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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346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10.02 12:00
조회
719
추천
12
글자
21쪽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II. 영광의 봄으로


1. 상왕의 은혜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베르단디는 초봄의 찬바람을 맞으며 아발론 궁 앞에 서 있었다. 벚꽃 가지가 막 꽃망울을 머금고, 햇살이 베르단디의 흰 예복을 창백하게 비추었다.


잠자리가 베르단디의 손을 간질였지만,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 뒤에 선 톨스토아 원수와 이아이누 재상, 그 셋을 호위하는 지크와 디트리히도 미동도 하지 않고 앞을 주시했다.


저 앞에서 흰 마차가 다가왔다. 마차를 모는 것은 범려였고, 범려 뒤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따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죽창과 도끼를 든 백성들이었다.


마차가 멈췄다. 베르단디가 침을 삼켰다. 그녀가 두세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어서 오십시오!”


그녀가 외쳤다. 마차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가죽신을 신고 흰 도포를 입은 구천 왕자였다. 상투를 30센티는 틀어 올려 하얀 천으로 고정했다. 턱을 덮은 수염 위의 눈은 크고 고요했다.


중키에 피부는 황인종 치고는 흰 편이었다. 눈망울이 커서 진실되고 온건해 보였다.


구천이 베르단디를 보고 웃었다. 베르단디도 애써 웃었다. 구천의 발이 바닥에 닿자, 톨스토아와 이아이누, 지크와 디트리히가 바닥에 엎드렸다.


구천이 천천히 걸어왔다. 베르단디가 허리를 숙이고 그를 기다렸다.


“다이디.”(일어나시오.)


그가 여왕의 어깨를 짚었다. 여왕이 허리를 들었다. 구천은 베르단디와 키가 같았다. 구천이 베르단디의 손을 잡고 뭐라고 했다. 지크가 통역했다.


“만나서 반갑다고 하십니다.”


베르단디가 구천의 손에 입을 맞췄다. “저도 그렇습니다. 전하.”


구천이 다시 웃었다. 그가 베르단디의 볼을 쓸었다. 베르단디가 저항하지 못하고 웃었다. 지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예상대로, 구천은 이다볼 왕국 백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도를 지켜 가며 부드럽게 항복을 받고 있었다. 그가 베르단디에게 모욕을 주거나 여왕을 죽였다면, 이다볼 백성들의 마음은 구천 왕자에게서 돌아섰을 터였다.


“토이 바오도코?”(들어가도 되오?)


“어서 들어오십시오.”


“반당예 콩데엔.”(그대처럼 예쁜 궁전이군요.)


구천이 베르단디의 손을 꼭 잡고 아발론 궁으로 들어섰다. 베르단디의 아버지 아르사메스 왕과 드라마스 왕자, 율리우스 왕자의 피가 낭자했던 궁전에 적국의 왕자 구천이 산뜻한 걸음으로 발을 디뎠다.


구천이 궁의 정문을 지나자, 양옆에 도열해 있던 국무 회의와 전략 회의의 중신들, 그 아래의 신하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구천이 지크에게 뭐라고 했다. 지크가 신하들에게 통역했다.


“모두 일어나시오.”


구천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이다볼 왕국과 그대들의 여왕을 굴종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오.”


구천이 마치 하나의 노래 같은 성조를 쓰며 진국말을 이어갔다. 지크가 계속 통역했다. “나는 이다볼의 백성들을 위해 왔소. 그대들도 모두 이다볼의 백성이오.”


신하들이 일어났다. 구천이 맨 앞에 선 무와틸리와 바톨로메스에게 다가갔다. 무와틸리가 무릎을 꿇고 구천의 손에 입을 맞췄다. 바톨로메스는 무릎을 꿇진 않고 경례만 올렸다.


베르단디가 신하들을 소개했다. “이 사람은 바톨로메스 준장입니다. 전략작전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무와틸리 장관입니다.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입니다...”


구천은 신하들을 소개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하들 소개가 다 끝나자, 둘은 행진이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둘 다 흰옷을 입고 있어서 꼭 결혼식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지크는 그제서야 범려가 왜 그렇게 주변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했는지 깨달았다. 구천은 이 항복의 예식을 통해 자기가 베르단디의 부군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이다볼 국민에게 각인시킬 생각이었다.


지크가 자기 옆에 선 범려를 곁눈질했다. 분명, 이 자가 구천의 복심 중의 복심이리라.


베르단디, 지크, 구천, 범려 넷은 시종들이 도열한 아발론 궁의 본궁으로 들어섰다. 시종장이 구천에게 엎드려 절했다. 다른 시종들도 모두 따랐다.


베르단디가 소개했다. “이 자가 시종장입니다.”


구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뭐라고 했다. 지크가 통역했다. “앞으로 잘 부탁하오.”


