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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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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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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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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그곳에는 전설들이 살고 있었다 (5)

DUMMY

‘무공의 본질’ 이라는 수업을 받았던 곳에서 숲 위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천마가 다음 수업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코와 턱에 있는 회색의 긴 수염과 역시 마찬가지인 회색의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흩날리며 커다란 바위 위에 양반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상하로 검은색의 도복을 입고 검은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키는 다른 선인들에 비해 커 보였으며, 떡 벌어진 어깨와 팔의 근육들은 그가 선인이 되기 전에 어떤 무림인이었는지를 능히 짐작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의 너털 웃음과 웃을 때 보여지는 눈 주위의 가득한 주름이 그의 얼굴 표정을 매우 자상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신체 구조와 의복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허허허. 개(開). 허허허”


‘개? 갑자기 뭔 개?’


용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던진 천마 스승을 보지 않고 오히려 혜능을 바라봤다. 이제 그는 혜능의 번역 능력에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시작하시랍니다. 아. 그리고 천마 선인님께서는 말씀을 아주 짧게 하시는 것을 선호 하시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제가 옆에서 두 분이 이해 하시기 쉽도록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역시나 혜능이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무엇을? 용기는 ‘뭘 시작하라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 보았다.


“이건가요?”


연화가 무엇인가 가르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나무로 만든 사람만한 인형이 두 개 있었는데, 몸통 중앙 부분에 5개의 주먹만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경혈(經穴). 권타(拳打). 허허허.”

“앞에 있는 목형에 있는 다섯 개의 점은 인체의 급소 중 미간, 인중, 목젖, 명치, 배꼽 이렇게 다섯 군데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권으로 그 점들을 번갈아 가며 타격하는 수련을 하시랍니다.”


용기는 혜능이 천재라고 굳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천마 스승의 그 짧은 단어 두 마디에 저렇게 많은 해석이라니.


용기와 연화는 혜능의 도움으로 기마 자세를 잡는 방법과, 권을 뻗는 방법, 팔의 올바른 각도들에 대해 먼저 습득한 후 각자 목형 앞에서 자세를 잡고 정권 지르기를 시작 하였다.


혜능이 가르쳐 주는 대로 오른 주먹으로 먼저 목형에 있는 다섯 군데 급소를 차례대로 힘껏 주먹으로 지르고, 그 다음 왼 주먹으로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무한 반복이었다. 오른 주먹 지르기 다섯 번, 왼 주먹 지르기 다섯 번.


처음에는 환골탈태의 효과로 주먹뼈가 단단해져서 그런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이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략 50번을 넘어가자 주먹에서 아픔이 느껴져 왔고, 80번을 넘어가자 피부가 찢어져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꾹 참고 대략 120번의 정권을 목형에 찔러 넣었을 때는 목형에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고, 주먹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주먹이 목형에 닿을 때마다 엄청난 충격이 찌릿찌릿하게 팔을 타고 어깨를 통해 몸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인(忍)! 합(合)!”


천마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올라갔다.


“아픔을 참으셔야 성장하실 수 있습니다. 지르기를 하실 때마다 기합을 넣어 정신 집중을 좀 더 하십시오.”


혜능의 말에 용기와 연화는 제각기 기합을 넣으며 정권 지르기를 계속해 나갔다. 기합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다만 기합은 아파 죽을 것 같은 주먹을 계속 뻗을 수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수준의 정신적 도움을 주었을 뿐, 그 고통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했다.


얼마 후, 먼저 쓰러진 건 연화였다. 그녀는 비명과 함께 주저 앉으며 왼 주먹을 심하게 떨었는데, 얼른 달려간 혜능이 ‘이런 주먹뼈에 심하게 금이 갔습니다’ 라고 상태를 알려 주었다.


하지만 혜능은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잃지 않고 품속에서 조그마한 은색의 갑(匣: 상자)를 꺼내더니 연화의 양손 주먹에 골고루 발라 주었다.


“금창약이라고 합니다. 무림에서도 흔한 외상 치료제 입니다만, 선계에서는 재료들의 효과가 워낙 좋아 금방 나으실 겁니다.”


혜능은 금창약을 다 바른 연화 손위에 붕대를 조심스럽게 감아 주었고, 곧이어 용기에게도 똑같이 치료를 해주었다. 혜능 말대로 효과가 굉장히 좋은 외상약이었는지 후끈한 느낌이 먼저 들더니 금새 시원해 지면서 아픔이 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속(屬)”


치료를 마치자마자 천마가 목소리 높여 말하자 혜능이 다시 정권 지르기를 계속 진행하라고 알려 주었다.


