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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서재입니다.

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339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10.17 12:00
조회
595
추천
10
글자
19쪽

15화-굴욕의 맛(7)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5화-굴욕의 맛(7)




“형!”


앙리가 세루크를 잡아끌었다. “저거 먹어보자!”


세루크가 앙리를 흘겨보았다. “놀러 왔냐? 돈 벌러 왔잖아!”


“아이 일단 먹고 해야지!”


세루크와 앙리가 이다볼 말로 떠들어 댔다. 시끄러운 진국의 수도 월우의 시장통이지만 그래도 이다볼 말은 눈에 띄었다. 둘은 만두를 사먹으며 붉은 양산이 가득 걸린 좌판을 몇 개씩 지나쳐 갔다.


“어? 저기! 저기 있다!”


둘은 진국말로 벼베기 구함, 이라고 쓴 팻말을 든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세루크가 사전을 보며 말했다. “일하고 싶어요.”


“진국 사람 아니야?”


“이다볼에서 왔어요. 너무 배가 고파요.”


“거기 사람들 굶어 죽는다며? 세금이 세서.”


“네. 힘들어요. 일 좀 주세요.”


세루크와 앙리가 진국 식으로 손을 모았다. “일 좀 주세요. 아저씨!”


“그래. 뭐. 하지만 돈은 우리나라 사람의 반만 줄 거야! 이다볼은 우리나라의 노예 나라니까.”


세루크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애써 웃었다. “에이, 반이 어디에요! 빨리 같이 가요. 아저씨!”


둘은 진국 사람들보다 두 시간씩 더 일하며 반 밖에 안 되는 돈을 받았다. 잠도 주인아저씨 집의 헛간 옆 창고에서 짚단을 깔고 잤다.


아저씨가 말했다. “너희들은 진국의 노예들이니까 안에서 잘 필요 없어. 돈 주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세루크가 고개 숙여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너희 같은 놈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씻지도 않고 다니는 놈들. 더러워!”


“죄송해요.”


“상류에서 씻으면 더러워지니까 하류에서 씻어. 그리고 빨리 돈 모아서 나가!”


“네.”


앙리는 서러워서 밤마다 울었다. 세루크는 앙리를 다독이며 두 동생 때문에 지독한 고생을 했던 지크 형을 생각했다. 헛간 옆은 밤만 되면 기온이 뚝 떨어졌다. 둘은 꼭 껴안고 잤다.


날이 좀 풀리는 날이면 세루크는 앙리를 데리고 강 하류에서 몸을 씻었다. 이다볼에서 넘어온 거지들이 모두 한데 모였다. 금발, 적발에 몸집이 크고 피부가 하얗거나 검은 사람들이 서로를 가엾은 눈길로 곁눈질했다. ‘다 똑같구나.’


빨래며 설거지한 물이며, 온갖 더러운 쓰레기가 떠 내려와서 몸을 씻는 게 별로 의미가 없었다. 세루크와 앙리는 피가 나도록 짚단으로 몸을 문질렀다. 피부병에 걸리는 것보다는 피부가 벗겨지는 게 더 나았으니까.


“저기, 아저씨들.”


몸을 씻는 날, 세루크가 다른 난민들에게 물었다. “저 칼 쓰는 일을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일을 찾아야 돼요? 주인아저씨가 너무 괴롭혀요. 저 이다볼에서 군인 했었거든요.”


“이야! 칼 쓸 줄 아는구나. 좋겠다.”


아저씨들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관아에 가면 망나니 일을 할 수 있을 걸. 그게 돈을 많이 줘.”


“다른 일은 없어요? 그건 좀 그런데. 높은 사람들 만나는 일이요.”


“하하! 높은 사람들? 너 아주 야심이 있구나!”


거지들이 웃었다. “현령들 중에 싼 값에 우리나라 출신 노비들을 거느리는 사람이 많대.”


“재무관이나 검열관 중에는 누가 제일 잘나가요? 찾아가서 부탁해 보게요. 저 브리태니커 나왔어요.”


거지들이 떠들어 댔다. “브리태니커? 대박이네!” “아니 브리태니커 출신도 난민이 있어?” “아이 다 굶어 죽어가니까.”


세루크가 하하 웃었다. “누가 제일 잘나가요? 내가 칼춤 한번 추면 그냥 넘어가게 만들 자신 있는데!”


“뭐, 요즘 뜨는 놈으로는 백비가 있지.”


“백비요? 뭐 하는 사람이에요?”


