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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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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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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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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2)

DUMMY

용기가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사이, 에이르마가 연화와 용기에게 밖으로 안내하겠다는 제스처 보여왔다. 그래서 에이르마를 따라 나서려든 찰나, 용기가 갑자기 뒤돌아서며 라타토스에게 질문을 하였다.


“저기...한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그래 뭔가?”

“혹시 요계가 왜 인간계를 침공 하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그들의 동기가 궁금해서요.”

“흠...”


라타토스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아까 앉아 있던 돌의자에 다시 가서 앉았다.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전쟁의 원인은 보통 크게 둘로 구분 되네. 영토의 확장과 이념의 차이 이렇게 말일세. 요괴 놈들이 인간들이 자신들과 다른 이념을 가졌다고 차원을 넘어 가면서까지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거네.”

“저도 영토 확장 쪽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영토 확장도 세부로 따져 보면 토지 자원, 인적 자원, 식량, 등등 여러가지로 나뉘게 되지. 나는...”


라타토스가 열 손가락을 깍지 끼어 자신의 턱 아래에 놓더니 좀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요괴 놈들이 식량을 노리는게 아닌가 싶네.”

"식량이요? 그 자식들 안 먹고 안 마셔도 생활이 가능한 것 아니었어요?”


용기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맞네. 그러나 그들이 자연의 기를 흡수 해야지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들었겠지?”


용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하자, 라타토스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용기 어깨 너머의 동굴 바깥쪽을 향하며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자연의 기는 인간을 통해서도 흡수가 가능하네. 내 생각엔 그놈들은 인간들을 먹이로 쓰려는 것 같네.”

“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며 라타토스를 바라 보게 되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아스카나 에이르마도 이런 말은 처음 듣는 듯 했다.


“들었겠지만 요계의 땅 크기는,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서 바다를 제외한 총 대지 면적에 삼분의 일 정도 밖에 되지 않네.

그런데 그들은 종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몇 천년씩 살아가는 존재들이네. 그리고 몇 몇 종족은 번식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지.

그래서 요계는 이제 점점 거주 지역조차 부족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네. 즉 쉽게 이야기해서 요계는 이제 그 안에 살아가는 요괴들에게 충분한 자연의 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고, 요괴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굶주림의 공포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계를 손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용기의 머리속은 갑자기 거북이족 요괴인 루살카와 시시가가 환골탈태한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기를 느끼고는 깜짝 놀라하던 모습과, 자신이 너무 엉뚱하다고 생각했던 ‘헨젤과 그레텔’ 동화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상상하기도 싫은 끔직한 모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자연의 기가 몸 안으로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배고픔에 쓰러져 가는 요괴들의 모습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배고픔에 정신이 나가버린 요괴들이 닥치는 대로 인간의 선천지기라는 생명력을 쭉쭉 빨아먹고 있는 모습들, 그리고 그 중에는 자신의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안돼! 안돼!’


그는 머리를 계속 흔들며 그 끔직한 상상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더 굳어지면서 손과 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몸과 마음이 뭔가 커다란 어둠에 잠식 당하는 느낌이 들어 그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혀까지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신 차리게. 그러다 심마(心魔)에 빠지면 큰일나네.”


아스카가 어느새 용기 곁으로 다가와서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아스카의 손에서 하얗게 빛이 일렁이더니 용기가 느꼈던 어둠들이 점점 걷혀져 가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확실치 않은 사항이네. 단지 남들 위에 서기 위한 지배 충동에 정복 전쟁을 일으켰던 사례들도 많이 있네.”


아스카가 용기의 어깨와 등을 쓰담아 주면서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단지 모국의 깃발을 다른 나라에 꽂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서 주변 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하지만 정작 정복한 나라의 백성들은 건드리지 않았던 사례들도 역사상 꽤 있어 왔다. 그렇게 생각하자 용기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는 무성한 숲들이 참 많던데, 나무들을 다 잘라 버리고 거주 공간을 확보하면 되지 않나요?”


연화가 물었다.


“그건 놈들에게 더 곤란하네. 요계의 나무와 숲에서 나오는 기의 양은 자연 속의 다른 어떤 것들 보다 아주 높네. 기의 섭취량이 신들과 우리 용족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요괴들은 되도록이면 나무와 숲은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물론 정 필요하다면 자르겠지만, 그건 오히려 그들의 살을 깎는 역효과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거네.