베르단디가 눈을 질끈 감았다. 시종장이 몸을 떨었다. 그가 대답하지 못하고 몸을 숙였다.


구천이 웃으며 나직하게 뭐라고 했다. 놀란 지크가 머뭇거리며 통역했다. “일어나시오. 침... 침궁은 어디요?”


시종장이 대답하지 못하고 베르단디를 쳐다봤다. 베르단디도 대답하지 못했다.


구천이 베르단디의 눈을 보았다. 지크가 재촉했다. “폐하. 대답하셔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베르단디가 입술을 떨었다. “네가 말해 줘.”


지크가 침궁의 위치를 말해 주었다. 구천이 미미하게 웃었다. “베르단디.”


구천의 베르단디, 발음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가 물었다. “내 방은 어디요? 그대가 알려주시오.”


베르단디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빨이 부러지도록 턱에 힘을 주었다. 구천이 하하 웃었다. “좋소! 그럼 내가 정하겠소. 나는 침궁 바로 옆방으로 하지.”


지크가 범려의 눈치를 살폈다. 범려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크가 구천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가 진국말로 외쳤다.


“높으신 왕자 전하! 전하께서 침궁에서 주무셔야 하옵니다.”


구천이 입술에 웃음을 걸고 물었다. “이 아름다운 분이 나에게 방을 내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주인의 침실에서 자겠느냐?”


“이제 아발론 궁의 주인은 전하이시옵니다.”


구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베르단디가 정할 일이다.”


지크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베르단디에게 통역했다. 베르단디가 무릎을 꿇었다. “이제 이 궁의 주인은 구천 왕자 전하이시옵니다.”


구천이 그녀를 일으켰다. “아름다운 여왕이여, 고개 숙이지 마시오. 나는 그대를 강제로 취하고 싶지 않소. 그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아발론 궁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겠소.”


베르단디의 마음이 약해졌다. 지크가 몸을 떨었다.


“폐하! 어서 침궁으로 안내하셔야 합니다.”


지크가 재촉했다. “폐하. 어서!”


구천이 지크를 노려보았다. 지크가 베르단디를 간절하게 올려다보았다. 구천이 진국말로 말했다. “베르단디가 솔직하게 얘기하도록 가만 둬라.”


베르단디가 아이같은 눈으로 구천에게 물었다. “정말... 궁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으실 겁니까?”


지크가 통역하기도 전에 구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베르단디가 구천을 거절한다면 구천은 아발론 궁을 베르단디와 함께 불질러 버릴 터였다. “폐하! 어서 안내하십시오. 제발.”


범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크 중령! 조용하라.”


범려와 지크가 눈싸움을 했다. 범려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이 자가!”


구천이 손을 저었다. “범대부. 그만하라. 저 자는 자기 주인을 지키려고 저러는 것이다.”


범려가 손을 모았다. “송구하옵니다.”


구천이 다시 베르단디에게 눈을 들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인자하게 빛났다. 그가 고개 숙인 베르단디의 턱을 들었다.


“베르단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궁을 나가길 원하오? 그렇다면 고개를 끄덕이시오.”


지크의 통역을 들은 베르단디가 눈물을 흘렸다. 베르단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옵니다.”


“그럼 내가 그대의 옆방에서 자도 되겠소?”


베르단디가 구천의 손에 입을 맞췄다. “높으신 전하께서 침궁에서 주무시옵소서.”


“그럼 그대는 어디서 자란 말인가.”


베르단디가 목을 떨며 대답했다. “저는 죄인이오니, 감옥에서 자겠사옵니다.” 여왕이 바닥에 엎드렸다. “높으신 왕자 전하.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 모습을 본 지크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공주님!” 지크의 눈물이 아발론 궁의 바닥을 타고 흘렀다.


베르단디가 바닥에 이마를 대고 빌었다. “전하, 제발.”


구천과 범려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구천의 얼굴에서 거짓 웃음이 사라졌다. 구천이 엄하게 물었다. “그러면 내 그대를 망국의 왕으로 대해야 하겠는가. 그러길 바라는가?”


“저와 이 나라 모든 만물이 이미 전하의 것이오니,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구천이 한숨을 쉬었다. “그대는 내 비빈이 될 생각이 없군. 그렇다면 그대에게 남은 길은 하나다.”


베르단디가 울며 손을 모았다. “제발 이다볼에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제 선조들의 이름을 지켜 주시옵소서.”


구천이 부드러운 구혼자의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그가 꿇어앉은 베르단디의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가 단조로운 말투로 물었다.


“솔직히 얘기하라.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나와 결혼하면 그 지참금으로 무엇을 받아야 만족하겠는가?”


베르단디가 외쳤다. “지참금이라니요!”


