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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335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9.26 12:00
조회
743
추천
13
글자
18쪽

13화-망국의 씨앗(8)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3화-망국의 씨앗(8)




라노르는 한밤중에 군사들에 의해 끌려 나왔다. 그의 수하인 농부 후준과 함께였다. 진도명도 오스카르를 방에 두고 군사들의 오라에 묶여 끌려 나왔다. 늘 가게 앞에 서 있던 뚱뚱한 여관 주인, 빵을 반죽하던 빵가게 아들, 일찍 나가려고 활을 손질하던 사냥꾼 아저씨도 끌려 나왔다.


삼엄한 감시 속에 약 200명 가량의 남자들이 모였다. 사람들이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성으로 걸었다. 라노르는 본래의 선량한 의사 선생님의 탈을 벗고 사나운 간첩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얼음 같은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훑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라노르가 병사들에게 물었다. “우릴 어쩔 생각이오!”


라노르와 친분이 있던 성 안의 경비병들이 고개를 저었다. “얌전히 계시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밤중에 우리를 모아놓고 어쩌자는 거요?”


“그냥 같이 싸우자는 겁니다.”


“싸우자니?”


“태수님이 큰 뜻을 품으셨습니다.”


라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며칠 전 이용으로부터 범려와 구천의 뜻을 들은 터였다. 범려는 페라보라와 자카룸을 봉기시키는 계획을 알려주며, 곧 딥스로트로 구천 왕자가 올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제서야 여유가 생긴 라노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결연한 표정을 지은 자가 몇몇 보였다. “아발론으로 가자!” “아발론으로 쳐들어가자!” 하는 고함이 들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후준의 얼굴이 보인다. 라노르가 후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하던 후준의 안색이 펴졌다. 라노르가 다른 동지들에게도 눈짓을 했다. 동지들이 눈에 띄게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라노르가 진도명의 얼굴을 발견했다. 진도명은 너무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라노르가 그를 차갑게 비웃었다. 그러게 왜 그 좋은 진을 떠나 이다볼로 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으로 도착했다. 자작한 페라보라 성의 안뜰에 남자들이 가득하다. 페라보라 성의 태수가 맨 앞에 나와 있다.


태수가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대들은 이태껏 중앙 귀족들의 가혹한 짓에 고초를 겪어 왔다! 나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태수가 되었지만 그 아귀 같은 놈들의 횡포에 그대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나는 늘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그대들을 대신하여-”


태수가 뭐라고 계속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발론으로 가자!” “베르단디를 죽이자!” 라노르와 후준, 다른 라노르의 부하들도 적당히 같이 소리를 쳤다. “베르단디를 죽이자!”


태수가 손을 저었다. 사람들의 고함이 잦아들었다. “이제 우리는 페라보라 지방군의 사령부로 갈 것이다! 나는 사령관과 담판을 지을 것이다. 사령관이 끝까지 나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는 사령관의 목부터 칠 것이다!”


사람들이 분노의 고함을 질러 댔다. “사령관을 죽이자!”


태수가 말에 올라탔다. 한 무더기의 황인종이 태수의 앞에 열을 갖춰 섰다. 라노르가 그 중 두셋을 알아보았다. 그가 목숨 바쳐 지원해 왔던 히스토리아의 게릴라 부대였다.


태수가 소리를 쳤다. “가자! 사령부로 가자!”


봉기군이 분노의 고함을 쳤다. “사령부로 가자! 베르단디를 죽이자!”




세루크와 앙리는 지크의 집 침대에 누워 있었다. 원래 아버지의 무덤만 보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지크의 간절한 만류에 하룻밤만 더 묵기로 했다.


“형.”


세루크 옆에 누운 앙리가 속삭였다. “우리 꼭 가야 돼?”


세루크가 짜증을 냈다. “너 왜 그래!”


“아버지도 여기 계시는데 우리만 꼭 가는 게... 진짜 아버지의 뜻일까?”


“그만 해.”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셨어. 아버지 옆에 있어 드리자.”


세루크가 벌떡 일어났다. “그만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형.”


“여기 있고 싶으면 있어! 난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앙리가 입을 다물었다.


