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ve****** 님의 서재입니다.

VEGA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650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30 18:10
조회
48
추천
5
글자
10쪽

아마존 개미

DUMMY

23.아마존 개미



2번이 박사님께 이유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안된다는 손짓을 보냈다.


“시우야.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박사님께 한국어로 전달하지 마.

다들 들으세요.

우리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를 박사님께 말하면 계약 위반이잖아요.

나중에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6번 할아버지가 2번에게 말했다.


“2번아.

우리 모두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계약서가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와 준 사람에게 우리의 사정을 말하는 게 도리 아니겠니?“


나는 어떤 얘기도 다시 한국어로 전달하지 않았다.


“······”


박사님은 우리가 본인을 통역에서 제외시키고, 불편한 표정으로 계속 의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흠···”


아마도 복잡한 내부적 문제가 있거나, 베가 와의 비밀 유지 계약이 걸려있다는 것을 먼저 눈치채신 것 같았다.

2번의 말도 일리가 있긴 했다.

우리는 내키지 않아도 베가와의 계약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살기 위해 체스의 말처럼 규율을 따르며 움직여야 했다.

박사님이 언쟁 중인 우리에게 먼저 말했다.


“시우 씨. 이 말을 전달해주세요.”

여러분··· 저를 한번 믿어보셔도 괜찮아요.

여기서는 소문이 퍼질 위험도 없어요.

제가 20년을 넘게 아마존에 있어 보았지만, 원주민 외에는 저는 항상 혼자였어요.

말할 수 있는 상대는 정글의 원숭이 정도밖에 없다고요.“


그 말에 우리는 비밀 유지 서약을 위반하고, 박사님에게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간만에 끔찍한 무용담을 들으시듯 집중하시던 박사님은 말했다.


“여러분 걱정마세요. 비밀은 꼭 지켜드릴게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위험천만한 시험에 목숨을 걸었어요···“


박사님은 우리를 꾸짖으셨지만, 우리는 모두 이미 행선지까지 도착해야 내릴 수 있는 배를 같이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어요.

이제 시험을 여기서 포기하면 사살 당할 테니까요.”


박사님도 상황을 파악하신 듯 체념하시는 듯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렇게 목걸이가 채워져 있는 이상 어쩔 수 없겠어요.

꼭 살아남는 수밖에 없어요.

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고 내일 다시 방법을 의논해보기로 하죠.“


2번이 눈치 없이 말했다.


“그런데요···여러분 여기서 주무실 수 있으세요? 저는 동굴 안의 박쥐와 습기는 버텨볼 수 있어요.

그런데 벌레가 너무 많고 특히 모기는 견딜 수가 없어요.“


그 얘기를 듣던 10번이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나는 10번 뒤로 따라 나서며 말했다.


“10번 갑자기 어디를 가시는 거죠?

혼자 나가면 위험할 텐데요.“


10번은 거의 폭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나무 사이에 있는 흙덩이 같은 것을 자르기 시작했다.


“슥슥스윽”


나는 물었다.


“지금 무엇을 자르시는 거예요?”


“이 건 개미집이야.”


'이제까지 개미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줄 알았는데...

아마존의 어떤 개미들은 벌집 비슷하게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구나.'


10번은 동굴로 돌아와 박사님께 불을 달라고 해서 그 개미집을 태우기 시작했다.


'굳이 왜 개미 집을 잘라 와서 동굴 안에서 태우는 거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10번이 사람들을 향해 설명했다.


“개미집을 태우면 사람의 냄새를 없애주어서 모기가 안 와요.

일종의 천연 모기향인 셈이죠.”


박사님은 연기를 내면서 타는 개미집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10번을 다시 바라보며 웃었다.


“정글에 20년 넘게 고립되었던 저도 그 천연 모기향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한 수 배웠어요.”



정말 효과가 있는지 동굴 안에서 우리를 노리던 모기의 수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는 개미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사막 라운드에서 걸음 수를 세면서 걷는 귀여운 사막 개미가 생각났다.

개미에 대해 10번에게 물어보았다.


“10번. 혹시 아마존의 개미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혹시 사막 개미와 행동이 비슷한가요?”


