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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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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추천수 :
3,465
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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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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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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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8쪽

13화-망국의 씨앗(11)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3화-망국의 씨앗(11)




톨스토아는 지크와 디트리히, 오스카르를 앞에 앉혔다. 아이의 조그만 몸이 의자에 폭 파묻혔다.


“독대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하하하! 네가 뭐가 잘났다고 원수와 독대를 한단 말이냐?”


톨스토아가 웃어젖혔다. “꼬마야. 나는 충신이다. 나를 업고 반역을 할 생각은 버려라.”


“그럼 내 말을 믿을 수 있겠나? 내 말을 들으면 보나마나 지크와 디트리히가 시켰다고 의심할 것 아닌가?”


“네놈이 입 놀리는 걸 보니 그런 의심은 안 들 것이다. 어디 얘기해 봐라! 왜 날 찾아왔느냐?”


톨스토아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보았다. 아이가 그를 마주보며 천천히 말했다.


“지금 당장 회군해서 아발론을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구천과 반란군의 협공을 받을 것이다.”


톨스토아가 인상을 썼다. “구천이 이리로 온다고?”


지크가 오스카르에게서 들은 상황을 설명했다. 톨스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부차와 우리가 구천에게 완전히 놀아나고 있군. 전략작전부대가 구천의 부대가 되었다 이건가.”


“전략작전부 바톨로메스 준장 아래의 1/4는 간첩입니다.”


“지금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몇몇 중령급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놈들이 간첩이겠군.”


톨스토아가 이마를 닦았다. “바톨로메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부대의 사기가 꺾여 부차 좋은 일만 시킬 것이고.”


오스카르 왕자가 말했다. “지크 중위, 어쩌면 좋겠나?”


톨스토아와 오스카르, 디트리히가 지크를 쳐다봤다. 지크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구천의 군대는 대부분이 보병이라 속도가 느립니다. 거기다, 구천은 병법에 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히스토리아 게릴라들과 농민군의 전술을 보면, 그쪽에는 아주 유능한 병법가가 있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느린 보병을 굳이 끌고 와서 합류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합류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어쩌면 좋겠나?”


“농민군을 포기하는 척하고 아발론으로 올라가시면 구천은 옳다구나 하고 밑으로 내려올 것입니다. 그 때 구천의 17만 군대를 전력으로 들이치는 겁니다.”


톨스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천을 잡자?”


“그렇습니다. 구천은 우리가 자기 이동 경로를 아는 줄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 거기다가 산을 등지고 내려오고 있으니 들이치기에는 최적입니다. 구천은 도망가지도 못할 겁니다. 지도를 주십시오.”


톨스토아가 장막 밖으로 소리쳤다. “지도를 가져오라!”


소령들이 지도를 가져왔다. 대령과 중령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들었다.


지크가 지도의 주요 포인트를 짚었다. “지금 즉시 회군 준비를 하고 오늘 밤 여기, 이 쪽으로 군사를 물리십시오. 그러면 히스토리아 산의 줄기인 이 곳을 지나게 됩니다. 내일 4시에는 선봉이 여기 도달할 겁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지크의 손끝에 주목했다. “그래서?”


“지금 날씨가 흐리고 습도가 높은데다 대기가 깨끗하지 못하니, 내일 새벽에는 반드시 눈이 옵니다. 이 곳은 험난한 산중이라서 눈을 뚫고 다시 넘어오기엔 어려운 곳입니다. 첩자들은 이 곳을 넘어가지 않고 돌아갈 것입니다. 히스토리아에서 오래 살아본 놈들이니까요.”


“그래서?”


“여기.”


지크가 봉우리 두 개를 손으로 짚었다.


“이 봉우리와 이 봉우리를 넘어 구천을 들이치는 겁니다.”


장교 하나가 인상을 썼다. “도대체 어떻게 거길 넘으란 말이오? 눈 덮인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오. 구천의 군대를 어떻게 따라잡는단 말이오?”


지크가 웃었다. “지금 당장 300명의 정예병을 이 쪽으로 급파하십시오.”