둘은 한동안 잠못이루고 뒤척였다. 저 밑에서 이야기소리가 들렸다. 지크와 디트리히도 아직 안 자는 모양이다.


앙리가 일어났다.


“어디 가?”


앙리가 짜증을 냈다. “화장실 가. 나 애 아니야!”


세루크가 홱 돌아누웠다.


앙리는 문을 쾅 닫고 밑으로 내려왔다. 소란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앙리가 깜짝 놀랐다. 군사 세넷이 지크와 디트리히를 에워싸고 있었다.


“형!”


앙리가 계단을 달려 내려왔다. 지크가 소리쳤다. “앙리. 세루크에게 방에 있으라고 해!”


“세루크? 그 놈은 몇 살이냐?”


군사가 앙리에게 고함을 쳤다. “몇 살이야!”


“열... 열 여덟이요.”


“그럼 그 놈도 대상이야. 데리고 나와!”


지크가 고함을 쳤다. “앙리! 올라가.”


“이 놈들이!”


군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을러댔다. “그 놈도 데리고 나오라니까! 갈 데가 있어!”


웃통을 벗은 채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디트리히가 웃었다. “어디 갈라고? 게이 바라고 가실라고?”


군사들이 디트리히에게 곤봉과 칼을 들이댔다. “왜 그렇게 채찍 자국이 많아? 범죄자구만!”


디트리히가 인상을 썼다. “선입견이 과한 거 아니야? 이 놈들이. 나는 대위고 얘는 중위야! 경례하지 못해!”


“이게 정말!”


곤봉을 든 군사 하나가 그에게 곤봉을 갈겼다. 그가 곤봉을 콱 붙잡았다. 히스토리아 호랑이의 눈이 사나워졌다. “이런 예의 없는 놈!”


디트리히가 곤봉을 확 빼앗아 버렸다. 군사들이 곤봉을 버리고 칼을 빼들었다. 지크가 뒤로 물러섰다. “후회할 거다!”


군사들이 달려들었다. “잡아라!”


디트리히가 곤봉으로 군사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군사들이 칼을 들이대다가 어깨와 팔에 곤봉을 맞고 비틀거렸다. 그가 군사들의 투구를 후려쳤다.


“칼 버려!”


군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들의 눈이 살기를 띄었다.


“이 새끼가. 죽여라!”


디트리히가 하, 하고 비웃었다. 그가 군사 중 하나에게 그림자처럼 다가갔다. 군사가 당황하며 칼을 그었다. 하지만 곤봉이 더 빨랐다.


“억!”


손목에 곤봉을 맞은 군사가 비틀거렸다. 디트리히가 그의 칼을 빼앗았다.


“자. 덤벼 봐라!”


“이야아아아!”


군사들이 칼을 내질렀다. 디트리히가 어마어마한 힘으로 칼을 내려 갈겼다. 군사들의 칼이 부러져 버렸다.


“으억!”


군사들이 입을 떡 벌렸다. “아, 아니...”


“후회해도 늦었다!”


디트리히가 곤봉으로 군사들을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지크도 합세했다. 네 명의 군사들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형!”


어느새 달려 내려온 세루크와 람세스도 합세했다. 람세스는 빗자루로, 세루크는 목검으로 군사들을 마구 때렸다. 앙리가 신음하는 군사들을 꽁꽁 묶었다.


지크가 군사들을 심문했다. “너희는 어디 소속이야? 도대체 디트리히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우린 자카룸 성의 소속이다...”


“자카룸 성의 경비병이라고? 지방군이 아니라? 어쨌든. 디트리히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저 놈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남자들을 다 잡으러 왔다.”


“어째서냐?”


“태수께서 마을 안의 남자들을 모두 데려오라고 하셨다.”


“무슨 일로?”


“태수께서 큰 뜻을 품으셨다. 오늘 밤 봉기하셨다. 곧 사령부가 태수님 손에 떨어질 것이다...”


지크가 입을 떡 벌렸다. “뭐?”


세루크가 외쳤다. “봉기가 일어났어. 라노르 아저씨의 말이 진짜였어! 그럼 페라보라 마을도 봉기한 거야?”


