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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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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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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38

작성
22.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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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0화. 크고굵은게 좋아

DUMMY

20화



영주관으로 돌아온 라일은 노리스와 오르시우스를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노리스의 말투와 얼굴에는 약간의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라일이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에 영지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그 모습은 백작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었다.


비록 규모는 작고 사람들의 모습은 볼품없는 일라이스였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바람과 열망이 얼마나 강렬하게 전해지는지가 더 중요했다.


“적이 생각처럼 움직여주긴 했는데, 막상 일이 벌어지고나니 골치가 아프네요. 그래도 몇 번은 속아주길 바라긴 했는데요.”


“그렇습니까?”


노리스와 오르시우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되묻긴 했으나, 노리스와 오르시우스도 라일의 말에 동의를 했다.


벌써부터 적대세력이 생긴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텐스 상단이 영지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기도 하거니와, 라일의 기민하고 영리한 반응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텐스 상단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 것이 분명한 상황.


대비를 해야 했다.


“생각하신 것은 있으십니까?”

“명령만 내려주시면 가서 요절을 내겠습니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의 대답은 달랐다.


둘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답.


“받아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영지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고 적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처하기에는 영지의 역량이 부족하니까요.”


다시 한번 놀라는 노리스.


만약 라일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면, 지금 라일이 말한 것을 노리스가 말했을 것이다.

라일의 말대로 지금 영지는 공격을 수비하기에는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영지는 성벽 하나 없이 탁 트여있었고 라일이 이끌고 온 병사들 외에는 영지를 지킬 병사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영지에 전쟁이 닥치면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망가질 수도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 질문에 라일이 쓴웃음을 지었다.


“맞기 전에 때리는 게 답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동의합니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도 라일의 의견에 동의했다.

본래부터 맞기 싫으면 먼저 때리는 것이 옳았다.


그리면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단순해졌다.


어떻게.


어떤 방법을 써서 텐스 상단을 피해 없이 진압하느냐.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기사의 힘을 믿고 무작정 돌격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 그리고 라일이면 적의 중심부를 뚫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 병사들의 피해는 커질 것이다.


‘지금 병사를 잃을 수는 없어.’

지금 영지에서 병사를 키워내기에는 돈도 인력도 없었기에 백작령에서 온 삼십 명의 병사는 라일에게는 잃으면 안 되는 자원이었다.


“적군의 주 무기가 무엇일 것 같습니까?”


일단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명언을 떠올렸다.


“적 상단의 무사들은 일단 모두 활과 검을 패용하고 있었습니다.”


활과 도검 그리고 창.


그게 이 세계의 주요 무기였다.


‘거기에다가 마법이 있지.’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법.


하지만 마법의 효과를 이해하면 어느 정도 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

공격 마법은 그가 살던 시기의 중화기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아티팩트가 더 많으면 좋을텐데.’


언제든 방법을 강구하겠지만, 아직 아티팩트는 시기상조였다.


“백병전은 우리가 유리하겠네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저쪽에서 기사급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노리스와 오르시우스의 얼굴에는 한 치의 두려움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싸우면 이긴다는 필승의 정신.


‘흐음. 피해가 있으면 안 돼.’


하지만 그렇다고 노리스와 오르시우스를 밀어 넣을수는 없었다.


쿠로가 그들을 보고 돌아간 이상.

기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 분명했다.


기사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면 그렇게 돌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번 병사들을 봐야겠습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병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전생에 군사학에 대해 배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학은 결국 군과 분리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


그랬기에 발전의 맥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알고 있었다.


“소집하겠습니다.”


노리스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하지만 오르시우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


영주관 마당에 삼십의 병사들이 모였다.


그들이 라일을 보는 시선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라일이 일전에 오르시우스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이 라일을 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 바뀌었지만, 오늘 상단의 무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과 일라이스에 활기가 도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라일을 그들의 ‘영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장상태는 활이 중심이네.’


병사들의 무장은 석궁과 팔 한쪽 길이만한 검이 중심이었다.


로마의 글라디우스를 연상케 하는 무기였다.


‘특이하네.’


로마는 글라디우스로 세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글라디우스를 쓰기 위해서는 대형을 유지할 수 있는 대형 방패가 필수였다.


그런데 지금 영지의 병사들은 검과 석궁은 있어도 대형 방패는 없었다.


‘마법 때문이겠네.’


마법은 마치 전생의 중화기를 떠올리게 했다.


밀집대형을 유지하면 마법에 단숨에 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방패는 없나요?”


라일의 질문에 노리스가 대답했다.


“왕국의 정식 편제로는 대형 방패를 운용하는 병종이 따로 있긴 합니다만. 보통 지방의 영주들은 방패병을 운용하지 않습니다.”


“왜요?”


노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돈 때문입니다.”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라일은 노리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돈.


결국 돈이 문제였다.


어차피 병사들은 농노들로 쉽게 충원할 수 있으니 굳이 병사들에게 비싼 방패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저는 또 마법 때문인 줄 알았네요.”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노리스는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설마 라일이 군사적으로도 재능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그건 상단의 무사들도 마찬가지겠네요?”


“그럴 겁니다. 상단의 무사라면 대부분 용병에 가까울 텐데, 용병들은 아무래도 이동에 편한 무기를 선호합니다.”


라일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굳이 방패병을 운용하지 않아도 되고, 경무장인 상대를 상대하기 좋은 병종.


게다가 적과 살을 부비지 않아도 되는 병종.