오스카르가 물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봉우리 양쪽에 밧줄을 묶고 짚을 쌓아놓는 겁니다. 눈이 오면 그 쪽으로 눈과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그러면 다섯 시간이면 금방 대군이 건널 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


톨스토아가 손뼉을 쳤다. “얼음 다리를 만들자는 거군!”


“맞습니다.”


지크가 장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지크는 중위고 그의 주변에 모인 장교들은 최소한 소령 이상이었다. 하지만 톨스토아 원수부터 휘하 모든 장교들이 지크의 입과 손에 집중하고 있었다.


톨스토아가 장교들을 둘러보았다. “할 수 있겠나?”


장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그저 맥없이 아발론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구천의 머리만 떨어뜨릴 수 있다면...”


톨스토아가 웃었다. “좋다. 지금 즉시 시행하자. 디트리히! 네가 선봉군을 이끌고 출발하라. 네놈이 한 5개월은 탈영했지?”


디트리히가 일어나서 경례를 했다. “탈영이 아니라 작전 수행 중이었습니다!”


“무슨 작전?”


“저는 수도방위군 정보부입니다. 유사시 현지에서 단독 작전 수행 권한 있습니다!”


톨스토아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다른 장교들도 웃었다. 그들은 대부분 수도방위군 장교들이었다.


“그래, 그렇다고 해 두자. 당장 복귀해라! 너는 이제 정보부가 아니라 수도방위군의 소령이다.”


“알겠습니다!”


“이 놈에게 300명을 붙여 줘라. 현 시간인 12월 29일 2시부로 작전 개시한다. 즉시 회군을 준비하라!”


장교들이 경례를 하고 물러갔다. 지크가 일어섰다. “원수님, 저도 수도방위군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톨스토아가 껄껄 웃었다. 오랜만에 그의 마음에 시원한 투지가 솟았다. “그래. 좋다! 지금부터 너는 수도방위군의 전략기획부 소령이다. 여기 내 옆에 앉아서 작전을 지휘해라!”


지크가 경례를 올렸다. “충성! 알겠습니다!”




범려는 눈보라를 헤치고 산을 뛰어올랐다. 그의 얼굴과 맨손이 칼 같은 우박을 맞아 베여 나갔다.


그는 아픈 줄도 몰랐다. 그가 펜만 잡아서 부드러운 손으로 꽁꽁 얼은 바위를 잡고 위로 기어올랐다. 파들거리는 무릎을 바위 위에 올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겨우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범려가 경악했다. 오른쪽 아래, 눈이 뒤덮인 험난한 산중에서 피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을 뒤집어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퇴로로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왼쪽에서 그 무리를 향해 마구 화살을 쏘아 댔다.


무리의 중심이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송아지처럼 큰 눈의 구천 왕자였다.


“전하!”


범려가 울부짖었다. “전하!”


범려의 목소리가 메아리를 타고 울렸다. 눈을 뒤집어쓴 구천과 패잔병들, 그들을 몰아붙이는 톨스토아의 군대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


“저 놈!”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톨스토아가 칼을 뽑아들었다.


“저 놈을 잡아라! 저 놈이 게릴라의 수괴다!”


와아아, 하고 한 무리의 병사들이 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범려와 이용이 끌고 온 게릴라병들이 달려들었다. 눈 위에 피가 낭자해졌다.


“이용 장군!”


범려가 소리를 질렀다.


“당장 전하를 구하시오!”


그 말을 들은 이용이 절벽을 날아올랐다. 그가 몸을 데굴데굴 굴러 눈밭을 내려가더니 비탈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를 향해 한 무리의 이다볼 왕국군이 덮쳤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암!”(감히!)


이용이 노호성을 지르며 병사들을 베어 버렸다. 털옷을 입은 게릴라들이 그의 주변에서 이다볼의 수도방위군을 베기 시작했다. 수도방위군은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게릴라들은 가벼운 털옷을 입어 움직임이 빨랐다.


“으아아악!”


