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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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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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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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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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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8. 말이 짧다?

DUMMY

18화



“다···. 죽었다고?”


텐스 상단의 상단주 쿠로의 이마에 깊은 고랑이 생겼다.


“그 애송이들을 쫓다가 무사들이 다 죽었다는 것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처음에는 불신이었던 감정이 이후에는 분노로 바뀌었다.


“새로운 영주라는 놈이 미쳤군. 단단히 미쳤어. 감히 텐스 상단을 적대시해?”


쿠로가 의자의 모서리를 꽉 쥐었다.


두꺼운 나무에 약칠까지 해 단단한 모서리였지만, 쿠로의 악력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야 말았다.


“그 애송이 놈들만 왔을 때 의심을 해야 했거늘.”


쿠로가 분노하자, 그의 부하들이 연신 쿠로를 달랬다.


“아막 그 무능한 놈이 죽어버렸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아막을 상대해보니 자신감이 생긴 모양인데, 쿠로님에게는 안 될겁니다.”


중앙의 귀족들이 들으면 어처구니 없어 할 발언이었다.


상인이 귀족과 기사를 무시하는 말.


물론 거대 상단들의 힘은 꽤 강했다.


상단은 늘 상행의 위험에 대처해야 하기도 했으며 사람을 돈으로 사기 쉬운 세상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돈으로 팔려고 하는 용병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라이스는 어디 큰 중견 혹은 거대 영지도 아닌 코딱지만 한 영지.


그런 영지의 사로온 영주가 지금 그의 상단을 건드렸다는 것은 그저 만용으로만 보였다.


물론 귀족의 자존심이 그렇게 만든 것일수도 있다.


‘기사라도 온 것인가?’


자존심은 자존심이고 상단 무사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실력이 있어야 했다.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신임 영주가 기사와 함께 내려왔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쿠로의 얼굴에 살기 가득한 미소가 차올랐다.


상대가 기사를 준비했든 그러지 않았든, 그에게는 이제 상관없었다.


기사를 상대하는 방법 따위는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당장 일라이스로 간다. 가서 그 애송이놈의 상판을 봐야겠다.”


“준비하겠습니다.”


쿠로의 부하들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


달프는 일라이스에서 몇 대째 살아온 농부였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단 말이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이 시간에.


달프는 일라이스 영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루 종일 노동을 해서 몸이 피곤하였으나, 피곤함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식구들이 많으니 남들과 똑같이 일해서는 안 되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삯을 받았으나, 그는 남들보다 식구가 많았기에 삯은 늘 부족했다.


게다가 배부름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본 아이들이 연신 음식을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그건 다른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업을 할 게 있어 다행이야.”


부업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은 굶진 않았겠지만 여전히 배고프게 살았어야 했을 것이다.


영지 밖 황무지에 도착한 달프가 등 뒤에 매고 온 삽을 꺼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 간단한 생각인데, 이렇게 유용하다니.”


땅에 삽을 쑤셔 넣으며 달프가 중얼거렸다.


한참 삽으로 땅을 파 내려가던 달프의 눈에 굵은 식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달프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가 찾던 것을 생각보다 빨리 찾은 것이다.


“무멘의 뿌리를 이렇게 빨리 찾아내다니. 정말 다행이야.”


달프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무멘의 뿌리는 황무지 땅속 깊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


외지 사람들은 잘 몰랐으나, 무멘의 뿌리는 꽤 훌륭한 약재로 쓰였다.


피로를 잊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재.


이걸 영지로 가져다가 팔면 지금 피로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난리일 것이었다.


“아이고 예쁜 것들.”


흙 속에 박혀 있는 뿌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히 삽으로 흙을 떠내자 뿌리의 전체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큰 뿌리였기에 달프의 입이 귀에 걸렸다.


두두두두.


그가 무멘의 뿌리를 캐서 등에 짊어졌을 때.


황무지 저편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 뭐지?”


달프의 눈에 좁아졌다. 영지의 기사들은 아니다.


그가 퇴근할 때도 기사들은 공사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머지않아 풀렸다.


“어?!”


언젠가 보았던 복장들. 그리고 그 복장이 텐스 상단의 복장임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그들이 달프를 포위한 후였다.


끼히이이잉-!


달프를 포위한 기마들이 살기 어린 눈으로 달프를 노려보았다.


“일라이스 놈인 것 같습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달프가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투는 공손했으나 달프는 삽자루를 힘차게 쥔 상태였다.


“잡아.”


쿠로의 명령이 내려오자 무사 몇이 말을 몰아 달프에게 다가왔다.


‘아···. 안 돼!’


그들의 모습에 살기가 가득했기에 달프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예!”


무사 하나가 검집으로 달파의 명치를 후려쳤다.


“커억.”


빠른 공격에 미처 방어하지 못한 달프의 허리가 새우처럼 굽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사들의 린치. 달프는 양손으로 머리를 가린채 연신 두들겨 맞았다.


동료를 잃은 무사들의 얼굴에는 단순히 달프를 사로 잡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는 확실하게 부러뜨리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새끼들이!’


명치를 검집으로 두들겨 맞은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달프가 손에 쥐고 있던 삽을 크게 휘둘렀다.


후우우웅!


요란한 파공음이 들려오자 무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건 뭐냐?”


달프의 손에 들린 삽을 보고 무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앞대가리에 쇠가 달린 것이 언뜻 보기에는 무기 같아 보였다.


