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ve****** 님의 서재입니다.

VEGA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646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15 11:20
조회
89
추천
5
글자
10쪽

농어촌 특별 전형

DUMMY

07.농어촌 특별 전형




먼저 [일반 전형]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일반전형]도 두 가지로 나뉘는군.

[현실 세계] 또는 [가상 세계]의 근무 지원으로.‘


[일반전형]의 [현실 근무] 부문을 읽어 보았다.


‘K-카페, 베가의료원, 베가TV, 베가로펌, 베가타워···

이게 현실 세계 근무지들이군.

근데 뭐야···연봉을 비교해보면

가상 세계 근무보다 더 낮잖아?‘


베가 가상 세계 근무에서는 3D 영상 제작자, 그래픽 디자이너, 디지털 컨셉 설계자가 10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디지털 컨셉 설계자라···

최고 연봉인 이 직업은 뭘 하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네···

뭐··· 나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겠지만···‘


혹시 병원비를 벌 수 있는 곳이 있나 해서 일반 지원 후보자 전형을 읽어보던 나는 빠르게 포기했다.


‘그럼 그렇지···

의료원이나 언론사나···

나 같은 놈이 돈 많이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은 현실 세계고 가상 세계고···그 어디에도 없겠어.‘


실망한 채로 중얼거리다가 [농어촌 특별 전형]을 눌러 보았다.



[농어촌 소재 거주자에게만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전형입니다.

농어촌에 오래 거주하신 분일수록 후보자 선발에서 더 많은 가점을 드립니다.

합격자는 모두 가상 세계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연봉: 현실 미국 달러 기준 $50만 불

베가코인으로 수령할 시 5,000만 코인]


“와우!”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체로 계속 집중해 읽어 나갔다.


‘50만 불이면 연봉이 6억 정도 되나?

농어촌 전형···의외로 연봉이 엄청 높다.

이 빡센 경쟁률에 내가 시험 후보자가 될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평생 시골에 살았던 것도 가점을 받을 수 가 있네···?‘


그 다음 [사내 복지]를 읽어보았다.


[회사로부터 지급되는 ‘베가 카드’ 한 장을 직계 가족이 공동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베가카드는 베가 세계 내부 모든곳, 현실 세계에서는 베가 계열사에서 이용이 가능한 무제한 카드입니다.)

자녀는 베가 내 ‘베가 디지털 사립학교’로 입학이 가능하며 학자금이 전액 지원됩니다.

가족이나 본인이 사망 시 베가 업로더를 무료 제공하여 디지털 업로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추가로 업로드 완료 후에는 현실에서도 최고급 장례를 치러드립니다.]


베가업로더가 무엇인지 알게 된 나는 이제 이 마지막 혜택이 엄청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전원 업로더를 시켜 준다는 말은 죽고 나서도 가족 모두가 영원히 베가의 가상 세계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얘기겠네···‘


엄청난 연봉과 혜택에 잠시 멍해 있던 나는 어릴 때나 해 보았던 막연한···

‘내가 만일 부자가 된다면’ 이런 류의 행복한 상상을 머릿속 가득 그려보았다.


‘혹시··· 어쩌면 이건 내 인생 일대의 기회일 수도 있어.

취업 성공만 하면···혹여나 베가에 계실 수도 있는 아버지도 만날 수도 있고.

어머니와 영원히 베가에서 지낼 수 있겠지.

어머니 암 치료비도 벌 수 있으니.

합격이 된다면 참 좋겠는데···‘


즐거운 상상에 빠진 나는 갑자기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지금 이렇게 상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냥 한번 질러보는 거야!‘


[이력서 작성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 정도 연봉과 복지면 밑져야 본전이다.

확률이 너무 낮은 게임이지만 떨어지더라도 그냥 한번 도전해 보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농어촌 특별 전형’으로 써보지 뭐!‘


나는 공지에 나온 형식에 맞춰서 [농어촌 특별 전형용 이력서]를 작성했다.