갑옷 사이에 칼이 박힌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얀 눈밭에 군사들의 피가 가득했다. 이용이 피범벅이 된 눈을 밟으며 짓쳐들었다.


“디 상벤까!”(비켜라!)


이용이 눈앞의 적들을 허수아비처럼 베어 넘겼다. 그 무용이 놀란 수도방위군이 주춤거렸다. 톨스토아가 손짓을 하자 두세 명의 부장들이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이용이 부장들의 칼을 한꺼번에 받아냈다. 그의 주변에 게릴라들이 가득 붙었다. 이용이 소리쳤다.


“칸나이 반레이! 디엔하노 진지우!”(이 놈들을 붙잡아라! 전하께 가겠다!)


“팜!”(네!)


충성스러운 게릴라군이 장군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장군들 수하의 군사들이 마구 달려들었다. 이용이 위로 뛰어오르더니 군사들을 밟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


구천이 소리쳤다. “통쿠안!”(장군!)


“디엔하!”(전하!)


이용이 군사들을 쑥쑥 베어 넘겼다. 군사들이 죽 둘러싸고 감히 다가들지 못했다. 그걸 본 디트리히가 인상을 썼다.


“비켜라!”


초크스칼라가 콧김을 뿜으며 사납게 달렸다. 명마 위에 올라앉은 디트리히가 이용 앞에 섰다.


“네가 칼을 좀 쓰는구나.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다!”


디트리히가 구천 쪽으로 칼을 쳐들었다. “네 주군은 오늘 목이 떨어질 것이다!”


이용이 그 말을 알아들었다. “히스토리아 코오노. 차크세 누 바이토이.”(히스토리아 호랑이구나. 그렇게 될 것 같구나.)


이용이 뛰어오르며 외쳤다. “니우 토이 코멘헤기!” (만약 내가 죽으면 말이다!)


이용이 칼을 찍어 내렸다. 디트리히가 칼을 뿌렸다. 이용이 바닥으로 톡 내려섰다. “헨낫, 하마!”(비겁하다, 말에서 내려라!)


디트리히가 그 말을 알아듣고 바닥으로 내려섰다. “뭐, 내려선다고 이길 것 같아!”


둘이 칼을 맞부딪혔다. 디트리히의 팔이 뻐근해졌다. 그가 흠칫 놀랐다.


“강하구나! 이렇게 강한 자가 있었다니!”


“킴 쑤아 톳!” (검술이 양호하구나!)


이용이 이를 악물고 칼을 내리쳤다. 디트리히가 물러서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주었다. 둘의 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 놈!”


디트리히의 검을 훌쩍 피한 이용이 소리쳤다.


“디엔하노 진지!”(전하께 가라!)


“뭐라는 거냐!”


게릴라들이 구천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도방위군은 게릴라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디트리히가 이용의 칼을 받아넘기며 소리를 쳤다. “안 돼! 구천에게 못 가게 해라!”


저 멀리서 톨스토아가 뛰어왔다. “구천을 잡아라! 당장!”


톨스토아 원수가 군사를 다그쳤다. “빨리! 밀어라!” 진의 군대가 기를 쓰고 수도방위군을 막아섰다. 두 군사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서로 밀어 댔다.


- 안 되겠다!


디트리히가 휘파람을 불었다. 초크스칼라가 다가와 이용을 앞발로 위협했다. 이용이 뒤로 밀려났다. 초크스칼라가 울부짖었다.


“이히히힝!”


초커가 이용에게 앞발을 찼다. 이용이 초커의 무릎을 그어 버렸다. 초커가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히히힝!”


초커의 앞발에서 피가 솟았다. 디트리히의 표정이 변했다. “이 개새끼가!”


초크스칼라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그가 눈을 계속 걷어찼다. 이용이 시야를 확보하려고 자꾸 물러섰다. 그 틈에 디트리히가 초커에게 올라탔다.


“가자! 구천에게 가자!”


디트리히가 박차를 찼다. 초커가 이용을 사납게 노려보며 뒤로 달렸다. 이용이 그를 쫓아 달렸다. “디퐁!”(막아라!)