“남방족 출신인데 머리가 비상해서 엄청 어린 나이에 과거에 붙었나 봐. 마흔인가? 되는데 벌써 태재니까.”


“태재가 뭐에요?”


거지들이 얼버무렸다. “뭐... 재무쪽에... 무슨 높은... 장관 같은 거지.”


“착한 사람이래요?”


“착하긴!”


사람들이 욕을 했다. “이다볼의 예쁜 여자는 다 손에 넣으려고 얼마나 관리들을 괴롭히는데.”


세루크가 하 하고 웃었다. “뭐야. 병신이네.”


“한번 찾아가 봐!”


“어디 사는데요?”


“어... 어디더라?”


거지들이 머리를 굴렸다. “마차 몇 번 봤는데. 구걸하다가. 음... 하여튼, 동쪽이었어. 여기서 말로 전속력으로 가면 한 두세 시간.”


앙리가 깜짝 놀랐다. “말로 두 세 시간이요오? 월우궁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에요?”


“아냐. 하도 재무를 잘 아니까 태재라고 하는 거지. 그냥 지방 관리야. 걸어가면 넉넉잡고 5일은 걸리겠지? 쟤는 애니까.”


“그럼 거기 가서 방 구하고 일 잡고 그러려면 10일 치 먹을 거리는 있어야겠네.”


세루크가 인상을 썼다. “어우 짜증나. 한 달은 더 일해야겠다!”




하지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디트리히가 오스카르 왕자에게 한 달 안에 두더쥐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한 탓에, 세루크와 앙리는 죽도록 일해서 15일 만에 돈을 모아 내야만 했다. 세루크는 이틀에 한 번 걸러 잠을 잤고, 앙리도 하루에 네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마침내 이삭줍기까지 다 끝난 날, 주인은 살이 쪽 빠진 둘에게 새경을 쳐 주며 손을 뿌렸다. “빨리 꺼져! 어후. 냄새 나.”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앙리와 세루크는 이를 악물고 감사 인사를 했다.


다음날 아침, 모처럼 푹 잔 둘은 더러운 몰골로 마을을 빠져나갔다. 누더기가 된 고향의 면바지와 셔츠 - 그래도 좋은 천으로 만든 것이라 잘 안 찢어진다 - 를 여기저기 깁고, 보따리에 떨어진 짚신 차림이 영락없는 난민 꼴이었다.


맨 처음에 진국에 들어왔을 때는 이런 꼴은 아니었는데. 둘은 한숨을 쉬며 산길로 갔다. 마을을 지나쳐 가는 게 편하긴 하지만, 진국 사람들과 더 이상 마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깊은 산속,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세루크와 앙리는 마음껏 쌍욕을 했다. “아오 개 X발!” “아오 개새끼. 우리 나라가 일어서기만 해 봐!” “내가 꼭 쫓아온다. 죽여 버릴 거야!”


“아오 배고파!”


앙리가 울먹였다. “아오 X발. 배고파. 형. 뭐 좀 먹자. 고기 같은 거 있잖아.”


“그래. 돈 쓰지 말고 잡아먹자. 음.”


세루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국에도 토끼는 살겠지?”


“토끼 말고 쥐라도 잡아먹자.”


“조용히.”


세루크와 앙리가 나무가 우거진 풀숲으로 들어갔다. “조용. 새 소리 들리나 봐봐.”


“저기다!”


앙리가 돌팔매질을 했다. 콱 하고 머리에 돌을 맞은 제비가 푸드득 하고 떨어졌다. 앙리가 주저 없이 제비의 목을 꺾었다.


세루크가 웃었다. “너 아주 남자가 다 됐네?”


“아이 나이가 열 넷이에요! 빨리 불이나 피우세요?”


“칼이 없는데. 내장은 어떻게 벗기지?”


“일단 물가만 찾으면 배만 대충 찢어서 씻어내면 되는데.”


“물가라.”


세루크가 고향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을 곰곰이 되새겼다. “물가에서 잘 나는 풀을 찾아보자. 그 풀이 많은 곳에 샘이 있어.”


“저기 있겠네.”


앙리가 왼쪽을 가리켰다. 둘은 제비를 쥐고 왼쪽으로 두어 시간을 걸었다. 점점 풀의 색이 맑아지더니, 샘이 나타났다.


“찾았다.”


세루크가 주워 온 장작을 바닥에 놓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내가 불 피울 테니까 넌 제비 손질해. 일단 씻고.”