마지막에 시험 후보 지원에 대한 동의서도 읽고 [YES] 버튼을 눌러야 했다.

이 동의서는 비건 가입 때 보다 분량이 훨씬 길었다.

그걸 다 읽기가 피곤했던 나는 그냥 동의함에 [YES] 후 서둘러 이력서를 보냈다.


‘아···또 너무 길어. 그냥 또 YES다!’


베가 세계 안에서 거의 접속하자마자

이력서부터 보냈던 나는 이제야 주위를 조금 더 차분히 둘러보았다.

그래도 이 세계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가만히 길 위에만 있다 잠을 깨기는 뭔가 아쉬웠다.


‘여기 서서 상태 창들만 눌러볼 것이 아니고,

베가 세계가 어떤 곳인지 좀 구경을 해봐야겠어‘


나는 서 있던 곳에서 행선지 없이 그냥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 걸었을 때, 마치 프리즘을 통과시킨 것 같은 무지갯빛의 햇살이 사방으로 내리쬐었다.


‘와···이 아름다운 햇살은 뭐지···무지개인가?’


조금 더 걷다 보니 라벤더 공원이 나왔다. 향기만큼 진한 보랏빛의 라벤더가 바람에 하늘거렸다.


‘와···호흡할 때마다 라벤더 향이 몸속 가득 들어오는 것 같아.

매일 먼지만 먹던 내 폐가 꽃 향기로 다 정화되는 느낌이다~’


나는 이런 풍경들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에 빠졌다.


‘베가 세계의 풍경은 상상했던 것 보다...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현실 세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현실의 환경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으니까···‘


현실 세계의 폐기물 더미를 떠올렸던 나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나에게 역설적인 느낌마저 안겨주는 환상의 세계. 베가...

나는 햇빛이 쏟아지는 들판 위에 구름을 바라보며 누웠다.


“아 좋다···정말”


선선한 바람이 불 때마다 풀내음과 라벤더 향이 뒤섞여 내 코 주위를 살랑였다.


“여긴 천국인가?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 행복한 표정의 얼굴들 뿐이었다.

눈이 마주치면 모두 웃으며 인사했고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사람들의 밝고 편안한 표정들.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의 향기와 풍경.

이래서 사람들이 베가 세계에 빠지는

구나···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이제 알 것 같아.“


코로나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

약 6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본인들이 어릴 때 변이 바이러스 위험 없이 밖을 다니던 얘기를 옛날이야기처럼 해주곤 했다.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대부분 실내 공간에 홀로 갇힌 듯한 생활을 했다.

여기서 오는 외로움이 있었고,

비건에 속한 소속감은 이런 외로움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게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는 가족을 보고 나는 갑자기 베가 세계에 남아 계실 수도 있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정말 베가 세계 안에 계실까?

만일 계신다면 이 넓은 세계 속 어디에 계실까?

어머니께 일단은 베가커넥터를 이용하게 해서 아버지를 만나게 해드려야겠어.

그리고 아버지를 여기서 찾을 방법을 한번 알아봐야겠다.“


베가에는 [비건 찾기]라는 버튼이 있기는 했지만, 눌러보니 전 세계 가입자 중에서 아주 높은 정확도의 분석을 통해 검색해주는 시스템이라 코인을 꽤나 많이 지불해야 했다.


‘이곳이 유토피아 같아 보이지만.

이 안에서도 어쨌든 소비를 위해서는 코인이 필요한 법이지.

나는 현실에서는 어머니 수술비가 부족하고···

베가에서는 아버지를 찾을 코인이 없고.

나의 무능함이 이렇게 불효가 될 줄은 몰랐어.‘


나는 이 안에서도 우울해져 왔다.

문득 베가 세계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있다면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문제를 안고 살면서도

이런 꿈 같은 곳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못하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은 불안감을 주니까···‘


꽃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현실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가상 세계라지만 이런 들판 위에서도 저런 나비처럼 훨훨~ 걱정 없이 누워있을 수 있겠어.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로 내던져 지더라도 결국 가슴은 개인적인 문제들에 고립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나비가 내 주변을 배회하듯 날아다니다가 나의 콧등 위로 앉았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베가 접속이 해지 되었다.


