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8,386
추천수 :
3,538
글자수 :
192,838

작성
22.03.08 19:00
조회
3,763
추천
96
글자
11쪽

023화. 줄건 줘

DUMMY

23화



쿠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분명 몇 배나 되는 인원이 둔덕으로 돌진했는데, 오히려 모두 포로로 잡혀서 돌아왔다.


‘이거 꿈인가?’


현실감이 없었다.

용병을 고용하기 위해 지출한 돈이 얼마던가?


일라이스를 날름 삼키면 그 돈은 모두 보상받고도 남기 때문에 아낌없이 지출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돈값을 못 하고 있었다.


아니.


돈값을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돈을 똥통에 처박은 꼴이다.


“왜 말이 없어?”


라일이 싱긋 웃자, 쿠로는 그제야 현실감이 들었다.


이게 현실이었다. 그가 준비한 것이 라일에게 무참하게 부서졌다.


“왜···. 도대체 왜 공격을 한 것입니까? 이전의 충돌 때문이라면 제가 사죄를···.”


쿠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어떻게든 몸을 낮추고 훗날을 도모···.’


라일에게 바짝 숙여서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숙일 수 있었다.



“일전의 패기는 다 어디 가고 약한 소리를 하고 있어?”


“으음.”


몸을 바짝 낮춘 상태였지만, 쿠로도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평민이 귀족에게 할 수 없는 말. 용서받지 못할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쿠로는 살고 싶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서로 간에 오해가 있어서 벌어진 일인데요.”


그 모습에 라일은 절로 웃음이 났다


‘살살 긁어야겠다.’


승부는 결정이 났고 이제 전리품의 회수만 남았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방패를 만들기 위해 영주민을 굴린 임금과 영주민들이 일라이스의 공사에 손을 떼서 발생한 손해.


그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배상금은 절대 한두 푼으로 끝낼 생각 역시 없었다.


“그럼 한 번 봐볼까?”

‘빌어먹을 새끼.’


쿠로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린놈의 영주가 욕심만 배 속 가득히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 뺏기는 것보다는 일단 좀 내어주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죄의 의미로 제가 선물을 드리고자 하는데 어떠십니까?”

노골적인 제안이었다.


내가 잘못했고 그 대가로 돈을 줄 테니 족한 줄 알고 물러가라.


하지만 여기에 응할 생각 역시 없는 라일이었다.


라일은 이곳에 올 때부터 이미 쿠로의 상단을 통째로 삼킬 생각이었다.


‘일라이스에 제일 부족한 것은 물자다.’


일라이스가 가장 부족한 것.


물론 부족한 것은 너무 많았다.


특히 사람도 부족했고 돈도 부족했다.


하지만 더 부족한 것을 꼽자면 물자였다.


사람들이 돈이 있더라도 살 물건이 없었다.


쿠로의 상단을 집어삼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변방의 상단이긴 했지만, 그래도 상단은 상단.


취급하는 물건이 많고 다양했다.


지금 일라이스에 너무나 필요했다.


‘게다가···.’


라일이 가장 궁금했던 것. 도대체 쿠로의 텐스 상단은 마나석을 어디서 구했냐는 것이었다.


셰린의 말에 따르면 마나석은 원석일때도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석유잖아.’


그야말로 석유였다.


지금 대륙에 마나석을 공급하는 곳 중 부자가 아닌 곳이 없었다.


그 마나석을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라일은 딱 석유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쿠로 따위가 마나석을 취급했다면.’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


“어디 한번 봐볼까?”


여기서 쿠로의 목을 바로 날릴 수도 있지만 라일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 라일의 태도에 거래가 성공했다고 여긴 쿠로가 라일을 상단 내부로 안내했다.


‘줄 건 줘.’


하지만 쿠로는 몰랐다.


줄 건 줘는.


정말 영혼까지 다 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쿠로의 안내를 받아 상단 내부를 둘러보던 라일은 솔직히 꽤 놀랐다.


생각보다 상단의 규모가 컸다.


변방의 상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규모.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지만, 상단 내부의 창고에는 온갖 물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왜 이렇게 물건이 많아?”


라일의 질문에 쿠로가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


“아시다시피 변방에는 마땅찮은 상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 영지에는 모두 제가 물건을 납품합니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정보였다.