구천이 야망을 드러냈다. “나와 그대의 아들이 이다볼 왕국과 진 제국을 모두 다스리면 된다. 우리 아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영광될 것이다.”


구천이 베르단디가 부차에게 보냈던 항복서의 내용을 읊었다. “이미 그대의 나라는 진국의 제후국이다. 제후국이 상국과 사돈을 맺는 것은 영광된 일이다. 어째서 주저하는가?”


“하지만, 전하는 바로 저와 결혼하려 하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베르단디가 외쳤다. “저는 이다볼의 왕입니다!”


구천이 엄하게 외쳤다. “이제 이다볼 왕국은 없다!”


그가 베르단디를 노려보았다. “이제 아발론 궁에 더 이상 왕은 없다. 제후만 있을 뿐이다!”


지크가 구천의 말을 울며 통역했다. 그 말을 들은 베르단디가 흐느꼈다. 저 뒤에 엎드린 시종장과 시종들도 통곡했다.


“시끄럽다!” 범려가 소리를 쳤다. 시종들이 끄윽끄윽 울음을 그쳤다. 구천이 주먹으로 무릎을 쳤다. “베르단디, 내가 그대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음을 모르진 않겠지!”


“잘 아옵니다.”


“그런데 내 호의를 저버리는 것이냐! 내 그대를 당장 아발론 궁에서 치워 버리고, 그대의 어전실과 침궁과 이 궁의 모든 것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지 않는 이유를 모르느냐!”


베르단디가 빌었다. “차라리 죽여 주시옵소서.”


“공주님!” 지크가 놀랐다. 구천이 지크를 보았다. 지크가 통역하지 못했다. 구천이 지크를 꾸짖었다.


“어서 통역하라! 죽고 싶으냐!”


지크가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구천이 인상을 썼다. “여왕이 뭐라 했느냐! 범대부. 여왕이 뭐라 했소?”


이다볼 말을 조금 아는 범려가 통역했다. “죽여 달랍니다.”


구천의 눈이 사나워졌다. 지크가 고개를 쳐들었다. “높으신 왕자 전하! 여왕께서 심신이 지쳐 실언을 하셨사옵니다.”


“아닌 것 같구나. 여왕은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살고 싶었다면 진작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지 않았겠느냐.”


“아니옵니다! 그게 아니옵니다. 오해이시옵니다. 여왕께서 너무 힘에 겨워 헛소리를 하시는 것입니다. 높으신 전하께서 조금만 시간을 주시옵소서!”


베르단디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지크.”


“공주님. 안 됩니다!”


“그냥 죽여 달라고 해. 그냥...”


여왕이 조카인 오스카르 왕자를 생각했다. 여왕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뒷일은 너에게 맡긴다. 네가... 잘 하리라 믿어.”


“안 됩니다!”


지크가 만류했다. “안 됩니다. 공주님. 마음을 굳게 먹으십시오! 이대로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구천이 진국말로 말했다. “그대가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내 아발론 궁과 그대 선조들의 무덤을 모두 부수겠다. 그대는 진국의 부왕께 보내 비참하게 죽게 만들 것이다. 이다볼 왕국의 백성들은 지금보다 열 배의 세금을 물리겠다. 이다볼 대륙에 백성들의 씨가 마르도록 말이다. 지크, 통역하라.”


지크가 통역했다. 베르단디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전하!”


구천이 그녀의 얼굴에서 강제로 손을 떼어냈다.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바뀌겠느냐? 그대는 이미 내 것이다. 내가 그대를 아내로 삼을지, 종으로 삼을지는 그대에게 달렸다!”


베르단디가 다시 엎드렸다. “전하, 제발-”


“고개 숙이지 마라! 현실을 똑바로 봐라!”


구천이 베르단디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대가 왕이 되려고 선왕의 충신들을 죽일 때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느냐? 이것은 모두 그대의 책임이다. 받아들여라!”


지크가 통역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르단디는 대충 알아들었다. 베르단디의 얼굴에 후회의 눈물이 차올랐다.


구천이 베르단디를 윽박질렀다. “나와 결혼하는 것만이 그나마 남아 있는 이다볼의 유산을 지키는 길이다.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말라!”


구천이 베르단디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만 울어라. 나는 이제 그대의 주인이다. 어서 나를 침궁으로 안내하라!”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제가 전하의 충신이 되겠습니다!”


“누가 너에게 충신이 되라 했느냐? 나는 순종을 원한다!”


“그것 말고는 뭐든지 순종하겠습니다. 제발. 전하!”


베르단디가 옷깃을 쥐어뜯었다. “제발 그것만은!”


지크가 눈물을 닦으며 베르단디의 손을 잡았다. “공주님! 이제 그만하십시오. 당장 침궁으로 가셔야 합니다. 더 이상 왕자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선왕과 나라를 생각하십시오.”


