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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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대장님! 대장님!"
"어." 모건이 막사에서 뛰쳐나왔다. "뭐라 하더냐?"
병사가 고개를 저었다. "대원수님의 명령이랍니다. 절대로 열어 주지 않겠답니다."
"...!"
미친 새끼들. 모건이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톨스토아 대원수는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손에 피 안 묻히고 지크를 죽이려고 진국에 팔아먹다니. 약쟁이인 전략작전부 사령관을 도와 자국의 최고 전략가를 죽이려 들다니.
"전략작전부는 잠잠한가?"
"아직 가까이는 안 온 것 같습니다."
팔콘기사단을 그렇게 기를 쓰고 막은 것으로 보아, 전략작전부는 분명 다시 올 것이다. 그 때는 모건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 대원수가 자기 욕심 때문에 군을 두 쪽으로 갈라 놓는구나. 지크나 대원수나 뭐가 다르냔 말이다.
"할 수 없군."
모건이 명령했다. "무력으로 예리코 지방군을 진압하고 즉시 예리코 항을 접수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출정하자!"
"출정! 출정!"
부관이 외쳤다. 잠을 자던 병사들이 급히 깨어나 짐을 쌌다. 앞으로 20분이면 출정 준비 완료될 것이다.
"노바. 노바..."
지크가 묶인 손으로 노바의 머리를 쓸었다. "정신 차려!"
예리코 놈들이 피투성이가 된 노바를 데려온 지 벌써 세 시간. 노바는 갈수록 체온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지크는 죽어가는 그녀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의사!" 지크가 외쳐 댔다. "의사를 불러 줘!"
바깥은 쥐죽은 듯 잠잠했다. 창고를 뒤흔들던 초크스칼라의 목소리도 사라지고 없다. 초커는 잡혔을까? 아니면 도망쳤을까? 도망쳐서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야 하는데.
지크가 피에 젖은 손으로 노바의 손을 잡았다. 노바가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엄마... 아빠..."
"대령! 정신 차려. 이런 데서 죽을 순 없잖아." 지크가 속삭였다. "별 달고 엄마 아빠를 보러 가야지. 장군이 되어야지! 죽지 마!"
"별... 별을 달아야지."
"그래. 대령은 할 수 있어!"
지크가 손을 풀려고 노바의 옷가지를 살폈다. 무기는 모조리 빼앗겼지만 허리에 산을 탈 때 쓰는 쇠고리가 있다. 고리 끝이 날카롭다.
"으윽!"
지크가 쇠고리 끝으로 밧줄을 짓이겨 댔다. 손목이 쇠고리에 쓸려 피가 났다. 투둑, 하며 끈이 끊어졌다.
"노바. 노바!"
놈들이 대충 묶어놓은 허벅지에 지크의 핏물이 툭툭 떨어졌다. 노바가 열에 들떠 신음했다. 지크가 노바의 몸을 그러안았다. 조금이라도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노바. 정신 차려. 노바!"
하지만 소용없었다. 5분이 넘도록 끌어안고 있었지만 노바의 몸은 식어만 갔다. 지크가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 할 수 없다.
지크는 의사가 아니다. 그가 무슨 일을 해도 노바는 살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크가 손을 묶은 밧줄을 대충 손목에 감았다. 노바의 쇠고리를 숨긴 채, 노바의 신발을 문을 향해 던졋다.
쾅- 철제 문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났다. 뒤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지크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이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항복해라!"
펑- 펑- 대포가 불을 뿜는 평야에서 모건이 소리쳤다. "어서 항복해!"
펑-
적들은 모건에게 대포로 답할 뿐이었다. 모건이 짜증을 내며 베레모를 고쳐 썼다. 감히 지방군 주제에 왕의 명을 받은 헌병대의 말을 거역하다니. 정말 군기가 어떻게 되어 먹은 것인가?
-다 내 탓이다.
모건이 버럭 화를 냈다. "어서 문을 부숴라!"
나무 둥치를 든 병사들이 돌진했다. 변방의 작은 성인 예리코 성은 성문도 나무문이었고 성벽도 낮은 울타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뒤에 선 지방군은 무슨 영문인지 정예 머스켓병 천지였다.
"으어어억!"
머스켓에 맞은 모건의 정예병들이 픽픽 쓰러져 갔다. 저깟 놈들에게 모건의 소중한 애들을 소모시키다니 정말 화나는 일이다. 모건이 직접 총을 들었다.
피융-
모건의 사격에 성벽 쪽의 저격수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헌병대의 사격이 거세졌다. 성벽 주변의 저격수가 많이 줄었다.
"지금이다! 당장 문을 부숴라!"
"이야아아아아아아!"
