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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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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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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38

작성
22.03.0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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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4화. 첫 개통

DUMMY

24화



우걱 우걱-!


팔레스가 딱딱하고 푸석한 빵을 연신 입에 밀어 넣었다.


건설 현장에서 먹는 빵이었기에 먼지가 빵에 묻어 텁텁하였으나,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익숙해졌기에 팔레스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꿀꺽꿀꺽.


한입 가득 빵을 베어 물고 이내 물을 마셔서 빵을 넘겼다.


“크으.”


맛 보다는 생존을 위한 식사.


“하아. 이게 사는 거냐?”

팔레스의 동료 테이든이 그런 그를 보고 툭 말을 뱉었다.


“어쩌겠냐? 이렇게라도 살았으니 다행이지.”


그의 동료들과는 다르게 팔레스의 얼굴에는 암울한 기운이 없었다.


“솔직히 우리야 돈을 받았으니까 움직였던거지. 우리가 뭐 일라이스에 원한이 있어서 그랬냐?”


“그건 우리 사정이지.”


초탈한듯한 팔레스의 말에 동료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망갈까? 이건 사람 사는게 아니야.”


그들은 일라이스로 압송된 용병들과 텐스 상단의 무사들이었다.


일라이스로 압송된 그들은 곧바로 공사에 투입 되었다.


처음 압송될 때만 해도 그들은 일라이스 영지에서 사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몸값을 지불해줄 일가친척도 없었다.


그런 그들이 사형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일라이스의 영주 라일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노역에 투입했다.


음식 같은 것이 형편 없긴 하였으나 그래도 전쟁 노예 치고는 나쁘지 않은 대우.


아니 오히려 대우가 좋았다.


채찍질을 하지도 않았고 인격적으로 모독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일을 많이 시켰을 뿐이고 도망칠 수도 없을 뿐이었다.


초반에 이곳을 도망치려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서 잡혀 온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불쌍하게 갈 줄이야···.”


“텐스 상단주도 그 마법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누가 그래?”


“일라이스의 병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


더는 못 해 먹겠다며 탈출을 시도한 그들은 노역장 인근을 벗어나자마자 커다란 폭발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벗어나면 죽는다니까. 왜 명을 재촉해’


그리고 그들을 찾아온 일라이스의 영주가 다시 한번 친절하게 설명해줬고 그때부터 그들은 탈출을 포기했다.


노역이 힘들긴 했으나, 그래도 똥 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했으니까.


“일해야지. 타박은 안 당해도 밥값은 해야 하니까.”


“쳇. 이게 무슨 밥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삽을 집었다.


“크응. 삽이라도 없었으면 진짜 한번 뒤집었다.”


그들은 그렇게 잡담을 하며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잘 속아 넘어갔습니다.”

“사람은 눈으로 본 것은 믿기 마련이니까요. 아마 보여주지 않았으면 계속 도주를 시도했을 겁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놀랍습니다.”


라일과 노리스가 노역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라일이 생각한 방법은 ‘연기’였다.


상단 무사들과 용병들이 데면데면하다는 것을 이용한 연기.


상단 무사들과 용병들을 분리해 수용한 뒤 영지의 병사를 위장시켜 투입했다.


‘쿠로의 죽음을 본 사람들이 있다.’


쿠로가 어떻게 죽었는지 본 상단의 무사들이 공포를 확산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랬기에 위장 투입된 병사들이 도주를 시도하는 척 한 뒤 그들의 시야가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처절하게 죽는 연기를 시켰다.


효과는 탁월했다.


공포는 순식간에 전체로 퍼져나갔다.


일반인들이 가지는 마법에 대한 두려움.


그들 중 마법사가 있었다면, 이러한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마법이고 일라이스에서 해당 마법이 불가능할 것을 알았겠지만 지금 이곳에 셰린을 제외하고는 마법사는 없었다.


“공포는 형체가 없을 때 가장 두려운 법입니다.”


족쇠를 채웠으면 어떻게든 족쇄를 끊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형체가 보이지 않는 마법은 그들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그래도 꽤 도움이 되니 다행입니다.”


라일의 생각처럼 용병들과 상단 무사들은 일라이스에 큰 도움이 되었다.


건장한 남성인 그들의 노동력은 일라이스에게 있어서는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저렇게 노역을 시키실 겁니까?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저들을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고 지금 내보낼 생각은 없습니다.”


저 인력들을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은 라일에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지금은 공포에 질려 조용히 있는다고 하더라도 그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일라이스가 성장할 때 까진 잡고 있어야 한다.’


쿠로의 배후.


그 배후에게 일라이스의 소식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늦춰야 했다.


그리고 이후에 그 소식을 ‘그’가 들었을 때는 대항할 힘이 있어야 했다.


“오늘이 그날이지요?”


라일이 이야기를 전환했다. 가장 일찍 시작한 공사이기도 하거니와 최근 인력이 새롭게 투입되었기에, 라일의 신경은 온통 그것에 쏠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걸 보고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계획대로네요.”


노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삽이라는 새로운 도구의 보급과 노역으로 돈을 받는 영지민들의 열정이 합쳐져서 이룬 결과였다.


“그런데 아직도 영지민들은 왜 땅을 파라고 하셨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럴 겁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일 테니까요.”


라일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라일과 노리스가 거주 지역에 도착하자 영지민들이 기대감 어린 얼굴로 라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주님.”

“영주님.”


그리고 라일이 그들의 앞을 지나갈 때.

그들은 뿌듯함과 존경심을 담아 라일에게 고개를 숙였다.


큰 변화였다.


처음만 하더라도 영지민들은 라일을 소 닭보듯 했다.


