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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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벽을 사이에 두고(9)
딥스로트 사령관실에 돌아온 탕리는 여전히 디트리히를 냉랭하게 대했다. 이베리아 사령관은 어떻게 됐는지, 지크의 편지는 어떻게 수사하고 있는지, 탕리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가보겠습니다, 사령관님.”
밤 10시, 디트리히가 경례를 붙였다. 탕리가 무뚝뚝하게 손을 저었다. 디트리히가 씁쓸한 기분으로 방을 나갔다.
디트리히가 나가자마자 탕리는 바빠졌다. 금고를 열어 서류를 배낭에 쓸어 넣고 관저로 향했다. 마누라와 애들 얼굴도 볼 틈 없이 옷을 바꿔 입고 창문에 몸을 던졌다.
“아이구.”
나이가 드니까 도가니가 아프다. 탕리가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을 달렸다. 중간에 묶어놓은 말을 타고 나는 듯이 갈대숲으로 내달렸다. 지난번에 입었던 허름한 군복 차림이었다.
탕리가 쾅, 하고 삐끼를 만났던 술집 문을 열어젖혔다. 사람들이 그를 힐끗 보곤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맥주.” 바텐더가 무표정한 얼굴로 맥주를 따라주었다. 그가 헉헉대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새벽 세 시다. 너무 늦었나.
탕리가 내심 걱정하며 문가를 힐끗힐끗 보았다. 정확히 10분 만에 덩치들이 찾아왔다.
“이봐. 같이 가서 한잔 더 하지.”
탕리가 말없이 일어섰다. 덩치들에게 둘러싸여 한 20분 걸으니 말다른 길이었다.
“막다른 길- 읍!”
덩치들이 그에게 자루를 뒤집어씌웠다. 탕리가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덩치들이 그를 질질 끌고 지하 어딘가로 집어넣었다. 아까 본 그 막다른 골목에 비밀문이 있는 모양이다.
의자에 묶인 탕리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기다렸다. 누군가 거친 몸짓으로 들어왔다. 자루가 확 벗겨졌다.
“어?”
탕리 앞에 앉은 베투리아가 눈을 치떴다.
탕리가 베투리아를 노려보았다.
“넌...”
베투리아가 손짓을 했다. 부하가 칼을 갖다 주었다.
베투리아가 당황했다. “아니. 물.”
부하도 지레 당황하며 물을 따라 주었다. 베투리아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녀가 탕리의 얼굴을 보고 다시 당황했다.
“너.”
탕리가 말했다. “다 나가라고 해.”
베투리아가 손을 저었다. 부하들이 지하실을 나갔다. 베투리아가 입을 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무슨 소리냐?”
“혼자 여기 기어 들어와서 뭐 하는 거야? 당신이 그 선장을 잡아간 거야? 도대체 왜지? 왜 딥스로트하고 하등 상관없는 지크를 건드려?”
“그 새끼가 내 뒤통수를 쳤으니까. 그 새끼가 내 자리를 뺏어갔어.”
“어디?”
“그건 말 못해.”
베투리아가 인상을 썼다. “나도 알아. 이베리아 사령관? 겨우 5만짜리 교육대대 사령관이잖아. 중령에서 대령 수준이 맡는 게 당연하잖아.”
탕리가 잠시 망설였다. 그가 베투리아를 쳐다보았다.
“난 그런 새끼한테 엿 먹고 가만있을 사람이 아냐.”
베투리아가 한쪽 입가를 틀어올렸다.
“흠. 가만 보니 지크가 범려에게 숨기는 게 있군. 이베리아에 숨어 있는 군대의 수가 좀 많은가 보지? 지크는 8만이라고 보고했다던데. 실제로는 얼마지? 10만? 20만?”
탕리가 침을 삼켰다. “이베리아 사령관 자리는... 중요한 자리야. 오늘은 이 정도만 말하도록 하지.”
“나머지는 언제 말해 주실 생각이야?”
“난 아무것도 몰라. 완전히 허수아비야. 니가 날 노리는 건 아는데, 그거 다 헛짓거리라고. 왕은 지크에게 놀아나고 있어. 난 어떻게든 살아야겠어.”
베투리아가 머리를 굴렸다. 탕리는 확실히 다급해 보였고, 그의 정보는 가치가 있었다. 탕리를 지금 죽이면 아마 디트리히가 다음 전략작전부 사령관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보다는 지금 탕리를 살려두는 게 나아 보였다.
베투리아가 목을 문질렀다. “좋아. 여기까지 혼자 온 걸 보니 다급한 걸 알겠어. 근데, 싹 그만뒀다고 들었는데 왜 다시 돌아왔지?”