자네들도 어제 도주하면서 공중에서 계속 따라붙는 요계 비행부대인 독수리족을 봤겠지만, 그들이 나무가지들을 잘라가면서 자네들을 공격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네.”


라타토스는 마치 귀여운 손녀딸을 바라보듯 연화에게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용기와 연화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라타토스의 손에서 파란색 빛이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들어 펴보니 연화가 가지고 온 라오스 수정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이제 재사용이 가능한 하루가 지났나 보구만. 허허. 자 그럼 차원문을 열 수 있도록 연구를 좀 해 볼 테니 아스카는 남아서 좀 도와 주시게나.”

“네.”

“에이르마는 손님들이 바깥에서 바람 좀 쐬시게 도와 주고.”

“그럼 이제 밖으로 모실께요.”


에이르마가 다시 용기와 연화쪽으로 다가오며, 양손을 아래로 펼치자, 그들은 공중에 붕 뜨면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데 자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아 있는 듯 했고, 엉덩이와 등은 마치 시원한 바람의 덩어리가 떠받쳐 주고 있는 듯 했다.


연화가 신기해서 자신의 엉덩이 아래쪽을 연신 쳐다보자, 에이르마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신들과 용족들 사이에서는 염력이라고 불리우는 기술이고, 선인들은 허공섭물 이라고 부르는 무공의 일종이에요. 제가 배운 황룡풍천검(黃龍風天劍)을 응용해서 이렇게도 사용이 가능하죠.”


‘황룡풍천검!’


용기는 투카르스에게 들은 달마 선인이 만들었다는 황룡족의 세 가지 무공들의 이름들을 떠올리며 그 중에 하나인 풍천검을 직접 보게 되니 놀랍기도 그리고 반갑기도 했다.


“검은 안쓰시네요? 무공 명칭과는 다르게.”


연화가 물었다.


“금세 알아 보시네요. 맞아요. 풍천검은 검을 쓰지 않아요. 사실 풍(風)이라는 자연의 힘을 장법과 권법으로 담아내는 무공인데, 황룡족의 다른 두 개의 무공들이 전부 검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명칭을 가지고 있어서, 니드호그 님께서 그냥 전부 통일 시키는게 더 멋져 보인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풍천장(風天掌)이나 풍천권(風天拳)이 아닌 풍천검이 된 거라고 들었어요.”


에이르마는 질문을 하는 연화를 마치 수업 시간 중에 훌륭한 질문을 한 학생 한 명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선생님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답했다.


연화는 그 이야기가 재밌는지 웃음을 살짝 지었고, 에이르마도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용기는 한쪽 귀로는 에이르마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는 딴 짓을 하느라 정신이 펼려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몸속의 기 상태는 라타토스라는 위대한 용족의 기를 자신의 선천지기로 대체해서 그런지 아주 좋게 느껴 졌지만, 자신의 겉모습은 꼬락서니가 영 아니었다.


즈메이가 준비해줬던 요괴족 여자 전사의 전투복은 이제는 완전체의 걸레가 되어 있었다.


하도 찢겨지고 뜯어져서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상체 쪽은 붙어 있는 천조각 보다 드러나 보이는 자신의 피부 부분이 더 많아 보였고, 가운데에 있는 분홍색 겉섶은 하도 피와 때로 물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아예 검붉은 색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실수로 미니 스커트로 만들어 놓은 하체의 치마 부분은 도데체 뭘 어떻게 싸우다가 찢어 졌는지 거의 남은 천 조각이 없었는데, 다행이 자신의 성기를 가려주는 부분은 남아 있었다. 그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많은 물음표들이 따라 오기는 했으나, 그는 그냥 긴 한숨을 내쉬면서 넘어갔다.


대신 옷이 찢어져 나간 부분 만큼이나 몸의 여러 군데에 상처를 감싸주고 있는 붕대 역할을 하는 천들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풀잎 같은 것들을 상처에 대고 묶은 것 같았다.


‘약초 같은 것들인가?’


그가 그 풀잎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을 때, 그들은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우와!”


용기와 연화는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계곡 내부 분지의 안쪽 끝부분에 서있었다.