어차피 금방 떠나갈 사람이고 괜히 무얼 하려고 했다가 귀찮게만 만들 사람.


딱 그 정도 이미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몇 달 안되는 시간 동안.


그들의 삶은 크게 변했다.

돈이 생겼고.

음식이 생겼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지금까지 일라이스의 영지민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


그것을 만들어 준 것이 라일이었기에, 영지민들에게 라일은 특별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거주구역에 도착한 라일이 공사가 마무리 된 곳들을 바라봤다.


‘제법 깊게 잘 팠네.’


격자무늬로 집들을 둘러싸고 사방으로 퍼져나간 호들.


호 내부는 진흙을 바르고 그 위에 자갈등을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로가 오염되지 않기 위해 돌판과 나무판으로 수로를 덮었다.


‘시멘트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시멘트를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었으나, 이곳에서 그 재료들을 당장 구하기는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진흙을 바른뒤 석재를 까는 임시방편을 썼다.


시멘트에 비하면 허접했고 수명도 짧았으나 나중에 보수공사를 할 예정이었기에 일단은 상관없었다.


“이게 도대체 뭔지 이제는 말씀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영지민들이 그저 이유 없이 일을 시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그나마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돈을 푸는데 그냥 풀 수는 없으니, 헛삽질이라도 시켰다고 여기는 것.


하지만 그들 모두 틀렸다.


“물이 흐를 곳입니다.”

“예?”


라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라일이 미소를 지었다.


라일이 이 세계를 살아가며 느낀 것은 이 세계가 위생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가 있던 백작성은 물론이고 일라이스의 영주관 역시 위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소변 처리는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나 물이 필요한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어디서든 냄새가 났으며 사람들도 잘 씻지 않았다.


‘내가 살기 힘들어서 안 되겠어.’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라일에게는 물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이곳의 환경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단지 라일이 견디기 힘든 것을 떠나서 결국 영지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일라이스를 재설계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상하수도와 재건축이었다.


지금 라일이 만든 이 시설은 로마의 상하수도에도 못 미치는 정말 기초적인 수준의 상하수도였으나 지금은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격자로 땅을 파 놓은 이유.


일라이스의 땅은 좁다.

특히 바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은 더 좁았다.


그런데 아무런 계획 없이 세워진 집들 때문에 공간이 심하게 낭비가 되고 있었다.


이건 앞으로 일라이스의 인구를 늘릴 생각인 라일이 원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인구가 적을 때 밀어야 해.’


격자로 수도를 판 이유 역시 그 격자에 맞춰 집을 올리고 구획을 나누기 위함.


인력도 자원도 풍족하지 않은 지금 당장 실행할 수는 없었지만.


이후 여유가 되면 곧바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물만 돌아도 상관없어.’


게다가 영지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


일단 영지민들에게 이런 시설의 편함을 인지시킨 뒤 진행하면 좀 수월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물이 어떻게 흐르나?


“그러게나 말이야. 크응.”


영지민들의 관심은 수로에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있었다.


그들이 만들기는 했으나 그저 시키는대로만 했을 뿐이었다.


“셰린.”

“예.”


라일이 셰린에게 신호를 하자 그녀가 손을 높이 들었다.


“라이트 액션!”


이내 그녀의 손에서 환한 빛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오오오오!”

“마법이다!”


어렵지 않은 발광 마법이었지만, 마법사를 본 적이 없는 영지민들은 그것조차 신기했는지 연신 탄성을 질렀다.


*


“신호가 왔다!”


요기가 지루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을 때.


일라이스 방향을 보고 있던 엠펠이 크게 소리쳤다.


엠펠의 말처럼 일라이스쪽에서 강한 빛이 발광하고 있었다.


요기와 그의 동료들은 라일의 명령을 받아 일라이스에서 수 키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휩쓸리지 않게 조심하고.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친다.”


요기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돌벽 앞으로 다가갔다.


돌벽으로 다가가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꿀꺽


절로 목구멍을 타고 마른 침이 넘어갔다.


지금, 이 벽 뒤로 막대한 양의 물이 흐를 길만을 찾아 고여 있었다.


이 근방에서 유일한 강.


일라이스에서 매우 멀었지만, 물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곳까지 와서 물을 길어가곤 했다.


라일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강의 옆에 토벽을 만들고 물길을 내 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데?”


그냥 물길만 내면 물이 잘 흐르지 않는다.


그랬기에 라일은 토벽을 높게 쌓아 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로는 그보다 아래로 향하게 만들어 물이 빠르게 흐를 수 있게 했다.


“셋! 둘! 하나!”


요기의 말에 맞춰 그와 동료들이 일제히 토벽과 수로가 맞닿아있는 곳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단단해 보이는 토벽이었지만, 의도적으로 약점을 만들어 둔 상태.


쿠웅-!


해머가 그곳을 두드리자 토벽에서 불안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셋 둘 하나! 쳐!”


그리고 재차 그곳을 두들겼을 때.


토벽의 윗부분이 무너지고 세찬 물이 수로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콸콸콸콸-!


“후우.”


물이 수로를 따라 쏟아져 내리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요기가 제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


신호 마법 이후에도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자 영지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라일을 바라봤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우우웅-!


은은한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울렸다.


“물이다!”

“물이야!”


뚜껑이 덮여 있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호를 통해 물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님 만세!”

“만세!”


정말로 물이 흘러 들어오자 영지민들이 기쁨의 만세를 불렀다.


한 번도 물을 풍족하게 써본적 없는 그들이었기에.


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의 옆에 물이 흐르는 것이었다.


대규모 공사도 아니었고 작은 수로를 하나 낸 것이었지만.


라일의 이상이 처음으로 이 세계에 빛을 본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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