히스토리아 게릴라들이 수도방위군의 포위를 뚫어 냈다. 게릴라들이 구천의 옆에 다가와 진을 쳤다. 디트리히가 소리를 쳤다. “비켜! 비켜라!”


초크스칼라가 위로 뛰어올랐다. 구천을 밟아 죽일 생각이었다. 구천의 눈에 두려움이 맺혔다.


“디퐁!”(막아라!)


이용이 같이 뛰어올랐다. 그가 디트리히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둘이 피범벅이 된 눈에 나동그라졌다. 초크스칼라도 깜짝 놀라 바닥에 쓰러졌다.


“이 개새끼!”


칼을 잃어버린 디트리히가 이용에게 주먹을 날렸다. 두 전사가 마구 주먹을 주고받았다. 갑옷을 입은 디트리히보다 털옷을 입은 이용이 훨씬 더 많이 맞았다. 이용이 비틀거렸다.


“디엔하 디퐁!”(전하를 막아!)


이용이 계속 소리를 쳤다. 게릴라들이 구천을 호위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톨스토아가 소리쳤다. “안 되겠다. 활을 쏴라!”


수도방위군과 디트리히, 게릴라들과 진군의 머리 위로 화살이 높이 솟아올랐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화살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사람들에게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디트리히가 기겁하며 시체들 밑으로 기어들었다. 초크스칼라도 놀라 피했다. 등과 엉덩이에 화살 몇 대가 박혀들었다.


“이히히히히힝!”


초크스칼라가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디트리히가 이를 갈며 산비탈을 올려다보았다. 구천이 계속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안 돼! 초커! 가지 마! 이리 와!”


초크스칼라가 다시 뛰어왔다. 그가 초커의 등에 박힌 화살을 대충 뽑아냈다. 피가 솟구쳤다. 그가 초커를 달래줄 생각도 잊고 다그쳤다. “가자! 가자!”


초커가 아픔을 잊고 구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비탈은 너무 경사가 높았고, 구천과 게릴라들은 너무 빨랐다. 벌써 구천이 산비탈을 거의 다 넘었다.


“구천!” 디트리히가 이를 갈았다. “구천!”


구천의 모습이 사라졌다. 톨스토아의 얼굴이 하얘졌다. “구천을 잡아라! 당장 추격해라! 구천을 잡는 자에게는 금화 열 개를 주겠다!”


“우와아아아아아!”


그 말을 들은 수도방위군이 함성을 질렀다. 군이 악을 쓰며 칼을 내질렀다.


적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적군 몇몇이 뒤를 돌아보았다. 구천과 장군들이 산비탈을 넘어 사라지고 있었다. 적군이 하나 둘씩 칼을 내려놓았다.




다음날.


산봉우리를 잇는 지크의 작전은 대승으로 끝났다. 좁고 긴 히스토리아의 길을 타고 온 탓에, 구천의 18만 군대 중 후발대와 선봉의 10만은 전투에 참가도 못하고 항복하거나 도망쳤다. 중군의 8만은 귀신처럼 나타난 아군에게 저항도 못하고 히스토리아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몰렸다.


하지만 충성스러운 진군의 중군은 쓰러질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켜 냈다. 수도방위군은 30분이 지나서야 산비탈을 기어올랐고, 구천의 흔적은 놓치고 말았다.


톨스토아는 그 자리에서 지크와 디트리히를 중령으로 승진시켰다. 지크의 전술과 디트리히의 무용을 본 장교들은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톨스토아의 막사에 모여 앉았다. 톨스토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한층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지크. 도대체 히스토리아의 게릴라들이 어떻게 우리가 구천을 습격할 걸 알았을까?”


지크가 솔직하게 말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도방위군에도 간첩은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해몬드 대령이 뜨끔했다.


해몬드 대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크의 전략을 담은 편지를 범려에게 띄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폭설 때문에 범려 쪽에서 편지를 늦게 받았고, 겨우 구천만 구해 도망친 상황이었다.


톨스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첩이라. 그래. 그럴 수 있지.” 그가 싱긋이 웃으며 대령들과 중령, 소령들을 돌아보았다. “자네들도 그렇게 생각하나?”