군사가 피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국의 게릴라들과 함께... 아발론으로 진격할 거다. 얌전히 태수께 항복해라...”


지크가 이를 악물었다. “당장 페라보라로 가야겠어. 오스카르를 구해야 해!”


디트리히와 세루크가 인상을 썼다. “못 가! 이미 군사들이 깔렸을 거야.”


앙리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위험해.”


지크가 앙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앙리를 품에 안았다. “애들을 피신시켜야겠어. 어디로 가야 하지.”


세루크가 앙리와 눈짓을 했다. “갈 데가 있어.”


“어디?”


“자카룸 정글에 아버지의 은신처가 있어. 옛날에 드라마스 왕자님이 살던 곳이래.”


“그럼 진도명 할아버지의 집이야?”


“진도명이 누구야?”


“내가 라노르 아저씨네 집에 같이 갔던 할아버지 말이야.”


“그 할아버지가 드라마스 왕자님하고 같이 살았어?”


지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디트리히가 지크에게 실눈을 떴다. “혼자 비밀이 참 많아?”


지크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세루크. 거길 찾아갈 수 있지? 앙리하고, 디트리히하고, 람세스하고 같이 가 있어. 내가 페라보라 마을에서 오스카르를 데리고 올게.”


앙리와 되물었다. “오스카르가 누구야?”


“라노르 선생님한테 맡긴 애 말이야. 그 휠체어 탄 애. 걘 내 친구의 아들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히 데려와야 해.”


앙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의리있는 사람이니까.”


세루크가 지크를 향해 실눈을 떴다. “그 애 도대체 누구야? 형 아들이야?”


“아니야.”


세루크와 디트리히, 람세스가 서로를 보며 눈짓을 했다. 지크가 짜증을 냈다. “아니야! 내 친구 아들이라니까!”


디트리히가 눈을 꿈쩍였다. “그럼 나하고 같이 가자. 혼자서는 위험해.”


“넌 애들을 지켜야지.”


“세루크가 알아서 잘 할 거야. 얘 덩치 좀 봐라. 얘는 내가 안 지켜 줘도 돼.”


세루크가 바닥에 떨어진 군사들의 칼을 집어 들었다. “스승님 말씀이 맞아. 비리비리한 형이 더 걱정되는데.”


지크가 세루크를 훑어보았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세루크는 디트리히에게 3년이나 검을 배운데다 브리태니커에 들어갈 실력이라고 했으니까.


“그래 알았어. 디트리히, 초크스칼라는 밑에 있지? 같이 타고 가자.”


“초커가 짜증내겠네.”


디트리히가 웃었다. 그가 세루크에게 악수를 했다. “앙리와 람세스를 잘 부탁한다.”


세루크가 웃었다. 처음 보는 밝은 웃음이었다. “걱정 마세요.”


지크도 세루크에게 악수를 했다. 세루크의 웃음이 조금 줄었다.


“잘 지키고 있어!”


“응.” 세루크가 무덤덤하게 손을 풀었다.




그 다음 날.


새벽의 해무를 찢고, 위풍당당한 진국의 태자 부차의 30만 군대를 실은 배가 딥스로트의 해안선 너머에 나타났다.


범려의 손을 타지 않은 보통 장교들은 기절초풍해서 여기 저기 뛰어다녔다. 하지만 진국의 첩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차분한 태도로 바톨로메스 준장 - 링구부가 갑작스럽게 죽어서, 그가 사령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 에게 작전을 조언했다. 물론 부차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범려가 조언한 작전이었다.


“육지로 후퇴하라고?”


바톨로메스 준장이 인상을 썼다.


헤이그 중령이 말했다. “제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적이 새로 단 화포의 사정거리는 우리 배보다 훨씬 깁니다. 무턱대고 앞으로 갔다가는 다 맞아 죽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적에게 해안을 내어 주란 말인가?”


“여기, 여기, 여기.”


헤이그 중령이 지도의 해안선에 손을 짚었다.