헌병대가 나무 문때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후두두두두,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났다. 모건이 말에서 내렸다. "가자!"
"이야아아아!"
병사들이 그를 따라 달렸다. 맨 앞에서 나무 기둥을 잡은 모건이 달렸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그를 에워쌌다. 머스켓 총에 병사들의 방패가 우루루루루 하고 넘어져 갔다.
"부숴라!"
콰앙-
나무문이 부서지며 옆으로 기울어졌다. 모건이 맨손으로 달려들어 문을 밀쳐 냈다. 몇 명의 병사들이 그를 따라 문을 밀었다.
"기병대!"
"대장님!"
이히히히힝- 말발굽이 문을 걷어찼다. 나무문이 완전히 부서져 틈이 드러났다. 용감한 기병대가 문을 박차고 뛰쳐들었다.
"가자!"
장갑이 다 찢어진 모건이 칼을 뽑아들었다. 헌병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모건이 알고 있는 예리코 지방군의 숫자는 1천명. 헌병대에 당해낼 수준이 아니다.
"으어억!" "으억!"
총알 세례에 맞은 헌병대가 푹푹 쓰러졌다. 헌병대가 쓰러진 전우들의 시체 뒤에 숨어 총을 쏘아 댔다. 성벽에서 저격하던 놈들이 쓰러져 갔다. 모건이 성벽 뒤에서 기다리며 숨을 골랐다.
"저격수는?"
"처리했습니다!"
모건이 성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기겁했다. 내성 안에 우글거리는 저 머스켓병들이 다 예리코 군인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저 많은 머스켓이 어디서 났어?"
부관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어떤 놈이 공짜로 주기라도 했을까요."
"몇 개 줏어 놔라. 출처를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저 새끼들은 다 쳐죽여!"
"알겠습니다. 머스켓병 앞으로!"
헌병들이 죽은 놈들의 머스켓을 줏어들고 앞으로 나섰다. 몇 개는 모건이 처음 보는 조그만 유리가 박혀 있었다. 헌병들이 3열로 돌아가며 사격을 개시했다. 적병들도 똑같았다.
- 심상치가 않구나. 이건 반역이다.
모건이 신중하게 군사들을 앞으로 몰았다. 헌병대가 한 발자국씩 앞으로 다가가며 사격을 강화했다. 내성에서 총을 쏘아대던 놈들이 조금씩 쓰러져 갔다.
"사격 중지!"
내성에 가까이 다다르자 모건이 손을 들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헌병대가 사격을 멈췄다. 적들도 총을 내렸다.
"예리코 지방군 사령관은 당장 항복하라!"
"......"
내성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건이 다시 외쳤다. "당장 항복해!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
안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너희가 뭔데 죄 없는 예리코를 공격하는 거냐!"
"우리는 헌병대다. 죽고 싶으냐!"
"헌병대가 무슨 권리로 지방군을 건드려! 예리코를 점령하려는 짓거리는 쿠데타다!"
"쿠데타는 너희가 하고 있어! 당장 나오지 않으면 몰살하겠다. 예리코를 잿더미로 만들어 줄 것이다! 당장 항복하고 지크 대령을 내놔라!"
"지크는 죽었다. 사격 개시!"
다시 총알이 날아들었다.
"할 수 없구나. 모조리 죽여라!" 헌병대도 사격을 개시했다.
교전은 30분 만에 끝났다. 헌병대는 예상 외로 1,500이라는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처음 헌병대를 끌고 왔을 때는 꿈도 못 꾼 숫자였다. 예리코 지방군은 3천 명이 넘게 불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지방군이 3천 명을 먹여 살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서류란 서류는 모두 끄집어 내라. 그리고 싹 다 잡아와!"
예리코 성을 차지한 모건이 외쳤다. 지크를 잡는 것도 문제지만 예리코를 제대로 파 볼 생각이었다. 반역의 기운이 예리코 성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도대체 태수는 어디 기어들어가 있길래 아직도 안 오느냐!"
모건의 외침에 놀란 부관들이 조그맣게 보고했다. "3일 전에 죽었습니다."
"뭐야?"
"지방군 사령관이 죽였답니다. 헌병대에 항복하자고 주장하다가..."
"그럼 사령관은 어디 있어!"
"조금 전 배를 타고 갔답니다."
"진국으로?"
"그건 알 수가..."
"이런 또라이 새끼가! 세상에."
모건이 입을 떡 벌렸다. "사령관이 되어서 적국으로 배를 타고 도망을 가? 지방군이라고 군기가 빠져도 유분수지 이 미친 새끼가! 감히 조국을 팔아? 그 놈의 가족들 싹 다 잡아와! 목 매달아 버리겠다!"