베르단디가 지크를 보았다. 눈 밑이 퍼랬다. “지크.”


“공주님. 어서 일어나세요.”


“미안하다.”


베르단디가 품 속에서 자그마한 칼을 꺼내들었다. 범려가 놀라서 구천을 밀쳤다. 지크가 기겁했다. “공주님!”


베르단디가 자기 가슴에 칼을 박았다.


“공주님! 공주님!” 지크가 달려들었다. 베르단디가 피를 뽑으며 고꾸라졌다. 그녀의 하얀 옷이 검붉은 피에 흠뻑 젖었다.


“베르단디!”


구천이 지크를 밀쳤다. “베르단디! 이런 짓까지...!”


구천이 베르단디의 가슴을 눌렀다. 베르단디의 부드러운 젖가슴이 만져졌다. “지크! 의사를 불러라!”


손이 피에 젖은 지크가 일어섰다. 지크와 시종장이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의! 어서! 어의를!”


구천과 범려가 두 손으로 베르단디의 가슴을 힘주어 눌렀다. “여왕이여! 이런 짓을 하다니. 미쳐버린 것이오!”


베르단디가 구천의 손을 밀쳤다. “이거... 이거 놔.”


“가만히 있으시오!”


베르단디가 계속 손을 뿌리쳤다. “이... 손 치워! 이 더러운...”


구천이 베르단디를 빤히 보았다. 베르단디가 계속 손을 저었다. 구천이 피식 웃었다. “정말 웃기는 여자로군.”


“손... 치워!”


“왕국의 미래보다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더 중요한가? 그런 사람이면서 왜 여왕의 길을 선택했지?”


베르단디의 의식이 멀어져 갔다. 구천의 진국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구천이 계속 떠들어 댔다.


“마음대로 죽으려고? 그대를 정복하고 싶어졌소. 내가 놓아줄 때까지 절대로 죽을 수 없소. 베르단디! 듣고 있소? 그대는 결국 내 여자가 될 것이오! 내 품에서 밤마다 행복에 겨워 잠에 들 것이오. 이제 보니 정말 귀엽게 생겼군...”


베르단디가 눈을 까뒤집었다. 구천이 입을 다물었다.




베르단디가 사경을 헤메는 일주일 간, 구천은 서류가 가득한 베르단디의 침궁을 정리했다. 꼭 봐야 할 것만 범려에게 주고 나머지 서류는 몽땅 태워 버렸다. 거대한 서류더미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불이 꺼지질 않았다.


구천은 어전실에 나와 톨스토아 원수와 이아이누 재상을 접견했지만, 절대로 베르단디의 왕좌에 앉지는 않았다. 왕좌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그들을 상대했다.


구천의 말은 조용했고, 그의 사리판단은 정확했다. 베르단디를 미워하던 톨스토아와 이아이누는 모처럼 조리에 맞는 군주를 맞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구천은 나라의 원수였지만 베르단디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높으신 왕자 전하.”


진국식으로 바닥에 엎드려 고두를 올린 톨스토아와 이아이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왕은 상태가 어떠시옵니까?”


구천이 웃었다. “오늘 아침 깨어났소.”


“여왕을 뵙게 해 주시옵소서.”


“나에게 하시오. 내가 전해 주겠소.”


“전하, 저희가 여왕의 용태가 걱정되오니...”


구천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대들은 나를 믿지 못하는군. 내가 여왕을 죽일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오.”


두 신하가 엎드렸다. “전하! 그,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내가 여왕을 강간하려고 칼로 협박한 것이 아니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오. 믿지 못한다면 여왕을 만나게 해 주겠소.”


“그런 뜻이 아니었사옵니다. 용서해 주시오소서.”


“나는 여왕을 죽이지 못하오. 그대들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베르단디를 연모하오.”


구천이 나직하게 말했다. “여왕은 아름다운 여자요.”


구천의 말은 진실이었다. 구천은 정말로 베르단디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베르단디를 아내로 삼을 것이오. 평생 베르단디 외의 축첩을 하지 않을 것이오. 맹세하오.”


통역을 들은 톨스토아와 이아이누가 침을 삼켰다. 둘은 아무 말도 못했다.


구천이 일어섰다. “따라오시오. 여왕을 보러 갑시다.”




“공주님. 공주님.”


누군가가 베르단디를 불렀다. 반가운 이다볼 말이었다. 베르단디가 눈을 떴다. “지크.”


“공주님, 미음을 드셔야 됩니다.”


지크가 베르단디의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세요.”


베르단디가 베게를 받치고 몸을 일으켰다. “내 상태는... 어느 정도지?”


