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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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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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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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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38

작성
22.03.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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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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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0화. 암 아이언맨(3)

DUMMY

30화



“자세히. 말해.”

“아. 예.”


뭔가 이상한 말투였지만, 요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말투 말고도 라일이 그냥 특이하게 보였으니까.


“텐스 상단에서부터 역추적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포로를 풀어주지 않아서 정보가 많지는 않아 보였지만, 일라이스까지 도달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아 보입니다.”


“으음.”


말이 빨라서 많은 것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뉘앙스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적들을 모두 포로로 잡은 것이 주효했다.


만약 포로가 아니라, 관리가 힘들다고 내보냈으면 그들을 통해 적이 일라이스의 정체를 쉽게 알아냈으리라.


‘설마 일라이스 같은 촌구석 영지가 텐스 상단을 뚫어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나 보네.’


라일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이 근방의 누구도 일라이스가 어떤 상단이나 단체를 칠 만한 병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곧 일라이스를 가끔 들르는 사람들로 인해, 일라이스의 소식이 퍼지겠지만.


그때가 되면 일라이스도 최소한의 준비는 된다.


“요기.”

“예. 영주님.”

“너 포로 알아?”

“포로라고 하시면···.”


요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포로들이랑 안면식이 있는 것은 맞았다.


아무래도 아막과 함께 상단 사람들을 몇번 만났으니 알던 사람들 역시 있었다.


“모병. 접촉 해. 30명.”

“아···. 네.”


이해했다.


포로들에게 접촉해서 모병을 하라는 말이 분명했기에 요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우. 영지민. 좋다. 군인으로 복무하면.”


“아···. 군인으로 복무하면 영지민으로 대해주고 대우도 좋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말을 저렇게 하는 거지? 요즘 유행인가?’


듣기 어려울 정도로 파편화된 말에 요기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저것도 이유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다시 샘솟았다.


“지금 당장.”

“네!”


허리를 굽힌 요기가 급히 라일의 방을 빠져 나갔다.



*


“하아. 정말 이건 아닌것 같아.”


포로들이 노역을 하는 현장은 영지민들의 그것보다 환경이 좋지 않았다.


채석과 같은 육체를 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기 싫으면 한 번 밖으로 나가보던가.”


“크응”


포로들은 아직도 그들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두려워했다.


게다가 일 역시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기에 견딜 수 있었다.


“어? 저놈은?”


포로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들의 눈에 작업장으로 들어오는 요기가 보였다.


“크응.”


몇몇 포로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 포로는 요기가 들어와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목!”


그런데, 작업장에 들어온 요기가 큰 목소리로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요기에게 향했다.


“자신이 무술에 좀 소질이 있다. 거수.”


포로들이 잠시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대부분 손을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그들은 용병들과 상단 무사 출신이 대부분.

무술을 못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자신이 일라이스의 군인이 되고 싶다 거수.”


웅성웅성


군인이라는 말에 포로들이 수근거렸다.


군인이 무엇인가?


해당 국가나 영지를 지키는 병사다.


그런데 포로들을 상대로 군인을 모집하는 것은 그다지 상식적인 일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론 충성심이 높은 영지민들을 대상으로 모병을 했다.


그래야 배신하지 않고 충성하니까.


그랬기에 지금 모병제안은 포로들에게는 의외의 제안이었다.


“화살 받이로 쓰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들의 말을 들은 요기가 덧붙였다.


“우리 영주님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 보다시피 우리 영주님은 포로들에게도 대우를 잘 해주신다.”


포로들은 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


불만을 내뱉기는 했으나 그들의 처지가 포로치고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을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보통의 포로라면 식사도 제대로 안 주고 밤 늦게까지 노역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맛은 없더라도 그들에게 식사는 꼬박꼬박 나오고 있었고 노역의 강도도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도 아막의 휘하에 있던 깡패였다. 그런데 영주님은 이런 나도 중요하게 쓰고 계신다. 너희라고 다를 건 없을 거다.”


‘그래. 이렇게 노역만 하는 포로보다는···. 군인이 나을 수도 있어.’


‘아니야. 절대 하면 안 돼. 포로가 화살받이 왜에 무슨 쓸모가 있다고···.’


서로 생각하는 것은 달랐기에 섣불리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내가 하겠소.”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팔레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좋다! 스물아홉명 더 받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팔레스의 뒤를 따라 포로들이 연신 손을 들었다.


평생 칼을 잡던 그들이.


삽을 잡는 현실에 만족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전공만 세운다면 그들의 대우도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그들 머릿속에 가득했다.


*


“빨리 모아왔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라일의 칭찬에 요기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영주관 내부에 있는 연무장.


연무장에는 서른명의 포로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라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역을 하다가 바로 온 까닭에 먼지가 묻어 있었으나 라일은 물론이고 포로들조차 그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너희는 이제 군인이다.”


라일의 말에 포로들의 얼굴에 약간의 당혹감이 떠올랐다.


어떤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군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너희에게. 충성심. 요구하지 않는다. 너희는 직업군인. 각자 직업에 충실하면 된다.”


꿀꺽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에 포로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말이 불안하게 들렸다.


‘정말 화살 받이인가?’


충성심 있는 화살 받이는 필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들과 라일의 생각은 달랐다.


‘애초에 일라이스의 사람도 아닌데 무슨 충성심을 요구해.’


그런 충성이야말로 거짓 충성이다.


‘어차피 충성심은 시간이 지나면 생기게 되어있어.’


라일이 내심 웃었다.


군인들이 가장 전우애가 넘칠 때가 언제던가?


바로 고된 훈련을 받을 때다.