“이 세 곳은 지대가 높은 곳입니다. 이 곳에다가 대포를 배치하십시오. 그러면 적은 이 세 곳을 부수려고 시간을 지체하기보다는 이 쪽으로 돌 것입니다. 뒤쪽에 바리바리 실은 육군이 자폭 공격이라도 당하기 전에 상륙시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아마도 여기.”


“만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렇습니다.”


바톨로메스 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만에 군대를 상륙시키려면 수송선이 여기까지 들어와야 합니다. 적은 아마 만 바깥에 함선을 대고 충분한 엄호사격을 하면서 수송선들을 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는 아마 물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간에 배를 들이려고 할 것입니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는 이 일대 전체가 갯벌이 되어서 적군이 쉽게 해안을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바톨로메스 준장과 다른 대령들이 그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봤다. “그래서? 계속 얘기해 보게.”


“우리는 물이 빠질 시간에 이곳에 들어가 방파제 두 개 사이에 쇠사슬을 걸어 놓을 겁니다.”


바톨로메스 준장이 손뼉을 쳤다. “쇠사슬이라.”


“쇠사슬을 갯벌 위에 충분히 흘려놓으면 내일 아침에는 완전히 바닷물 속에 잠길 겁니다. 수송선들이 어느 정도 상륙하고 나면 쇠사슬을 당깁니다. 그러면 적의 화포함선들은 사슬에 밀려 뒤로 물러날 겁니다. 그 때 수송선들과 상륙한 병사들에게 포격을 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장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 만한 방법이오. 작전의 약점은 없소?”


헤이그 중령이 술술 말했다. “만약 적의 함선들이 방파제부터 포격하면 이 작전은 끝장입니다. 방파제가 포격을 당하면 전 해군을 동원하여 적의 함선이 어떻게든 진의 육군을 엄호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 동안 포병은 적의 육군에 최대한 포격을 해야 하구요.”


헤이그의 상관격인 에녹스 대령이 말했다. “근데 적이 만에 상륙할 거란 확신이 있나? 혹시 갯벌에 갇히면 육상군이 전멸할 수도 있다는 걸 적군도 알텐데.”


헤이그 중령이 단언했다. “부차는 우리 해군이 해전에 사활을 걸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우리의 육군이 진군보다 약하니까요. 해군은 우리가 더 강하고요.”


“그렇지.”


“부차의 화포는 사정거리는 길지만 장전 시간도 깁니다. 우리가 진을 길게 펼치고 재빠르게 달려들어 적의 함선을 둘러싸고 들이치면 적은 힘들어지죠.”


바톨로메스 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왜 그 작전대로 안 하는 건가?”


“적은 30만 대군을 약 1천 대의 가벼운 목조 수송선에 실어서 진격하고 있습니다. 부차가 수송선들을 모조리 육지로 들이 밀면 그 많은 배들을 다 잡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 작전을 생각하고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바톨로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바톨로메스가 일어섰다. “그렇게 합시다. 우리는 만에서 적의 육군을 한꺼번에 몰아넣고 죽여야 하오. 적은 우리가 육군을 무사히 상륙시키고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오. 최소한의 병력만 함선에 태우시오. 우리는 육군에 사활을 걸 것이오!”




헤이그 중령의 예상은 적중했다. 구천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출발한 태자 부차는 주변 마을의 가벼운 배를 모조리 빼앗아 그 곳에 군사를 실었다. 30만 대군이 탈 배를 빼앗느라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차는 구천을 이길 생각으로 배를 몰아 5일 만에 딥스로트 바다에 도착했다. 해전에 약한 부차는 깜깜한 밤에 습격을 당하는 게 무서워서 새벽이 되어서야 딥스로트 해안 가까이 기어들었다.


“음. 예상대로 배치가 되었구만.”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승선한 적의 배들을 본 부차가 싱긋이 웃었다.


“설마 우리가 죽자고 만으로 들이칠 줄은 꿈에도 모를 걸. 적은 우리가 신무기 화포의 사정거리만 믿고 한 판 해 볼 거라고 생각할 거야.”


“어떻게 할까요?”


부차가 소리쳤다. “수송선들을 옆으로 물려라! 곧바로 만을 향해 돌격하자. 함선은 수송선을 뒤에서 호위하라!”