대령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대령이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소린가! 지금 우리 중에 반역자가 있다는 말 아니오! 도대체 누가 반역자라는 거요!”


“다들 그렇게 정색하지 말게.”


톨스토아가 그를 달랬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이야.”


지크가 대령들과 중령들, 소령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분명 이 중에 간첩이 있다. 누굴까?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톨스토아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스파이 게임이나 하고 있을 순 없지. 나중에 올라가서 밝혀내도록 하자. 지크만 제외하고 모두 물러가라!”


장교들이 입을 꾹 다물고 물러갔다. 장막 밖에서 실랑이하는 소리가 났다. 톨스토아가 소리를 쳤다. “시끄럽다!”


장막 밖이 조용해졌다. 톨스토아가 커다란 작전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지크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


지크가 톨스토아 옆자리에 앉았다. 톨스토아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저놈들 중 누가 간첩 같으냐?”


“잘 모르겠습니다.”


“해몬드 대령 같구나. 내 왼쪽에 서 있던 금발머리 흑인 대령 말이다.”


톨스토아가 조용히 말했다. “출발한 날 밤, 해몬드가 대열을 몰래 이탈했다가 새벽녘에 돌아왔다. 분명 그 놈이다.”


“일단 지켜보시지요.”


“그럴 생각이다. 다음 작전은 뭐냐?”


“구천이 반란군과 합세했으니, 저들은 울창한 호미미르의 숲에 숨어 장기전에 들어갈 것입니다. 일단 위로 올라가서 부차부터 해결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스카르 왕자도 입궁시키고요.”


“오스카르, 그 얄미운 놈 말이로구나. 그 따박따박 말대답하는 성미를 안 고치면 폐하께서 쳐 죽이실 거다.”


톨스토아가 한숨을 쉬었다. “폐하께서 그 애를 조카로 인정하시겠느냐? 원수인 나도 평민이라고 얼마나 싫어하시는데.”


“원수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폐하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


“일단 오스카르 왕자를 입궁시키는 걸 도와주십시오. 궁 안에 자리를 만들어 놓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음...”


톨스토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크는 애가 탔다. 그가 다시 입을 떼려는데, 대령 한 명이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원수님!” 그가 부복했다. 톨스토아가 인상을 썼다.


“누가 들어오라 했는가?”


“폐하의 교지입니다. 지금 당장 따르시랍니다!”


대령이 편지를 내밀었다. 톨스토아가 옥새가 찍힌 봉투를 찢었다. 편지를 읽은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편지입니까?”


톨스토아가 손짓했다. 대령이 장막에서 물러갔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셨다.


“왜 그러십니까. 도대체 무슨 내용입니까?”


톨스토아가 지크를 쳐다보았다.


“다 끝났다. 나라가 망했구나.”


“네? 원수님. 왜 그러십니까! 설마 부차가 벌써 아발론에 당도했답니까?”


톨스토아가 한숨을 쉬었다.