동쪽 하늘에 걸려 있는 아침 해가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분지 내부를 빛춰주고 있었는데, 과연 붉은 산이라고 불리울 만큼 사방팔방이 카넬리안 수정의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카넬리안 수정으로 인해 울퉁불퉁한 계곡 분지의 벽면과는 다르게, 분지 내부 바닥의 표면은 생각보다 평평했는데 자세히 보니 들쭉날쭉 튀어나온 수정들을 누가 잘라내어 바닥을 고르게 만든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 넓은 분지 내부의 면적을 생각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그들이 등을 지고 서있는 동굴쪽을 바라보니 돌과 카넬리안 수정이 섞여있는 높은 절벽이 병풍처럼 앞의 분지를 두고 서있었는데, 곳곳에 동굴의 입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황룡족들이 모여서 거주하는 장소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붉은 산에서는 외부 상처에 도움이 되는 약초들이 소량이나마 조금 채취되고 있답니다. 금방은 아니지만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될겁니다.”


에이르마가 용기와 연화를 분지내 중앙 정도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바위를 잘라서 만들어 놓은 듯한 평상에 앉히며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용기는 에이르마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가까이서 그리고 환한 곳에서 보니 그녀의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저기. 그런데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요.”


그는 스승의 아내가 되는 여인의 눈동자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내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두 분은 저희들에게 아주 귀한 손님이신데 그럴 수가 있나요. 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연화 님의 옷은 헌 옷이라도 남은 여벌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용기 님에게 새 옷을 준비하여 드리지 못하는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요새 요계 전체가 전쟁 준비로 물자들을 다 쓸어 모아가는 상황이라, 저희쪽 물자 확보가 더 어려워져서요.”


에이르마는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차! 내가 내 꼬라지를 보고 한숨을 짓는 것을 눈치채셨나?’


용기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말했다.


“아닙니다! 전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원래부터 물자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투카르스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서로간의 대화가 끊긴 틈을 이용하여, 그 ‘물자 확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 하는지를 물어봐도 괜찮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용기는 자연의 기만 흡수하면 평생을 살 수 있는 용족이 왜 자꾸 붉은 산 바깥으로 나가 죽음을 자초하며 동족의 숫자를 스스로 줄여 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민감한 사안인 듯 하여 투카르스에게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으나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에이르마에게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도 짐작하는 바는 있었다. 인간도 밥만 먹고는 살 수 없기에 반찬도 먹어야 하고, 다른 이런저런 군것질도 하고 싶은 법인데, 용족이라고 왜 그러지 않겠는가? 그들도 자연의 기 이외에 원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것은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용기는 ‘황룡족은 왜 죽음을 스스로 자초하는가?’라는 질문을 돌려서 했지만 에이르마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태어날 때부터 가진 월등한 전투 능력에 대한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녀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룡족의 절대적인 정신적 지주였던 니드호그가 사망하자, 황룡족은 ‘우리가 언제부터 적에게서 등을 보였던가? 죽더라도 싸우다가 죽자’ 라는 강경파와 ‘부끄럽지만 그래도 니드호그 님께서 목숨을 바쳐 쟁취한 평화이고, 신계에서 구조대가 곧 올 수도 있으니 좀 상황을 지켜보자’ 라는 온건파로 나뉘어, 대놓고 싸우지는 않았지만 서로 으르렁 거리는 내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신계의 구조대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붉은 산 바깥으로 나가서 요계 군대랑 죽을 때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황룡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동료애와 가족애가 남다른 용족 성격상 그들의 복수를 한다고 쫒아 나가서 싸우다 전사하는 황룡들도 덩달아 같이 생기면서 황룡족의 숫자는 줄어만 가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생 되었다. 어느 순간 그들은 이만 년 정도를 살아가는 자신들의 육체와는 다르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채 10년도 입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항상 신계의 행정부에서 수시로 알아서 챙겨 주었던 옷이라는 것이 소모품인 줄은 그때 처음 알게된 황룡들도 상당한 숫자였다고 하니 그들이 전투 이외에 다른 세상살이에 얼마나 경험이 부족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그들은 전투만 할 줄 알았지,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랐고, 옷을 대체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붉은 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옷은 꼭 필요했다.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그들은 붉은 산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모여 살고 있는 소족들에게 몰래 접근해서 옷을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이 소족은 거절을 모르는 마음씨 착한 부족이었다. 황룡족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그들은 성심껏 힘닿는 대로 도와 주었고, 입은 은혜는 꼭 갚는 황룡족의 성격상, 소족에게 카넬리안 수정이나 자신들이 발견한 붉은 산의 약초들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큰 난리가 한 번 나게 되었는데, 몰래 물품을 교환하러 소족 마을에 갔던 황룡 한 명이 잠복하던 요계 군대에 발각되어 그 소족 마을이 몰살 당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생겼다.


