비

DUMMY

19화



쿠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슨 꿍꿍이지?’


쿠로는 라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일의 차림새나 덩치를 보면 무술을 익힌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귀족이라고 봐주리라 생각하는 건가?’


쿠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게 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귀족? 귀족이 뭐. 변방으로 쫓겨온 주제에.’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라일을 혼내주기 위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맞짱? 좋다. 파술. 네가 나가라.”

“예. 상단주님.”


쿠로가 손짓을 하자 그의 심복인 파술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섰다.


파술의 왼쪽 뺨에는 귀까지 이어진 긴 흉터가 있었다.


그가 전쟁에서 꽤 굴렀다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흉터.


일반인은 그 흉터만 보더라도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곤 했다.


‘단순히 흉터가 전부는 아니지.’


쿠로는 자신 있었다.


파술은 단순히 결투 실력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싸우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


이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했다.


파술이 앞으로 나서자 라일도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으응?’


그런데 이상한 점이 보였다. 영주가 앞으로 나서는데도 그를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이상한데?’


불안한 감정이 쿠로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치고 올라왔다.


“설마 정말 귀족이라고 못 건들 것이라 생각하나?”


쿠로의 말에 주변의 무사들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상대가 중앙의 대귀족이라면 당연히 그들도 신경 썼을 것이지만, 변방 일라이스의 영주에게 그런 것을 신경 쓰지는 않는다.


혹 불구가 되거나 죽게되면 골치는 아프겠지만, 돈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게 변방으로 쫓겨오는 영주들의 운명이었다.


“혼자야?”


라일이 홀로 말을 몰아오는 파술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혼자로도 충분하지.”


파술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평소 귀족을 베고 싶다는 욕망이 있던 그였기에 지금 상황은 너무나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자. 그럼 시작하지.”


말에서 내린 파술이 톱니가 달린 도를 뽑아 들고 천천히 라일에게 다가왔다.


“무기를 들어라. 나는 귀족이라고 봐주지 않아. 그리고 저항하지 않는 상대는 재미가 없다고.”


“아. 그건 내 마음대로 할 게. 그런데 너도 말이 짧다? 이 동네는 말이 짧은게 유행이나봐.”


그 말에 파술의 얼굴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살려달라고 빌게 해주지.”


파술이 칼을 들어 라일을 향해 달려갔다.


한 마리의 야생동물이 달려드는것 처럼 꽤 빨랐다.


그가 중간쯤 달려왔을 때도 라일은 손을 늘어뜨리고만 서 있었다.


‘건방진 놈!’


허벅지를 노리려던 검이 살짝 위로 들렸다


이대로라면 복부를 찌르게 된다. 톱날이 달린 칼로 복부를 찔리면 내장이 칼날에 딸려 나오게 된다.


고통 속에 죽어가게 된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달려갈 때.


콰앙-!


그의 귀에 무언가 굉음이 들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파술이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이···. 이놈!”


쿠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라일이 폼 속에 손을 넣었다가 꺼내는 순간.


파술이 달려오던 곳이 그대로 터져나갔기 때문이다.


“저···. 저건!!”


손이 분노와 황당함으로 덜덜 떨렸다. 쿠로가 라일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가 아막에게 준 물건이었다.


“이야. 정말 알라의 요술봉보다 좋네.”


파술 아니 파술이었던 것을 보며 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혹한 장면이었지만, 라일은 억지로라도 태연함을 유지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라일에게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그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적막 속에 오직 라일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비···. 비겁한 놈! 그것을 쓰다니!”


“비겁? 뭐 규칙이라도 정하고 했나? 방심한 놈이 잘못이지.”


“으으음···.”


쿠로 상단주가 대답을 더 하지 못했다.


라일의 말이 맞았다. 지금의 싸움은 기사의 결투 같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목숨과 목숨이 부딪치는, 수단과 방법이 없는 말 그대로 ‘싸움’이었다.


“다음 없어? 쫄리면 단체로 덤벼도 상관없어.”


단체로 덤비라는 말에 상단의 무사들이 울컥했다.


‘오냐. 나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마.’


쿠로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셋이 가라.”


아직 기사가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사가 움직여도 상관은 없다. 기사가 움직이는 순간 쿠로는 전 병력을 움직여 기사들까지 포로로 잡을 생각이었다.


기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결국 물량 앞에는 장사 없는 법.


‘설마 오러 블레이드라도 쓰겠어?’


피식 웃음이 났다.


상대가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기사의 몸 값은 비쌌고 어딜 가든 대우가 좋았다.


이런 변방 영지에 오지 않는다.


‘한 번 나오기만 해봐라.’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살아온 쿠로였지만, 지금 어린 영주에게 수치를 당하는 것은 쉽게 참기 힘들었다.


“셋? 좋네.”


세명의 무사가 달려 오는 것을 본 라일이 다시 알라의 요술봉을 들었다.