“일주일 만에 일어나신 겁니다. 피를 많이 흘리셨어요. 다행히 칼이 깊게 들어가진 않았어요. 갈비뼈에 걸려서.”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다행인 건가?”


지크가 베르단디의 손을 잡았다. “다행이죠.”


“내가 죽으면 오스카르가 왕이 될 수 있잖아.”


“그렇게 안 돼요.”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오스카르를 태자로 봉하셔야 해요. 그 전에 공주님이 돌아가시면 구천이 왕이 될 거예요. 공주님과 결혼했다고 하면서요.”


베르단디가 울먹였다. “어떻게 그 애를 태자로 봉하지? 구천이 옆에서 보고 있는데. 너무 늦었어.”


“곧 기회가 올 거예요. 잠깐. 누가 와요. 누우세요.”


베르단디가 누웠다. 지크가 미음을 앉은뱅이 탁자에 놓고 일어섰다. 침궁의 문이 열렸다.


“왕자 전하.”


지크가 엎드렸다. 구천이었다. 구천은 베르단디가 일어날 때까지 베르단디의 침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지크는 구천이 정말로 베르단디를 좋아할까 봐 그것이 걱정이었다.


“일어나라. 베르단디는 상태가 어떤가? 말은 할 수 있나?”


“하실 수 있사옵니다. 미음을 드실 정도로 좋아지셨사옵니다.”


“잘 됐군. 베르단디. 톨스토아와 이아이누가 그대를 보러 왔소.”


구천이 두 신하에게 손짓했다. 두 신하가 엎드렸다. “폐하.”


베르단디가 쉰소리로 말했다. “폐하라 부르지 마시오. 난 이제 왕이 아니오.”


이아이누가 한숨을 쉬었다. “정신을 차리셔서 다행입니다.”


“이만 돌아가시오.”


두 신하가 일어섰다. 구천이 그들을 막아섰다. “잠깐. 나는 나가있을 테니 편안하게 얘기하시오.”


두 신하가 절했다. “감사하옵니다, 전하.”


구천이 점잖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베르단디가 지크를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난 정말 멍청해!”


그 말을 들은 톨스토아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소리 마세요.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기운을 차려서 뭐 하겠어? 지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베르단디가 눈물을 흘렸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오스카르 왕자를 태자로 삼을 수 있어?”


이아이누가 말했다. “폐하, 일단 구천과 절대로 결혼하시면 안 됩니다. 무조건 시간을 끄십시오. 설령... 설령, 저 자에게 몹쓸 짓을 당하시더라도 결혼에 승낙하시면 안 됩니다.”


베르단디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구천이 폐하께 위해를 가하면 저희가 그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겠습니다. 분명 충직한 자들은 들고 일어날 겁니다. 구천은 백성들의 민심에 발을 붙이고 있으니, 백성들이 우리 편이 된다면 구천은 당장 내일이라도 쫓겨날 겁니다.”


톨스토아가 베르단디의 손을 잡았다. “참으셔야 합니다. 폐하. 구천이 제 나라로 돌아가야만 오스카르 왕자를 태자로 삼으실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참으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 폐하의 군대를 다시 모아 내겠습니다.”


베르단디가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구천의 말이 맞아요. 난 무능한 사람이었어요.”


베르단디가 흐느꼈다. “이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하죠?”


지크가 베르단디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기운을 차리셔야죠. 이제부터가 진짜 시련입니다. 폐하, 이겨 내셔야 합니다.”


베르단디가 손을 뻗었다. 그가 톨스토아와 이아이누, 지크의 손을 차례대로 잡았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요. 돌아가신 내 부왕과 가엾은 동생 드라마스를 위해서.”


세 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맹세했다. “저희의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 내겠습니다!”