“지크 형은 우리 둘 데리고 이런 짓을 어떻게 했대?”


“몰라.”


세루크가 지크 형을 생각하며 열심히 손을 놀려 댔다. 팔뚝이 빠지도록 나뭇가지를 비비니 겨우 연기가 났다. 세루크와 앙리가 보따리로 만든 짚신과 나뭇잎, 작은 풀들을 집어넣자 불씨가 샘솟았다. “찾았다!”


“불씨 잘 살려 놔. 밤에도 걸을 거야?”


“걷자. 빨리빨리 끝내야지 짜증나 죽겠다.”


“그래. 그러면...”


앙리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들고 물속으로 첨벙 하고 뛰어들었다. 푸하, 하고 고개를 내밀자, 나뭇가지에 작은 고들빼기 세네 개가 꽂혀 있었다.


“이것도 먹자고!”


- 대단한데. 물 속에서 잡기 쉽지 않은데.


세루크가 하하 웃었다. “많이 잡아. 길가다가 먹게!”




세루크와 앙리가 개고생을 하며 태재 백비가 일하는 마을에 일자리를 잡은 날, 우사이막스가 그들을 다시 찾아왔다.


“장군님.”


우사이막스가 다리 밑에 거지꼴을 하고 앉은 두 애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잘 지내냐고 묻지도 못하겠다.”


“그래도 여긴 마음 편해요!”


세루크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이런 것도 먹고.”


“어디서 났니?”


“앙리하고 가죽 벗기는 일을 맡아서요. 그냥 쪼끔 잘라다가 구워 먹고 그래요.”


“가죽 벗기는 일을 한다고? 그거 당장 그만둬라. 잘못하면 불치병 걸려!”


“금방 하고 말 건데요 뭐. 보통 일주일 안에 그만둔다네요? 일주일만 해 보고요.”


“잠은 도대체 어디서 자니?”


앙리가 웃었다. “그냥 여기서 자요.”


“위험하지 않아?”


“형하고 저하고 둘이 다니면 위험한 거 없어요! 가끔씩 여자애들이 먹을 것도 주기도 해요. 여기 밑에가 바로 강이라서 씻기도 좋아요.”


세루크도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특히 좋아요. 여기가 얼마나 좋은 자린지 모르시죠? 주변에 거지들한테서 뺏은 거예요. 제가 좀 손봐줬더니 다 대장이라고 불러요.”


“하하하.”


우사이막스가 힘없이 웃었다. “그래. 잘 지내고 있구나.”


세루크가 길가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이 마음 편해요. 그게 제일 중요하지!”


바닥에 퍼질러 앉은 앙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나 그냥 형하구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애! 어후, 왕궁에서는 매앤날 마음 고생하잖아. 오스카르 왕자님 불쌍해.”


우사이막스가 군침을 삼켰다. “설마 너희, 사명을 잊은 건 아니겠지?”


세루크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죠! 사명을 잊었으면 진작에 용병으로 취업했게요. 알아볼 만큼은 알아봤어요.”


우사이막스가 아이들 앞에 퍼질러앉았다. “그래. 들어 보자. 근데 여기서 얘기해도 되나?”


“앙리.”


세루크가 눈짓했다. 앙리가 고양이처럼 잽싸게 다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없어.”


“여긴 제가 무서워서 거지들이 안 와요. 하여튼. 백비는 되게 자기과시가 심한 것 같아요.”


“그래?”


“네. 제가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거든요. 무릎 꿇고 명성이 어쩌구 하신 태재 대인 하면서 싹싹 빌었더니 세상에 은화를 주더라고요. 거지한테요.”


“하. 웃긴 놈이네.”


“그 놈이 집 안에 들여서 밥을 먹여 줬어요. 브리태니커 출신이라고 하니까 이것저것 물어 보더라고요. 지방 관리 주제에 알아서 뭐 한다고. 그래서 구천 왕자가 어떻게 다스렸는지 얘기를 해주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되고 저건 저렇게 해야 된다면서 불만이 많더라고요.”


“흠. 그래서?”


“이다볼 사람들이 대인의 명성을 안다면 분명 모셔오고 싶어할 거라고 했죠. 그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무슨, 이 강 이름이 홍강이에요. 자기가 홍강의 와룡이라나? 때가 되면 하늘로 날아오를 거라고 나를 잘 기억해 두라네요.”


우사이막스가 킬킬거렸다. “완전히 병신이네.”


“그래서 가신으로 받아 달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 자기가 아직 가신을 들일만한 돈이 없대요.”


