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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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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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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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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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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할배 감성

DUMMY

02. 할배 감성



“야. 네 취향 완전 할아버지 같아···

아재 감성도 아닌, 할배 감성을 가진

이 애 늙은이 박시우!“


오래된 수집품들의 영향인지 주위에서 이런 놀림을 많이 받았다.

백 년도 더 된 음반들을 즐겨듣는 나는 그런 놀림들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레코드판들은 오래되어 턴테이블을 자주 조정해주어야 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도중에도 탁, 탁, 튀는 듯 소리를 내며 끊기기도 했지만, 나는 그 잡음들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대부분 기계음으로 이루어진 요즘 음악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딴단따다라라라~~루루라라~”


나는 음질이 중간중간 끊기는 보사노바를 듣고 따라 흥얼거리며 방 안에 있던 작은 천체망원경을 들었다.

천체망원경은 폐기물 더미에서는 아주 쉽게 주울 수 있는 물건이었다.

사람들이 베가 세계에 접속하느라 밤에 이용해야 하는 물건들은 다 버려댔기 때문이었다.

나는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역시 시골은 도시보다 별이 훨씬 잘 보여···

저기 저 멀리 가로등 말고는 주위에 불빛 한 점도 없잖아.‘


나는 책장에서 별자리 책을 꺼내어 별의 지점을 체크하면서 견우와 직녀별을 보았다.


“베가?!”


‘어라? 직녀성과 Vega?

동일한 별의 다른 두 개의 이름이었네?

거문고자리의 가장 밝은 1등성 별.

그래서 여름에 가장 빛나는구나.‘


골동품은 넘쳐났지만, 내 방은 20대 남자의 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최신 유행하는 핫 아이템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방안에 그 흔하다는 베가에서 무료로 주는 기기조차 없으니 말이다.

이 동네 이웃들마저도 해가 지고 나면 너도나도 베가의 가상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고, 다들 잠든 밤은 너무 고요했다.

잠이 안 오는 날에는 나는 수집해 둔 옛날 책을 보거나, 옛날 음악을 듣거나, 또는 옛날 별을 관찰하면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내가 가끔 별을 ‘옛날 별’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 별의 모습은 사실 모두 과거의 모습이라는 내용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서는 별빛은 몇백, 몇만 광년의 거리에서 출발해서 지구로 도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이 이미 몇백 년 전에 쏘아 올린 빛을 우리가 현재의 시점에서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여름철의 대 삼각형 별들과 이어진 별자리들을 찾아서 더 자세히 더 관찰해 나갔다.


‘이렇게 그리면 각도가 대충 맞나?’


대 삼각형 별자리를 노트에 그리면서 관찰하다가 작은 방 창문의 창틀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휴···안 되겠어. 베란다로 이동하자! 이 몸이 이런 중요한 작업을 하시기에

내 방 창문은 너무 작네~~‘


베란다로 나가면 망원경을 더 큰 각도로 돌려 볼 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천체 망원경을 들고 방문을 여는 그 순간 작게 앓는 신음 소리가 들렸다.


“으······”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어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계셨다.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엄마 갑자기 왜 그래요?! 정신 차려요! 엄마!”


어머니는 쓰러지신 채로 의식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아···진짜 어떡하지···침착하자.

박시우···혼자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간신히 자신을 진정시켰다.


“휴···”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가 지금 쓰러지시고

의식이 없으세요.

집 근처에 가까운 병원도 몇 군데 없고요.

빨리 구급차 좀 보내주세요!”


[네. 지금 바로 구급 대원과 구급차 보내드릴게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로 알려 주시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시도해보며 구급차를 기다렸다.

나는 점점 더 초조해지면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걱정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혹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신 걸까?

아니면···모르는 사이에 큰 병이 생기신 걸까···?

서울에서 건강 검진을 한번 받으시라고 권유해 드렸어야 했어. ㅠㅠ‘


그러다 보니 갑자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구급차는 왜 이렇게 빨리 안 와···’


방 안의 미처 끄지 못했던 턴테이블에서는 트랙 5번.