베르단디도 맹세했다. “나도 목숨을 걸겠어요.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다볼 왕국의 역사를 지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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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부, 3부 연재 일정 안내(수정) +6 18.08.21 1,566 0 -
231 28화-수호자의 귀환(7) +1 19.03.30 375 7 15쪽
230 28화-수호자의 귀환(6) 19.03.29 203 4 12쪽
229 28화-수호자의 귀환(5) 19.03.28 213 4 13쪽
228 28화-수호자의 귀환(4) 19.03.27 228 3 14쪽
227 28화-수호자의 귀환(3) 19.03.26 201 3 14쪽
226 28화-수호자의 귀환(2) 19.03.25 188 5 12쪽
225 28화-수호자의 귀환(1) 19.03.24 206 5 17쪽
224 27화-소인을 위한 왕좌(12) 19.03.23 181 6 15쪽
223 27화-소인을 위한 왕좌(11) 19.03.22 185 4 13쪽
222 27화-소인을 위한 왕좌(10) 19.03.21 190 4 13쪽
221 27화-소인을 위한 왕좌(9) 19.03.20 193 4 14쪽
220 27화-소인을 위한 왕좌(8) 19.03.19 218 3 16쪽
219 27화-소인을 위한 왕좌(7) 19.03.18 233 5 15쪽
218 27화-소인을 위한 왕좌(6) 19.03.17 217 3 14쪽
217 27화-소인을 위한 왕좌(5) 19.03.16 210 4 15쪽
216 27화-소인을 위한 왕좌(4) 19.03.15 218 5 15쪽
215 27화-소인을 위한 왕좌(3) 19.03.14 212 4 14쪽
214 27화-소인을 위한 왕좌(2) 19.03.13 219 4 17쪽
213 27화-소인을 위한 왕좌(1) 19.03.12 236 5 17쪽
21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1) 19.03.11 207 4 14쪽
211 26화-머스켓과 풋사과(10) 19.03.10 255 5 17쪽
210 26화-머스켓과 풋사과(9) +4 19.03.09 215 3 15쪽
209 26화-머스켓과 풋사과(8) +2 19.03.08 225 3 14쪽
208 26화-머스켓과 풋사과(7) +2 19.03.07 208 3 15쪽
207 26화-머스켓과 풋사과(6) +5 19.03.06 222 4 17쪽
206 26화-머스켓과 풋사과(5) 19.03.05 212 3 16쪽
205 26화-머스켓과 풋사과(4) +2 19.03.04 226 3 15쪽
204 26화-머스켓과 풋사과(3) 19.03.03 269 3 17쪽
203 26화-머스켓과 풋사과(2) 19.03.02 248 3 16쪽
20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 19.03.01 265 3 17쪽
20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2) +5 19.02.04 300 4 19쪽
20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1) 19.02.03 243 2 17쪽
199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0) 19.02.02 337 3 18쪽
198 25화-그의 것을 그에게(9) 19.02.01 248 2 13쪽
197 25화-그의 것을 그에게(8) 19.01.31 269 4 18쪽
196 25화-그의 것을 그에게(7) 19.01.30 240 2 18쪽
195 25화-그의 것을 그에게(6) 19.01.29 264 3 14쪽
194 25화-그의 것을 그에게(5) 19.01.28 264 4 16쪽
193 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19.01.27 239 3 17쪽
192 25화-그의 것을 그에게(3) 19.01.26 237 3 14쪽
19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2) 19.01.25 253 4 15쪽
19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 19.01.24 271 4 21쪽
189 24화-개화의 새벽(10) +2 19.01.23 307 3 17쪽
188 24화-개화의 새벽(9) 19.01.22 275 3 16쪽
187 24화-개화의 새벽(8) 19.01.21 251 3 14쪽
186 24화-개화의 새벽(7) 19.01.20 281 3 13쪽
185 24화-개화의 새벽(6) 19.01.19 303 5 17쪽
184 24화-개화의 새벽(5) 19.01.18 267 6 15쪽
183 24화-개화의 새벽(4) +2 19.01.17 299 3 15쪽
182 24화-개화의 새벽(3) +1 19.01.16 283 4 18쪽
181 24화-개화의 새벽(2) 19.01.15 282 4 16쪽
180 24화-개화의 새벽(1) 19.01.14 329 4 17쪽
179 23화-옐로이즈(10) +1 19.01.13 306 3 16쪽
178 23화-옐로이즈(9) +4 19.01.12 336 4 14쪽
177 23화-옐로이즈(8) +2 19.01.11 287 4 15쪽
176 23화-옐로이즈(7) +2 19.01.10 313 3 16쪽
175 23화-옐로이즈(6) 19.01.09 273 3 19쪽
174 23화-옐로이즈(5) 19.01.08 294 3 12쪽
173 23화-옐로이즈(4) +4 19.01.07 311 5 14쪽
172 23화-옐로이즈(3) +2 19.01.06 272 5 13쪽