“가난한가 보지?”


“아니에요! 제가 알기로 천석꾼이에요. 근데 국사를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나?”


“흠. 무슨 타입인지 잘 알겠다!”


우사이막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똑똑하긴 해?”


“음... 네.”


“오케이. 다른 건?”


“별별 이유를 붙여서 하급 현령들한테 돈을 뜯어내요. 축첩도 하고 있고, 옆 마을 관리 아내와 관통을 해서 자식이 하나 정도 있어요. 여기 관리들한테야 흔한 일이죠.”


“여자를 좋아하는군.”


“돈만큼 좋아해요. 보석도 굉장히 좋아해서 이다볼의 관리들을 핍박해서 뜯어내고요. 그 만큼 관리들한테 나름대로 보상도 줘요. 윗줄을 압박해서 승진을 잘 시키거든요.”


“수완가구만. 누구에게서 들은 거냐?”


“거기 하인들한테서 들었어요. 비첩 하날 꼬셨어요. 날 백비보다 더 좋아해요.”


우사이막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세루크.”


“네.”


“네가 하고 있는 역할이, 바로 라노르가 우리 나라에서 했던 역할이다. 넌 우리의 복수의 씨앗이야. 알겠니?”


세루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넌 이제 그만 움직여라. 다시 월우로 돌아가서 자리를 잡아.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세루크가 일어서려다가 다시 앉았다. “아,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다. 또 한 가지 있어요.”


“뭐니?”


“구걸을 하다가, 저, 봤어요. 다리 위로 지나가는 걸 똑똑히 봤어요. 빨랫감을 들고 어디로 가고 있었어요.”


“뭐? 누구를? 누군데?”


세루크가 낮게 말했다. “안나 누나요.”


“안나를?”


우사이막스가 놀랐다. 세루크가 더러운 손으로 우사이막스의 손등을 잡았다. “중령님. 형한테 꼭 전해 주세요. 안나 공주는 무사히 잘 살아 있다고.”




“하선!”


진 제국의 항구 광서성. 이다볼의 뱃사람들이 배를 항구에 묶으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 여기! 짐은 여기로!”


바다 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거대한 문이 열리고, 깔끔한 대령 정복을 입은 디트리히가 긴 머리채를 휘날리며 배에서 내렸다. 거대한 몸집의 초크스칼라도 함께였다.


뱃사람들이 디트리히에게 경례했다. “충성!”


디트리히가 손을 저었다. “2주 후, 이 시간에 정박하라. 늦으면 그냥 가도 된다. 내가 알아서 갈 테니.”


“알겠습니다.”


디트리히가 훌쩍 초크스칼라에 올라탔다. 초크스칼라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항구를 벗어났다. 쬐그만 키의 진군 병사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신원을 대시오!”


디트리히가 정갈한 눈썹을 찡그렸다. 그가 유창한 이다볼 말로 말했다. “나는 이다볼 왕국의 디트리히 대령이다. 베르단디 여왕님을 뵈러 왔다!”


“기다리시오.”


“뭐야?”


디트리히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좋다. 네놈들의 시체를 깔고 앉아 기다리마!”


초크스칼라가 위협적으로 앞발을 박찼다.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초커가 그들을 훌쩍 뛰어넘었다. “어, 어-”


“할 말이 있으면 찾아와서 해라! 초커, 가자!”


디트리히가 말을 달렸다.




디트리히는 베르단디와 구천 왕자에게 송년 선물을 한다는 명목으로 왔지만, 직접 선물을 수송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바람같이 초크스칼라를 달려 3일 만에 백비의 저택에 도착했다.


“계시오?”


디트리히가 말에 올라타 소리를 쳤다. “계시오?”


문을 연 시종들이 깜짝 놀랐다. 거대한 초크스칼라에 올라타 긴 머리를 망토처럼 두른 디트리히가 있었다.


“태재 대인은 안에 계시오?”


“누, 누구십니까?”


“나는 태재 대인의 제자가 되려고 찾아왔소.”


디트리히가 정중하게 말했다. “대인께 고해 주시오. 오늘 반드시 대인을 만나야겠소.”


시종들이 문을 쾅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디트리히는 10분이 넘도록 조용히 기다렸다. 디트리히가 다시 고함을 치기 직전, 문이 열렸다.


“소속이 어떻게 되십니까?”


“수도방위군 전략부의 디트리히 대령이오.”


문이 다시 쾅 닫혔다. 디트리히는 다시 10분을 기다렸다. 그가 화를 내기 직전 문이 열렸다. “들어오시랍니다.”


