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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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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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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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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3
글자
11쪽

종합선물세트 (5)

DUMMY

다행이 연화 앞에 서있는 신은 아그로나가 아닌 동양계의 두 남자 선인들이었다. 용기가 선인들이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키가 별로 크지 않았고, 의복 자체도 신들의 취향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왼쪽의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 선인은 하얀색 도복을 입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꽤 멋들어진 연두색 장포를 도복 위에 걸치고 같은 색깔과 문양을 띤 두건을 착용하고 있었다.


오른쪽의 늙은 남자 선인은 한 눈에 봐도 ‘스님’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머리에 회색과 자주색이 어우러진 승려복을 입고 있었다.


“오. 자네가 한민족의 땅에서 온 자인가?”


왼쪽의 남자 선인이 용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한민족의 땅?’


용기는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다른 국가명을 쓴 건 사실인데, ‘한민족의 땅’ 이라는 표현은 감으로는 대충 알겠지만 굉장히 낯설은 표현이었기 때문이었다.


“반갑네. 난 박혁거세라고 하네.”


용기의 복잡했던 머리속은 순식간에 텅 비어지다 못해 아예 하얘지며, 다리까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박혁거세?! 박혁거세라면 신라의 초대왕?!’


그리고 그는 오른쪽에 서있는 선인의 인사말을 들으며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으로 휘청거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조선 시대에 승려였었고, 법명은 유정, 호는 사명당이라고 합니다.”


입은 벌려져 있지만 ‘어어’라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용기를 부축하며 상황을 수습 해준 건 다름 아닌 혜능이었다.


“두 분 오랜만에 뵙습니다.”


혜능과 박혁거세 그리고 유정은 서로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띄운 채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아무래도 용기 님에게는 두 분이 아주 특별한 만남일 터이니 잠깐 자리는 옮기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혜능은 청허 선인에게 당분간 연화만 손님들을 받게 부탁을 하고는 정신적 충격으로 온몸에 힘이 빠져 있는 용기를 부축해서 박혁거세와 유정을 모시고 안채로 들어갔다.


‘말도...안 돼...조선 임진왜란의 영웅 중의 한 분인 사명 대사님이라고?!!’


용기는 힘없이 혜능에게 부축되어 끌려 가면서도 박혁거세와 유정의 모습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와 청허 선인에게 수업을 받는 곳에 박혁거세, 유정, 혜능, 그리고 용기는 마주하고 앉았다.


용기는 감히 같이 앉지 못하겠다면서 처음에는 서있기를 원했으나, 박혁거세가 ‘자네는 달마 님과도 같이 앉지 못하나? 우린 그분보다 배분이 낮은 선인들이네’ 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우물쭈물 거리며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색하던 처음의 분위기는 박혁거세가 물꼬를 트며 점점 화기애애 갔다. 유쾌한 기운이 넘치는 박혁거세는 마치 청허를 보는 듯 했고, 점잖고 말수가 적으며 용기에게도 경어를 쓰는 유정은 마치 혜능을 보는 듯 했다.


용기는 ‘사명 대사’ 라는 명칭이 자신에게 주는 역사적 무게 때문에 자신에게 하대를 해달라고 유정에게 부탁했지만, 유정은 자신은 경어를 쓰는게 편하다면서 한사코 거절하였다.


“그런데 두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선계로 오시게 된 겁니까? 우화등선 하신 건가요?”


용기는 눈치를 살살 보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신이 정말 궁금해 하던 질문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반신반인의 경우이고, 유정은 신력이 몸에 깃들게 되어 온 경우지.”


박혁거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용기에게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충격이었다. 말을 입술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은 박혁거세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난 현재 신계 2군단 4 대대장으로 계시는 운사(雲師)님과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


“그런데, 신라 신화에는 박혁거세 님께서 알에서 태어나셨다고...”


용기가 황급히 또 다른 질문을 하였다.


“아 그거? 그냥 운사 님께서 생각해 내신 특별 연출이었어. 이미 태어난 갓난 아이를 커다란 박에 넣어 세상에 보여주신 거지. 뭐 그래야 인간들이 그 아이를 특별하게 보고 대우 해줄테니까.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연출이었지 하하하.”