“강제로 온 거야. 날 미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고. 사령관 관저에 갇혀 있다가 겨우 탈출했어. 이 꼴 좀 보라고.”
“허. 그런 상황이라 이거지.” 베투리아가 이마를 문질렀다. “그럼... 디트리히를 제끼는 게 서로를 위해 좋겠군. 디트리히는 진국의 수족도 아니고, 친애하는 탕리 장군님의 말도 안 듣고, 지크의 일도 방해하고, 우리도 잡아가는 나쁜 놈이니까 말이야. 맞지?”
“그렇지. 이제야 얘기가 통하는군.”
탕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디트리히는 평소엔 여기 없어. 가끔씩 일을 볼 때만 딥스로트로 돌아오지. 아케메네스 저택까지 가기엔 너무 머니까 여기 있을 때 손을 대야 돼.”
“음.” 베투리아가 잠시 생각했다. “일단, 지크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필요해. 그래야 위에서 사인을 받을 수 있어.”
“범려한테서?”
“그래. 디트리히를 죽이는 거야 뭐, 위에서도 원하는 거니까 상관없어. 하지만 당신을 도와 지크를 밀어내는 건 승인이 있어야 돼.”
“아주 충성스럽네.”
베투리아가 킬킬 웃었다. “내가 아직도 살아있는 건 진국의 지원이 있어서야. 범려를 건드리는 건 못해.”
“이베리아 군대가 정확히 몇 명인지 알려주는 서류가 필요한 거군.”
베투리아가 물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애들을 이베리아에 좀 보내 보지. 장군님이 그 애들을 좀 지켜줘.”
“누군데?”
“내가 전략작전부에 보냈던 두 명. 지크가 그 놈들이 누군지 알아. 그래서 좀 위험해. 하지만 그 두 놈 말고는 보낼 놈들이 없군. 장군님은 보낼 놈이 없어 보이고. 맞지?”
탕리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
“서류를 만들어 줘. 이베리아에 잘 들어갈 수 있게 말이야.”
탕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이시라와 랑두리스는 탕리의 지원으로 이베리아 교육대대의 훈련병으로 지원하여, 군용선에 성공적으로 몸을 실었다. 닭장 같은 군용선에서 하루를 버티니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했다.
“어우. 추워! 도대체 몇 도야?”
“영하 14도.”
“어휴. 지랄 맞네.”
둘은 한숨을 쉬며 솜 모자를 여몄다. 부대에 도착하니 듣던 것보다 더 컸다.
“저기가 사령관 관저로군.”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분명 구멍이 있을 거야. 그냥 서류 한 장만 있으면 돼. 부대가 몇 개인지, 한 부대별 사람이 몇 명인지. 식수 인원이나 옷 보급 기록이라든가. 침대 개수라든가, 교육 일지라든가.”
“일단 들어가 봐야겠는데. 저기, 저기, 저기. 문이 두 개군. 창문은 작아서 쓸모가 없겠고.”
칼을 든 병사들이 신병들을 죽 둘러쌌다. 연단 위에 선 노바 장교가 외쳤다. “일동 차렷!”
이시라와 랑두리스가 몸을 곧추세웠다. 다른 500명의 신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장교들이 신병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무리씩 뽑아 갔다. 칼을 든 병사들은 머리카락 한 올도 움직이지 않고 신병들을 노려보았다.
- 이상한데. 왜 우리 이름이 안 나오지?
이시라와 랑두리스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100명이 넘는 완전무장한 병사들 사이에, 둘이 맨 마지막에 남았다.
“이시라, 랑두리스.”
장교가 나직하게 불렀다. 둘이 마른침을 삼켰다. 병사들이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자.”
“형님!”
“이야아아!” 랑두리스가 고함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시라도 칼을 빼들고 달렸다.
노바가 연단에서 외쳤다. “대형을 짜라!”
병사들이 방패로 벽을 쌓기 시작했다. 랑두리스가 칼로 방패 사이를 후벼팠다. 방패의 벽이 점점 두꺼워졌다.
“이런 X발!”
방패가 조여오기 시작했다. 이시라가 칼로 방패를 마구 후려쳤다. 하지만 방패가 하나씩 빠지면서 공간이 줄어든다. 위에서 노바가 외쳤다. “진격!”
“이야아아아!”
병사들이 방패를 밀어붙였다. 둘이 꼼짝도 못했다. 노바가 박수를 쳤다. “잘했다! 훈련이 잘 되었군. 신병들은 어서 칼을 버려라!”
이시라가 외쳤다. “아오! X발 이게 무슨 훈련이야! 우린 신병이라구!”
“너희가 우수한 신병이라 그런 거다. 칼 버려!”