디트리히는 말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섰다. 초크스칼라가 위엄 있는 발걸음으로 시종들을 제치고 마구간으로 먼저 들어갔다. 시종들이 탄성을 질렀다. “명마다. 명마.”


사랑방은 의자가 없는 진국 식이었다. 디트리히는 방석이 놓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렸다. 이윽고, 검은 도포를 입은 백비가 나타났다.


“태재 대인.”


디트리히가 엎드려 절했다. “저는 디트리히 대령입니다. 약속도 하지 못했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어나시오.”


상석에 앉은 백비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다볼 수도방위군의 대령님이 왜 날 찾아오셨소?”


“대인께 나라를 구할 비책을 얻고자 찾아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저희 이다볼 출신 난민들에게서 대인의 위명이 널리 퍼져, 제 귀에까지 우레 같은 명성이 들렸습니다.”


백비의 얼굴이 풀어졌다. 디트리히가 말을 이었다. “태재 대인! 저희 나라는 너무나 비참한 상태입니다. 국민의 1/5이 굶어 죽었습니다.”


디트리히가 고두를 올렸다. “제발, 나라를 구할 비책을 알려주십시오! 이 못사는 나라의 군인을 가엾이 여겨 주십시오.”


백비가 침을 삼켰다. “무슨 비책을 알려달란 말이오?”


“제가 가끔씩 대인께 국사를 의논할 것입니다.”


백비의 얼굴이 환해졌다. “국사를?”


“네. 일단 이걸 받아주십시오.”


디트리히가 상자를 내밀었다. 오스카르 왕자가 직접 보내는 왕실의 보석이었다.


백비의 눈이 빛났다. “이건- 이건 엄청나군.”


“저희 왕실의 보석입니다. 태재 대인께 조언을 구하는 답례로 왕자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디트리히가 진국 식으로 손을 모았다. “대인,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저희도 대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백비가 손을 내저었다. “으흠. 돌아가시오! 나는 이런 것을 받고 싶지 않소.”


디트리히가 다시 손을 모았다. “설마 제가 대인의 주머니를 채우려고 이걸 가져왔겠습니까? 대인께서 국사를 하시는 데 보태시라고 가져온 것입니다. 오해 마십시오. 대인도, 저도 탐관오리가 아닙니다.”


“어디다 쓰란 말이오?”


“대인께서 영락궁으로 들어가시는 데 쓰셔야지요. 듣기로, 왕손록의 영애가 구안와사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이 돈으로 의사를 사서 사도 대인을 고치시지요. 그래서 영락궁에 들어가셔서,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백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다볼 왕국까지 날 알아봐 주니 고맙소. 내 이다볼이 얼마나 비탄에 빠졌는지 잘 알고 있소. 길가의 거지들과 이야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상에 고급 관리 출신들도 그렇게 구걸을 하더군.”


“대인. 이다볼은 진의 속국입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진은 인과 의의 나라가 아닙니까. 저희가 진을 섬기려면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머릿속에 아발론의 길가에 즐비한 시체들이 떠올랐다. 묻어 줄 사람도 굶어죽어, 그대로 길가에 썩어나가던 시체들.


그 시체들을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개와 고양이, 그것들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 결국 사람들은 시체를 먹는 지경까지 가고 있었다.


“대인!”


디트리히가 얼굴을 가렸다. “제발. 저희 나라를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울지 마오!”


백비가 혀를 찼다. “그대는 충신이구료. 울지 마오.”


“제발. 대인!”


“알았소. 알았소. 내일부터 당장 의사를 찾아보겠소. 내 기회를 보아 왕손록 대인에게 말을 넣을 테니 오늘은 푹 쉬시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백비가 보석이 든 상자를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오.”


