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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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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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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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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838

작성
22.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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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4화. 총 맞은 것처럼.

DUMMY

34화



영지민들이 긴장된 얼굴로 사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시오.”


그리고 사내가 다가왔을 때.


영지민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하지만 영지민들의 긴장과는 달리, 사내는 활짝 웃으며 영지민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영지민들이 약간은 긴장을 풀며 물었다.


“어디서 오셨소? 여기는 외지인이 잘 찾는 곳이 아닌데.”


그 질문에 사내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뭐 하는 곳이지?’


멀리서 보았을 땐.

그냥 밭을 갈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가와서 보니 논밭이 아니었다.


‘여기를 파봐야겠군.’


마음을 먹은 사내가 사람 좋은 얼굴로 질문에 답했다.


“그저 세상이 보고 싶어 떠돌다가 발걸음 닿는 곳으로 흘러왔습니다.”


유려한 대답에 영지민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여행자? 라는 말인가?”

“발길이 닿긴 무슨 발길이 닿아. 그냥 여행하는 거구만···.”


처음 듣는 표현에 영지민들이 궁시렁거렸다.


그 궁시렁에 사내의 얼굴이 잠시 꿈틀거렸지만, 이내 사람 좋은 얼굴로 질문을 이어갔다.


“여기 영지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그 질문에 영지민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긴 일라이스인데···. 어딘지도 모르고 왔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네.”


“일라이스면 모를 수도 있지. 워낙 촌구석이어야 말이지.”


일라이스를 모른다는 말에도 영지민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로 안내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내가 정중하게 물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

“그지 그건 좀 그렇지.”


영지로 안내해달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영지민들을 보며 사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영지인가?’


그것에 생각이 미친 사내가 품에서 동전을 꺼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이번에는 영지로 안내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지민들의 반응은 사내의 생각과는 달랐다.


“돈은 좋은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


“왜 안 된다는 겁니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사내가 물었다.


설마 살다 살다 돈을 거절하는 평민을 처음 본 것이다.


“아직 일을 다 못했으니 못 돌아가지.”

“암 그렇고 말고.”


말을 마친 영지민들이 다시 삽을 들고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으응?’


그 모습에 사내가 눈썹을 찌푸렸다.


‘영주가 지독한 자인가 보군. 돈을 거부한 채 일을 하고 말이야. 기다려야겠군.’


일단 혼자 일라이스를 가는 것 보다 영지민들과 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사내가 영지민들이 일하는 곳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사내의 얼굴에 지루함이 가득해졌을 때.


사내가 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일하는지요? 벌써 꽤 시간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다른 영지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다른 영지에서 노역에 종사하는 영지민들은 어떻게든 쉬엄쉬엄 일하려고 한다.


어차피 이렇게 일을 해봐야 영지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고 영주가 모든 이득을 취했으니까.


하지만 일라이스의 영지민들의 모습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제 일을 하는 것처럼 열심이었다.


“일이 끝나야 돌아가지. 어떻게 그냥 돌아갑니까?”


“으음.”


원론적인 대답. 하지만 일라이스에 빨리 가고 싶었던 사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어디까지 해야 합니까?”

“뭘요?”

“이 일 말입니다.”


사내의 질문에 영지민이 허리를 펴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조오기 까지 파는 게 오늘 목표이긴 합니다만.”


“도와드리지요.”


더이상 기다리기 지루했고 한시라도 빨리 영지로 가고 싶었던 사내는 영지민들의 일을 돕기로 했다.


“뭐 그렇다면 우리야 고맙다만···. 임금은 줄 수 없는데···.”


“임금은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임금 따위를 바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그럼 이걸로 파면됩니다.”

“이게 뭡니까?”


삽을 건네받은 사내가 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가 육체 노동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서도, 일반적인 작업 도구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받은 삽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도구.


“삽이라는 건데, 영주님이 만드신 거요.”


“아···.”


영주가 만들었다는 말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명을 좋아하는 영주인가보군. 그다지 쓸모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혹 자기가 만들었다고 영지민들에게 억지로 사용하게 한 것은 아닐까?’


푹.


그런 생각을 가진 채 일을 시작한 사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바꿔야 했다.


“뭐야 이거?”


땅을 파는 것인 너무 수월했다.


그 역시 땅을 파 본 적이 있었다. 야영을 하거나 사냥을 할 때 땅 팔 일이 꽤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땅을 파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삽이라는 것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부수었다.


몸이 힘든 것은 비슷했지만, 같은 힘을 쓰더라도 더 많은 흙을 더욱 수월하게 파낼 수 있었다.


‘뭐야 이거? 정말 뭐야?’


너무나 쉽게 파지는 흙을 보며 사내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후후. 우리 영주님이 이런걸 잘 만드신다니까?”


사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영지민들이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그런데 이건 얼마입니까? 그냥 나눠주진 않았을 거 같은데?”


사내의 생각은 이 시대적 배경에서는 당연한 소리였다.


이런 신제품을 만들면 영주들은 그걸 그냥 공짜로 나누어 주는 법이 없었다.


일이야 힘들든 수월하든 영지민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었기에, 네가 일을 수월하게 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심보.


