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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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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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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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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화. 스킨쉽

DUMMY

25화



개통 행사를 마치고 영주관으로 돌아온 라일이 그의 방에 마련된 수도꼭지를 돌렸다.


쪼르르륵


수도꼭지를 통해 물이 흘러나왔다. 수압을 늘려주는 장치가 없었기에 단순히 흐르는 물이 나오는 것에 불과했으나 이 정도만해도 이 세계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생각보다 빨랐어.”


공사는 라일의 생각보다 더욱 빨리 끝났다.


그 이유는 돈과 인력.


처음 댓가를 받고 노동을 해보는 영지민들에게 돈은 달콤한 유인이었다. 심지어 잔업을 하면 추가금을 주기도 했으니, 나서서 잔업을 하는 영지민들도 태반.


게다가 용병들과 상단의 무사들까지 모두 노역에 투입한 덕에 공사의 진척이 빨랐다.


“물이 해결되었으니 토대는 마련한 거야.”


일라이스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농지가 거의 없다는 것.


농지가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물이 부족했다.


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강까지 가서 길어오거나 자주 마르고 오염되는 우물을 이용하곤 했다.


둘 다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게다가 주변의 땅들은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황무지.


그곳을 개간한다고 하더라도 물이 충분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을 텐데 주변 환경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도를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지민이 단순히 물을 쉽게 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물길을 황무지 쪽으로 내서 농토를 만들 수가 있게 된다.


지금은 쿠로에게 압류한 물자와 자원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것 역시 오래 갈 것은 아니었다.


식량 정도는 스스로 자립이 가능할 정도로 농토가 개량되어야 했다.


“이제 다음 스텝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일이 기초체력을 만드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체력으로 주먹을 뻗을 수 있어야 했다.


전쟁.


텐스 상단의 일이 지금쯤이면 어디론가 전달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라일의 생각처럼 그들은 곧바로 일라이스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세력이라면 절대 드러나게 행동하지 않을 것.


오히려 일라이스의 뒤에 누가 있나 살피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들일 것이다.


똑똑.


라일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들어오세요.”


셰린이 라일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네. 무슨 일이신가요?”


갑작스러운 셰린의 방문에 라일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걸 만들서요. 선물로 드릴까 해서요.”


셰린이 손바닥만한 막대기를 라일에게 내밀었다.


텐스 상단과의 전투가 끝난 이후 셰린은 이 영지에서 정말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라일이 텐스 상단에서 꽤 많은 양의 마나석을 압류했다.


당장 처분을 할 수는 없지만, 만약 처분을 하게 된다면 상당한 금액이 될 마나석.


심심했던 셰린은 마나석을 가지고 이리저리 만졌다.


워메이지였던 셰린이었기에 아티팩트 제작에 다양한 지식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티팩트 제작에 대한 개념은 가지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라이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셰린이 시동어를 외치자 그녀가 가져온 막대기의 끝부분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왔다.


‘손전등?’


전생의 그것의 휘도에는 못미치지만, 분명히 손전등이었다.


“심심해서 만들어봤어요. 복잡한 것은 못 만들어도 이정도는 만들 수 있어서요.”


여전히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라일은 분명 그녀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잠깐.’


그리고 그 순간 라일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하아. 정말 멍청했네요.”

“네? 뭘요?”

“생각해보니 셰린이 있었네요. 한 번 봐야겠습니다.”

봐야겠다는 말에 셰린이 흠칫 놀라며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뭘 보여달라는···. 말씀이세요?”


약간은 떨리는 음성.

스태프를 쥔 그녀의 손에 약간은 힘이 들어갔다.


“아티팩트 만드는 모습 좀 보여주세요.”


“아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셰린.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그녀를 잠시 쓸고 지나간 것이다.


“왜요? 안 되요?”

“아니에요! 보여드릴 수 있어요.”


말을 마친 셰린이 장비를 챙겨온다고 하고 방을 나섰다.


“슬롯.”


셰린이 사라지자 라일은 복사 슬롯을 불러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문자들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슬롯1 : 다르시칸 대륙어]

[슬롯2 : 아르멘 격검술]

[슬롯3 : 제국 1군단의 마나 호흡법]

[복사랭크 C]


근래에는 책상에 앉아서 수 없이 많은 계획을 설계하는 것 외에는 일이 없었기에 이 슬롯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노리스를 처음 상대했을 때 만큼이나.


이 능력이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셰린이 품에 무언가를 가득 안고 라일의 방으로 왔다.


가지고 온 것들을 탁자 위에 쏟은 셰린.


“어려운건 못하고요. 간단한 것만 할 수 있어요.”


“네. 그거라도 괜찮습니다.”


라일의 말에 셰린이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아티팩트를 만드는데는 일단 마나석이 필요해요. 마나석 없이는 만들 수 없어요.”


익히 들은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마법은 마법사의 마나를 매개로하여 발현되는 것.


하지만 아티팩트는 그것과는 다르게 마나석에 저장된 마나를 매개로 마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법 주문을 이 마나석에 꼼꼼하게 새겨야 해요. 그게 좀 어려운 일이에요. 일반적으로 시전하는 주문하고는 좀 달라서요.”