디트리히가 백비의 손에 연거푸 입을 맞췄다. “감사하옵니다. 감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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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27화-소인을 위한 왕좌(9) 19.03.20 193 4 14쪽
220 27화-소인을 위한 왕좌(8) 19.03.19 218 3 16쪽
219 27화-소인을 위한 왕좌(7) 19.03.18 233 5 15쪽
218 27화-소인을 위한 왕좌(6) 19.03.17 21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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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7화-소인을 위한 왕좌(2) 19.03.13 219 4 17쪽
213 27화-소인을 위한 왕좌(1) 19.03.12 236 5 17쪽
21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1) 19.03.11 207 4 14쪽
211 26화-머스켓과 풋사과(10) 19.03.10 255 5 17쪽
210 26화-머스켓과 풋사과(9) +4 19.03.09 215 3 15쪽
209 26화-머스켓과 풋사과(8) +2 19.03.08 225 3 14쪽
208 26화-머스켓과 풋사과(7) +2 19.03.07 208 3 15쪽
207 26화-머스켓과 풋사과(6) +5 19.03.06 222 4 17쪽
206 26화-머스켓과 풋사과(5) 19.03.05 212 3 16쪽
205 26화-머스켓과 풋사과(4) +2 19.03.04 225 3 15쪽
204 26화-머스켓과 풋사과(3) 19.03.03 269 3 17쪽
203 26화-머스켓과 풋사과(2) 19.03.02 248 3 16쪽
20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 19.03.01 265 3 17쪽
20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2) +5 19.02.04 300 4 19쪽
20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1) 19.02.03 242 2 17쪽
199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0) 19.02.02 337 3 18쪽
198 25화-그의 것을 그에게(9) 19.02.01 248 2 13쪽
197 25화-그의 것을 그에게(8) 19.01.31 269 4 18쪽
196 25화-그의 것을 그에게(7) 19.01.30 240 2 18쪽
195 25화-그의 것을 그에게(6) 19.01.29 264 3 14쪽
194 25화-그의 것을 그에게(5) 19.01.28 264 4 16쪽
193 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19.01.27 239 3 17쪽
192 25화-그의 것을 그에게(3) 19.01.26 237 3 14쪽
19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2) 19.01.25 253 4 15쪽
19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 19.01.24 271 4 21쪽
189 24화-개화의 새벽(10) +2 19.01.23 307 3 17쪽
188 24화-개화의 새벽(9) 19.01.22 275 3 16쪽
187 24화-개화의 새벽(8) 19.01.21 251 3 14쪽
186 24화-개화의 새벽(7) 19.01.20 281 3 13쪽
185 24화-개화의 새벽(6) 19.01.19 303 5 17쪽
184 24화-개화의 새벽(5) 19.01.18 267 6 15쪽
183 24화-개화의 새벽(4) +2 19.01.17 299 3 15쪽
182 24화-개화의 새벽(3) +1 19.01.16 283 4 18쪽
181 24화-개화의 새벽(2) 19.01.15 282 4 16쪽
180 24화-개화의 새벽(1) 19.01.14 329 4 17쪽
179 23화-옐로이즈(10) +1 19.01.13 306 3 16쪽
178 23화-옐로이즈(9) +4 19.01.12 336 4 14쪽
177 23화-옐로이즈(8) +2 19.01.11 287 4 15쪽
176 23화-옐로이즈(7) +2 19.01.10 313 3 16쪽
175 23화-옐로이즈(6) 19.01.09 273 3 19쪽
174 23화-옐로이즈(5) 19.01.08 294 3 12쪽
173 23화-옐로이즈(4) +4 19.01.07 311 5 14쪽
172 23화-옐로이즈(3) +2 19.01.06 272 5 13쪽
171 23화-옐로이즈(2) 19.01.05 297 7 15쪽
170 23화-옐로이즈(1) 19.01.04 292 6 14쪽
169 22화-마왕의 이유식(10) 19.01.03 337 6 13쪽
168 22화-마왕의 이유식(9) 19.01.02 295 6 14쪽
167 22화-마왕의 이유식(8) 19.01.01 292 6 17쪽
166 22화-마왕의 이유식(7) +1 18.12.31 308 7 13쪽
165 22화-마왕의 이유식(6) 18.12.30 365 6 13쪽
164 22화-마왕의 이유식(5) 18.12.29 350 10 16쪽