171 23화-옐로이즈(2) 19.01.05 297 7 15쪽
170 23화-옐로이즈(1) 19.01.04 292 6 14쪽
169 22화-마왕의 이유식(10) 19.01.03 337 6 13쪽
168 22화-마왕의 이유식(9) 19.01.02 295 6 14쪽
167 22화-마왕의 이유식(8) 19.01.01 292 6 17쪽
166 22화-마왕의 이유식(7) +1 18.12.31 308 7 13쪽
165 22화-마왕의 이유식(6) 18.12.30 365 6 13쪽
164 22화-마왕의 이유식(5) 18.12.29 350 10 16쪽
163 22화-마왕의 이유식(4) 18.12.28 362 6 14쪽
162 23화-마왕의 이유식(3) +2 18.12.27 389 7 13쪽
161 22화-마왕의 이유식(2) 18.12.26 361 5 15쪽
160 22화-마왕의 이유식(1) +2 18.12.25 425 6 18쪽
159 21화-영광의 계승자(12)(2부 完) +10 18.12.24 436 12 18쪽
158 21화-영광의 계승자(11) 18.12.23 413 7 20쪽
157 21화-영광의 계승자(10) +2 18.12.22 373 7 20쪽
156 21화-영광의 계승자(9) +2 18.12.21 404 8 20쪽
155 21화-영광의 계승자(8) +2 18.12.20 382 10 18쪽
154 21화-영광의 계승자(7) 18.12.19 372 11 20쪽
153 21화-영광의 계승자(6) 18.12.18 371 6 20쪽
152 21화-영광의 계승자(5) 18.12.17 379 6 22쪽
151 21화-영광의 계승자(4) 18.12.16 392 8 16쪽
150 21화-영광의 계승자(3) +2 18.12.15 389 5 19쪽
149 21화-영광의 계승자(2) 18.12.14 380 7 18쪽
148 21화-영광의 계승자(1) 18.12.13 449 8 19쪽
147 20화-0시 정각(11) +1 18.12.12 382 13 27쪽
146 20화-0시 정각(10) +2 18.12.11 359 12 17쪽
145 20화-0시 정각(9) 18.12.10 370 9 15쪽
144 20화-0시 정각(8) 18.12.09 408 9 17쪽
143 20화-0시 정각(7) +2 18.12.08 422 11 17쪽
142 20화-0시 정각(6) +4 18.12.07 402 7 22쪽
141 20화-0시 정각(5) +2 18.12.06 377 9 16쪽
140 20화-0시 정각(4) 18.12.05 374 8 20쪽
139 20화-0시 정각(3) 18.12.04 386 9 19쪽
138 20화-0시 정각(2) +1 18.12.03 386 10 21쪽
137 20화-0시 정각(1) 18.12.02 435 8 26쪽
136 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18.12.01 396 6 16쪽
135 19화-벽을 사이에 두고(8) 18.11.30 405 7 20쪽
134 19화-벽을 사이에 두고(7) 18.11.29 506 11 19쪽
133 19화-벽을 사이에 두고(6) 18.11.28 392 6 17쪽
132 19화-벽을 사이에 두고(5) 18.11.27 414 9 21쪽
131 19화-벽을 사이에 두고(4) +2 18.11.26 413 9 18쪽
130 19화-벽을 사이에 두고(3) +4 18.11.25 483 10 18쪽
129 19화-벽을 사이에 두고(2) +2 18.11.24 435 9 16쪽
128 19화-벽을 사이에 두고(1) 18.11.23 450 7 14쪽
12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1) +2 18.11.22 445 8 12쪽
126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0) 18.11.21 440 9 21쪽
125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9) 18.11.20 442 9 17쪽
124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8) 18.11.19 445 12 19쪽
123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7) 18.11.18 545 8 20쪽
122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6) 18.11.17 475 10 18쪽
121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5) 18.11.16 446 9 20쪽
120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4) +2 18.11.15 456 8 16쪽
119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3) 18.11.14 497 9 22쪽
118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2) 18.11.13 466 10 16쪽
11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 18.11.12 513 11 18쪽
116 17화-노예 나라의 왕(11) 18.11.11 505 11 23쪽
115 17화-노예 나라의 왕(10) 18.11.10 473 11 25쪽
114 17화-노예 나라의 왕(9) 18.11.09 474 10 21쪽
113 17화-노예 나라의 왕(8) 18.11.08 469 13 21쪽
112 17화-노예 나라의 왕(7) 18.11.07 477 10 16쪽
111 17화-노예 나라의 왕(6) 18.11.06 473 11 18쪽
110 17화-노예 나라의 왕(5) 18.11.05 506 8 17쪽
109 17화-노예 나라의 왕(4) 18.11.04 472 10 18쪽