진국의 함선들이 진형을 바꿨다. 거대한 함선 사이에서 수송선들이 스물스물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다볼 군의 함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딜! 포를 쏴라!”


진국의 함선들이 포를 발사했다. 쾅 하고 이다볼 군의 코앞에 대포알이 떨어졌다. 이다볼 군선이 파도를 맞아 파르르 떨었다. 몇몇 군함이 대포알을 맞고 불이 붙었다. 이다볼 해병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하하!”


부차가 웃어젖혔다. 군사들이 둥둥둥, 하고 북을 울렸다. 천 대에 달하는 수송선들이 일제히 딥스로트 만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이 잘 들어오는 시간이라 배들이 깊게 들어올 수 있었다. 부차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띄웠다.


“멍청한 놈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구나! 지금 선봉이 상륙하고 있느냐?”


장군들도 웃었다. “네!”


“끝났다! 어서 딥스로트를 점령하자. 빨리 움직여라!”


북소리가 빨라졌다. 부장들이 배 밑의 노꾼들에게 소리쳤다. “더 빨리 저어라!”


“예이!” 노꾼들의 고함 소리가 빨라졌다.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댔다.


“으아아악!”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노꾼들이 우루루 앞으로 고꾸라졌다. 부장들도 기둥에 맞아 쓰러졌다. 노에 맞아 코피가 난 자들도 있었다.


“뭐, 뭐야!”


부장들이 일어나며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이야? 뭐야?”


배 위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빨리! 빨리 배를 돌려라!”


부장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무슨 일이지? 포라도 맞았나?”


진의 장군들이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뒤로 물러나라! 쇠사슬에 포를 쏘아라! 안 그러면 수송선이 다 죽는다!”




바톨로메스 준장은 해안가에 주둔하고 있는 포병 진지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헤이그 중령이 헐떡거리며 말에서 내렸다.


“어떻게 됐나?”


“걸렸습니다! 적의 함선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기회가 왔다!”


바톨로메스가 말에 올랐다. “포병! 진군하라!”


딥스로트와 인근 지방군에서 끌어 모은 1천 대의 포가 앞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3만 포병이 포를 끌고 30분 만에 사격 포인트에 도착했다.


바톨로메스가 소리를 쳤다. “자! 만을 향해 사격하라!”


“사격 개시!”


“사격 개시하라!”


소령들이 소리를 질렀다. 포병들이 대포알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펑, 펑 하고 초겨울의 해변 모래가 튀어 올랐다. 적병들이 비명을 질렀다.


소령들이 웃어젖혔다. “이 개새끼들! 더 쏴라! 더 쏴!”


포병들이 신이 나서 대포알을 쏘아 댔다. 바톨로메스 준장이 헤이그 중령과 함께 1km가량 떨어진 옆 진지로 달렸다. 참호 뒤에서 기병과 창병, 궁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20만이었다.


“준장님!”


대령들이 경례를 했다. 바톨로메스 준장이 소리를 쳤다. “성공이다! 적의 함선들이 뒤로 물러나 우리의 함선들과 교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함선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대령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의 함선에 탄 자들은 모두 부차의 분노에 물고기밥 신세가 될 터였다.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자! 원통하게 돌아가신 링구부 장군님의 원수를 갚자! 지금 배 위에서 죽어가는 전우들을 구하자!”