163 22화-마왕의 이유식(4) 18.12.28 362 6 14쪽
162 23화-마왕의 이유식(3) +2 18.12.27 389 7 13쪽
161 22화-마왕의 이유식(2) 18.12.26 361 5 15쪽
160 22화-마왕의 이유식(1) +2 18.12.25 425 6 18쪽
159 21화-영광의 계승자(12)(2부 完) +10 18.12.24 436 12 18쪽
158 21화-영광의 계승자(11) 18.12.23 413 7 20쪽
157 21화-영광의 계승자(10) +2 18.12.22 373 7 20쪽
156 21화-영광의 계승자(9) +2 18.12.21 404 8 20쪽
155 21화-영광의 계승자(8) +2 18.12.20 382 10 18쪽
154 21화-영광의 계승자(7) 18.12.19 372 11 20쪽
153 21화-영광의 계승자(6) 18.12.18 371 6 20쪽
152 21화-영광의 계승자(5) 18.12.17 379 6 22쪽
151 21화-영광의 계승자(4) 18.12.16 392 8 16쪽
150 21화-영광의 계승자(3) +2 18.12.15 389 5 19쪽
149 21화-영광의 계승자(2) 18.12.14 380 7 18쪽
148 21화-영광의 계승자(1) 18.12.13 449 8 19쪽
147 20화-0시 정각(11) +1 18.12.12 382 13 27쪽
146 20화-0시 정각(10) +2 18.12.11 359 12 17쪽
145 20화-0시 정각(9) 18.12.10 370 9 15쪽
144 20화-0시 정각(8) 18.12.09 408 9 17쪽
143 20화-0시 정각(7) +2 18.12.08 422 11 17쪽
142 20화-0시 정각(6) +4 18.12.07 402 7 22쪽
141 20화-0시 정각(5) +2 18.12.06 377 9 16쪽
140 20화-0시 정각(4) 18.12.05 374 8 20쪽
139 20화-0시 정각(3) 18.12.04 385 9 19쪽
138 20화-0시 정각(2) +1 18.12.03 386 10 21쪽
137 20화-0시 정각(1) 18.12.02 435 8 26쪽
136 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18.12.01 396 6 16쪽
135 19화-벽을 사이에 두고(8) 18.11.30 405 7 20쪽
134 19화-벽을 사이에 두고(7) 18.11.29 506 11 19쪽
133 19화-벽을 사이에 두고(6) 18.11.28 392 6 17쪽
132 19화-벽을 사이에 두고(5) 18.11.27 414 9 21쪽
131 19화-벽을 사이에 두고(4) +2 18.11.26 413 9 18쪽
130 19화-벽을 사이에 두고(3) +4 18.11.25 483 10 18쪽
129 19화-벽을 사이에 두고(2) +2 18.11.24 435 9 16쪽
128 19화-벽을 사이에 두고(1) 18.11.23 450 7 14쪽
12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1) +2 18.11.22 445 8 12쪽
126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0) 18.11.21 440 9 21쪽
125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9) 18.11.20 442 9 17쪽
124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8) 18.11.19 445 12 19쪽
123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7) 18.11.18 545 8 20쪽
122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6) 18.11.17 475 10 18쪽
121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5) 18.11.16 446 9 20쪽
120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4) +2 18.11.15 456 8 16쪽
119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3) 18.11.14 497 9 22쪽
118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2) 18.11.13 466 10 16쪽
11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 18.11.12 513 11 18쪽
116 17화-노예 나라의 왕(11) 18.11.11 505 11 23쪽
115 17화-노예 나라의 왕(10) 18.11.10 473 11 25쪽
114 17화-노예 나라의 왕(9) 18.11.09 474 10 21쪽
113 17화-노예 나라의 왕(8) 18.11.08 469 13 21쪽
112 17화-노예 나라의 왕(7) 18.11.07 477 10 16쪽
111 17화-노예 나라의 왕(6) 18.11.06 473 11 18쪽
110 17화-노예 나라의 왕(5) 18.11.05 506 8 17쪽
109 17화-노예 나라의 왕(4) 18.11.04 472 10 18쪽
108 17화-노예 나라의 왕(3) 18.11.03 530 9 17쪽
107 17화-노예 나라의 왕(2) 18.11.02 500 13 17쪽
106 17화-노예 나라의 왕(1) 18.11.01 508 12 17쪽
105 16화-사랑과 충성(11) 18.10.31 538 11 18쪽