‘이미 알고 있겠지. 능구렁이 같은 놈.’


“그렇군. 쏠쏠하겠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돈이 귀한 지역이다 보니, 뭘 많이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라일이 그런 쿠로를 지그시 노려봤다.


‘영지의 돈을 바닥까지 긁어갔으면서···.’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많은 물량은 일라이스나 주변 영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물건을 풍족하게 풀고 주변 영지가 부유하다면 물건들이 소비가 되겠지만. 일라이스의 꼴을 보았을 때 다른 영지들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물건들을 따로 소모해주는 곳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을 찾아야겠다.’


수상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쿠로가 이 지역에서 독점적인 상단을 운영할 수 있던 이유.


그 이유가 그곳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라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리스경.”

“예. 영주님.”


이제 그의 입에선 삼공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노리스에게 라일은 이제 삼공자가 아닌 확실한 일라이스의 영주처럼 보였다.


“오르시우스경.”

“예.”


노리스의 오르시우스가 반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이자를 비롯한 잔당들을 일라이스로 끌고 가세요.”


“헉!”


그 말을 들은 쿠로가 순간 헛바람을 크게 들이 삼켰다.


쿠로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일라이스로 끌려간다는 뜻이 무슨 뜻인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영지를 습격한 놈들입니다. 법대로 다스리겠습니다.”


“예!”


라일의 말에 오르시우스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상황 판단이 좀 둔한 오르시우스는 설마 라일이 이들을 살려줄까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야···.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약속? 내가 언제 약속을 했던가?”

“분명···.”


쿠로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라일의 말처럼 그는 약속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한 번 보겠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쿠로가 울부짖듯 으르렁거렸다.


“이러고도 일라이스가 무사할지 아십니까?”


“왜? 빽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한다?”


라일의 말에 쿠로가 짙은 웃음을 띠었다.


“후회하기 싫으면 이쯤 족함을 알고 물러서는 게 좋을 겁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자인가 보다.’


만약 적당한 뒷배였으면 여기서 그 뒷배를 언급하며 라일을 겁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언급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을 만큼의 뒷배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마나석과 관련이 있는 뒷배라···. 과연 누굴까?”


“입조심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세상에는 듣지 말고 알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겁니다.”


말을 마친 쿠로가 내심 침음성을 삼켰다. 그는 라일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신 눈알을 대륙 대륙 굴렸다.


하지만 라일의 미소에서 그는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한번 들어나 볼까?”

‘안 되는데···.’


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그것을 안고 죽을 수는 없었다.


“듣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건데요?”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 혹시 아나? 내가 그 뒷배에 겁먹고 너를 살려줄지.”


이드드득


쿠로가 이를 갈았다.


저것이 도발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저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를 정말로 죽일 테니까.


죽고 나면 라일이 복수를 당하든 그렇지 않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상단을 돌봐주는 사람은 바로···.”


결심한 쿠로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펑-!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작은 폭발음이 라일의 귀로 들렸다.


그와 동시에 쿠로의 눈코입에서 붉은 피가 주르르륵 흘러내렸다.


풀썩


그리고 힘없이 바닥으로 풀썩 쓰러지는 쿠로.


“죽었습니다.”


오르시우스가 쿠로의 경동맥에 손을 가져다 댄 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법···. 인가요?”


라일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그의 주변에는 오직 노리스와 오르시우스. 그리고 일라이스의 병사들만 있었다.


상단 무사들과 용병들은 상단의 마당에 포박된 상태.


그들이 수작을 부렸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결론은 하나.


‘그’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 마법이 걸려있었다는 것이다.


‘볼드x트도 아니고.’


라일은 문득 전생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셰린양이 봐야 정확하겠지만. 아무래도 마법이 맞는 것 같습니다. 외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겠죠. 그리고 상대는 이곳을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네요. 보고 있었다면, 그냥 나를 죽였을 겁니다.”


라일의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다.


여기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딱 두 명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정체를 발설하려고 한 쿠로와 그 정체를 들을 라일.


둘을 제거하면 깔끔했으니까.


‘오히려 다행인가? 아직 이 사실을 모를테니.’


시간이 있다.


