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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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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663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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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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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칙칙폭폭

DUMMY

01.칙칙폭폭



2084년 여름의 서울


주위에는 폐허가 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끼익···우당탕탕···쾅”


폐기되어 버려진 듯한 옛날 자동차와 기계들의 더미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오늘은 늦게 나와서 그런지

쓸만한 고철이 별로 없네···’


녹이 쓸 때로 쓸어 손이 닿을 때마다 녹가루가 우수수 떨어지는 오래된 고철 물들.

나는 오늘도 생계를 위해 그런 폐고철 물을 나무 리어카에 바쁘게 주워 담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가 내 시야를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가리는 사이.

저 멀리 ‘베가 타워’만 등대처럼 우뚝 서서 네온을 깜빡이고 있었다.


‘오늘 먼지가 물안개 올라오듯 계속 올라와서 눈 앞을 가리네.

그래도 저쪽으로 한번 이동해볼까?’


“쾅!!”


몸을 틀어 리어카 방향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실수로 오래된 책들이 쌓여있는 곳을 부딪쳤다.


‘아···맙소사···잘못 건드렸다···

안돼···제발···

윽···결국 무너진다···!!‘


“우르르르르···툭,툭,”


탑처럼 쌓여 있던 책들은 먼지를 내뿜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콜록콜록···”


‘아···이 먼지들···

오늘 먹은 먼지도 한 사발은 되겠어.‘


“툭”


순간 내 발 앞으로 떨어진 책 한 권을 나는 재빠르게 한번 훑어보았다.


‘흠···이건 동화책이잖아?

견우와 직녀?‘


순간 밤하늘의 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그려져 있는 마지막 페이지의 일러스트가 나를 한눈에 사로잡았다.


‘어라···? 어린이 용이지만 일러스트는 딱 내 마음에 들어.

특히 이 은하수 그림은 소장 각이다.

넌 우리 집으로 데려가야지~!‘


나는 책 위의 먼지를 때리듯 손으로 툭툭 털어내어, 그 책을 등에 지고 있던 배낭에 담았다.


안개 너머로 노을이 올 듯 하늘은 조금씩 붉어져 오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붉게 느껴졌다.


‘으···벌써 해가 지려고 하네.

열차 놓치기 전에 빨리 정산받으러 뛰어야겠어.’


나무 리어카를 끌고 전기 발전소 공장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그락달그락, 덜컹덜컹···”


오래된 리어카에서는 달릴 때마다 나무와 쇠들이 왈강달강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어느 정도 달려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공장의 정문과 그 앞에 서 계시는 관리자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저 왔어요~~헉헉···”


아저씨는 땀범벅이 되어서 가는 나를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맞아주셨다.


“시우야, 이제 오니?

“네, 안녕하세요. 아저씨···헉헉”

“오늘도 또 무식하게 힘으로 리어카를 끌고 왔어?”

“네, 아저씨.

나무 리어카에 실어서 왔어요.”


아저씨가 내 머리 위로 꿀밤을 한 대 때리는 시늉을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녀석아. 저걸 쓰라고 해도···”


공장 관리자 아저씨가 가리키신 곳에는

[본인 인증 후 무료 대여]라는 멘트의 팻말과 함께 전기 리어카가 여러 대 주차 되어 있었다.


“아···전기 리어카요~?”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자는 전기 리어카로 폐고철을 모아오고 있었다.

그쪽을 슬쩍 본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어 말씀드렸다.


“아니에요. 아저씨.

저는 제 팔다리를 막 움직여서 리어카 바퀴가 빠르게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아저씨가 껄껄 소리 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팔다리 빠르게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

“네. 아저씨.

좀 바보 같은 얘기이긴 한데요.

제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도 전기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 그러는가 봐요.“


막상 내가 말해 놓고도 좀 이상한 소리였다.

아저씨가 별 특이한 놈 다 본다고 속으로는 생각하셨을 것 같았다.


“이 녀석아, 젊어서 그래.

또 엉뚱한 소리 하고는.

여기 오늘 판 고철값이다~“


아저씨가 농담하시듯 다시 말씀하셨다.


“오늘도 네 팔다리로 리어카 움직이느라 수고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저씨.”


웃으며 공장 밖을 걸어 나오면서 오늘 받은 돈을 세어 보았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어제보다는 적지만 괜찮게 벌었네~’


일은 위험할 때도 있었지만 전기 공장의 관리자 아저씨께서는 내가 20대 초반이고 밖으로 나와서 열심히 일한다는 이유로 정산을 비교적 후하게 해주셨다.


‘고마운 아저씨···’


나는 서둘러 기차역으로 다시 뛰어갔다.

다행히 기차를 놓치지 않고 가까스로 탑승에 성공했다.


‘오늘 너무 달렸나?’


계속 뛰어다녀서 그런지 온종일

먼지를 먹었던 입안에서도 단내가 느껴졌다.


“털썩”

“지잉”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순간 열차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출발했다.

잿빛 도시의 풍경은 창밖으로 빠르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칙칙폭폭’


그것이 내가 어릴 때 기차에 대해 처음 배운 의성어였다.