‘아. 닌장! 이 수업도 시간제 일텐데 주먹이 남아 날려나?’


용기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연화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 보았다.


하지만 연화가 이를 악물고 모든 정신을 집중해 정권 지르기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고는, 용기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목형에 권을 찔러 넣기 시작하였다.


두 시간 후 수업을 마칠 때까지 연화는 총 6번, 용기는 총 4번이나 금창약을 새로 다시 바르고 붕대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



신시(申時: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용기와 연화는 다음 수업을 위해 시간의 숲 왼쪽에 놓여 있는 숲 부분의 가장 윗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백음이 쓰러져 있는 고목에 한쪽 다리를 걸쳐 올린 채로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천마 영감탱이가 시키는 수련은 하나같이 어쩜 저리 무식할고. 쯧쯧쯧.”


백음은 피로 붉게 물든 붕대에 칭칭 매어져 있는 용기와 연화의 양손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백음은 혜능에게 연화를 데리고 한 쪽으로 가서 운기조식(運氣調息), 운기행공(運氣行功), 전음술(傳音術)에 대해 가르치라고 했다.


이미 그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던 용기는 따로 배움이 필요 없어서 그냥 멍하니 앉아 아직도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양 허벅지에 곱게 올려 놓고 진정시킬려고 노력하다 백음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그녀는 몸에 달라 붙는 화사한 연초록색 바탕의 비단으로 만든 ‘치파오’ 라고 하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오른쪽 어깨를 중심으로 커다란 봉황이 여러 색깔의 실로 수 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발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는, 여성들이 입는 치파오가 대부분 다 그렇듯이 양쪽 옆트임이 허벅지 아래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녀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화사한 중년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잘 간직하고 있는 얼굴과 피부를 하고 있었고, 날씬한 몸매를 하고 있었다. 긴 머리를 잘 빗어서 곱게 옆으로 흘러 내리고 있었고, 초록색의 커다란 귀걸이를 양쪽에 하고 있었는데 입은 옷과 멋들어진 조화를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용기는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번째는 백음 스승이 등선을 해서 선인이 된 시기였다. 그가 알고 있기로 치파오라는 복장은 만주족이 중국을 통일하고 청나라를 세우면서 전통 의상으로 자리잡은 옷으로, 청나라가 서기 1600년 초반기에 세워져 1900년 초반에 멸망 했으므로, 그다지 먼 과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 백음 스승은 ‘고작 몇백 년 전에 등선을 했었다’ 라는 이야기인가?


두번째 의문은 그녀의 발언과 관련이 있었다. 천마 스승을 ‘영감탱이’ 라고 부르는 발언. 뒤에서 윗사람을 험담을 하는 수준의 발언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듯한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백음 스승이 천마 스승과 비슷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스승들 사이의 계급이나 호칭에 대한 부분이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었다.


“용식이 너 뭘 쳐다 보는 것이냐?”


백음의 앙칼진 목소리가 용기의 정신을 번뜩 차리게 했다.


‘아차! 너무 뚫어지게 오래 쳐다 보았나?’


그는 자신이 그녀를 너무 오랫동안 쳐다 보아서 여성인 백음 스승이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닥쳐라! 그 더러운 입은 열지도 말거라!”

“아니...”


용기는 식은 땀이 갑자기 흐르기 시작했다.


“흥! 꼴에 남자라고. 네놈이 살던 세상에선 스승의 몸에도 탐욕스러운 눈길을 주고 그러느냐?”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마음을 가지겠습니까? 언감생심입니다!”


용기는 계속 말할 기회를 놓치다가는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른 기회를 잡아 두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며 일단 사죄부터 하였다.


“그럼 무슨 연유로 나의 허벅지 살을 뚫어지게 쳐다본 것이냐?”


‘닌장! 하필이면 내 시선이 그곳에 멈춰진 다음에 딴 생각을 했나보군. 그래도 가슴쪽 보다는 나은가?’


용기는 자신이 백음의 등선 시점과 선인들의 호칭 관계에 대한 생각에 빠지기 전의 자신의 시선이 멈춰 있었던 지점에 대해 늦은 후회를 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솔직하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털어 놓았다.


“흠...”


백음은 몇 초간 말이 없이 용기를 내려다 보았다.


딱!


백음의 말을 기다리던 용기는 느닷없이 찾아온 뒤통수의 아픔에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아무튼 이놈은 별개 다 궁금해. 무공 수련에 대한 질문이라도 하면 이쁘기라도 하지 이놈아!”