108 17화-노예 나라의 왕(3) 18.11.03 530 9 17쪽
107 17화-노예 나라의 왕(2) 18.11.02 500 13 17쪽
106 17화-노예 나라의 왕(1) 18.11.01 508 12 17쪽
105 16화-사랑과 충성(11) 18.10.31 538 11 18쪽
104 16화-사랑과 충성(10) 18.10.30 504 11 17쪽
103 16화-사랑과 충성(9) 18.10.29 473 10 15쪽
102 16화-사랑과 충성(8) +2 18.10.28 515 10 17쪽
101 16화-사랑과 충성(7) 18.10.27 535 12 21쪽
100 16화-사랑과 충성(6) 18.10.26 549 11 19쪽
99 16화-사랑과 충성(5) 18.10.25 555 11 19쪽
98 16화-사랑과 충성(4) 18.10.24 555 9 19쪽
97 16화-사랑과 충성(3) +2 18.10.23 605 10 19쪽
96 16화-사랑과 충성(2) 18.10.22 571 8 15쪽
95 16화-사랑과 충성(1) 18.10.21 608 9 18쪽
94 15화-굴욕의 맛(10) +2 18.10.20 602 10 15쪽
93 15화-굴욕의 맛(9) 18.10.19 562 10 23쪽
92 15화-굴욕의 맛(8) 18.10.18 561 11 19쪽
91 15화-굴욕의 맛(7) 18.10.17 596 10 19쪽
90 15화-굴욕의 맛(6) +2 18.10.16 602 9 22쪽
89 15화-굴욕의 맛(5) +6 18.10.15 630 12 16쪽
88 15화-굴욕의 맛(4) 18.10.14 601 14 16쪽
87 15화-굴욕의 맛(3) 18.10.13 641 10 15쪽
86 15화-굴욕의 맛(2) 18.10.12 646 10 18쪽
85 15화-굴욕의 맛(1) 18.10.11 637 14 22쪽
84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0) 18.10.10 668 15 17쪽
83 14화-왕도를 걷는 노예(9) +2 18.10.09 628 10 15쪽
82 14화-왕도를 걷는 노예(8) 18.10.08 681 12 22쪽
81 14화-왕도를 걷는 노예(7) +2 18.10.07 657 11 16쪽
80 14화-왕도를 걷는 노예(6) 18.10.06 639 13 19쪽
79 14화-왕도를 걷는 노예(5) 18.10.05 644 11 18쪽
78 14화-왕도를 걷는 노예(4) +2 18.10.04 688 11 19쪽
77 14화-왕도를 걷는 노예(3) 18.10.03 669 12 23쪽
»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2 18.10.02 720 12 21쪽
75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 +2 18.10.01 765 14 16쪽
74 13화-망국의 씨앗(12)(1부 完) +2 18.09.30 756 15 21쪽
73 13화-망국의 씨앗(11) +4 18.09.29 686 15 18쪽
72 13화-망국의 씨앗(10) +2 18.09.28 664 10 16쪽
71 13화-망국의 씨앗(9) +2 18.09.27 739 13 20쪽
70 13화-망국의 씨앗(8) 18.09.26 744 13 18쪽
69 13화-망국의 씨앗(7) +2 18.09.25 775 14 22쪽
68 13화-망국의 씨앗(6) 18.09.24 752 12 21쪽
67 13화-망국의 씨앗(5) +10 18.09.23 779 11 20쪽
66 13화-망국의 씨앗(4) 18.09.22 770 12 15쪽
65 13화-망국의 씨앗(3) +2 18.09.21 810 9 15쪽
64 13화-망국의 씨앗(2) 18.09.20 814 8 18쪽
63 13화-망국의 씨앗(1) 18.09.19 815 13 14쪽
62 12화-스파이 게임(11) 18.09.18 779 11 16쪽
61 12화-스파이 게임(10) 18.09.17 804 13 16쪽
60 12화-스파이 게임(9) +2 18.09.16 869 13 13쪽
59 12화-스파이 게임(8) 18.09.15 920 15 20쪽
58 12화-스파이 게임(7) 18.09.14 902 10 14쪽
57 12화-스파이 게임(6) +1 18.09.13 954 12 12쪽
56 12화-스파이 게임(5) 18.09.12 923 15 18쪽
55 12화-스파이 게임(4) 18.09.11 945 11 17쪽
54 12화-스파이 게임(3) 18.09.10 982 17 17쪽
53 12화-스파이 게임(2) 18.09.09 1,046 14 15쪽
52 12화-스파이 게임(1) 18.09.08 1,163 13 14쪽
51 11화-마지막 왕자(11) +5 18.09.07 1,146 18 19쪽
50 11화-마지막 왕자(10) 18.09.06 1,103 17 15쪽
49 11화-마지막 왕자(9) 18.09.05 1,129 16 17쪽
48 11화-마지막 왕자(8) 18.09.04 1,148 21 21쪽
47 11화-마지막 왕자(7) 18.09.03 1,201 20 15쪽
46 11화-마지막 왕자(6) 18.09.02 1,186 24 19쪽
45 11화-마지막 왕자(5) 18.09.01 1,217 24 19쪽
44 11화-마지막 왕자(4) +2 18.08.31 1,249 19 14쪽
43 11화-마지막 왕자(3) 18.08.30 1,324 20 16쪽
42 11화-마지막 왕자(2) 18.08.29 1,423 20 14쪽
41 11화-마지막 왕자(1) 18.08.28 1,411 24 14쪽
40 10화-권위와 긍지(8) 18.08.27 1,412 23 16쪽
39 10화-권위와 긍지(7) 18.08.26 1,44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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