바톨로메스가 소리를 쳤다. “전군은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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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26화-머스켓과 풋사과(6) +5 19.03.06 222 4 17쪽
206 26화-머스켓과 풋사과(5) 19.03.05 212 3 16쪽
205 26화-머스켓과 풋사과(4) +2 19.03.04 225 3 15쪽
204 26화-머스켓과 풋사과(3) 19.03.03 269 3 17쪽
203 26화-머스켓과 풋사과(2) 19.03.02 248 3 16쪽
20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 19.03.01 265 3 17쪽
20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2) +5 19.02.04 300 4 19쪽
20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1) 19.02.03 242 2 17쪽
199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0) 19.02.02 337 3 18쪽
198 25화-그의 것을 그에게(9) 19.02.01 248 2 13쪽
197 25화-그의 것을 그에게(8) 19.01.31 269 4 18쪽
196 25화-그의 것을 그에게(7) 19.01.30 240 2 18쪽
195 25화-그의 것을 그에게(6) 19.01.29 264 3 14쪽
194 25화-그의 것을 그에게(5) 19.01.28 264 4 16쪽
193 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19.01.27 239 3 17쪽
192 25화-그의 것을 그에게(3) 19.01.26 237 3 14쪽
19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2) 19.01.25 253 4 15쪽
19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 19.01.24 271 4 21쪽
189 24화-개화의 새벽(10) +2 19.01.23 307 3 17쪽
188 24화-개화의 새벽(9) 19.01.22 275 3 16쪽
187 24화-개화의 새벽(8) 19.01.21 251 3 14쪽
186 24화-개화의 새벽(7) 19.01.20 281 3 13쪽
185 24화-개화의 새벽(6) 19.01.19 303 5 17쪽
184 24화-개화의 새벽(5) 19.01.18 267 6 15쪽
183 24화-개화의 새벽(4) +2 19.01.17 299 3 15쪽
182 24화-개화의 새벽(3) +1 19.01.16 283 4 18쪽
181 24화-개화의 새벽(2) 19.01.15 282 4 16쪽
180 24화-개화의 새벽(1) 19.01.14 329 4 17쪽
179 23화-옐로이즈(10) +1 19.01.13 306 3 16쪽
178 23화-옐로이즈(9) +4 19.01.12 336 4 14쪽
177 23화-옐로이즈(8) +2 19.01.11 287 4 15쪽
176 23화-옐로이즈(7) +2 19.01.10 313 3 16쪽
175 23화-옐로이즈(6) 19.01.09 273 3 19쪽
174 23화-옐로이즈(5) 19.01.08 294 3 12쪽
173 23화-옐로이즈(4) +4 19.01.07 311 5 14쪽
172 23화-옐로이즈(3) +2 19.01.06 272 5 13쪽
171 23화-옐로이즈(2) 19.01.05 297 7 15쪽
170 23화-옐로이즈(1) 19.01.04 292 6 14쪽
169 22화-마왕의 이유식(10) 19.01.03 337 6 13쪽
168 22화-마왕의 이유식(9) 19.01.02 295 6 14쪽
167 22화-마왕의 이유식(8) 19.01.01 292 6 17쪽
166 22화-마왕의 이유식(7) +1 18.12.31 308 7 13쪽
165 22화-마왕의 이유식(6) 18.12.30 365 6 13쪽
164 22화-마왕의 이유식(5) 18.12.29 350 10 16쪽
163 22화-마왕의 이유식(4) 18.12.28 362 6 14쪽
162 23화-마왕의 이유식(3) +2 18.12.27 389 7 13쪽
161 22화-마왕의 이유식(2) 18.12.26 361 5 15쪽
160 22화-마왕의 이유식(1) +2 18.12.25 425 6 18쪽
159 21화-영광의 계승자(12)(2부 完) +10 18.12.24 436 12 18쪽
158 21화-영광의 계승자(11) 18.12.23 413 7 20쪽
157 21화-영광의 계승자(10) +2 18.12.22 373 7 20쪽
156 21화-영광의 계승자(9) +2 18.12.21 404 8 20쪽
155 21화-영광의 계승자(8) +2 18.12.20 382 10 18쪽
154 21화-영광의 계승자(7) 18.12.19 372 11 20쪽
153 21화-영광의 계승자(6) 18.12.18 371 6 20쪽