“베르단디가 부차에게 항복하겠다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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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26화-머스켓과 풋사과(3) 19.03.03 269 3 17쪽
203 26화-머스켓과 풋사과(2) 19.03.02 248 3 16쪽
202 26화-머스켓과 풋사과(1) 19.03.01 265 3 17쪽
20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2) +5 19.02.04 300 4 19쪽
20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1) 19.02.03 242 2 17쪽
199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0) 19.02.02 337 3 18쪽
198 25화-그의 것을 그에게(9) 19.02.01 248 2 13쪽
197 25화-그의 것을 그에게(8) 19.01.31 269 4 18쪽
196 25화-그의 것을 그에게(7) 19.01.30 240 2 18쪽
195 25화-그의 것을 그에게(6) 19.01.29 264 3 14쪽
194 25화-그의 것을 그에게(5) 19.01.28 264 4 16쪽
193 25화-그의 것을 그에게(4) 19.01.27 238 3 17쪽
192 25화-그의 것을 그에게(3) 19.01.26 237 3 14쪽
191 25화-그의 것을 그에게(2) 19.01.25 253 4 15쪽
190 25화-그의 것을 그에게(1) 19.01.24 271 4 21쪽
189 24화-개화의 새벽(10) +2 19.01.23 307 3 17쪽
188 24화-개화의 새벽(9) 19.01.22 275 3 16쪽
187 24화-개화의 새벽(8) 19.01.21 251 3 14쪽
186 24화-개화의 새벽(7) 19.01.20 281 3 13쪽
185 24화-개화의 새벽(6) 19.01.19 303 5 17쪽
184 24화-개화의 새벽(5) 19.01.18 267 6 15쪽
183 24화-개화의 새벽(4) +2 19.01.17 299 3 15쪽
182 24화-개화의 새벽(3) +1 19.01.16 283 4 18쪽
181 24화-개화의 새벽(2) 19.01.15 282 4 16쪽
180 24화-개화의 새벽(1) 19.01.14 329 4 17쪽
179 23화-옐로이즈(10) +1 19.01.13 306 3 16쪽
178 23화-옐로이즈(9) +4 19.01.12 336 4 14쪽
177 23화-옐로이즈(8) +2 19.01.11 287 4 15쪽
176 23화-옐로이즈(7) +2 19.01.10 313 3 16쪽
175 23화-옐로이즈(6) 19.01.09 273 3 19쪽
174 23화-옐로이즈(5) 19.01.08 294 3 12쪽
173 23화-옐로이즈(4) +4 19.01.07 311 5 14쪽
172 23화-옐로이즈(3) +2 19.01.06 272 5 13쪽
171 23화-옐로이즈(2) 19.01.05 297 7 15쪽
170 23화-옐로이즈(1) 19.01.04 292 6 14쪽
169 22화-마왕의 이유식(10) 19.01.03 337 6 13쪽
168 22화-마왕의 이유식(9) 19.01.02 294 6 14쪽
167 22화-마왕의 이유식(8) 19.01.01 292 6 17쪽
166 22화-마왕의 이유식(7) +1 18.12.31 308 7 13쪽
165 22화-마왕의 이유식(6) 18.12.30 365 6 13쪽
164 22화-마왕의 이유식(5) 18.12.29 350 10 16쪽
163 22화-마왕의 이유식(4) 18.12.28 362 6 14쪽
162 23화-마왕의 이유식(3) +2 18.12.27 389 7 13쪽
161 22화-마왕의 이유식(2) 18.12.26 361 5 15쪽
160 22화-마왕의 이유식(1) +2 18.12.25 425 6 18쪽
159 21화-영광의 계승자(12)(2부 完) +10 18.12.24 435 12 18쪽
158 21화-영광의 계승자(11) 18.12.23 413 7 20쪽
157 21화-영광의 계승자(10) +2 18.12.22 373 7 20쪽
156 21화-영광의 계승자(9) +2 18.12.21 404 8 20쪽
155 21화-영광의 계승자(8) +2 18.12.20 382 10 18쪽
154 21화-영광의 계승자(7) 18.12.19 372 11 20쪽
153 21화-영광의 계승자(6) 18.12.18 371 6 20쪽
152 21화-영광의 계승자(5) 18.12.17 379 6 22쪽
151 21화-영광의 계승자(4) 18.12.16 392 8 16쪽
150 21화-영광의 계승자(3) +2 18.12.15 389 5 19쪽