방패가 계속 조여왔다. 랑두리스가 못 견디고 칼을 버렸다. 이시라도 칼을 버렸다. 방패가 물러나더니 밧줄이 나타났다. 둘이 꽁꽁 묶였다.
“자, 집합!”
병사들이 열을 맞춰 집합했다. 노바가 이시라와 랑두리스를 흘긋 보며 말했다. “쉬어. 모두 잘 했다. 이제 다음 훈련에 들어간다.”
중령이 경례를 붙였다. “감사합니다!”
“내가 직접 인도하겠다. 35중대는 훈련장으로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좌향좌!”
중대가 촥 하고 한꺼번에 얼굴을 돌렸다. 장교가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노바가 이시라와 랑두리스의 줄을 잡았다.
“너희는 같이 가자.”
랑두리스가 외쳤다. “잠깐! 우리는 탕리 장군님께서 직접 보내신-”
“알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모시고 가는 거고.”
노바가 웃었다. “햇빛을 많이 쐬어 둬라. 오랫동안 못 볼 테니까.”
2주 후, 랑두리스는 수척해진 모습으로 이베리아 항구에 나타났다. 더러운 군복을 입고 있었고, 한쪽 손의 손가락이 다 잘려 있었다.
“배가 필요하오!”
랑두리스가 절박한 목소리로 고깃배 선장들에게 매달렸다.
“돈은 얼마든지 주겠소. 배가 필요하단 말이오!”
선장들 중 하나가 랑두리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랑두리스가 갖고 있던 탕리의 위임장을 보고서였다.
랑두리스는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말을 빌렸다.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달렸다. 일주일을 달리고 나자 겨우 딥스로트에 초입에 도착했다.
- 해냈다. 해냈어!
랑두리스는 그제서야 여관에 방을 잡았다. 다섯 시간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말을 바꿔 출발했다. 그렇게 세 시간을 달리자 갈대숲의 초입이었다.
랑두리스가 말에서 내렸다. 그가 절뚝거리며 탕리를 끌고 갔던 막다른 골목으로 갔다. 창문과 벽으로 꾸며진 문을 열자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 조직원들이 함께 생활하는 합숙소였다.
“중령님!”
랑두리스가 절뚝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어린 조직원 두세 명이 달려 나왔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중령님은?”
“주무십니다.”
랑두리스가 문을 두드렸다. “중령님. 중령님?”
“랑두리스.”
안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난다. 어제 약을 했나 보다.
“위험합니다. 당장 떠나셔야 합니다. 지금-”
“불이야!”
“뭐?” 랑두리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사실이었다. 계단 밑으로 연기가 스물스물 밀려오고 있었다.
“이런 X발!” 홑옷을 입은 베투리아가 뛰쳐나왔다. “망했네. 랑두리스, 꼬리를 밟혔군!”
그녀가 칼을 뽑아들었다. “처형은 나중에 하고, 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죄송합니다.”
“그럼 싸워! 얘들아!”
조직원들이 장화만 신은 채 칼을 들고 뛰쳐나왔다. “네!”
“여기서 나가자. 막아서는 놈들은 싹 다 두 동강 내라. 모두 항구에서 만나자!”
랑두리스가 외쳤다. “가자!”
“이야아아아아아!” 조직원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계단을 달려 오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약을 했는지 비틀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위에서 비명과 함께 잘린 팔다리가 떨어져 내렸다.
“베투리아!” 위에서 디트리히의 목소리가 찢어져 내렸다. 베투리아가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탕리에게 가야 한다. 탕리한테만 가면 배를-”
“베투리아! 당장 나와라!”
“X발!”
탕리의 목소리다. 베투리아가 턱을 악물었다. 망했다.
“중령님, 탕리입니다!”
랑두리스가 몸서리를 쳤다. “탕리가 다 꾸민 짓이었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베투리아가 외쳤다. “다 죽여야지!”
“가자!” 랑두리스가 반 포기한 마음으로 외쳤다. “가자! 길을 뚫어라!”
“이야아아아아!”
조직원들이 앞으로 달렸다. 피와 살점 뒤에서 연기가 계속 밀려들어왔다. 디트리히가 외쳤다. “항복해라, 베투리아! 안 그러면 다 타 죽는다!”
- 지랄하네!
베투리아가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녀의 방은 유일하게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다. 두꺼운 커튼을 걷자 군화발이 보였다. 팔콘기사단이 건물을 죽 둘러싼 모양이다.
베투리아가 창문 아래 가구를 쌓아올렸다.
“이야아!”
그녀가 발을 딛고 창문에 몸을 들이밀었다. 슈욱 하고 그녀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기사들이 당황했다. “엇?”
“이 개새끼들!”