152 21화-영광의 계승자(5) 18.12.17 379 6 22쪽
151 21화-영광의 계승자(4) 18.12.16 392 8 16쪽
150 21화-영광의 계승자(3) +2 18.12.15 389 5 19쪽
149 21화-영광의 계승자(2) 18.12.14 380 7 18쪽
148 21화-영광의 계승자(1) 18.12.13 449 8 19쪽
147 20화-0시 정각(11) +1 18.12.12 382 13 27쪽
146 20화-0시 정각(10) +2 18.12.11 359 12 17쪽
145 20화-0시 정각(9) 18.12.10 370 9 15쪽
144 20화-0시 정각(8) 18.12.09 408 9 17쪽
143 20화-0시 정각(7) +2 18.12.08 422 11 17쪽
142 20화-0시 정각(6) +4 18.12.07 402 7 22쪽
141 20화-0시 정각(5) +2 18.12.06 377 9 16쪽
140 20화-0시 정각(4) 18.12.05 374 8 20쪽
139 20화-0시 정각(3) 18.12.04 385 9 19쪽
138 20화-0시 정각(2) +1 18.12.03 386 10 21쪽
137 20화-0시 정각(1) 18.12.02 435 8 26쪽
136 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18.12.01 395 6 16쪽
135 19화-벽을 사이에 두고(8) 18.11.30 405 7 20쪽
134 19화-벽을 사이에 두고(7) 18.11.29 506 11 19쪽
133 19화-벽을 사이에 두고(6) 18.11.28 392 6 17쪽
132 19화-벽을 사이에 두고(5) 18.11.27 414 9 21쪽
131 19화-벽을 사이에 두고(4) +2 18.11.26 413 9 18쪽
130 19화-벽을 사이에 두고(3) +4 18.11.25 483 10 18쪽
129 19화-벽을 사이에 두고(2) +2 18.11.24 435 9 16쪽
128 19화-벽을 사이에 두고(1) 18.11.23 450 7 14쪽
12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1) +2 18.11.22 445 8 12쪽
126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0) 18.11.21 440 9 21쪽
125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9) 18.11.20 442 9 17쪽
124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8) 18.11.19 445 12 19쪽
123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7) 18.11.18 545 8 20쪽
122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6) 18.11.17 475 10 18쪽
121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5) 18.11.16 446 9 20쪽
120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4) +2 18.11.15 456 8 16쪽
119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3) 18.11.14 497 9 22쪽
118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2) 18.11.13 466 10 16쪽
11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 18.11.12 513 11 18쪽
116 17화-노예 나라의 왕(11) 18.11.11 505 11 23쪽
115 17화-노예 나라의 왕(10) 18.11.10 473 11 25쪽
114 17화-노예 나라의 왕(9) 18.11.09 474 10 21쪽
113 17화-노예 나라의 왕(8) 18.11.08 469 13 21쪽
112 17화-노예 나라의 왕(7) 18.11.07 477 10 16쪽
111 17화-노예 나라의 왕(6) 18.11.06 473 11 18쪽
110 17화-노예 나라의 왕(5) 18.11.05 506 8 17쪽
109 17화-노예 나라의 왕(4) 18.11.04 472 10 18쪽
108 17화-노예 나라의 왕(3) 18.11.03 530 9 17쪽
107 17화-노예 나라의 왕(2) 18.11.02 500 13 17쪽
106 17화-노예 나라의 왕(1) 18.11.01 508 12 17쪽
105 16화-사랑과 충성(11) 18.10.31 538 11 18쪽
104 16화-사랑과 충성(10) 18.10.30 504 11 17쪽
103 16화-사랑과 충성(9) 18.10.29 473 10 15쪽
102 16화-사랑과 충성(8) +2 18.10.28 515 10 17쪽
101 16화-사랑과 충성(7) 18.10.27 534 12 21쪽
100 16화-사랑과 충성(6) 18.10.26 549 11 19쪽