그리고 박혁거세는 유정을 보고 본인 이야기는 직접 하라고 말했다.


“전 아까 보신 염주에 깃들어 있는 신력을 임진왜란 때 사용하고, 인간으로써의 삶을 마감한 뒤 눈을 떠보니 여기에 와 있더군요.”


용기는 아까 연화가 유정에게 건네 받은 작은 염주를 떠올렸다.


그때 혜능이 밖에 손님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 시간이 별로 없으니 오늘 대화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 그렇지. 선물을 주려 왔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네. 하하.”


박혁거세는 품에서 검 한 자루와 책을 한 권을 꺼낸 뒤 그 물건들의 배경과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했다.


유정은 자신의 선물은 아까 그 염주이며 자신이 이미 연화에게 사용법에 대해 설명 했으니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으라고 말했다. 용기는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가볼까나?”


박혁거세가 자리를 털며 일어나자, 유정도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용기에게 건투를 빈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용기의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사명 대사님.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리고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겁니까? 저도 임진왜란 때의 대사님처럼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지만 과연 잘 할수 있을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실망 시켜 드리지 않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유정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주먹으로 바닥을 짚고 있는 용기 곁으로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대었다.


“처사님. 주위가 칠흙 같은 어둠에 뒤덥혀 있어 갈 길을 알지 못한다면, 눈을 감고 주위를 손으로 하나 하나 짚으며 이동하기 보다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 빛을 찾아내는 것이 좀 더 현명한 행동입니다.”


“네?”


용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찬찬히 살펴 보십시오. 그러면 용기 님의 눈에 빛이 하나 둘씩 보여지게 될 터이고 그리고 궁극에는 여러 빛들이 모여 용기 님의 길을 인도해 주게 될 겁니다.”


“자네 말야. 우리 선인들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걸어 주는 한가한 존재들로 보이나?”


“네?”


용기는 박혁거세가 왠 뜬금없는 소리인지 그를 올려다 봤다. 박혁거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는데, 상대를 비웃는 것인지 단지 장난기를 품고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구별해 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자네는 어떻게 저분들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그거야...신계 최고위원회에서 부탁을 하셨다고...”

“아니! 나는 자네에게 어떤 경로로 저분들 앞에 서게 되었는지를 묻지 않았네. 어떻게 저분들의 제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물었지.”

“그 말씀은...”


용기는 그제서야 박혁거세가 던진 질문이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하지만 역시 답을 알지 못했기에 물음표가 한 백 개쯤은 붙어 있는 얼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네 그리고 연화는 저 선인 분들의 선택을 받은 거네. 물론 신계가 부탁을 하긴 했지만, 자네들에게 기본적인 자질이 없었다면 저분들이 그걸 허락 했을것 같나? 왜? 우리 선계도 그냥 싫다고 거부하면 될 것을.

그리고 마지못해 신계의 부탁을 들어줘 자네들에게 무공 몇 수를 전수해 준다고 한들 왜 저분들이 자네들을 굳이 제.자.로 삼았겠냐고?”


용기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맨날 무공에 재능 없다고 혼만 나는 내가....그럼 스승님들에게 선택된 것이라고?’


그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려 혜능을 바라보았지만 혜능은 평소와 다름없이 입가에 미소를 뛰운 채 아무런 말도, 긍정이나 또는 부정의 행동 표현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네는 본인 자신을 좀 더 믿으라고! 하하하.”


그리고 박혁거세와 유정은 사라졌다.



*****



용기는 박혁거세와 유정에게 들은 말들을 연화에게 전해 주었다. 놀라기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서로 말없이 그들 앞에 잔뜩 쌓여 있는 신과 선인들의 선물들을 조용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승들과 조교 선인들은 잔뜩 몰려온 신과 선인들은 시간의 숲 입구까지 배웅하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용기와 연화의 주위는 의외로 매우 조용했다.


“이걸 다 가지고 인간계로 가야겠어.”


침묵을 깨고 용기가 말을 꺼냈다.


“이걸 다?! 어떻게? 그리고 왜?”


