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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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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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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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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8
글자수 :
192,838

작성
22.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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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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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
12쪽

016화. 돈. 그리고 더 많은 돈.

DUMMY

16화



“이게 도대체 뭐야?!”


푹! 푹!


땅을 파는 알도란스키의 얼굴에는 불신의 빛이 가득했다.


설마 이렇게 쉽게 땅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삽이라는 물건으로 바닥을 헤집고 떠올리면 흙이 뭉텅뭉텅 딸려 나왔다.


“왜 이렇게 간단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그 불신은 비단 알도란스키만의 것은 아니었다.


“이게 그 삽이라는 물건이라는거야. 영주님이 특별히 고안하신 물건이라고 하더라고.”


“오오오!”


영주라는 말이 나오자 영지민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역시 영주님이셔!”

“그럼 그럼! 내가 뭐라고 했어? 우리 영주님이 일라이스를 바꾼다고 했지?”


알도란스키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웃기네. 영주님이 우릴 부려먹을 생각이라고 그렇게 화를 냈으면서.”


동료들의 말에 알도란스키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크응. 그때는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냐?”


“그건 그렇지.”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새로온 영주가 일을 시킬 때만 해도 영지민들은 불신이 가득했다.


그저 아막 시즌2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먼저 노동의 대가는 확실하게 지급이 되었다.


그리 큰돈은 아니었으나, 그 돈도 영지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구매할 수 있는 물자가 충분하지는 않았으나, 돈이 돌기 시작하니 어떻게든 물자를 마련해오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영주의 명령에 따라 공사에 참여해도 돈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는 시간에 사막에 나가거나 주변 들판으로 가 사냥이나 채집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일라이스로 가져오면 곧바로 팔려나갔다.


이 때문에 지금 일라시아는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무력한 모습은 일라이스의 영지민들이 게으르고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은 일이 없고, 돈을 벌려고 노력을 해봐야 아막에게 모두 빼앗겼기 때문에 무력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노리스경?”


영지민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오르시우스가 노리스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은가? 삼공자. 아니 영주님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셨다고.”


그 말을 들은 오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일라이스 영지로 따라오는 결정을 한 것은 오직 기사의 명예 때문이었다.


기사는 명예와 긍지가 없으면 시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곳에 와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라일에 대한 그의 평가가 바뀔 수록 이전에 라일 때문에 죽어나간 그의 부하들이 생각난 것이다.


“진즉 이러셨으면···. 부하들도 죽지 않았을텐데요.”


그 말에는 노리스도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리였다.


일전의 라일과 지금의 라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금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으음···.”


오르시우스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명예를 위해 라일을 진심으로 따르긴 하겠지만, 아직 그의 응어리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집 사이사이로 왜 땅을 파는지 자네는 알고 있는가?”


노리스의 질문에 오르시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삽질조가 하는 일.


그것은 노리스나 오르시우스도 처음 보는 작업이었다.


각 집마다 마치 깊은 고랑을 파듯 길을 내고 있었다.


삽질조가 깊게 길을 내면 다른 조가 그곳을 단단하게 다졌다.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얼 하고자 하는지 말입니다. 그냥 아무 일이나 시키고 돈을 나눠주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오르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돈을 나누어주면 영지민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으니 그저 아무 일이나 시키고 돈을 준다고.


하지만 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는 라일은 의미 없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궁금하십니까?”

“영주님.”

“영주님.”


그때 둘의 뒤에 라일이 걸어왔다. 라일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한 시도 쉰 적이 없었다.


낮에는 인부들과 함께 일을 했고 밤에는 영주관에서 종이에 무언가를 쓱쓱 그려냈다.


“그럼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호기심을 참지 못한 오르시우스가 물었다.


하지만 그가 얻은 대답은 라일의 미소가 전부였다.


“조만간 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 알면 재미 없잖아요.”


“크응.”


오르시우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이 해주실 것이 있습니다.”


“분부만 하시지요.”


오히려 노리스보다 오르시우스가 먼저 나섰다.


솔직히 말해 오르시우스는 지금 조금 심심했다.


영지민들이야 노동이라도 하지만, 지금 그와 다른 병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영지민은 물론이고 라일마저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눈치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병사들도 작업에 투입해달라 요청했지만.


라일은 그 요청을 거절했다.


병사들을 작업에 투입하면 효율적이긴 했으나, 그들은 그들의 일이 따로 있었다.


“곧 돌아올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예?”


오르시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노리스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대체 어디까지 일을 벌리셨는지 가늠도 안 되는구나.’


이번 일은 그도 모르는 일.


그리고 그 일에도 분명 계획이 숨어 있을 것이다.



*


“후우. 후우. 서두르자.”


요기와 그의 동료들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끼히이잉!


그들의 뒤로는 여러대의 수레가 물자를 가득 싣고 따르고 있었다.


“오금 떨려 죽을뻔 했네.”

“그러게 말이야.”