셰린이 집중을 하며 작은 조각칼 같은 것을 잡았다.


그리고 마치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남은것처럼.


작은 마나석에 주문을 새기기 시작했다.


숨 소리도 내기 힘들 정도의 집중력.


그리고 집중이 더해질수록 조각칼의 끝에 파란 빛이 작게 맺혔다.

“후우.”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셰린이 고개를 들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 되었나요?”


셰린이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마법이라도. 제가 능숙하지 않아 꽤 오래 걸리네요.”


후드 아래로 드러난 셰린의 표정은 약간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걸로는 안 되나?’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라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왜 알림이 뜨지 않는가였다.


‘혹시···’


라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슬롯이 떴던 상황을 복기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스킨쉽.


아르멘 격검술을 복사할 때는 노리스의 검과 스킨십을 했다.


그리고 마나호흡 역시 셰린이 그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스킨쉽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으니 당연히 뜨지 않는 것.


‘흐음.’


약간은 망설여졌다.


치료는 어쩔 수 없이 스킨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스킨십이 있으면 이상한 상황.

‘하지만 꼭 해야 한다.’


스킨쉽이 방법이라면 지금 망설이면 안 되었다.


“제가 한번 해봐도 될까요?”

“네? 영주님이요?”

“네. 한번 해보고 싶네요.”


조각칼을 건네받은 라일이 마나석을 노려봤다.


‘돋보기라도 있으면 좋겠네.’


돋보기가 없었기에 작은 마나석에 무언가를 새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대학원에서 스카치 테이프로 흑연에서 그래핀을 불리해내던 경험도 있었다.


대학원 시절의 기억을 살려보면 이런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느껴졌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단순히 새기기만 하는 것이라면 이 세계에 있는 장인들이 더 잘할 것이었다.


“어···. 이제 어떻게 하는 거죠?”


라일의 질문에 셰린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법 회로를 그리셔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죠?”


‘됐다.’


라일이 내심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 봤던 영화가 기억났다. 남녀의 위치가 바뀌긴 했으나 도자기를 빚는 장면을 응용하면 된다.


“제 손을 잠시 잡고 도와주시겠어요?”

“소···. 손을요?”


당황한 셰린.


하지만 라일은 왜 그러냐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왜요? 치료하실 땐 허벅지도 만지셨잖아요.”


“그···. 그렇죠.”


그 말에 셰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라일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저 간단한 회로만 손을 잡고 그려주면 되었다.


‘그래. 이게 뭐라고.’


숨을 고른 셰린이 뒤에서 라일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네.’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마나유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피부가 부드러웠다.


기사들의 거친 피부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뭐 하세요?’


셰린이 손을 잡고 가만히 있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라일이었다.


“아···. 아니에요!”


다시 숨을 고른 셰린이 천천히 라일의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마법으로 통제가 가능했기에 라일의 손이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며 마나석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슬롯1 : 다르시칸 대륙어]

[슬롯2 : 아르멘 격검술]

[슬롯3 : 제국 1군단의 마나 호흡법]

[복사랭크 C]


[남은 슬롯이 없습니다.]

[슬롯을 비우거나 랭크를 올려야 합니다.]

[복사 랭크C]


‘어?’


라일의 예상처럼.


셰린이 그의 손을 잡고 회로를 새기기 시작하자 알림이 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본 적 없던 알람.


‘슬롯을 비우라고?’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슬롯은 하나 같이 중요한 슬롯이었다.


격검술은 그의 목숨을 지켜줄 유일한 무술이었고.


마나 호흡은 격검술을 몇 차원 높여준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렇다면 남은건···.


‘미친거 아닌가?’


근데 이건 라일 그가 생각해도 미친짓이었다.


이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슬롯1의 다르시칸 대륙어.


근데 문제는 이 슬롯을 지우게 된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


‘으음···.’


하지만 라일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또 했다.


‘제2 외국어 배운다는 마음으로···.’


라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격검술과 마나호흡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존에 직결된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언어는 당장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었다.


격검술이나 마나호흡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배울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좀 말을 안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고 말이다.


‘이건 꼭 배워야 해.’


그리고 지금 알림을 띄웠을 그것.


아티팩트를 만드는 방법은 꼭 배워야할 기술이었다.


‘슬롯1 삭제.’


마음을 먹은 라일.


[슬롯1 다르시칸 대륙어를 삭제합니다.]


[슬롯1이 비었습니다.]


[제국 명장의 초급 아티팩트 조각술을 복사합니다.]


[슬롯1 제국 명장의 초급 아티팩트 조각술]

[복사랭크 C]


‘헙.’


복사가 끝난 순간.


라일의 손이 멈칫했다.


“왜 그러세요?”


집중이 깨진 셰린 역시 그제야 손을 놓고 라일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아···. 네···.”


뭔가 아쉬움이 남는 음성.


그런 셰린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일의 온 신경은 마나석에 쏠려 있었다.


라일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셰린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 가볼까요?”



라일이 아무 말도 없자 셰린이 돌아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 말에도 라일은 대답이 없었다.


‘뭐야. 이 사람.’


그녀는 몰랐겠지만.

지금 라일은 대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마나석에 집중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돌아버리겠네.’


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


작가의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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