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개화의 새벽(6)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화-개화의 새벽(6)
다음 국무회의는 사람들의 성화로 일주일 후에 다시 열렸다. 이미 사법부는 신설되었고, 법정관과 세부 조직을 정하는 회의였다.
"인정 못합니다!"
그새 살이 쪽 빠진 톨스토아가 날카롭게 말했다. "지난번 회의는 어린애 장난이었습니다. 그런 짓으로 이렇게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순 없습니다!"
이아이누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오스카르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법부 신설부터 다시 얘기하지.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페즈 장군을 비롯한 사령관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이미 왕명으로 인사발령까지 다 났는데 이제 와서 신하들이 반대하신다고..."
"그렇지만 총리님과 대원수님이 이렇게 마음을 바꾸시니,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지. 두분 다 기탄없이 말씀해 보시오."
톨스토아가 외쳤다. "반대합니다!"
"총리님은?"
이아이누가 한숨을 푹 쉬었다. "왕명인데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 뭐야?
톨스토아가 눈을 치떴다. "총리님! 지금 세베이를 사법부한테 내주자 이겁니까?"
그 말을 들은 세베이가 움찔했다. 이아이누가 고개를 저었다. "세베이 장관님이 거길 왜 갑니까?"
"그럼 사법부 일을 할 사람이 세베이 장관님 말고 있소!"
"탕리 장군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뭐요?" 톨스토아가 외쳤다. "탕리가 뭔데 사법부를 맡는단 말이오!" 탕리와 톨스토아는 세상이 다 아는 앙숙이었다. 사법부를 탕리가 맡게 할 순 없었다. "탕리가 뭔데! 저 놈이 법에 대해 뭘 아시오!"
왕이 톨스토아를 쳐다봤다. "대원수님. 탕리 장군이 그래도 기초지식은 있소! 고향에 가셔서 법 공부를 좀 하셨지?"
탕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 개소리 지껄인다고 사람 소리 되느냐! 세베이 장관. 말씀 좀 해 보시오!"
왕이 세베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세베이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아이누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세베이 장관님. 기탄없이 얘기하시오."
세베이가 이아이누의 눈치를 슬슬 보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저는 총리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조건 행정부 내에서 있고 싶습니다. 사법부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왕이 어깻짓을 했다. "그렇다는군."
"탕리!" 톨스토아가 손가락질을 했다. "평생 칼질이나 하던 네가 사법부를 맡아서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이아이누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다가-"
"그만!" 왕이 다시 손을 들었다. "세베이 장관님이 안 하신다는데, 그럼 탕리 장군님 말고 누굴 추천하시겠소?" 왕이 어깻짓을 했다. "예정대로 제페즈 장군을 추천하겠소?"
"사법부 신설은 반대합니다. 저희 군부는 반대입니다!"
"사령관님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시오?"
"사령관들의 의견이 뭐가 중요합니까! 저는 군부의 수장입니다!"
"그럼 군부의 의견은 뭐가 중요하오? 지금 행정부를 나누는 이야기를 하고 있소. 판검사들은 본래 행정부 소속이오."
"거짓말 마십시오! 지금 우리 사람들을 빼다가 사법부에 쑤셔 넣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도대체 누가! 무슨 작정으로 제페즈를 꼬셨는지 모르겠지만!" 톨스토아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군부는 절대 사법부 신설에 찬성 못합니다. 사법부에는 단 한 명도 줄 수 없습니다! 제가 제 권세나 지키려고 이러는 걸로 보이십니까? 사법부라니 말도 안 되는 짓거리입니다!"
"뭐요?" 이아이누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왜 찬성하셨소? 행정부를 나누는 건 되고 군부를 나누는 건 안 됩니까? 대원수님. 너무 속보이시네요."
"수작 부리지 마시오!"
"수작?" 이아이누의 눈에 불이 일었다.
"지금 행정부도 양보하고 있습니다. 안 보이시오? 우리가 한쪽 잘라 줬으면 그쪽도 잘라 줘야지! 한쪽만 잘라 가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그럼 사법부 신설에 반대하시오! 그럼 될 것 아니오!"
"당신이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엎질러진 물이야! 그럼 당신이 책임지고 물러나시오! 왕명을 엎으려면 이유가 있어야 될 것 아니오! 왕명이 어린애 장난이오!"