‘파비스.’


파비스 석궁병.


대형 방패를 가지고 다니면서 방패를 엄폐물 삼아 사격을 하는 병종이었다.


마침 병사들이 패용한 무기도 석궁이었고 적들의 무장도 경무장이라 꽤 쓸만해 보였다.


물론 진짜 파비스 석궁병의 방패처럼 쇠를 섞어 만들 재원은 없었지만, 일단 흉내만 내도 효과는 좋을 것이다.


‘궁기병이 더 좋아보이긴 하지만.’



기마만 충분했으면 몽골의 기마궁병을 흉내 냈을 것이다.


하지만 기마궁병을 훈련하는 데는,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


파비스는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병종이라 여겨졌다.


‘문제는 방패가 없다는건데.’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방패부터 만들어야 했다.


“노리스경. 오르시우스경. 병사들과 영지민들을 동원해서 사람 몸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사각 목제 방패를 만드세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의문이 생기긴 했으나, 노리스와 오르시우스는 라일의 명령에 질문을 덧붙이지 않았다.


정말 놀랍게도.


라일의 말을 따라서 손해를 보거나 불리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


“이게 도대체 뭐야?”

“이걸 왜 만드는데?”


영지민들의 모든 작업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은 주변으로 나가서 벌목을 시작했다.


병사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에 많은 방패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형 방패를 처음 만들어보는 영지민들 아니 처음 보는 영지민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영주님이 이유 없이 일을 시키겠어? 잠자코 하자고. 돈도 주신다는데.”


“크응. 자네 말이 맞네.”


하지만 영지민들은 이내 별 상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유도 모르고 삽질을 하는 것이나, 나무를 깎아 방패를 만드는 일이나 그들에게는 별다른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성들은 더 좋아했다.


삽질을 하는 일에서는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된 일은 남자들이 하고 여성들은 자잘한 일을 하다 보니 남성들보다 받는 임금이 적곤 했다.


하지만 방패를 만드는 일에서는 여자들의 섬세한 솜씨가 필요한 부분들이 꽤 있었기에 여자들도 두둑이 임금을 받아갔다.


병사들과 영지민들을 모두 동원한 결과 대형 방패 서른 개는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어졌다.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노리스가 방패가 모두 만들어졌음을 보고했다.


“보러 가시죠.”

“예.”


영주관 앞마당으로 나가자 마당에 수십개의 방패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크고 굵은 것이 좋네요.”


쇠를 덧붙이거나 유약을 덧칠한 방패가 아니라 오래 쓸 수도 없었고 파괴력이 강한 강철 화살을 막아낼 것 같지는 않았으나 애초에 오래 쓸 생각이 없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방패 하나만 저기 세워두시겠어요?”

“넵!”


병사 하나가 라일의 명령을 받고는 후다닥 달려가 방패를 영주관 담벼락에 세웠다.


“이 정도 되려나? 저쪽에 서 보세요.”


대충 오십 미터 정도.


라일이 눈으로 거리를 가늠했다. 활과 활의 교전거리는 백 미터를 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석궁의 경우는 더욱 사정거리가 짧기 때문에 실험을 더 먼거리에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 자리에 서시고. 잠시만요.”

“아···. 알겠습니다!”


병사가 멈춰서자 라일이 담벼락으로 다가가 방패 뒤에 몸을 숨겼다.


방패가 컷기에 키가 큰 편에 속하는 라일을 숨길 수 있었다.


“이제 방패에 대고 쏘세요.”


라일의 명령을 받은 병사의 얼굴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병사가 눈알을 돌려 오르시우스와 노리스를 슬쩍 바라봤다.


제발 말려달라는 눈빛.

하지만 노리스와 오르시우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들 역시 라일의 돌발행동에 놀랐으나 이내 라일을 믿었기에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아. 왜 나야.’


그들과는 반대로 병사의 얼굴은 점점 썩어갔다.


만약 여기서 방패를 맞추지 못한다면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음이오 만약 방패를 쏴서 라일이 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다.


‘하 씨. 왜 나야 정말···.’


하지만 명령이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끼이익-!


석궁을 장전한 병사가 방패의 중심부를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쐐애애애액-!


화살이 거의 직사에 가깝게 허공을 갈랐다.


퍼억-!


그리고 방패에 틀어 박히는 화살.


“후우우우.”


방패는 뚫리지 않았다. 화살이 반쯤 박혔지만, 뚫리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라일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병사가 다리를 후들거렸다. 당장이라도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공이다.’


이 정도면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고 혹시 방패가 뚫린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몇 번만 버텨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두 하나씩 챙기세요. 여러분의 생명줄이 될 겁니다.”


라일이 방패 뒤로 나와서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화르륵.


‘응?’


불타오르고 있었다.


라일을 보는 병사들의 눈에는 무한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쓰는 방패를 시험하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지셨어.’


‘어떤 귀족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


‘저분이 우리 영주님이시다!’


‘노리스경이 따르는 이유가 있었어.’


병사들의 속마음.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직접 방패 뒤에 선 라일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심지어 튼튼한 방패도 아니었다.


급조된 방패.


그 뒤에서 화살을 받아낼 귀족은 단언컨데 별로 없을 것이었다.


“지금부터 영주님의 과거에 대해 날조하는 새끼가 있으면 내 손에 죽는다.”


“어떤 새끼가 퍼뜨린 헛소문인지는 몰라도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병사들은 라일을 진심으로 따르게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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