"아... 알겠습니다!"
부하들이 우루루 방을 나갔다. 모건이 불안하게 방 안을 왔다갔다 했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나겠어. 당장 가서 딥스로트의 경계를 강화하라고 해라. 전략작전부에 경고를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크를 찾아라. 지크가 진국에 넘어가면 큰일이다. 예리코 항을 접수해라!"
"네. 알겠습니다."
부관들이 또 방을 나갔다. 모건이 부관들을 앞질러 가며 외쳤다.
"아니다! 예리코 항에는 내가 가겠다. 너희는 딥스로트에 전갈을 보내고 잡을 만한 놈들은 싹 다 잡아 놔라.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조사해라. 그리고 사령관의 가족들은 모조리 목 매달아라!"
"네... 알겠습니다!"
모건이 쿵쾅거리며 30초만에 조그마한 예리코 성을 뛰쳐나갔다. 지크라도 구해 내지 않으면 모건은 완전히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왕에게도, 대원수에게도 아무것도 보고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모건은 헌병들을 이끌고 출발한지 20분 만에 예리코 항에 도착했다. 빌어먹게 작은 도시건만 이렇게 어두운 기운을 품고 있을 줄이야. 스산한 예리코 항 주변에는 검은 옷을 입은 놈들이 우글거렸다. 한눈에 봐도 반 이상이 황인종 원숭이 새끼들이었다.
- 승전한 지 3년 만에 이 꼴이라니!
모건이 마른침을 삼켰다. "저 놈들을 모조리 쳐 죽이고 지크를 구해 내자. 가자!"
"이야아아아아!"
분노한 헌병대가 총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약쟁이들과 용병들과 살아남은 예리코 지방군들도 기를 쓰고 맞섰다. 이 곳은 얼어붙은 툰드라 지대였고, 위로 가면 북극, 옆으로는 바다였다. 그들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옆으로! 옆으로!"
모건이 고지대에서 고함을 쳤다. 그의 외침에 따라 헌병대가 길게 호를 그리며 밀어붙였다.
"으어억!" "으아아악!"
적들과 헌병대 사이에서 총알이 춤을 추었다. 가벼운 장비만 입었던 헌병대가 픽픽 쓰러졌다. 모건이 발을 굴렀다. "머스켓부터! 머스켓부터 잡아라!"
"머스켓부터!"
장교들이 외쳤다. 적의 부관들이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배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 돼!" 모건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배가 나가면 안 돼! 잡아라! 잡아!"
"이야아아아아아!"
헌병대가 총알 속으로 달려들었다. 배를 향해 밀려들던 헌병대의 반 이상이 죽어 나뒹굴었다. 대포. 대포가 필요해!
"대포는!"
"오는 중입니다."
"제기랄!"
모건이 발을 굴렀다. "안 돼. 멈춰라. 배를 보내 줘!"
"배를 보내 줘라!"
헌병대가 무모한 질주를 멈췄다. 삐죽 솟아나온 헌병대의 한쪽 끝이 빠르게 수그러들며 사격이 거세어졌다. 적병들의 사상자가 늘어 갔다.
항구에서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검은 적병들이 배를 쳐다보며 우왕좌왕했다. 모건이 외쳤다.
"모조리 죽여라! 다 죽여!"
놈들은 30분 만에 제압되었다. 10분이면 처리할 줄 알았던 모건은 이를 갈며 죽은 놈들의 시체를 걷어찼다. 헌병대도 몇 백이 넘게 사상당했다. 내 군대가 이렇게 많이 죽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안 간다고 할 걸.
모건이 씩씩거리며 군사들의 보고를 기다렸다. 곧 부관 한 명이 외쳤다. "대장님! 대장님! 찾았습니다!"
"어디! 어디!"
모건이 냄새 나는 더러운 창고 문을 열어젖혔다. 피투성이가 된 두 명이 창고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노바와 지크로군."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노바 옆에 피투성이가 된 지크가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타박상이 심합니다. 몰매를 맞은 것 같습니다."
모건이 그의 몸을 만져보았다. 그가 인상을 썼다. "두 팔이 다 부러졌어."
"일단 들것을 가져올까요?"
"어. 어. 그래."
- 그래도 산 채로 구해서 다행이다.
모건이 밭은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들이 노바와 지크를 들것에 태웠다.
"으아아아아아악!" 지크가 피맺힌 비명을 질렀다. 군사들이 주춤했다. 모건이 턱짓을 했다.
"당장 의사한테 보여 줘라! 지크가 죽으면-"
- 지크가 죽으면, 내가 진짜 면목이 없어.
"-지크가 죽으면 절대 안 돼."
"알겠습니다."
"으으으으으으..."