세베이가 벌떡 일어섰다. "맞습니다! 이게 다 대원수님 욕심 때문입니다! 이 일로 제일 피해보는 건 저입니다! 이렇게 제 부하들 다 가져가 놓으시고 이제 와서-"
"뭐야? 저 새끼가!" 톨스토아가 쌍욕을 하며 일어섰다. "당장 저 새낄 체포하라!"
"야!" 이아이누가 자리를 박찼다. "왜 세베이를 체포해! 쟤가 틀린 말 했어!"
"모두 닥쳐라!" 왕이 고함을 쳤다. "이 무슨 짓들이냐! 당장 앉아라!"
이아이누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자리에 앉았다. 톨스토아도 자리에 앉았다. 세베이는 앉지 않았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세베이가 고함을 질렀다. "저는 여기 계신 대원수님과 폐하... 국사 때문에 30년 공직 생활을 하루 아침에 접게 되었습니다. 국사야 원래 가차 없는 것이니 잠자코 있었습니다만, 총리님께서는 밤잠도 못 주무시고 돌보시던 조직의 한 팔이 하루 아침에 잘려 나갔습니다! 저희들 다 지크에게 눈 뜨고 뒤통수 맞았습니다. 죽을 각오 하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에 제일 피해자는 장관님이지. 얘기하시오."
"탕리 장군님은 법에 문외한입니다. 제페즈 장군과 다른 사령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들은 법무를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입니다! 저를 자르시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 판검사 애들까지 다 자르지는 마십시오. 나라가 엉망 진창이 될 것입니다! 저희가하던 일이 모두 파도 앞의 모래성이 된단 말입니다."
"하아." 이아이누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왕이 물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총리님은 절대 자기 인력을 이 쪽에 내어 주지 않으실 거요."
이아이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사들을 내어 드리지요. 판사들은 안 됩니다. 검사들 중에 법에 밝고 경험 많은 인물들을 골라 일하시면 어느 정도는 굴러갈 겁니다. 하지만 판결은 이 쪽에서 하겠습니다. 사법부는 법 관리만 하십시오. 재판에는 관여하지 마시고."
"그리고!" 세베이가 외쳤다. "지크는 절대 사법부에 들이지 마십시오. 나라에 두고두고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크에게 당하는 게 분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사가 걱정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더 이상 지크를 위해 무리하게 자리를 만들지 마십시오."
세베이가 무릎을 꿇었다. "폐하, 이것은 저의 충심입니다."
"내 장관님의 충심은 잘 알지." 오스카르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절대 사법부에 발들이지 못하게 하겠소. 지금처럼 총리님을 도울 거요. 그럼 탕리 장군을 법정관으로 임명하지. 모두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아이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요." 장관들도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제페즈를 비롯한 여남은 명의 얼굴이 쫙 펴졌다. 이제 사법부는 힘을 합쳐 지크를 왕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들은 지크에게 인생을 베팅했다. 지크가 왕이 되면 그들은 출세 일로만 걸을 것이고, 지크가 죽으면 사법부도 모두 함께 죽을 것이다.
"그럼 교지를 쓰겠소."
왕이 탕리를 법정관으로 임명하는 교지를 썼다. 쾅, 하고 옥새를 찍었다. "돌려 보시오." 총리부터 왕의 교지가 쫙 돌아갔다. 맨 마지막에 교지를 받은 톨스토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왕이 눈을 끔뻑이며 교지를 잘 말아넣었다.
"당장 현 시각부로 시행하겠소. 탕리 장군."
"예."
"장군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베리아 전략군 사령관 자리를 내놓으시오. 원수 자리도 해임되었었지?"
"네."
"원수 자리는 작년부터 대원수 자리와 통합되어서 그런 것이고. 그럼, 이베리아 전략군 사령관 자리는 누구로 하면 좋겠소?"
탕리가 지체없이 말했다. "지크로 하면 좋겠습니다."
"뭐야? 이베리아-" 톨스토아가 다시 벌떡 일어섰다. "이베리아 사령관 자리는 안건에 없던 일입니다!" 톨스토아의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대원수로서 절대 인정 못합니다!"
"알았소. 진정하시오!" 왕이 손을 들었다. "그럼 그건 다음 회의에서 정하도록 하지."
"그러시죠! 다음 달에 정하시지요." 이아이누가 고개를 끄덕였다. 톨스토아가 이마를 짚었다. 이아이누는 지크가 이베리아 사령관이 되는 걸 찬성할 생각이었다. 톨스토아를 물 먹이려고 말이다.