그리고 그 전우애는 이내 소속된 집단에 대한 충성심으로 발전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라일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충성을 강요하지 않았다.


거짓 충성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이 필요했으니까.


“훈련은 지금부터. 받아라.”


라일이 손짓하자 요기와 요기의 동료들이 포로들에게 장구류를 나누어 주었다.


별 다를 것은 없는 장구류였다.


전투복으로 쓸 옷과 신발 그리고 팔뚝만한 나무 막대기.


그것들을 받은 포로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훈련은.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꿀꺽


훈련이라는 말에 포로들이 반색했다.


‘화살 받이를 훈련시키지는 않을 테니···. 다행인 건가?’


통상적으로 화살 받이에게 훈련이라는 자원이 소모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훈련을 한다는 말은 그들이 단순 화살 받이는 아니라는 소리였으니 반색할 만했다.



*


라일의 말처럼 훈련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아직 그들이 지낼 막사가 없었기에, 포로수용소에서 연무장으로 뛰어온 그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로감과 긴장감이 어렸다.


“좋은 아침이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영주 라일이었다.


“영주님이 직접?”

“정말 우리 화살 받이는 아닌가 본 데?”


라일이 직접 훈련에 나오자 포로들이 웅성거렸다.


“그만. 누가 말하랬어? 영주관 입구 찍고 오는데 선착순 두 명.”


선착순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에.


포로들이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선착순 못 알아들어? 가장 먼저 도착한 두 명 외에는 다시 뛴다. 실시.”


그제야 라일의 말을 알아들은 포로들이 빠르게 영주관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는 연무장에서 입구까지는 직선거리로 대충 백 미터.


그렇게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새벽의 전력 질주는 그들의 몸에 부담을 주었다.


“너희 둘 제외하고 다시 선착순 두 명.”


라일의 말이 떨어지자 가장 앞 선 두명을 제외하고는 다시 입구를 향해 달렸다.


그제야 선착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은 다른 사람들도 전력을 다해 달렸다.


‘사람 만들어야지.’


라일은 이들을 현대 군인처럼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병장기가 현대의 그것에 비하면 수준 차이가 나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라일이 생각하는대로만 진행되면, 지금 이 시대의 체계보다는 라일이 생각한 체계가 더욱 효과적이리라 생각했다.


라일이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마지막 두 명이 남을 때까지 이어졌다.


“허억. 허억. 허억.”

“크아악. 죽겠다.”


선착순이 마무리된 후.

병사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숨을 헐떡였다.


난생 처음 해보는 선착순.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선착순 내로 들어오기 위한 무한 경쟁.


자신의 템포대로 달릴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달리는 것보다 더욱 힘들었다.


“누가 입 열으래?”


숨을 헐떡이며 한 마디씩을 중얼거리던 병사들의 귀에 라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들은 숨이 거침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고 라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모두 웃통 벗어.”


웃통을 벗으라는 말에 이번에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병사들.


“모두 동작 그만.”


몇몇 병사들이 선착순을 생각해내고는 상의를 벗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선착순 한 명. 시작.”


이번에는 망설이는 병사는 없었다. 그들은 영주관의 입구를 향해 미친듯 뛰었다.


*


“헛 둘 헛 둘!”


그날 이후로 일라이스에서는 아침마다 기묘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웃통을 벗은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영지를 몇바퀴씩 도는 모습.


사람들은 처음에 그런 병사들을 보고 겁에 질려했으나, 지금은 안쓰럽다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봤다.


“아침부터 무슨 고생이래?”

“그러게.”

“근데 영주님과 같이 온 병사들은 아닌 거 같은데 누구래?”

“그 노역하고 있던 사람들 같은데?”

“아 그래?”


그들의 정체를 안 영지민들의 얼굴엔 그다지 거부감은 없었다.


그들이 노역하던 모습도 보았으며, 지금은 영지를 지키기 위한 병사로 자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게다가 그들에게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 역시 없었으니 병사들의 이미지가 회복되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구보를 끝낸 병사들이 영주관 연무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이마에서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지만, 라일의 허락 없이 땀을 닦으려는 병사는 없었다.


“요기.”

“1번 훈련병 요기!


이제 일주일 남짓 지난 훈련이었지만. 병사들의 군기는 바짝 들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풀어지려는 낌새만 보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체력단련에 그들의 군기는 날카롭게 벼려진 상태였다.


“제식에 맞춰서 연무장 돌아.”


라일이 선택한 첫 주의 훈련은 제식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병사들은 제식 훈련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식 훈련은 현대 군사 훈련에서도 상당히 중요했다.


지휘자의 명령에 조건반사적인 복종을 체화시키고 부대의 행동을 일체화시키는 훈련.


그리고 제식 훈련은 영지민들에게는 믿음을, 상대에게는 공포감을 줄 수 있는 훈련이었다.


라일의 명령을 받은 요기가 소대원들의 옆에 섰다.


“소대 앞으로 갓!”

“하나 둘 셋 넷 하나!”


그런 요기의 모습을 보며 라일이 씩 웃음을 지었다.


요기는 영리했다.

굉장히 영리했던 탓에 어디에 붙어야 그가 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라일이 굴려 먹기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더욱 굴려 먹으려면 요기와 그의 동료들도 이번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 라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나 둘 셋 넷 하나! 왼발!”


척!


“왼발!”


척!


아직은 조금 어설퍼 보이는 제식이었지만, 밖에서 모두 무술을 하다 온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생존이 달린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들의 제식은 꽤 봐줄 만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해도 되겠어.’


첫 주 교육인 제식이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훈련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내가 이길 것 같네요. 노리스경.”


그리고 그들을 보며 라일이 씩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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