99 16화-사랑과 충성(5) 18.10.25 555 11 19쪽
98 16화-사랑과 충성(4) 18.10.24 555 9 19쪽
97 16화-사랑과 충성(3) +2 18.10.23 605 10 19쪽
96 16화-사랑과 충성(2) 18.10.22 571 8 15쪽
95 16화-사랑과 충성(1) 18.10.21 608 9 18쪽
94 15화-굴욕의 맛(10) +2 18.10.20 602 10 15쪽
93 15화-굴욕의 맛(9) 18.10.19 562 10 23쪽
92 15화-굴욕의 맛(8) 18.10.18 561 11 19쪽
91 15화-굴욕의 맛(7) 18.10.17 595 10 19쪽
90 15화-굴욕의 맛(6) +2 18.10.16 602 9 22쪽
89 15화-굴욕의 맛(5) +6 18.10.15 630 12 16쪽
88 15화-굴욕의 맛(4) 18.10.14 601 14 16쪽
87 15화-굴욕의 맛(3) 18.10.13 641 10 15쪽
86 15화-굴욕의 맛(2) 18.10.12 646 10 18쪽
85 15화-굴욕의 맛(1) 18.10.11 637 14 22쪽
84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0) 18.10.10 668 15 17쪽
83 14화-왕도를 걷는 노예(9) +2 18.10.09 628 10 15쪽
82 14화-왕도를 걷는 노예(8) 18.10.08 681 12 22쪽
81 14화-왕도를 걷는 노예(7) +2 18.10.07 657 11 16쪽
80 14화-왕도를 걷는 노예(6) 18.10.06 639 13 19쪽
79 14화-왕도를 걷는 노예(5) 18.10.05 644 11 18쪽
78 14화-왕도를 걷는 노예(4) +2 18.10.04 688 11 19쪽
77 14화-왕도를 걷는 노예(3) 18.10.03 669 12 23쪽
76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2 18.10.02 719 12 21쪽
75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 +2 18.10.01 765 14 16쪽
74 13화-망국의 씨앗(12)(1부 完) +2 18.09.30 756 15 21쪽
73 13화-망국의 씨앗(11) +4 18.09.29 686 15 18쪽
72 13화-망국의 씨앗(10) +2 18.09.28 664 10 16쪽
71 13화-망국의 씨앗(9) +2 18.09.27 739 13 20쪽
» 13화-망국의 씨앗(8) 18.09.26 744 13 18쪽
69 13화-망국의 씨앗(7) +2 18.09.25 775 14 22쪽
68 13화-망국의 씨앗(6) 18.09.24 752 12 21쪽
67 13화-망국의 씨앗(5) +10 18.09.23 779 11 20쪽
66 13화-망국의 씨앗(4) 18.09.22 770 12 15쪽
65 13화-망국의 씨앗(3) +2 18.09.21 810 9 15쪽
64 13화-망국의 씨앗(2) 18.09.20 814 8 18쪽
63 13화-망국의 씨앗(1) 18.09.19 815 13 14쪽
62 12화-스파이 게임(11) 18.09.18 779 11 16쪽
61 12화-스파이 게임(10) 18.09.17 804 13 16쪽
60 12화-스파이 게임(9) +2 18.09.16 869 13 13쪽
59 12화-스파이 게임(8) 18.09.15 920 15 20쪽
58 12화-스파이 게임(7) 18.09.14 902 10 14쪽
57 12화-스파이 게임(6) +1 18.09.13 954 12 12쪽
56 12화-스파이 게임(5) 18.09.12 923 15 18쪽
55 12화-스파이 게임(4) 18.09.11 945 11 17쪽
54 12화-스파이 게임(3) 18.09.10 982 17 17쪽
53 12화-스파이 게임(2) 18.09.09 1,046 14 15쪽
52 12화-스파이 게임(1) 18.09.08 1,163 13 14쪽
51 11화-마지막 왕자(11) +5 18.09.07 1,146 18 19쪽
50 11화-마지막 왕자(10) 18.09.06 1,103 17 15쪽
49 11화-마지막 왕자(9) 18.09.05 1,128 16 17쪽
48 11화-마지막 왕자(8) 18.09.04 1,148 21 21쪽
47 11화-마지막 왕자(7) 18.09.03 1,201 20 15쪽
46 11화-마지막 왕자(6) 18.09.02 1,186 24 19쪽
45 11화-마지막 왕자(5) 18.09.01 1,217 24 19쪽
44 11화-마지막 왕자(4) +2 18.08.31 1,248 19 14쪽
43 11화-마지막 왕자(3) 18.08.30 1,324 20 16쪽
42 11화-마지막 왕자(2) 18.08.29 1,423 20 14쪽
41 11화-마지막 왕자(1) 18.08.28 1,411 24 14쪽
40 10화-권위와 긍지(8) 18.08.27 1,412 23 16쪽
39 10화-권위와 긍지(7) 18.08.26 1,44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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