지크가 숨을 헐떡이며 신음했다. 모건이 이를 박박 갈았다.
"예리코 항에서 잡은 포로들은 몇 명인가?"
"두 명입니다."
"겨우 두 명? 어쩔 수 없지. 모조리 끌고 와라. 이 놈들을 심문한 다음에 데려가야겠다. 이대로는 아발론에 못 가. 앞뒤 사정을 좀 알아 보고 가야겠어."
"일단 딥스로트로 가시는 겁니까?"
"미쳤냐! 지크가 살아있는 걸 알면 전략작전부가 또 쫓아올 거다. 일단 여기서 심문을 끝내고, 그 다음에 출발한다. 하룻밤이면 모두 입을 열 거다!"
바다 건너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광서성의 항구에서는 여름의 초록잎이 새록새록 돋아 나고 있었다.
범려는 바닷내음을 마시며 광서성의 방어 상황을 살폈다. 대장군인 범려는 광서성의 방어를 위해 늘 10만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다. 일전의 패전으로, 광서성에는 최소 그 정도의 군대는 필요하다는 게 판명되었으니까.
저 멀리서 조각배가 다가온다. 적국의 배다. 흰 깃발을 달았다.
"사격하지 말라!"
범려가 명령했다. 홍이포가 포구를 내렸다. 조각배가 항구에 정박하더니 몇 명의 사람들이 달려나왔다. 경비병들이 그들을 꽁꽁 묶었다.
- 지크를 죽였나?
범려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가 말에 올라 그들에게 다가갔다. 검은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그가 예리코에 보냈던 용병들이다.
"범대인."
용병들이 손을 모았다. "지크를 죽였나?"
"죽이기 전에 적들이 덮쳤습니다."
"그럼? 멀쩡하단 말이냐?"
"혼수상태인 것은 확인했습니다. 한동안은 눈도 못뜰 겁니다."
"아."
- 적이 절묘한 시기에 덮쳤구나. 지크는 참으로 하늘이 돕는다.
"상황은 어떤가?"
"예리코 지방군은 전멸했고 헌병대가 예리코를 점령했습니다. 팔콘기사단도 거의 전멸했습니다."
"팔콘기사단이 왜?"
"팔콘기사단이 전략작전부 사령관을 공격해서 전략작전부가 팔콘기사단을 덮쳤습니다. 전략작전부 사령관은 헌병대의 손에 아발론으로 압송되었습니다."
범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사령관이 없어? 전략작전부도 꽤 피해가 있겠구나."
"네. 거기다, 전략작전부의 제 2군이 예리코로 향하고 있습니다. 딥스로트의 전략작전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범려가 활짝 웃었다. 지크는 못 죽였지만 적의 방어에 구멍이 뚫렸다. 이만하면 큰 수확이다. 뒷발로 쥐 잡은 셈이지만, 본래 천하의 주인은 하늘이 정하는 것 아닌가.
"그래. 아주 잘 했다. 여봐라!"
범려가 손짓을 했다. 군사들이 그들에게 약속한 금액보다 두 배를 주었다. 용병들이 큰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대인!"
"다음에도 부탁한다. 너희 식구가 많이 죽었을 텐데 가족들에게 나눠 줘라."
"알겠습니다."
용병들이 물러갔다.
범려가 후우, 하고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지크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지 3년, 이렇게 빨리 복수의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지크가 왕자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방해하려고 했을 뿐인데, 적국을 통째로 집어삼킬 기회가 올 줄이야. 이번에는 지크가 실수한 것이다. 나라는 그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늘의 선택을 얻는 자만이."
역사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세상의 주인이 된다. 그것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범려가 외쳤다. "오직 하늘의 선택을 얻는 자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제 대 진 제국에 복수의 때가 왔다. 오스카르 왕의 목을 떨어뜨릴 기회가 왔다!"
부관이 어안이 벙벙해 범려를 쳐다봤다. "네? 대, 대인."
"못 들었느냐? 당장 광서성의 전군을 집결시켜라. 그리고 가능한 모든 군대를 모아 출정한다. 한 시간 내에 광서성 내의 전군은 출정 준비하라!"
"네, 네...?"
부관이 어버버 하며 범려를 쳐다봤다. 범려가 싸늘하게 부관을 노려보았다.
"당장 준비하라니까 뭐 하느냐? 황숭주와 이용 장군을 불러라."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황 장군은 페하께 가 계시는데..."
"그럼 당장 파발을 띄워서 후군을 데리고 오라고 해! 난 폐하께 표를 올려야 해서 바쁘다. 네가 알아서 출정을 준비해라. 부족한 게 있으면 목을 치겠다!"
부관이 입술을 떨었다. "아... 알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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