- 앞에는 자기, 옆에는 탕리, 안에는 지크를 두겠다? 장군들은 다 빼가고?
톨스토아가 이를 갈았다. "이베리아 사령관 자리는 제가 정하겠습니다!"
왕이 인상을 썼다. "지금 내가 회의를 통해서 정하자고 한 말 못 들었소?"
"총리가 군부의 일을 간섭할 순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일을 같이 결정하자고 만든 게 이 자리요. 선왕 대까지는 군부와 행정부가 회의를 따로 열어서 나라가 두 쪽이 났던 것이오. 그래서 지금 이 회의가 만들어진 게 아니오? 그럼 예전으로 돌아가자 이 말이오?"
"하!" 이아이누가 차갑게 비웃었다. 톨스토아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 침착하자. 침착해!
"하지만 군부의 의견을 무시하실 순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정이 흘러간다면..." 톨스토아가 이를 앙다물었다. "군부의 사기가 떨어질 것입니다!"
왕이 다시 인상을 썼다. 톨스토아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왕의 분노를 부를 만했다. 하지만 그는 군부를 총괄하는 대원수였고, 오스카르 왕이라 해도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톨스토아가 반역을 일으킨다면 이다볼 왕국은 삽시간에 무너질 터였다.
- 나라가 좀 살만 해지니 이 놈들이 다시 악다구니를 쓰는구나.
귀족을 없애도 늘 저런 놈들은 있다. 조직은 늘 청소가 필요하다. 왕이 손을 들었다.
"알았소. 그럼 다음 달에 다시 얘기합시다. 군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테니 걱정 마시오."
"......" 왕의 휠체어 뒤에 선 탕리가 머리를 굴렸다. 탕리는 성격은 불 같아도 머리는 좋았다. 지크가 이베리아 사령관 자리에 못 앉으면 어떻게 되지? 행정부도, 사법부도 지크가 앉을 자린 없다. 그러면 모든 게 다 물거품 되는 것 아닌가.
"세베이 장관님 말씀대로." 이아이누가 탕리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사법부에 지크가 들어앉을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행정부도 마찬가지구요."
이아이누가 톨스토아를 쳐다보았다. 이번만은 그들의 마음이 통했다. 톨스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부도 마찬가지요! 그 놈의 왕자가 되는 일 또한 없을 것이오!"
세베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야 합니다. 제 자리를 차지하려고 중신들을 이간질하는 놈을 왕통으로 들여선 안 되지요. 감사합니다, 총리님."
- 지크가 베르단디 취급을 받는구나.
탕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러다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거 아닌지 모르겠군. 지크는 이제 어쩔 생각이지?
탕리가 왕의 휠체어를 꽉 쥐었다. 그것을 느꼈는지, 왕이 손을 들었다. "그럼 이번 안건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지. 지난번 회의가 파토나는 바람에 결정할 것이 많소.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탕리와 람세스, 오스카르 왕은 파김치가 되어 왕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분명 오전 10시에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니 오후 10시다. 톨스토아와 이아이누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통에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은 탓이었다.
"폐하, 이제 주무십시오."
얼굴이 시커매진 람세스가 왕관을 벗겼다. 왕이 목을 돌렸다. "시종장도 좀 앉으시오. 하루종일 고생했소. 탕리 장군도 하루 종일 서 있었으니 앉으시오."
탕리가 소파에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왜 절 법정관으로 미시는지 궁금했는데 와 보니 알겠군요."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크는 절대로 법정관이 될 수가 없었겠네요."
왕이 힘없이 웃었다. "당장 반란이라도 일어날 기세였지. 봤소? 톨스토아가 협박하는 거?"
람세스가 쌍욕을 했다. "은혜도 모르는 개새끼! 베르단디 옆에 붙어다니다가 죽을 목숨을 살려 주고 대원수 자리까지 줬는데! 톨스토아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이아이누보다 욕심이 두 배는 더 하네요!"
"더 웃기는 건 이거지!" 왕이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몇년 전 나라가 넘어갈랑 말랑할 때는 왕 자리를 하라고 해도 그렇게 마다하더니. 신하의 본분이 어쩌구 선왕이 어쩌구 하면서! 그런데 이제 좀 살만 해지니 태자 자리를 노려? 하!"
왕이 분노로 뜨거워진 입에 찬물을 들이부었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인데 방자한 신하놈들 때문에 천불이 났다.