“충전은 됐고.”


꽤 괜찮은 마나석이 들어간 덕에 요술봉의 충전은 꽤 빠르게 마쳐졌다.


연사가 되지 않는 것이 좀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이건 어떻게든 나중에 해결해볼 생각이었다.


“흩어져!”


라일이 스태프를 겨누자 무사들이 급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셋 중 하나는 당하더라도 나머지 두 명이 복수를 해주면 된다는 생각.


그 모습에 라일이 미소를 지었다.


“왼쪽? 오른쪽?”


스태프를 좌우로 움직일 때 마다 무사들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가운데!”


갑자기 스태프가 자신을 겨누자 안색이 창백해진 무사가 급히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라일이 알라의 요술봉이란 이름을 붙인 것 답게 스태프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리 몸을 던졌지만, 폭발 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 명 아웃.”


목숨은 건졌지만, 전투를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남은 것은 이제 두 명.


두 명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제 서로가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거리.


그 거리가 되었을 때.


라일이 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노리스가 검을 내밀었고 라일은 그대로 검병을 잡았다.


사르릉.


미끄러지듯 검집을 빠져나온 검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기사 흉내라도 낼 생각이냐?”


일단은 작전대로 되어갔기 때문에, 쿠로는 라일을 비웃었다.


스태프를 다시 쓸 수 없다면.


상단의 무사들이 절대 질 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복사 슬롯2 : 아르멘 격검술이 활성화됩니다.]

[복사랭크 C]


오랜만이었다.


이곳에 내려온 뒤로 검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기우였네.’


그래서 살짝 걱정을 하긴 했다.


혹 검의 길이 안 보이면 어쩌나하는 걱정.


하지만 그의 생각처럼 기우였다.


검을 잡은 그 순간 라일은 아르멘 격검술을 펼치는 검객이 되었다.


어떤 각도로 어떻게 검을 후려 쳐야하는지.


그 궤도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슬롯3 : 제국 1군단의 마나호흡을 활성화 합니다.]

[슬롯2와 상호작용 합니다.]

[복사랭크 C]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속에서 마나가 들끓었다.


‘청량해.’


청량한 느낌. 마치 시원한 사이다를 온몸으로 마신 기분이었다.


“어어?”


정확한 거리.


격검술을 펼칠 수 있는 완벽한 거리에서 라일의 검이 왼쪽 무사의 머리를 후려 쳤다.


생각보다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에 무사가 깜짝 놀란 무사가 검을 들었다.


반사적인 움직임.


꽤 훌륭한 반사신경이었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서걱-!


무사의 눈에 불신의 빛이 가득 맺혔다.


단 일격이었다.


그의 검은 라일의 검을 막아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로는 차단했으나 오러블레이드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오러블레이드를 막으려면 보검을 쓰거나 같은 오러블레이드를 써야 한다.


무사의 경지나 장비가 그렇지는 못했기에 결과 역시 감내해야 했다.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무사가 달려오던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상체가 크게 갈린 것도 치명상이었지만, 넘어지며 목이 꺾인 것이 사인이 될 것이었다.


“아···. 안 돼!”


나머지 한명의 무사가 급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패착이었다.


달려오던 힘을 제대로 중화시키지 못했기에 무사의 자세는 이미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칠 라일이 아니었다.


이미 노리스와 수많은 대련으로 이런 틈을 보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쑥-!


오러블레이드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자세가 무너진 무사의 옆구리를 라일의 검이 파고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 차라리 내가 맞을걸.’


의식이 사라지는 무사의 머릿속에 차라리 마법 공격을 자신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살았고 나머지 둘은 죽었다.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었다.


그렇게 그의 의식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크으음.”


쿠로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기사였군···.”


누가 일라이스에 기사급 영주가 왔다고 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타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니 무어라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들이 박아?’


순간 쿠로의 머릿속에는 이대로 일라이스를 들이 박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다. 아니야. 영주가 기사면 다른 기사들도 있을 거야.’


특히 라일의 양옆에 서 있는 두 명의 남성이 심상찮아 보였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없었다.


‘더 준비해야 된다.’


기사가 한 명이면 그대로 박았을 테지만, 영주를 포함하면 세 명은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대로 박는 것은 피해가 너무 컸다.

차라리 기사를 잡을 완벽한 준비를 하는게 낫다는 판단.


판단이 선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만, 원한은 잊지 않을 것이다.”


“혓바닥이 기네.”


“크흠! 가자!”


반박해봐야 더 추해질 뿐이었기에, 쿠로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와아아아아아!


쿠로와 상단의 무사들이 사라지자 이 장면을 구경하고 있던 영지민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주님 만세!”

“만세!”

영지민들은 단순히 외적을 물리쳤기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활기차고 행복했다.


그 시간을 남에게 빼앗기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말 그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라일을 원하고 라일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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