아무래도 들고 갈 수 있는 무게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병장기들 중 가장 좋은 것 서너개만 가지고 갈 생각을 하고 있던 연화는 깜짝 놀라며 용기를 바라봤다.


“어떻게는 아직 잘 몰라. 혜능 선인님과 상의 해보고, 또 청허 스승님의 도술 중에 쓸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 연구해 볼 생각이야. 이유는 간단해. 인간계에 가서 요괴들에게 대항할 무력 단체를 만들 생각이야.”

“무력 단체?!”

“응. 너도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잖아. 우린 결국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싸움을 해야 돼. 그건 단지 우리 둘 뿐이었을 때 이야기고, 우리도 조력자가 있으면, 숫자가 많으면 좀 더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연화는 용기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됐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수많은 병장기들은 자신들에게 분명 훌륭한 조력자들을 가져다 주리라.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바빠지겠군.”


갑자기 들려온 중후한 목소리에 용기와 연화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환웅 군단장이 서있었고, 그의 뒤에는 처음보는 두 명의 남자가 서있었다.


왼쪽은 중년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붉은색의 도포를 걸치고 있었고, 검은색의 긴 머리를 산발로 흘려 내리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요안나와 같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른쪽의 남성은 체격은 왜소했지만 특이하게 도복 차림에 일본식의 나막신을 신고, 삿갓을 쓰고 있었다.


용기와 연화가 환웅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고개를 들자, 조하너스, 달마, 혜능도 어느새 자리하고 있었다.


“몸을 바쁘게 움직일려면 그만한 이동 수단이 필요한 법이지.”


환웅이 말을 하고 왼손을 들어 올리자 한 자루의 검이 그의 등에서 빠져나와 그의 앞의 허공에 자리 잡았다.


“연화. 그대에게 주겠네.”

“저요?!”


연화는 어리둥절 했지만 일단 앞으로 나와 그 검을 두 손으로 받들어 잡았다. 자세히 보니 일반 검과는 다르게 검면 옆으로 총 일곱 개의 뿔 같은 날카로운 장식이 달려 있었다.


“칠지도 라고 하네. 적을 벨 때 사용해도 되지만, 이 검의 특수 능력은 비행 능력이네.”


“칠지도??!!” “비행이요?!!”


용기와 연화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작가의말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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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종합선물세트 (6) 21.10.24 345 13 12쪽
» 종합선물세트 (5) 21.10.23 333 13 11쪽
51 종합선물세트 (4) 21.10.22 347 14 14쪽
50 종합선물세트 (3) 21.10.21 347 13 14쪽
49 종합선물세트 (2) 21.10.20 342 13 12쪽
48 종합선물세트 (1) 21.10.19 341 13 13쪽
47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7) 21.10.18 350 13 11쪽
46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6) 21.10.17 355 14 13쪽
45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5) 21.10.16 351 13 19쪽
44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4) 21.10.15 349 12 13쪽
43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3) 21.10.14 356 13 15쪽
42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2) 21.10.13 365 14 14쪽
41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1) 21.10.12 365 14 12쪽
40 신들의 선택 (4) 21.10.11 363 15 16쪽
39 신들의 선택 (3) 21.10.10 378 13 15쪽
38 신들의 선택 (2) 21.10.09 388 15 14쪽
37 신들의 선택 (1) 21.10.08 396 16 13쪽
36 신계의 세 가지 규율 (5) 21.10.07 440 15 16쪽
35 신계의 세 가지 규율 (4) 21.10.06 411 15 12쪽
34 신계의 세 가지 규율 (3) 21.10.05 412 17 16쪽
33 신계의 세 가지 규율 (2) 21.10.04 405 16 14쪽
32 신계의 세 가지 규율 (1) 21.10.04 408 15 15쪽
31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5) 21.10.03 411 16 18쪽
30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4) 21.10.02 421 15 19쪽
29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3) 21.10.01 415 15 12쪽
28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2) 21.09.30 419 16 19쪽
27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1) 21.09.29 432 15 17쪽
26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8) 21.09.28 414 15 15쪽
25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7) 21.09.27 439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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