하지만 나는 이 소리를 실제로 기차가 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사는 마을의 최고 연장자이신 1990년대생 할아버지께서 어릴 때 타셨던 기차에 대해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탔던 기차들은 마치 투우 경기장의 거친 황소와 닮았었어.

달리기 전에 크게 발을 구르며 거친 숨을 내뱉고 달리는 황소의 모습이···꼭 경적을 울리며 큰 소리로 바퀴를 굴리던 기차와 많이 닮았었지.

그런 소음도 기차로 여행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내 향수 중 일부였는데...

이제는 기차를 타도 타는 것 같지가 않아.

기차의 거센 호흡. 그 숨소리가 더 이상 안 느껴지거든.“


내가 지금 앉아있는 이 전기 열차는 숨이 멎은 듯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옛날 기차가 낼 법한 그런 소리는 나에게도 생동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물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내는 소리는 내가 나무 리어카를 애용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나는 다른 좌석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역시 오늘도 승객이 별로 없어···

나 같은 생계형 노동자로 보이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2019년 이후 지속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들로, 밀집되어 있던 도시의 인구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일부 노동자들만 공장이 몰려 있는 도시로 출퇴근했다.

나도 그런 노동자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 조용한

열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거나, 주워온 책들을 읽거나 하면서 출퇴근 일상을 보냈다.


‘유난히 붉었던 노을도 이제 완전히 져버렸네···

벌써 달과 별이 하얗게 떠오르기 시작했어.‘


서서히 밤이 되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그 책이 생각났다.


‘맞아. 아까 주웠던 은하수 그림책!

도착하기 전에 그거나 꺼내 봐야겠다.’


내 눈길을 끌었던 마지막 페이지의 일러스트가 책을 읽기 전부터 왠지 모를 기대감을 선사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울고 있었어.

무슨 내용일까? 슬픈 이야기겠지?


나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동화책이라 그런지 분량이 정말 몇 페이지 안 되네? 금방 다 읽겠어.‘


견우와 직녀가 벌을 받아서 칠월 칠석 일 년에 한 번만 은하수 사이로 만나게 된다는 어찌 보면 좀 뻔하기도 한 슬픈 사랑 이야기.


‘진부한 동화 속 러브스토리 같지만.

여름밤 가장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전설을 만들어 낸 거네.

그 옛날 이런 전설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혹시 본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동화책의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여름철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견우직녀별.

지금이 여름이니까 가장 잘 보일 때 일 텐데···한번 찾아볼까?‘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이동하는 내내

창밖의 밤하늘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시의 빛 공해 때문인지 별은 잘 보이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역시 무리지.

우리 집이라면 모를까.’


열차에서 내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는 기다리신 듯 현관 앞에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다녀왔습니다~”


“아들~잘 다녀왔니?

서울까지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다.


“고생이라니요~전 괜찮아요.”


어머니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모과 차와 샌드위치를 내어 주시며 말했다


“너무 힘들면 그만둬.

서울에는 감염자들이 많을 수도 있고

공기도 훨씬 더 안 좋고···“


나는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요즘 오존 이상 현상으로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올해 농사는 수확도 많이 못 하시고

힘드셨잖아요.“


어머니께서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다 말라버렸지.”


이상 기후로 자외선이 심해지면서

어머니 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이웃들도 다들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걱정을 조금 덜어 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올해까지만 운동 겸 조심해서 다녀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엄마가 만드신 이 차를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에요.“


어머니께서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모과 차는 향이 참 좋지?”


“네. 엄마. 상콤달콤한 향이 나요.”


나는 얼마 전 일이 떠올라서 어머니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저번에 말씀하셨던 두통은

괜찮으세요? 그래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머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시고는 관자놀이를 주무르시듯 만지셨다.


“올해 농사 망쳤던 것 때문에 신경을 거기에 너무 많이 썼나 봐. 내 생각엔 스트레스성이야. 좀 쉬면 나아지겠지.

시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어머니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셔서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그럼 제가 방해 안 할게요.

좀 쉬세요~“


“그래 아들. 너도 밤 늦게까지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


“네~~”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아수라장이구먼···

언제 날 잡고 한번 좀 치우긴 해야 하는데···‘


“킁킁···”


다락방같이 오래된 냄새가 나는 내 방. 내 방에 와 본 사람들은 마치 작은 골동품 가게 안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뒤지는 일을 하다가 보니

나는 과거 시대 물건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오늘처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하나둘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 물건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내 방에는 코로나 이전에 발간되었던 서적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음반들도 LP 레코드판부터 CD까지

시대별로 분류되어 쌓여 있었다.


‘오늘 득템한 건 어디에 둘까?’


나는 오늘도 주워온 책을 배낭에서 꺼내어 이미 넣을 공간도 없는 책장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더 이상, 이 좁은 방에 둘 곳도 없네.

이제는 그만 좀 주워 와야겠어.‘


나는 쌓여있는 LP판중 몇 개를 고르듯 뒤적거렸다.


‘흠···뭘 들을까···?

오늘은 이거다!‘


‘GETZ/GILBERTO’라고 쓰여있는 음반을 집어 들어 턴테이블에 위에 올렸다.


‘보사노바. 풀벌레 소리 가득한 이런 시골 밤과 어울려.’

lp.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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