쿠로가 ‘그’에게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마법을 걸어둘 정도라면 절대 신뢰하는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알려지는데도 시간은 있다는 말.


그 안에 어떻게든 준비를 해야했다.


“병사들에게 상단의 모든 재물을 압수하라고 하세요.”


“예. 영주님.”


엄청나게 쌓여 있는 물자를 보며 오르시우스의 얼굴은 이러다가 입이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헤벌쭉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병사들의 보급이 다 떨어져 가던 시점.


빠듯한 살림으로 일라이스를 경영하고 있는 라일에게 보급을 요청하기도 민망하던 차였다.


그런데 지금 이 재물이면 병사들에게 보급을 풍족할 수 있었으니 그가 좋아하지 않을 리 없었다.


“저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노리스가 굴비처럼 묶여 끌려가는 용병들과 무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죽이실 겁니까?”


저들을 죽이기는 쉽다.


분명 영지민들의 사기도 올라갈 것이다.


‘흐음.’


그러나 라일은 고민에 빠졌다.


‘사람도 자원인데···.’


일라이스는 모든 것이 부족한 곳.


돈도.

물자도.

그리고 사람도.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꽤 고급인력에 속하는 상단의 무사들과 용병들은 군침이 도는 인력이었다.


‘문제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냐는 건데···.’


통제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확실했다.


애초에 일라이스의 뿌리를 두고 있는 자들도 아니었으며, 라일에게 힘으로 정복된 이들이기도 했고 또 동료들을 잃기도 했다.


그들이 아무 탈 없이 정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


그 순간 라일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단 영지에 돌아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노리스는 이내 호기심을 거두었다.


언제나.


라일은 그가 걱정하고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이제 그런 것에 익숙해진 노리스였다.


그런 노리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일은 연신 히죽히죽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줄 건 줘.

늘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영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1 22.03.22 400 0 -
공지 제목변경공지 22.02.18 346 0 -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19시입니다. 22.02.14 3,771 0 -
36 036화.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6 22.03.21 1,793 66 11쪽
35 035화. 고문관 +5 22.03.20 1,991 69 11쪽
34 034화. 총 맞은 것처럼. +2 22.03.19 2,261 73 11쪽
33 033화. 마법은 고도로 발전된 과학처럼 보인다. +2 22.03.18 2,504 68 12쪽
32 032화. 암 아이언맨(5) 22.03.17 2,591 71 11쪽
31 031화. 암 아이언맨(4) 22.03.16 2,705 70 12쪽
30 030화. 암 아이언맨(3) 22.03.15 2,800 72 12쪽
29 029화. 암 아이언맨(2) +3 22.03.14 3,056 77 11쪽
28 028화. 암 아이언맨(1) 22.03.13 3,254 83 12쪽
27 027화. 만지작 만지작 +1 22.03.12 3,392 77 12쪽
26 026화. 이게 다 뭡니까? +1 22.03.11 3,480 87 12쪽
25 025화. 스킨쉽 +5 22.03.10 3,590 85 11쪽
24 024화. 첫 개통 22.03.09 3,810 94 12쪽
» 023화. 줄건 줘 22.03.08 3,764 96 11쪽
22 022화. 다시 만나 반갑다. 22.03.07 3,846 102 11쪽
21 021화. 일방적으로 맞아본 적 있나? +2 22.03.06 4,016 96 12쪽
20 020화. 크고굵은게 좋아 +1 22.03.05 4,174 99 12쪽
19 019화. 준비 +9 22.03.04 4,157 98 11쪽
18 018. 말이 짧다? +1 22.03.03 4,247 97 11쪽
17 017화. 노배럭 더블커맨드 +2 22.03.02 4,379 102 13쪽
16 016화. 돈. 그리고 더 많은 돈. 22.03.01 4,404 110 12쪽
15 015화. 선테크 후 러쉬 +3 22.02.28 4,562 108 11쪽
14 014화. 알라의 요술봉?! +4 22.02.27 4,641 114 13쪽
13 013화.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5 22.02.26 4,539 114 11쪽
12 012화. 그럼 돈 내놔! 22.02.25 4,620 113 12쪽
11 011화. 담근다? 22.02.24 4,688 109 12쪽
10 010화. 우서?! +2 22.02.23 4,756 11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