탕리가 왕이 있거나 말거나 윗도리를 벗어부쳤다. 땀에 젖어서 옷이 축축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지크의 처지가 위태롭습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지크가 왕자가 될 수 있을까요?"
왕이 손을 저었다. "예상 범위 안의 결과니 걱정하지 마시오. 법정관이 그대가 되고 사법부가 신설되었으니 목표한 바는 다 한 거요. 그대는 왕위 계승법만 책임지고 고치시오. 그러라고 그대를 부른 거요. 지크의 혈통을 인정하는 법을 명문화하시오."
"알겠습니다. 지크는 도대체 어디 숨어있는 겁니까?"
"디트리히와 함께 아케메네스 저택에 있소. 이아이누와 톨스토아가 암살을 시도할까 봐 꼼짝 않고 있소."
"이제 다 끝났으니 여쭙겠는데, 행정부에서 찬성한 세 장관은 도대체 누굽니까? 누가 그 서슬 퍼런 총리를 배신했지요? 그 세 명은 이제 목이 남아나지 않겠던데요."
"......" 오스카르 왕이 잠시 생각했다. 그가 탕리를 빤히 쳐다봤다. "그건 좀 나중에 말해 주겠소. 아직 인선이 안 끝났으니까."
탕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지크를 데려올까요?"
"그래야겠지. 회의를 다시 합시다. 지크에게 자리를 주려면 다음 작전이 시급하오."
"다음 작전은 어떻게 진행하는 겁니까?"
"행정부의 심장인 재무부를 건드릴 거요." 왕이 설명했다. "옐로이즈를 죽인 예리코와 에이모스 카르텔이 저수지의 배수관을 폭파시킬 거요. 우리는 마약조직을 소탕하고, 법적으로 마약을 완전히 불법화할 것이오. 세금도 많이 내리고. 그러면서 저수지를 전면적으로 개보수할 것이오."
"이아이누가 굉장히 싫어하겠군요."
"법정관이 그 일을 맡아서 해 주시오. 이번 일로 톨스토아의 힘이 많이 약해졌으니, 군사작전을 시행하겠다고 하면 톨스토아가 무척 반가울 거요. 목표는 전략작전부가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거요."
"전략작전부요? 뜬금없이 왜?"
"지크는 전략작전부의 호위대장으로 발령낼 것이오. 그리고 작전 중에 전략작전부 사령관 직무 대행이 될 것이오."
"......"
탕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 다 지크의 계획이겠지. 인정사정 없구나. 지크도 천년 대국의 문을 열 성군은 아닌가 보다.
"죄 없는 사령관을 암살하기까지요?"
"암살은 아니오."
"그럼 어떻게..."
"디트리히의 팔콘기사단 정보부가 전략작전부의 비위를 찾았소. 본래 전략작전부는 비리의 온상이지. 떡을 만지면 떡고물이 안 묻는 게 더 이상한 거요. 그렇지 않소?"
- 그런 상황을 잘 알면서...
"...도대체, 그 떡이라는 게..."
"당연히 마약이오. 카르텔들의 수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있소. 처음에는 가격을 단속하면서 군대를 파견했는데, 원래 금화 하나 짜리를 은화 하나에 팔라고 하니 카르텔 놈들이 뇌물을 안 줄 수가 없었겠지."
"마약을 비싸게 파는 걸 눈감아 주고 있군요."
"그렇소. 그래서 우리 나라에 마약 중독자가 줄질 않는 거요. 마약을 싸게 팔아야 하면 카르텔 놈들이 국내에는 판매를 안 해야 하는데, 국내에도 버젓이 마약을 팔면서 수지를 맞추는 이유가 이거요. 군내에 마약에 중독된 놈들의 숫자도 엄청나오. 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오."
"......"
탕리가 혼자 생각했다. 애초에, 금화 하나 짜리를 은화 하나 짜리로 팔라고 하는 게 무리였다. 수요가 폭발하는데 음지에서 비싸게 팔아먹는 놈들이 줄어들 리가 있는가.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왕이 탕리를 흘겨보았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소. 그게 뭐가 중요하오?"
"아... 아닙니다." 탕리가 더 캐묻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당장 지크를 데려오시오! 법정관 일을 하려면 이제부터 지크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거요. 지크에게 사법부 운영 초안을 받으시오. 그리고 당장 법안 신설에 착수하시오."
탕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는 톨스토아를 쳐부수고 지크를 태자로 만들려고 궁으로 돌아온 것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
방향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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