149 21화-영광의 계승자(2) 18.12.14 380 7 18쪽
148 21화-영광의 계승자(1) 18.12.13 449 8 19쪽
147 20화-0시 정각(11) +1 18.12.12 382 13 27쪽
146 20화-0시 정각(10) +2 18.12.11 359 12 17쪽
145 20화-0시 정각(9) 18.12.10 370 9 15쪽
144 20화-0시 정각(8) 18.12.09 408 9 17쪽
143 20화-0시 정각(7) +2 18.12.08 422 11 17쪽
142 20화-0시 정각(6) +4 18.12.07 402 7 22쪽
141 20화-0시 정각(5) +2 18.12.06 377 9 16쪽
140 20화-0시 정각(4) 18.12.05 374 8 20쪽
139 20화-0시 정각(3) 18.12.04 385 9 19쪽
138 20화-0시 정각(2) +1 18.12.03 386 10 21쪽
137 20화-0시 정각(1) 18.12.02 435 8 26쪽
136 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18.12.01 395 6 16쪽
135 19화-벽을 사이에 두고(8) 18.11.30 405 7 20쪽
134 19화-벽을 사이에 두고(7) 18.11.29 506 11 19쪽
133 19화-벽을 사이에 두고(6) 18.11.28 392 6 17쪽
132 19화-벽을 사이에 두고(5) 18.11.27 414 9 21쪽
131 19화-벽을 사이에 두고(4) +2 18.11.26 413 9 18쪽
130 19화-벽을 사이에 두고(3) +4 18.11.25 483 10 18쪽
129 19화-벽을 사이에 두고(2) +2 18.11.24 435 9 16쪽
128 19화-벽을 사이에 두고(1) 18.11.23 450 7 14쪽
12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1) +2 18.11.22 445 8 12쪽
126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0) 18.11.21 440 9 21쪽
125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9) 18.11.20 442 9 17쪽
124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8) 18.11.19 445 12 19쪽
123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7) 18.11.18 545 8 20쪽
122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6) 18.11.17 475 10 18쪽
121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5) 18.11.16 446 9 20쪽
120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4) +2 18.11.15 456 8 16쪽
119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3) 18.11.14 497 9 22쪽
118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2) 18.11.13 466 10 16쪽
117 18화-다시 만날 그 날까지(1) 18.11.12 513 11 18쪽
116 17화-노예 나라의 왕(11) 18.11.11 505 11 23쪽
115 17화-노예 나라의 왕(10) 18.11.10 473 11 25쪽
114 17화-노예 나라의 왕(9) 18.11.09 474 10 21쪽
113 17화-노예 나라의 왕(8) 18.11.08 469 13 21쪽
112 17화-노예 나라의 왕(7) 18.11.07 477 10 16쪽
111 17화-노예 나라의 왕(6) 18.11.06 473 11 18쪽
110 17화-노예 나라의 왕(5) 18.11.05 506 8 17쪽
109 17화-노예 나라의 왕(4) 18.11.04 472 10 18쪽
108 17화-노예 나라의 왕(3) 18.11.03 530 9 17쪽
107 17화-노예 나라의 왕(2) 18.11.02 500 13 17쪽
106 17화-노예 나라의 왕(1) 18.11.01 508 12 17쪽
105 16화-사랑과 충성(11) 18.10.31 538 11 18쪽
104 16화-사랑과 충성(10) 18.10.30 504 11 17쪽
103 16화-사랑과 충성(9) 18.10.29 473 10 15쪽
102 16화-사랑과 충성(8) +2 18.10.28 515 10 17쪽
101 16화-사랑과 충성(7) 18.10.27 534 12 21쪽
100 16화-사랑과 충성(6) 18.10.26 549 11 19쪽
99 16화-사랑과 충성(5) 18.10.25 555 11 19쪽
98 16화-사랑과 충성(4) 18.10.24 555 9 19쪽