* * *


병원 보호자 침대에서 잠이 깬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일어나 베가커넥터를 벗었다.


‘베가 세계···진짜 접속 중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정말 실감 나게 만들었네.

사람들이 왜 밤마다 저걸 쓰고 있는지 이제 알겠어.

그래도 어젯밤에 처음으로 아이디도

만들고, 베가커넥터도 이용해보고.

첫 시도 치고는 큰 발전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

하나씩 천천히 배우면 나도 못 할 것은 없어.

계속 새롭게 시도해 봐야지.‘


어머니는 여전히 주무시고 계셨다.

병실 안의 환자 상태 표시판을 체크했는데 호흡과 심장 박동이 너무 약해져 있었다.


‘어···? 어쩌지···?

상태가 어제보다 좋지 않아···

담당의 긴급 호출을 해야겠어.‘


나는 급하게 호출 버튼을 눌렀고,

담당 의사가 병실로 왔다.


“보호자 님···

어머니께서 의식을 다시 잃으셨어요.

호흡도 얕아지시고···안 되겠어요.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다시 옮길 겁니다.“


“다시 의식을 잃으셨다고요?!”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 호흡기를 다셨다.

의사는 비관적인 얼굴로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으셨어요.”


나는 완전히 낙담한 채로 넋이 나가 있었다.


‘마음의 준비라···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지···?

나는 아직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운 내 멘탈을 붙잡기 위해 잠깐 화장실에 가서 세수라도 해 볼 참이었다.

병실을 나섰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큰 웅성거림이 시끌벅적하게 로비 쪽에서 들려왔다.


‘안 그래도 예민한 내 정신에 화를 돋우는 이 왁자지껄한 소리는 뭐지?

맨날 조용하던 병원이 시골 장터같이 왜 이리 시끄럽냐고?!!’

나비.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VEGA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여전사들과 박사님 +6 22.06.02 46 4 10쪽
26 허구의 이미지. 독화살 만들기 +4 22.06.01 43 4 10쪽
25 2번의 찜 +4 22.05.31 42 3 10쪽
24 아마존 개미 +8 22.05.30 48 5 10쪽
23 아마존의 동굴 +6 22.05.29 51 4 10쪽
22 유람선을 나오다. +2 22.05.28 47 2 10쪽
21 쿠나모랑가 +3 22.05.27 47 3 10쪽
20 응옥과 루나 +3 22.05.26 46 2 10쪽
19 3라운드 시작 +4 22.05.25 53 4 10쪽
18 2라운드 마지막 순간 +3 22.05.25 51 3 10쪽
17 베두인 커피와 디야파 +3 22.05.24 58 3 10쪽
16 2라운드. 현대식 게르 +3 22.05.23 58 3 10쪽
15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7 3 10쪽
14 탈락자들. 2 라운드 시작 +4 22.05.21 76 3 10쪽
13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4 22.05.20 81 4 10쪽
12 1 라운드. 거울의 방과 알카즈네 +1 22.05.19 77 3 10쪽
11 1 라운드 시작과 후보자 소개 +4 22.05.18 80 7 10쪽
10 동의서와 블랙리스트 +2 22.05.17 94 8 10쪽
9 입사 시험 후보자 발표 +3 22.05.16 87 5 10쪽
» 농어촌 특별 전형 +1 22.05.15 90 5 10쪽
7 베가에서 신입을 모집합니다! +1 22.05.14 93 7 10쪽
6 Vega? Vegan? +1 22.05.13 118 4 10쪽
5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1 22.05.12 156 6 10쪽
4 아버지의 비밀 +1 22.05.11 164 8 10쪽
3 할배 감성 +1 22.05.11 193 11 9쪽
2 칙칙폭폭 22.05.11 272 13 12쪽
1 Prologue +1 22.05.11 351 2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