달마였다. 물론 그가 사랑하는 담뱃대는 이미 용기의 뒤통수와 몇 시간만에 만나는 반가운 인사를 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용기가 고개를 들어 스승들 사이에서도 상하 관계가 있다면 자신도 알아두는 편이 호칭 관계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달마는 담뱃대에 담배잎을 쑤셔 넣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신계 최초의 선인인 달마는 자신 이후로 등장하기 시작한 선인들을 대표해서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신계로부터 받았다.


처음에는 등장하는 선인들의 숫자가 적었으므로 관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점차 늘어가는 숫자에 그는 한 가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등선한 시기와 상관없이 모든 선인은 평등하다. 그러므로 선인들 사이에서 경어를 쓰던 반대말을 쓰던 그건 선인들 사이의 개별 선택이다’ 라는 방침이였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달마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용기에게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말했다.


“생각해 보거라. 한 마을에 70세의 노인이 있다. 그리고 그 옆집에 80세의 노인이 살고 있다. 둘 다 내일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쯤 되면, 10년 차이라는 나이 때문에 70세의 노인은 80세의 노인한테 더이상 경어를 쓰지 않는다. 그냥 같이 늙어가는 그리고 내일 당장이라도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될 친구 사이로 지낼 뿐이지.”


“그건 좀 다른거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까지 굳이 경어를 쓰는 관계도 아예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말씀하신 부분은 앞으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생긴 부분인데, 선인님들께서는 몇백 년 심하면 몇천 년 차이도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쭈욱 보실 사이들 아니십니까?”


“으이구 무식한 놈. 우화등선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아느냐?”


고개를 흔드는 용기에게 달마는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갔다.


“선행. 깨달음. 해탈. 이 세 가지다. 물론 예외도 좀 있긴 하지만...아무튼 해탈 즉 번뇌의 얽매임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지. 그냥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것을 다 내려 놓는다 이 정도고. 그점만 놓고 보면 내일 당장 늙어 죽을지도 몰라 모든 걸 내려놓고 친구로 지내는 70세의 노인과 80세의 노인, 그리고 등선한 선인들은 차이점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정리하면 마음을 내려놓은 자들 사이에서는 상하 관계가 없다 이렇게 되네요.”


잠시 달마의 말을 곱씹던 용기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허! 이놈도 그새 혜능 닮아가서, 뭔가 쉽게 정리하는 걸 잘하네. 클클클”

“물론 예외도 있느니라.”


잠자코 듣고 있던 백음이 말을 꺼냈다.


“선계를 대표하시는 달마 맹주님께는 모두 경어를 쓴다. 물론 달마 님께서는 그마저도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선인들이 단체로 그럴 수는 없다고 우겨서 어쩔 수 없이 승낙하셨지.”


그 소리에 달마가 클클 거리며 웃었다.


“또한 혜능같이 같은 사문에서 후에 등선하는 경우, 이미 해탈을 해서 사문에 더이상 얽매일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문의 예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놈의 사문이 뭔지, 나는 그딴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암튼 그들이 그게 더 편하다니 굳이 말릴 이유도 없고.”


백음이 ‘그딴건 한심한 짓이다’ 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예외는 여기 있는 선인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남아돌아 심심해서, 또는 호기심에 다른 선인의 제자가 되어 무공이나 재주를 배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그에 걸맞는 호칭과 경어를 쓰지.”


이번에는 달마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백음이 갑자기 치마의 오른쪽 옆트임을 확 열어 제끼며 하얀 다리 속살을 전부 들어내며 말했다. 용기는 깜짝 놀라 얼른 시선을 돌렸고, 백음은 그 모습이 재밌는지 깔깔 웃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청나라 때 등선하지 않았다. 송나라 때 등선을 했지. 근데 아마 태어날 당시는 나라 이름이 달랐다. 뭐라더라? 당나라? 암튼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을 만든 나라 훨씬 이전에 등선을 했다. 난 단지 이 복장이 맘에 들어서 입는 것이고. 혜능이나 판디르 한테서 신계와 선계에서 옷에 대한 유행이 어떻게 시작 되는지 못들었느냐?”


“이런. 제가 그 점을 말씀 안드렸나 봅니다.”


어느새 혜능과 연화가 뒤에 와서 서있었다.


“등선을 한 선인이 무릉도원에 처음 나타나면, 바로 신계로 데려가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은 판디르 님께 들으셨습니까?”


혜능의 물음에 용기가 그렇다고 답하자, 혜능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이나 선인은 원래 ‘창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인간들보다 시간 투자를 훨씬 안하는 편이었다.