97 16화-사랑과 충성(3) +2 18.10.23 605 10 19쪽
96 16화-사랑과 충성(2) 18.10.22 571 8 15쪽
95 16화-사랑과 충성(1) 18.10.21 608 9 18쪽
94 15화-굴욕의 맛(10) +2 18.10.20 602 10 15쪽
93 15화-굴욕의 맛(9) 18.10.19 562 10 23쪽
92 15화-굴욕의 맛(8) 18.10.18 561 11 19쪽
91 15화-굴욕의 맛(7) 18.10.17 595 10 19쪽
90 15화-굴욕의 맛(6) +2 18.10.16 602 9 22쪽
89 15화-굴욕의 맛(5) +6 18.10.15 630 12 16쪽
88 15화-굴욕의 맛(4) 18.10.14 601 14 16쪽
87 15화-굴욕의 맛(3) 18.10.13 641 10 15쪽
86 15화-굴욕의 맛(2) 18.10.12 646 10 18쪽
85 15화-굴욕의 맛(1) 18.10.11 637 14 22쪽
84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0) 18.10.10 668 15 17쪽
83 14화-왕도를 걷는 노예(9) +2 18.10.09 628 10 15쪽
82 14화-왕도를 걷는 노예(8) 18.10.08 681 12 22쪽
81 14화-왕도를 걷는 노예(7) +2 18.10.07 657 11 16쪽
80 14화-왕도를 걷는 노예(6) 18.10.06 639 13 19쪽
79 14화-왕도를 걷는 노예(5) 18.10.05 644 11 18쪽
78 14화-왕도를 걷는 노예(4) +2 18.10.04 688 11 19쪽
77 14화-왕도를 걷는 노예(3) 18.10.03 669 12 23쪽
76 14화-왕도를 걷는 노예(2) +2 18.10.02 719 12 21쪽
75 14화-왕도를 걷는 노예(1) +2 18.10.01 765 14 16쪽
74 13화-망국의 씨앗(12)(1부 完) +2 18.09.30 756 15 21쪽
» 13화-망국의 씨앗(11) +4 18.09.29 686 15 18쪽
72 13화-망국의 씨앗(10) +2 18.09.28 664 10 16쪽
71 13화-망국의 씨앗(9) +2 18.09.27 739 13 20쪽
70 13화-망국의 씨앗(8) 18.09.26 743 13 18쪽
69 13화-망국의 씨앗(7) +2 18.09.25 775 14 22쪽
68 13화-망국의 씨앗(6) 18.09.24 752 12 21쪽
67 13화-망국의 씨앗(5) +10 18.09.23 779 11 20쪽
66 13화-망국의 씨앗(4) 18.09.22 770 12 15쪽
65 13화-망국의 씨앗(3) +2 18.09.21 809 9 15쪽
64 13화-망국의 씨앗(2) 18.09.20 814 8 18쪽
63 13화-망국의 씨앗(1) 18.09.19 815 13 14쪽
62 12화-스파이 게임(11) 18.09.18 779 11 16쪽
61 12화-스파이 게임(10) 18.09.17 804 13 16쪽
60 12화-스파이 게임(9) +2 18.09.16 869 13 13쪽
59 12화-스파이 게임(8) 18.09.15 920 15 20쪽
58 12화-스파이 게임(7) 18.09.14 902 10 14쪽
57 12화-스파이 게임(6) +1 18.09.13 954 12 12쪽
56 12화-스파이 게임(5) 18.09.12 923 15 18쪽
55 12화-스파이 게임(4) 18.09.11 945 11 17쪽
54 12화-스파이 게임(3) 18.09.10 982 17 17쪽
53 12화-스파이 게임(2) 18.09.09 1,046 14 15쪽
52 12화-스파이 게임(1) 18.09.08 1,163 13 14쪽
51 11화-마지막 왕자(11) +5 18.09.07 1,145 18 19쪽
50 11화-마지막 왕자(10) 18.09.06 1,103 17 15쪽
49 11화-마지막 왕자(9) 18.09.05 1,128 16 17쪽
48 11화-마지막 왕자(8) 18.09.04 1,148 21 21쪽
47 11화-마지막 왕자(7) 18.09.03 1,201 20 15쪽
46 11화-마지막 왕자(6) 18.09.02 1,186 24 19쪽
45 11화-마지막 왕자(5) 18.09.01 1,217 24 19쪽
44 11화-마지막 왕자(4) +2 18.08.31 1,248 19 14쪽
43 11화-마지막 왕자(3) 18.08.30 1,324 20 16쪽
42 11화-마지막 왕자(2) 18.08.29 1,423 20 14쪽
41 11화-마지막 왕자(1) 18.08.28 1,411 24 14쪽
40 10화-권위와 긍지(8) 18.08.27 1,412 23 16쪽
39 10화-권위와 긍지(7) 18.08.26 1,44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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