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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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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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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838

작성
22.03.18 19:00
조회
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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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2쪽

033화. 마법은 고도로 발전된 과학처럼 보인다.

DUMMY

33화



전투는 길지 않았다.


노리스가 라일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전투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면을 향해 전진하던 밀집보병들은 이어지는 집중사격에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최대한 방패의 틈을 없애고 몸을 밀착시켰지만, 틈은 보이기 마련이었고 그곳으로 마나탄이 한 두발씩 들어왔다.


“커억.”


둔탁한 충격에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들이 하나 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잡아당겨!”


병사들이 쓰러진 동료를 대형 중앙으로 끌어당겨 보호했다.


출력이 조절되어 있었기에,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숨이 턱 막히고 전투 수행이 불가능할 데미지를 입기에는 충분했다.


“도대체 저게 뭐야?”


병사들이 암울한 눈빛으로 방패 틈 사이로 보이는 라일의 병사들을 바라봤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도 아니었다. 그저 뭔가 번쩍이는 것이 날아들었다.


방패가 그것들을 모두 방어해 낼 수 있으면 좋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탄환이 방패를 두들기면 이내 방패는 부숴졌다.


바로 다른 방패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점점 틈은 벌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틈 때문에 발생하는 부상자는 밀집대형의 이동을 점점 느리게 했다.


‘버리고 갈 수도 없어.’


병력이 대규모라면 쓰러진 병사는 뒤에 남겨둔 채 진형은 속도를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인원으로 이루어진 대형은 그게 불가능했다.


사람이 빠질수록 틈이 늘어나고 방패로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 생기면 진격은 거기서 끝이다.


지금 바로 그들처럼.


노리스의 병사들은 진격을 멈춘 채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방어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말이 방어지 그냥 패배하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게 없었다.


“노리스경이 돌아올 때 까지 버틴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노리스가 후방을 정리하고 돌아오면 다시 전방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후우우웅-!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그들에게 모래바람과 함께 충격파가 전해졌다.


“어어? 뭐지?”

“마···. 말도 안 돼!”


그들의 눈에 보인 장면은 쉽게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황무지 위에 라일이 오롯히 서 있고. 한참 떨어진 곳에 당황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노리스.


“노리스경이···.”


그들 역시 백작령에서 노리스가 김서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짜 패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 건 진 것이 맞지만, 그래도 방심을 하지 않았다면 노리스경이 백전백승 했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그들에게 또 한 번 노리스가 라일에게 진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패배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땅이 모두 뒤집혀 있고 그들이 있는 곳 까지 충격파가 전해진 것으로 봐선 보통 공격은 아닐 것이다.


“항복. 항복한다.”


믿던 구석이 사라졌으니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적막이 감도는 황무지에.


사격 중지를 외치는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


“누가 이겼데? 응?”

“그러게.”


영지민들이 일라이스의 초입부터 잔뜩 몰려 있었다.


그다지 이슈가 없는 영지였기에 영지민들에게 오늘과 같은 일은 너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기 온다!”


그렇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지민들의 눈에 일라이스로 복귀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가 이겼지?”

“아무래도 기사님이 이끄는 병사들이 이기지 않았겠나? 그들은 정예병이고 영주님이 이끄는 병력은 이제 한 달된 병아리들인데 말이야.”

“그래도 영주님인데 무슨 방법이 있으시겠지.”


영지민들은 서로 누가 이겼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기다렸다.


“오오!”

“말도 안 돼!”


그리고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총을 어깨에 멘 채 보무도 당당히 영지로 돌아오고 있는 라일과 그의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노리스와 함께 출전했던 병사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방패를 질질 끌며 따르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더라도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라일이 일라이스에 도착하자 영지민들이 손을 들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의 생활을 향상해준 라일이 이긴 것이 기뻤을 뿐이다.


그리고 몇몇 눈치가 빠른 영지민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함께 불신의 표정도 떠올랐다.


‘한 달 된 병사들이 오랜 시간 훈련받은 병사들을 이겼다고? 도대체 뭐지?’


특수한 환경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병사들도 숙련도가 승패를 좌우했다.


똑같이 화살을 쏘고 창을 내질러도 적군의 목과 심장을 찌를 수 있는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그것은 훈련이 결정했다.


영지민들의 환호성과 웅성거림을 받으며 병사들은 영주관으로 향했다.


영주관 연무장은 기존의 병사들과 새로운 병사들이 모두 들어차니 꽤 좁게 느껴졌다.


라일이 단상 위로 올라갔고 노리스가 그 앞에 섰다.


노리스는 이제 뜻을 굽힐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인정하겠습니다. 영주님의 뜻이 맞는 방향입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호를 파놓고 기다린 것은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었지만.


노리스는 호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없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반항하는 시간만 조금 더 길어졌을 것이다.


“네. 그럼 이제 모병을 진행하죠. 규모는 총 백 명 정도로.”


백 명.


많은 숫자다.


노역을 위해 포로로 잡고 있는 자들이 아니었으면 생각하지 못할 숫자.


인구와 병사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직업군인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도시의 생산능력은 떨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몇몇 국가들은 병농일체를 추구하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터지면 병사로 전환하는 방법.


아니, 몇몇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비군을 그다지 대규모로 운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안 돼.’


라일 역시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시기상조였다.


인구 자체가 적은 일라이스는 오직 장비와 훈련도로 승부를 내야 했다.


“그리고 그것에는 제가 이끄는 병사들도 모두 포함입니다.”


라일이 노리스를 바라봤다.

자존심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라일의 방법이 더욱 강했다.


노리스는 더 강해질 수 있다면 그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버리는 대상은 적도 아니다.


그가 모시고 따르는 영주.