104 16화-사랑과 충성(10) 18.10.30 504 11 17쪽
103 16화-사랑과 충성(9) 18.10.29 473 10 15쪽
102 16화-사랑과 충성(8) +2 18.10.28 515 10 17쪽
101 16화-사랑과 충성(7) 18.10.27 534 12 21쪽
100 16화-사랑과 충성(6) 18.10.26 549 11 19쪽
99 16화-사랑과 충성(5) 18.10.25 555 11 19쪽
98 16화-사랑과 충성(4) 18.10.24 555 9 19쪽
97 16화-사랑과 충성(3) +2 18.10.23 605 10 19쪽
96 16화-사랑과 충성(2) 18.10.22 571 8 15쪽
95 16화-사랑과 충성(1) 18.10.21 608 9 18쪽
94 15화-굴욕의 맛(10) +2 18.10.20 602 10 15쪽
93 15화-굴욕의 맛(9) 18.10.19 562 10 23쪽
92 15화-굴욕의 맛(8) 18.10.18 561 11 19쪽
» 15화-굴욕의 맛(7) 18.10.17 596 10 19쪽
90 15화-굴욕의 맛(6) +2 18.10.16 602 9 22쪽
89 15화-굴욕의 맛(5) +6 18.10.15 630 12 16쪽
88 15화-굴욕의 맛(4) 18.10.14 601 14 16쪽
87 15화-굴욕의 맛(3) 18.10.13 641 10 15쪽
86 15화-굴욕의 맛(2) 18.10.12 646 10 18쪽
85 15화-굴욕의 맛(1) 18.10.11 637 14 22쪽
84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0) 18.10.10 668 15 17쪽
83 14화-왕도를 걷는 노예(9) +2 18.10.09 628 10 15쪽
82 14화-왕도를 걷는 노예(8) 18.10.08 681 12 22쪽
81 14화-왕도를 걷는 노예(7) +2 18.10.07 657 11 16쪽
80 14화-왕도를 걷는 노예(6) 18.10.06 639 13 19쪽
79 14화-왕도를 걷는 노예(5) 18.10.05 644 11 18쪽
78 14화-왕도를 걷는 노예(4) +2 18.10.04 688 11 19쪽
77 14화-왕도를 걷는 노예(3) 18.10.03 669 12 23쪽
76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2 18.10.02 719 12 21쪽
75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 +2 18.10.01 765 14 16쪽
74 13화-망국의 씨앗(12)(1부 完) +2 18.09.30 756 15 21쪽
73 13화-망국의 씨앗(11) +4 18.09.29 686 15 18쪽
72 13화-망국의 씨앗(10) +2 18.09.28 664 10 16쪽
71 13화-망국의 씨앗(9) +2 18.09.27 739 13 20쪽
70 13화-망국의 씨앗(8) 18.09.26 744 13 18쪽
69 13화-망국의 씨앗(7) +2 18.09.25 775 14 22쪽
68 13화-망국의 씨앗(6) 18.09.24 752 12 21쪽
67 13화-망국의 씨앗(5) +10 18.09.23 779 11 20쪽
66 13화-망국의 씨앗(4) 18.09.22 770 12 15쪽
65 13화-망국의 씨앗(3) +2 18.09.21 810 9 15쪽
64 13화-망국의 씨앗(2) 18.09.20 814 8 18쪽
63 13화-망국의 씨앗(1) 18.09.19 815 13 14쪽
62 12화-스파이 게임(11) 18.09.18 779 11 16쪽
61 12화-스파이 게임(10) 18.09.17 804 13 16쪽
60 12화-스파이 게임(9) +2 18.09.16 869 13 13쪽
59 12화-스파이 게임(8) 18.09.15 920 15 20쪽
58 12화-스파이 게임(7) 18.09.14 902 10 14쪽
57 12화-스파이 게임(6) +1 18.09.13 954 12 12쪽
56 12화-스파이 게임(5) 18.09.12 923 15 18쪽
55 12화-스파이 게임(4) 18.09.11 945 11 17쪽
54 12화-스파이 게임(3) 18.09.10 982 17 17쪽
53 12화-스파이 게임(2) 18.09.09 1,046 14 15쪽
52 12화-스파이 게임(1) 18.09.08 1,163 13 14쪽
51 11화-마지막 왕자(11) +5 18.09.07 1,146 18 19쪽
50 11화-마지막 왕자(10) 18.09.06 1,103 17 15쪽
49 11화-마지막 왕자(9) 18.09.05 1,129 16 17쪽
48 11화-마지막 왕자(8) 18.09.04 1,148 21 21쪽
47 11화-마지막 왕자(7) 18.09.03 1,201 20 15쪽
46 11화-마지막 왕자(6) 18.09.02 1,186 24 19쪽
45 11화-마지막 왕자(5) 18.09.01 1,217 24 19쪽
44 11화-마지막 왕자(4) +2 18.08.31 1,248 19 14쪽
43 11화-마지막 왕자(3) 18.08.30 1,324 20 16쪽
42 11화-마지막 왕자(2) 18.08.29 1,423 20 14쪽
41 11화-마지막 왕자(1) 18.08.28 1,411 24 14쪽
40 10화-권위와 긍지(8) 18.08.27 1,412 23 16쪽
39 10화-권위와 긍지(7) 18.08.26 1,44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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