베투리아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세네 명의 기사단원들이 그녀와 칼을 맞댔다. 열 합이 지나도록 승부가 안 났다. “비켜! 비키란 말이야!”
“베투리아!”
저 멀리서 탕리가 소리를 질렀다. 베투리아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탕리!”
“항복해라. 그럼 폐하께서-”
“이 개새끼!”
베투리아가 앞에 선 기사를 확 밀쳤다. 다른 기사가 그녀의 발을 걸었다. 그녀가 펄쩍펄쩍 뛰며 칼질을 해 댔다.
“안 되겠구나!”
탕리가 머스켓을 꺼냈다. 베투리아의 눈이 커졌다. 지난번에 본 신무기다.
“안 돼!”
탕리가 총을 쏘았다. 베투리아가 총알을 맞고 새우처럼 고꾸라졌다. 병사들이 베투리아에게 자루를 씌우고 꽁꽁 묶었다.
“내가 직접 데려가겠다.”
탕리가 지시했다. “최대한 많이 살려서 데려와라. 안에 적어도 100명은 있을 거다. 시체도 남김없이 확보해.”
기사들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베투리아와 랑두리스를 포함한 조직원 20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조직원들의 시체도 대부분 찾아냈다. 살아 도망간 놈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탕리는 여기저기 그을리고 찢긴 모습으로 사령관 관저로 돌아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탐탁찮은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목욕물이나 받아 줄래? 칭찬은 바라지도 않아.”
아이들이 물었다. “아빠. 그럼 다시 여기서 사는 거야?”
“한동안은.”
아이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디트리히 준장님이 와 있어.”
“어디?”
“식당에. 아침 먹고 있어.”
엄마가 핀잔을 줬다. “계셔라고 해야지!”
딸이 입을 비쭉였다. “아빠 부하잖아.”
아들이 비웃었다. “누나 부하는 아니야! 멍청하긴.”
탕리가 신경 쓰지 않고 식당으로 갔다. 디트리히가 입 안으로 빵을 쓸어 넣고 있었다.
“디트리히.”
디트리히가 벌떡 일어섰다. “충성! 사령관님.”
“어. 오랜만이다.”
탕리가 자리에 앉아서 산더미처럼 쌓인 빵을 뜯어 먹었다. 디트리히가 부동자세로 꿈쩍 않았다. “더 먹어.” “사령관님, 저에 대해 좀 오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팔콘기사단의 일을 공유 못하는 건...”
“됐어. 이제 못해도 돼. 앉아.”
탕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빵을 씹었다. “베투리아를 잡았으니 이제 간첩 조직은 일망타진된다고 보명 되겠지?”
“네 그렇습니다.”
“앉으라니깐.”
디트리히가 무릎을 굽혀 자리에 앉았다. “뭐 해. 다 먹었어? 더 먹어. 덜 먹었구만.”
“아닙니다. 사령관님, 저와 지크에 대해 오해하시는 건...”
“넌 그냥 너희 일을 하는 거겠지.”
“제가 말씀을 좀 드리자면, 지크가 어렸을 때...”
“됐어.”
탕리가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베투리아는 아직도 입을 열지 않나?”
- 나하고 지크를 전혀 안 믿는구나.
디트리히가 침을 삼켰다. “네.”
“그래도 밑에 애들은 아니겠지?”
“네. 명단을 많이 확보했습니다.”
“잘 하고 있네. 수사를 계속해!”
탕리가 일어섰다. “그리고, 전략작전부 부사령관 자리는 다른 사람이 맡기로 했으니까 걱정 말구.”
일주일 후.
베투리아에게 돈이나 마약을 받은 딥스로트의 장교들과 관리들은 모두 처형되었다. 증거가 없이 명단만 나온 자들은 모두 사직을 당했다.
“베투리아는?”
“아직도 이름을 불질 않습니다.”
“참 독하구만.”
탕리가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톡톡 쳤다. “베투리아를 아발론으로 데려가. 거기서 심문을 계속하라고. 이제 팔콘기사단은 딥스로트에서 철수해.”
디트리히가 한숨을 쉬었다. “사령관님, 저는...”
탕리가 손짓을 했다. “옆에서 봤지? 새 부사령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습니다.”
“그럼 자네가 여기 있을 이유는 더 이상 없어.”
디트리히가 단정한 이마를 쓰다듬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베리아 사령관 임관식 때 아발론에서 보자구. 한 달 후에 임명한다니까 말이야.”
탕리가 일어섰다. 그가 문을 열어 주었다. “잘 가게.”
디트리히가 말없이 방을 나섰다.
탕리가 그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비서실!”
“네, 사령관님.”
“팔콘기사단의 짐은 오늘 안에 싹 모아서 마차에 실어라. 해지기 전에 아발론으로 보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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