“3번. 너 지구 상에서 인간 외에 노예를 부리는 유일한 동물이 무엇 인 줄 아니?”


“음... 원숭이요?”


“틀렸어. 바로 개미야.


‘큭··· 바로 틀리다니. 무식한 티 그만 내고 잠자코 하는 얘기나 들어야겠다.’


10번은 아마존 개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개미 종들 중에서 아마존의 개미는 이 노예 제도를 가장 잘 이용하는 아주 무서운 놈들이야.”


“이렇게 자그마한 개미들이 노예를 부린다고요?”


“아마존 개미들은 정탐하는 개미까지 따로 보내서 전쟁을 일으켜.

약탈도 하지. 전쟁 포로도 만들어.

그리고 다른 종의 개미 유충들을 납치해 와서 노예로 삼아.

이 유충들이 커서 노예처럼 일하고 아마존의 개미들은 별로 일을 하지 않아.”


‘헐··· 노예 개미라니···’


나는 갑자기 궁금했다.


“그 유충들이 커서 순순히 말을 듣지 않고 아마존 개미들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도망칠 수 도 있잖아요.“


“그럴 일은 없어.

아마존 여왕개미는 다른 군락에서 데려온 유충들에게 화학 물질로 세뇌를 시키거든.

이렇게 세뇌 받아서 성장한 유충들은 자신이 다른 종인 줄도 모르고 남의 군락을 위해 평생 일만 하다가 죽는 거야.“


“으··· 아마존 개미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한편으론 무섭네요.

특히 여왕개미요. 다른 개미들을 세뇌까지 시키다니···

저는 사막 개미가 더 좋아요.”


10번이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아마존 개미가 좀 공격적이긴 하지?

개미들의 세계를 여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아마존이라고 부르기도 해.

일반 일개미들도 짧은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여자로만 이루어져 있는 조직이거든.“


“맞아요. 아마존의 전설 하면 다들 모계 사회의 멋진 여전사들을 떠올리니까요.

여초 사회라는 게 어쩐지 개미의 사회와 닮았네요.”


나는 10번과 긴 대화를 마쳤고.

다들 일렬로 누워서 잘 준비를 했다.

나는 내 번호가 적힌 베가커넥터를 한번 작동시켜 보았는데.


“달칵”


동굴 깊은 안쪽에서는 베가커넥터가 작동되지 않았다.

작동되지 않는 베가커넥터를 보고 한숨을 쉬던 2번이 나를 잡아 끌며 말했다.


“휴···”

마지막으로 커넥터 없이 잠들었던 게 몇 년 전인지 기억이 나지도 않아..

어색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박시우. 커넥터 들고 잠시 저쪽 폭포 가까이로 따라 나와봐.“


깊은 밤이라 폭포가 가까운 쪽도 원주민의 위협은 없어 보였다.

갑자기 2번이 제안하듯 말했다.


“박시우. 우리 베가 접속이 되는 여기에 누워서, 베가 커넥터를 쓰고 자자.”


이 상황에서도 굳이 베가커넥터를 쓰고 잠들려고 하는 2번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너 베가커넥터 중독자냐?

중독되서 안 쓰고는 잠이 안 와서 그렇지?”


2번이 변명하듯 말을 건넸다.


“아니야. 오늘 하루 종일 쿠나모랑가가 유람선이랑 우리를 찾고 있었을 텐데, 베가에서 만나봐야지.”


현실 세계에서 정신없는 일들은 마주하다 보니 쿠나모랑가가 유람선을 보고 오기로 했던 것도 잠시 잊고 있었다.


“아 그건 그렇네···

갑자기 이렇게 일이 꼬일 줄은 몰랐으니까···

우리의 유람선이 다 타버렸다는 사실도 얘기할 겸 다시 만나러 가보자.“


폭포가 내려오는 바로 안쪽 크고 딱딱한 바위 위에 2번과 나는 커넥터를 쓰고 손을 잡고 누웠다.

폭포에서 크게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점점 아득하게 작아지다가 베가세계로 다시 도착했다.


* * *


그런데 루나의 친구 리스트를 보니 쿠나모랑가는 아직 접속 중이 아니었다.