그 소식을 접한 황룡들이 은혜를 베풀어준 소족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또 우르르 몰려나가 요계 군대와 크게 싸우다가 결국에는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그 사건은 황룡족의 몰락에 신호탄이 되어 버렸는데, 그 이 후로, 붉은 산에서 태어난 어린 황룡들의 숫자가, 처음에 요계 정벌에 참여 했다가 살아남은 황룡들의 숫자를 뛰어넘게 되어 버리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그 사건 이 후로는 황룡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 소족 마을에는 직접 가지 않고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소족들을 몰래 만나 물품 교환을 해오고 있었다.


붉은 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황룡들의 문제는, 그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혈기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붉은 산에 같혀 있는 것을 답답해 했고, 틈만 나면 붉은 산 바깥으로 나가 이곳저곳 구경하기를 즐겼는데, 그런 성향 역시 황룡족의 숫자를 줄여 가는데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살아가는 데에 필수는 아니지만 저희도 술이나 차가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과일이 먹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 사소한 욕심 하나 하나가 저희의 숫자를 줄여가고 있는 거죠.”


그녀의 맑디 맑은 하늘을 애처롭게 올려다 보았다.


“몇 분이나 남아 계시나요?”


연화가 물었다.


“신계에서 넘어온 황룡은 이제 저, 아스카 님, 라타토스 님, 현재 수비 대장을 맡고 계시는 우르드 님, 이렇게 네 명 뿐이에요.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황룡족 12명이 우르드 님 지휘하에 있고,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황룡이 1명,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리아카르가 있죠.”


그녀는 ‘리아카르’ 라는 이름에서 눈빛은 아직도 구슬펐지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들을 원망 하세요?”


용기가 물었다.

고개를 돌려 용기를 잠시 말없이 쳐다보던 에이르마는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제 남편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러자 용기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을 짓더니 투카르스의 말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흠...이유는 설명하기가 힘들어. 뭐랄까? 흠...아~ 몰라! 그냥 붉은 산에 가면 에이르마한테 물어봐! 어때? 살아서 거기를 가야하는 이유가 하나 또 생겼지? 자 그럼 수련 시작!”

“호호호호.” “하하하하.”


에이르마는 언제 슬픈 눈빛을 했냐는 듯이 용기의 투카르스 성대 모사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화에게도 그 성대 모사는 우스꽝스러워 보였는지 그녀도 같이 소리내어 웃었다.


“제 남편다운 답변이네요. 그럼 저도 용기 님이 여기까지 살아서 오신 데에 도움이 된 거네요.”

“하하하하.”

“그리고...”


그녀는 머쓱해 하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용기의 얼굴을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았다.


“이건 제가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제 생각에는 제 남편이 용기 님을 제자로 생각했다기 보다는 친한 친구로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러니 용기 님께서도 제 남편을 소중한 친구로 가슴에 간직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분이 더 좋아하실 거에요.”

“그...그게...”

“용기 님께서 여태 해주신 모든 이야기들. 하나 하나 곰곰히 새겨보면 전부 제 남편이 마음을 나눠 주셨던 아주 친한 분들에게만 사용했던 말투이니 아마 제 생각이 맞을 거에요.”


투카르스와 지내왔던 일년 남짓한 시간들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용기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더 아쉬었다. 안타까웠다. 원통했다. 분했다. 자신의 스승인, 아니 소중한 친구 투카르스의 죽음이.


에이르마는 갑자기 용기와 연화가 앉아 있는 돌평상 앞쪽에서 공중으로 살짝 붕 하고 날아오르더니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신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저희는 신계의 조화를 완성 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요.”


용기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으나, 에이르마가 갑자기 공중에서 화급하게 내려오더니 그들이 나왔던 동굴의 입구를 예리하게 쳐다 보았다.


“라타토스 님과 아스카 님이 라오스 수정 문제로 도움이 필요하신가봐요. 전 좀 가봐야 겠어요. 여기에 잠시 계셔 주세요.”


그러고는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작가의말

이번 화도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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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도 건강 하시고, 활기차며,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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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3) 21.10.01 413 15 12쪽
»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2) 21.09.30 415 1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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