자연의 기로 먹고 사며 영생의 평화를 누리는 그들에게 뭔가 번뜩이는 생각으로 뭔가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야 된다는 의무감 따위는 어찌보면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창조해, 그 물건에 의지하며 발전해 나가는 인간들의 생활 방식에는 흥미가 있었고, 그들이 ‘왜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인간들이 창조한 물건들을 그대로 따라서 신계에서 다시 똑같이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꾸준하게 있어 왔다.


“처음 등록을 하러 신계로 간 선인은 먼저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계의 미르마 열매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링과스 라는 신계의 물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주 동안 끊임없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나중에는 괴롭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하.

질문들은 최근에 인간계에서 유행하는 음식, 옷, 신발, 음악, 등등 아주 다양합니다. 그 선인이 말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상상해서 재생성 하기가 어려운 것도 물론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 등선 하시기 오래전부터 속세를 떠나 세상의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하시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그분들께서 아예 모르시거나 관심이 없으신 분야들은 신계나 선계에서도 다시 만들어 내기가 힘들게 됩니다.”


“한마디로 새로 등장한 선인이 신계와 선계의 유행을 만드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 옷도 여기서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많이들 입지는 않지만, 나는 이 옷의 옆트임이 맘에 들어서 그냥 입는다. 됐느냐?”


백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몸매를 보여주며 말했다.


잡담을 그만하고 빨리 수련을 시작하라는 달마의 재촉에 모두들 다시 자리를 잡고, 백음의 무공 수업은 시작 되었다.


그녀의 수업 과목은 ‘기의 공부. 기공(氣功)’ 이었다.


“내가 가르칠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기를 어떻게 너희들 몸속의 단전에 쌓는 방법이 아니다. 환골탈태로 이미 몸속에 기를 축척할 공간이 가득차 버린 너희들에게는 필요없는 것이니. 그러니 내가 가르칠려고 하는 것은 그 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운영 할 수 있는가 라는 부분이다.”


백음이 시작 말을 마치자, 달마가 ‘이놈들아 잘 새겨 들으며 배우거라. 기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선계 최고라는 칭송을 듣는 선인이 바로 백음이다’ 라고 수업에 추임새를 넣자, 백음이 ‘감사하다’ 라는 말을 웃음으로 대신해 달마에게 전달했다.


비록 무협지를 읽은 시간과 역사가 짧다고는 하나, 예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백음 스승이 기의 운영 방식에 최강자라는 말에 용기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공이란 보통 양기(陽氣)와 음기(陰氣) 둘 중에 하나를 극성으로 담아서 펼치게 된다. 화,수,목,금,토의 오행(五行) 중에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담고는 있으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방식으로 펼치기에는 양기 또는 음기가 인간의 신체 구조상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양기의 무공을 음기로 또는 음기의 무공을 양기로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백음이 앉은 자세로 팔을 뻗어 맞은편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수박만한 크기의 커다란 하얀색 기가 주먹의 형태를 이루며 날아가서 그 커다란 바위에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주먹 앞부분을 바위 표면에 깊숙히 새기고는 사라졌다.


“소림사의 백보신권(百步神拳)이라는 허접한 무공이다. 금(金)의 기운을 잔뜩 담아 양기의 형태로 뻗어내는 권풍이지.”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의 무공을 ‘허접하다’ 라고 표현한 백음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혜능과 달마의 얼굴 표정에는 별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소림의 다른 무공에 비해 수준이 낮은 무공이어서 그런가?’ 하고 용기는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도 가능하다.”


백음이 말을 하며 다시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똑같은 주먹을 형태를 한 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냉기가 가득 서린 새파란 색깔의 기의 주먹이 날아가 아까 만들어 놓은 바위 표면의 주먹 모양 옆에 똑같은 모양을 새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주위에 냉기가 퍼지면서 바위 표면 주위를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얼려 버렸다.


“보다시피, 같은 백보신권도 음기를 가득 실어 보내면 전혀 다른 무공이 될 수도 있다.”

“우와~~!”


용기와 연화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기를 이용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장삼봉이 무당을 세우며 유명해진 이유는, 양기 또는 음기로만 무공을 만들던 무림 역사에, 그 음양의 조화를 이르는 태극이라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즉 기를 운영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한가지 틀에 얽매이는 것은 우매한 짓이며, 너희들은 앞으로 그 틀에서 벗어나는 법을 나에게 배우게 된다. 알겠느냐?"


“네!”


용기와 연화가 힘있게 대답했다.


작가의말

이번 화도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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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신계의 세 가지 규율 (1) 21.10.04 404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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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황룡족. 그 위대한 종족을 위해서 (3) 21.10.01 41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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