‘꽤 비싸 보이는데···.’


하지만 이번에도 사내의 예상은 틀렸다.


“돈을 왜 내요? 영주님이 우리 편하라고 그냥 주신 건데. 그리고 일이 빨리 끝나야 영주님도 좋으시고.”


사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라일의 생각은 이 시대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공사라는 것은 공기가 길어질수록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소모된다.


농노들이나 평민들에게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 경우에는 공기가 길어지더라도 추가 손해가 없었지만 라일처럼 임금을 꽤 지급하는 경우에는 공기가 짧은 것이 무조건 이득이었다.


그랬기에 라일은 장비나 식량 같은 것은 인부들에게 아끼지 않고 제공했다.


그 돈보다 공기가 길어져서 손해보는 돈이 더 컸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그저 자신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느끼는 영지민들이 태반이었다.


“흐음.”


영지민들의 반응을 본 사내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영주가 누군지 궁금하군.’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영지민들의 환심을 사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삽 같은 것을 개발하는 지도.


그리고 영지민들의 말처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왜 일라이스 같은 변방에서 영주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땅을 파고 나서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갈 수 있는 것입니까?”

“좀 씻고 갑시다. 너무 꿉꿉해서 말이야.”


‘씻어?’


씻는다는 말에 사내가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일반 농노들이나 평민들도 씻긴 한다.


하지만 물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귀한 자원 중 하나였다.


그렇게 귀한 자원을 단순히 먼지를 씻어내는데 쓴다는 것을 쉬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이곳이 밖이라고해도 말이다.


“자. 그쪽도 같이 씻읍시다.”


또 무슨 흥미로운 것이 있을까 하여 사내는 영지민들을 쪼르르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간 걸어가자 사내의 눈은 더 없이 크게 뜨여졌다.


“이게 뭡니까?”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당연히 물은 흐른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물이 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길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든 길.


그 길을 따라 물이 먼 곳을 향해 빠르게 흘러갔다.


“어떻게 강에서 물길을···.”

“이것도 다 영주님이 생각하신 것이지요.”


물을 흐르게 하려고 수로를 파는 일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로를 파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하고 또 물길을 바꾸기 위해서 강 안쪽의 토사도 파내야 하는 어려운 작업.


하지만 지금 눈앞의 모습은 사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수었다.


‘높이 있는 물은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니···.’


보를 쌓아서 물이 위로 고이게 한 다음 길을 내면.


물은 그대로 길을 따라 쏟아진다.


그 힘을 타고 물은 계속 영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단순히 그뿐만이 아니다.


멀리서 보아하니 중간중간에 다시 위치 에너지를 받기 위한 계류지가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럼 물은 비싸게 팔겠지? 그러니 밖에서 씻고 가는 걸 테고.’


이런 공사를 통해 물을 공급했다면 당연히 가격이 비싸리라 생각한 사내가 물었다.


“물은 얼마입니까?”

“으잉? 돈을 왜 냅니까? 물은 물인데?”

“헉.”


사내가 다시 한번 놀랐다.


도대체 영주라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빨리 씻고 갑시다. 갈 길이 멉니다.”


대답을 마친 영지민들이 들고 온 바가지를 이용해서 서로의 등에 물을 뿌려줬다.


“어이쿠 시원하다. 뭐합니까? 안 씻고. 안 씻으면 땀내난다고 애들이 싫어해요.”


“아···. 네.”


얼떨결에 사내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웃통을 벗고 등에 물을 뿌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먼지를 씻어냈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이 더욱 가득차올랐다.


*


몸을 씻어낸 뒤 사내는 영지민들의 뒤를 따라 일라이스에 도착했다.


“으음.”


일라이스를 멀리서 본 사내의 속마음은 아까와는 조금은 달랐다.


‘작디 작은 영지군.’


마을처럼 작은 영지는 아니었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작은 영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수로가 각 가정을 모두 통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럴수도 있겠구나. 이러면 모든 집이 물을 쓸 수 있겠어!’


사내의 고개가 이리저리 빠르게 돌아갔다.


‘물이 풍부하니 영지가 매우 깨끗하구나!’


길거리에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도시든 소규모 영지든, 대부분의 영지에서 악취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귀한 물을 청소하는데 사용할 수는 없었고 각종 오물을 그냥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일라이스의 거리에서는 오물을 찾기가 힘들었다.


‘오물은 도대체 어디에 버린단 말인가?’


사내는 모르고 있었지만,일라이스에서는 상수와 하수를 구분하여 오물은 모두 하수에 버리도록 철저하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을 수 없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뭘 참을 수 없단 말입니까?”

“영주관이 어디요?”

“저기···.”

“고맙습니다.”


영지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향해 사내가 빠르게 뛰었다.


‘누구냐? 도대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가 지금껏 여행한 수많은 도시나 영지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


도대체 영주가 누구기에 이런 것들을 해내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렇게 뛰어가는 사내를 보며.


영지민들이 흘러가듯 중얼거렸다.


“그냥 가면 총 맞을 텐데···.”

“냅둬. 튼튼해 보이는구먼.”


“총 맞은 것처럼~”


떠나가 버린 사내를 두고 영지민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성불예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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