“좋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더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기와 그의 동기들.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단지 노리스와 백작령 출신의 정예군을 꺾어서가 아니다.


승리는 이미 머릿속에 남아 있지도 않았다.


그들이 기쁜 이유는 단 하나.


‘저놈들 훈련은 우리가 시키겠지?’


라일은 바빠서 이제 저들까지 훈련을 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을 훈련 시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바로!


‘우리지!’


요기와 그의 동기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만 가득했다.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라일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사람을 극한까지 굴릴 수 있나 연구라도 한 사람처럼 독하게 그들을 굴렸다.


한 달이 정말 짧게 느껴졌다.


시간을 느낄 틈도.

정신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기회가 생긴 것이다.


“너네 표정이 왜 그렇냐?”


그 표정을 놓칠 라일이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


묘하게 바뀌는 병사들의 표정.


그 표정은 마치 논산훈련소 5주 차 훈련병들이 1주차 훈련병을 보는 표정이었다.


‘짜식들.’


그리고 라일은 그들이 재미를 보게 둘 생각이 없었다.


물론 기초 훈련까지 그가 봐줄 수는 없겠지만, 아직 요기와 그의 동기들이 받을 훈련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도 못 받아본 훈련이긴 하지만.’


전생에 라일은 특별한 군 경험이 있지는 않았다.


남들과 비슷하게 육군으로 입대해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기에 무슨 색다른 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많은 미디어에서 봐온 군에 관련한 것들은 라일로 하여금 수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단순한 알보병이 필요한게 아니니까.’


지금 일라이스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소총수가 아니었다.


‘병사들을 특임대마냥 키운다!’


훈련 시키는 방법?


모른다.


다만, 과정은 모르지만, 현상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방법은 달라도 상관없었다.


그 과정은 아티팩트로 채우면 되는 것이다.


전생에 극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극도로 발전한 과학이 없다면?


진짜 마법을 쓰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이곳에 모인 병사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생각으로 그들의 미래가 결정나 버린 순간이었다.


*


“흐으음.”


회색 경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군화로 바닥을 쓱쓱 파헤쳤다.


군화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부서진 갑주 쪼가리와 함께 핏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갈변화된 것을 보니 꽤 시간이 지났군. 최소 한 달.”


기사가 피가 스며든 흙을 손가락으로 꼬집어 들었다.


“무기는 쇠에 의한 파열. 날카로운 단검에 당했군. 장검이었다면, 혈흔과 살점이 더 있었겠지.”


기사의 시선이 사방을 빠르게 훑었다.


직접 그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기사의 눈에는 마치 그때 그도 있었던 것처럼 사건이 재구성되었다.


오랜 시간 이런 일을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다.


“상대는 둘? 아니 하나다. 놀라운 발놀림이군.”


마치 시뮬레이션이라도 돌리듯 기사는 전투의 장면을 묘사해냈다.


“여기서 두 명을 죽였고 뒤로 유인해서는 더 빨라진 속도로 나머지를 처단했다.”


기사가 약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여기까지 추격을 달고 온 거지?”


무언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렇지 않고서야 추적을 하는 무인 여럿을 쉽게 살해한 그가 꼬리를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텐스 상단을 털어간 놈들과 같은 놈이라고 봐야겠군.”


흔적을 다시 흙 속에 묻은 기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쪽이군.”


핏방울이 튄 방향의 반대방향.


먼저 가던 길에 숨어서 기습을 했기에 보통 핏방울이 튄 반대방향이 적이 향한 방향임을 기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곳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콸콸콸콸


일라이스에서 수로를 연결한 알린강에서는 연신 일라이스 방향을 향해 물이 쏟아져 내렸다.


“서둘러 팝시다. 영주님 말씀대로라면, 이제 일라이스에도 대규모 농지가 생기는겁니다.”


힘든 노동이었지만, 영지민들은 손에 든 삽을 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을 주니까 했다.


돈이 생기고 그것으로 식량을 사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되니까 한 것이다.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어느 정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바뀐 것이 있었다.


그들의 터전이 달라진다.


영지가 바뀐 것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라일의 말대로 대규모 농지가 생긴다면.


이제 그들은 굶지 않을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허리가 아파옴에도 삽을 놓지 않고 연신 물길을 내기 위해 바닥을 파고 또 팠다.


“후우. 으응?”


한참 삽질을 하던 영지민 중 하나가 뻐근한 허리를 폈을 때.


강을 따라 건장한 체격의 기사 하나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리고 옆집의 숟가락 개수도 모두 알고 지낼 만큼 일라이스 사정에 밝은 그들은.


그 기사가 일라이스의 사람이 아님을 단박에 깨달았다.


작가의말

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5 크리아스
    작성일
    22.03.18 19:08
    No. 1

    백작령에서 진건 노리스 아니지않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힘이여솟아
    작성일
    22.03.18 22:46
    No. 2

    환타지 쓰는 작가들이 가끔씩 숫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병력을 마구 찍어내는데 이작가는 병력 100명 늘린다 하니
    뭘좀 아는거 같긴한데..그래도 저영지에 100명이면 상당히 많은거임...보통 잘사는 국가인구의 150~200분의 1정도가 정규병 숫자정도됨.. 실제로 미국도 200만 정도고
    우리나라도 분단조국인걸 감안해도 50만명임.
    저 영지에서 백명 뽑는다고 보면 영지인구가 15,000~2만명은 되야 가능한 숫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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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화. 총 맞은 것처럼. +2 22.03.19 2,261 73 11쪽
» 033화. 마법은 고도로 발전된 과학처럼 보인다. +2 22.03.18 2,505 68 12쪽
32 032화. 암 아이언맨(5) 22.03.17 2,591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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