“사···. 삽이다!”

“삽?”


삽이라는 단어를 알아 듣지 못한 무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조잡한 무기다. 서둘러.”


쿠로의 말에 무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다가왔다.


죽이지 않기 위해 그들은 검집에서 검을 빼지는 않았다.


퍽-!


검집이라고는 하지만, 무게가 상당했기에 검집에 허벅지를 두들겨 맞자 끔찍한 통증이 달프를 괴롭혔다.


“끄악!”


통증에 바닥을 한바퀴 구른 달프는 연신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무사들이 타고왔던 말이 보였다.


말들은 거친 숨을 고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떻게 눈앞의 무사들을 잠시 젖힌다면, 저 말을 훔쳐 타고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놈들!’


삽자루를 꾹 쥔 달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듯 두방망이질 쳤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무사들이 다시 움직였을 때.


달프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삽자루를 크게 휘둘렀다.


“흥!”


바디는 나무로 되어있고 끝부분만 쇠로 되어있는 기괴하게 생긴 삽을 보고 무사들이 코웃음을 쳤다.


삽을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라일이 살던 세계에서 삽은 단순히 공병 장비가 아니라 만능 무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게 중심이 앞에 쏠려 있는 삽이 반구를 그리며 검집을 두들겼다.


빠각-!


그리고 검집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집이 삽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퍼억-!


그리고 검집이 부숴지면서 삽의 끝부분이 무사의 어깨까지 찍었다.


“끄아아아악!”


어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무사의 무릎이 풀썩 굽혀졌다.


그리고 길이 열렸다.


“비켜라!”


무사가 쓰러진 곳으로 달프가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리면서도 그는 무멘의 뿌리와 삽은 절대 버리지 않았다.


끼히이이잉-!


말에 도달한 달프가 빠르게 말에 몸을 던졌다.


말을 몰 줄은 몰랐으나, 훈련된 말은 달프를 태우고 일라이스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잡아!!”


그 모습에 분노한 쿠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새끼들! 저딴 쓰레기 같은 무기한테 당해?”


쿠로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달프도 쿠로도 몰랐지만, 지금 이 대륙에 처음으로 전투 야삽의 개념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


“커억. 커억.”


흥분하고 긴장하였을 땐 고통을 몰랐으나 일라이스에 도착할 때쯤 되자 달프는 당장이라도 기절하고 싶어졌다.


검집으로 후려 맞은 허벅지가 골절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린치를 당하면서 갈비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숨이 쉽게 쉬어지지 않았다.


“누구냐?”


달프가 일라이스에 도착했을 때.


영지의 병사가 일라이스를 발견하고는 말을 막아섰다.


끼히잉-!


말이 멈추자 달프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영지의 입구로 몰려왔다.


“다···. 달프?!”


달프를 아는 몇몇이 그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달프 무슨 일이야? 누가 이랬어?”

“스···. 습격···.”


그 말을 끝으로 달프의 고개가 푹 꺾였다.

치밀어 오르는 고통 때문에 정신을 놓은 것.


“빠···. 빨리 노리스경과 오르시우스 경에게 알려야 한다!”


습격이라는 말에 영지의 병사들이 급히 영주관으로 달려갔다.



*


“흠. 그놈이 영지에 알렸으면, 기습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드득


무사의 말에 쿠로가 이를 갈았다. 기습에 성공하면 그대로 약탈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멍청한 놈들. 무지렁이 하나 잡지 못해서 일을 이 꼴로 만들어?”

쿠로의 타박에 무사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명백하게.


방심한 그들의 잘못이었다.


“서두른다.”


기습이 물거품이 되었음에도 쿠로는 무사들을 되돌리지 않았다.


‘그저 귀찮게 되었을 뿐.’


기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기사를 상대할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일라이스입니다. 역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일라이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일라이스의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기습은 물 건너갔기에 쿠로는 상대방이 보이는 거리까지 말을 천천히 몰아갔다.


“안녕하십니까? 텐스 상단의 상단주 쿠로입니다. 어떤 분이 영주님이십니까?”


쿠로가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다.”


쿠로의 물음에 라일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라일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미소마저 짓고 있는 라일의 표정.


그 표정을 본 오르시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저 미소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저 미소였지.’


자신과 대결을 할 때 라일이 지었던 미소가 바로 저 미소였다.


그리고 저 미소의 뜻은 확실했다.


자신감.


자신감에서 나오는 미소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내가 나서야겠군.’

오르시우스가 몸에 긴장감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나다?”


쿠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설마 이렇게 다짜고짜 반말을 날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라이스 측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나오긴 했으나 쓱 살펴본 결과 기사는 두 명.


그리고 자신과 함께 온 무사는 수십이 넘었다.


‘기사라도 소용없지.’


그리고 쿠로 그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까지 있었으니 지금 라일의 모습이 가소롭게만 보였다.


“젊은이가 말이 짧군.”

“너 귀족이냐?”


라일의 질문에 쿠로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귀족도 아니면서 오히려 말이 짧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이를 바드득 깨문 쿠로가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뱉었다.


“나랑 내기하나 하자.”


라일의 말에 쿠로가 눈매를 좁혔다.


“일대일로 싸워서 이긴 사람이 장땡인 거로. 물론 일라이스에서는 내가 나간다.”


그 말을 들은 쿠로의 말이 다시 한번 턱 막혔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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