“혹시 아직도 잠이 들지 못한 채로 우릴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쿠나모랑가를 만났던 베가 아마존 구역으로 찾아가 보았다.

그곳에서 이전에 접속했을 때 우리 옆쪽에서 코코넛을 따던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가 우릴 기억하시는 듯 먼저 말을 거셨다.


“아까는 내가 코코넛을 실수로 떨어트려서···나 때문에 접속이 해지 되었지?

잠을 깨우게 되어 미안했어요.”


나는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에요 아저씨. 꼭 깨어야 하는 타이밍에 잘 깨워 주셨어요.

그런데 쿠나모랑가는 어디에 있어요?“


“글쎄다··· 아까 너희와 같이 코코넛을 맞고는 잠이 깨어 현실 세계로 갔어.

그러고는 아직 베가로 접속하지 않았지.“


“아저씨, 그럼 죄송한데요.

쿠나모랑가에게 얘기 좀 전해주시겠어요?

저희가 치마? 츠마?... 아···부족이름이 뭐였더라···“


우리는 부족의 이름을 까먹은 채로 서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박사님이 설명해주셨던 부분을 넣어서 얘기했다.


“전 세계에서 치매에 가장 덜 걸리는 부족의 영토에 있다고요.

그리고 우리는 그 지역 폭포의 안쪽 동굴에 숨어 있다고요.

유람선은 다 타버리고 침몰했으니 찾지 말라고 얘기 좀 전해주세요.”


아저씨는 다른 쪽 나무 위로 올라가 또 코코넛을 따고 계셨다.


“그래, 항상 이맘쯤에는 접속해 있었는데 오늘은 좀 늦네.

오면 그대로 전하마.“


“아···그리고 한 가지 더요···

저희 머리 위로 코코넛을 한 번 더 던져주세요.”


나무 위에서 코코넛을 잡고 있던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더? 그건 어렵지 않지!”


“휙”


“쿵!”


아저씨는 나무 위에서 우릴 향해 코코넛을 던졌고,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 * *


2번과 나는 베가커넥터를 벗고 서로를 보고 웃고 있었다.


“코코넛 효과가 좋은데?

바로 깨어났어. ㅋㅋ”


“그렇네. 깨어날 때 정말 괜찮은 방법 같아. 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VEGA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여전사들과 박사님 +6 22.06.02 47 4 10쪽
26 허구의 이미지. 독화살 만들기 +4 22.06.01 43 4 10쪽
25 2번의 찜 +4 22.05.31 43 3 10쪽
» 아마존 개미 +8 22.05.30 49 5 10쪽
23 아마존의 동굴 +6 22.05.29 51 4 10쪽
22 유람선을 나오다. +2 22.05.28 47 2 10쪽
21 쿠나모랑가 +3 22.05.27 47 3 10쪽
20 응옥과 루나 +3 22.05.26 46 2 10쪽
19 3라운드 시작 +4 22.05.25 53 4 10쪽
18 2라운드 마지막 순간 +3 22.05.25 51 3 10쪽
17 베두인 커피와 디야파 +3 22.05.24 58 3 10쪽
16 2라운드. 현대식 게르 +3 22.05.23 58 3 10쪽
15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7 3 10쪽
14 탈락자들. 2 라운드 시작 +4 22.05.21 77 3 10쪽
13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4 22.05.20 81 4 10쪽
12 1 라운드. 거울의 방과 알카즈네 +1 22.05.19 77 3 10쪽
11 1 라운드 시작과 후보자 소개 +4 22.05.18 80 7 10쪽
10 동의서와 블랙리스트 +2 22.05.17 94 8 10쪽
9 입사 시험 후보자 발표 +3 22.05.16 87 5 10쪽
8 농어촌 특별 전형 +1 22.05.15 90 5 10쪽
7 베가에서 신입을 모집합니다! +1 22.05.14 93 7 10쪽
6 Vega? Vegan? +1 22.05.13 118 4 10쪽
5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1 22.05.12 156 6 10쪽
4 아버지의 비밀 +1 22.05.11 164 8 10쪽
3 할배 감성 +1 22.05.11 193 11 9쪽
2 칙칙폭폭 22.05.11 272 13 12쪽
1 Prologue +1 22.05.11 351 2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