요기와 요기의 동료들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들은 라일의 명령으로 지금까지 아막이 거래하던 상단을 찾아갔다.


그들만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단을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단에서는 매번 거래하는 사람들과 달라진 인원구성에 의심을 품었다.


다행히 거래에는 성공했지만.


혹시 거기에서 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요기와 그의 일행들은 벌벌 떨어야했다.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이것도 신기한 경험이네. 매번 사람들 괴롭히기만 하다가···.”


이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사람들을 괴롭힐 때는 아막 덕분에 배를 곯지도 않았고 몸도 편했으나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고생해서 영지민들을 돕게 되었다.


몸도 힘들고 죽음의 공포가 심장을 죄어 왔으나 이상하게 지금이 마음이 더 편했다.


드디어 그들에게도 무언가 쓸모가 생겼다는 생각이었다.


두두두두두


“저기다! 멈춰라!”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라이스를 향해 나아갈 때.


황무지 저편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살기 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요기가 급히 수레를 끄는 말들을 채찍으로 후려쳤다.


채찍을 맞은말들이 거품을 물며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상단놈들이다!”

“제길. 거의다 왔는데!”


일행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상단에서 눈치를 챘다면 그들을 곱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과 아막은 범죄 공동체라고 해도 무방했다.



아막이 일라이스를 착취하면 이제 상단에서 물자와 재화를 유통해줬다.


아막과 특수관계에 있는 상단에게 일라이스는 안정적인 돈주머니였다.


그런 돈주머니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 더 빨리 달려주라!”


요기가 말들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무거운 수레를 끌고 있는 말들은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상단의 무사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만 갔다.


그리고 얼마 뒤.


상단의 무사들은 요기 일행들을 앞질러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후우. 후우.”


요기와 동료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긴장된 눈으로 무사들을 바라봤다.


“이놈들 감히 거짓말을 해?”


상단의 무사가 살기 어린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막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으나 상단 무사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네놈들이 떠나고 난 뒤 아막 패거리가 도착했다.”


‘제길.’


요기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막의 잔당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막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우릴 속여? 흐흐흐.”


상단 무사의 얼굴에 탐욕이 가득해졌다.


벌써 요기와 일행을 죽이고 물자를 탈취할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우릴 죽이면 일라이스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요기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은 상단 무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탐욕을 더욱 자극한듯싶었다.


“우리가 약해서 일라이스를 그냥 둔 줄 아나?”


“?!”


상단 무사의 말에 요기가 흠칫 놀랐다.


“흐흐. 아막이 훌륭하게 빨대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지. 근데 이제 도구가 사라졌으니···.”


상단의 무사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햝았다.


그의 눈에 담긴 탐욕은 상단 무사 개인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모두 죽여라. 죽이고 돈과 물건을 회수한다.”


상단의 무사가 곡도를 뽑아 들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를 따라온 다른 무사들이 살기를 흘리며 요기와 일행에게 천천히 말을 몰아왔다.


“어···. 어떻게 하냐?”


동료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기서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어쩌지?’


요기의 머릿속도 복잡했다. 이런 선택지는 그들에게 없었기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건을 포기해?’


물건을 포기한다면, 어쩌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아···. 안 돼!’


하지만 요기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 물건을 사기 위해 라일이 큰 돈을 지출했다.


만약 여기서 물건을 빼앗긴다면, 라일은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큰일을 맡겨주셨는데···.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


“싸운다.”

“뭐?”


요기의 말에 그의 동료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무리 봐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병신 양아치처럼 살래? 차라리 여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싸운다.”


요기의 말에 동료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영주님을 믿는다. 영주님이라면 분명 여기까지 생각하셨을거야.’


도박이었다.


하지만 요기는 도박에 목숨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이발! 그래.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요기의 표정을 본 다른 동료들도 이를 꽉 깨물고 소리쳤다.


“흐흐. 병신들. 그러면 여기서 죽어라.”


살기 어린 미소를 띠며.


상단의 무사들이 요기와 그의 동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봐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돌격에 맞추어 요기도 단검을 뽑아 들고 맞서 뛰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쐐애애애액!


요기는 파공음이 들려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커억!”


그리고 그를 향해 달려오던 상단의 무사 하나가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처박힌 무사의 목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고 그의 등에는 커다란 화살이 박혀 있었다.


“어?”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에 상단의 무사들이 말 머리를 돌렸다.

“화살이다! 모두 흩어져!”


상단의 무사가 급히 소리쳤지만.


다른 무사들이 그 지시를 이행하기도 전에.


더 많은 화살이 그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기사와 병사들은 일라이스의 주민을 보호한다.”


“예!”


그리고 황무지 언덕 너머에서.


노리스와 오르시우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병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왔다.


상단 무사들에게는 절망의 장면이었지만.


요기와 그의 동료들에게는 그 외침이 천사의 외침처럼 들려왔다.


“역시 영주님이야!”


그의 동료 중 하나의 북받친 목소리.


그 말을 들은 요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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