Quiet Nights of Quiet Stars가 계속 반복해 돌며 거실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보통은 밤늦은 시간 풀벌레 소리 말고는 적막만이 흐르던 집 근처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도착했다.


“119에서 출동 나왔습니다.

환자분 계신 곳은 어디시죠?”


“여···여기예요!”


내가 소리치자마자 방호복을 입은 구급 대원들이 어머니를 구급차로 옮겼다.


“제가 유일한 보호자예요!

저도 엄마 옆에 타서 갈게요!“


구급차는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서둘러 달렸다.

나는 울먹이며 구급 대원에게 물었다.


“저기···선생님.

우리 엄마 바이러스 감염인 거예요?”


구급 대원이 손바닥 정도 사이즈의

바이러스 체크 기기를 어머니의 호흡기 쪽에 대고 버튼을 눌렀다.


“삑”


기기가 소리를 내며 녹색 불이 들어왔다.

녹색을 확인한 구급 대원이 말했다.


“흠···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빨간불이 들어와요.

바이러스가 원인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얘기에 나는 안도하고 다시 물었다.


“선생님···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원인으로 쓰러지신 거예요?”


“일단 자세한 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 알 수 있으실 거예요.“


구급 대원과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누는 동안 구급차는 병원으로 도착했다.

대형 병원의 외부 간판에는 베가로고와 함께 베가의료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베가의료원이라면···

베가에서 운영하는 곳인가?

병원까지 운영하는 줄은 몰랐는데.‘


베가.

메타버스라고 하는 가상현실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

내가 고철을 가져다주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도 대부분 베가 관련 산업에 쓰인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병원 입구를 지나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병원 1층에는 베가코인 납부처, 베가코인 환전소, 베가커넥터 무료 배포 자판기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현대 시설이 잘 갖추어진 병원은 처음이라 바보같이 입을 쩍 벌린 채로 병원으로 들어섰다.


‘와···병원에서 베가코인도 쓸 수 있는 거야? 신기하네.’


병원 안에 베가 관련 코너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걸 오랫동안 궁금해할 겨를도 없었다.

어머니는 응급실로 이동 후 정밀 검사를 시작하셨고,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휴···

생각보다 검사 시간이 좀 걸리네···‘

여긴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 건지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터치스크린과 전광판만이 네온을 내뿜으며 어두운 대기실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리 ‘베가 의료원’이라지만.

모든 곳에 베가. 베가라고 지겹게 쓰여 있네? 의료 기관이 말이야···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터치스크린에는 병원 연혁과 베가의 역사. 베가커넥터. 베가업로더의 아이콘을 누르면 바로 볼 수 있도록 올라와 있었다.

일종의 교육자료이거나 홍보물인 것 같았다.


‘베가. 이름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아무튼 도시에서는 이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어머니의 검사는 길어지고 있었다.


‘휴···큰 병이 아니어야 할 텐데.

이렇게 검사를 많이 하는 것도 뭔가 불안해.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잠을 잘 수도 없고··· 휴···‘


병원으로 아침 햇살이 서서히 드리우고, 환자들 의료진들도 하나둘 나와 분주히 움직였다.


‘완전히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네···

나는 상관없으니까. 엄마만 별일 아니면 좋겠다.‘


“딩동”


그 순간 알람 소리가 병원 대기실에 울리더니 전광판 화면이 바뀌었다,


[박시우 님. 어머니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진료 상담실로 들어오세요] 라는 글자가 화면에 올라왔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사가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머리가 벗겨진 듯 숱이 없고 배가 나온 편이었지만, 책상 위에는 유명인들과 찍은 듯한 본인 과시용 사진들이 많았다.

나는 봐도 뭔지 잘 모르겠는···

여러 개의 표창도 빼곡히 걸려 있었다.


“박시우 님. 어머님이 쓰러지셨던

원인은 정밀 검사 후 뇌암으로 판정되었습니다.

그런데···좀 더 안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의사를 보았다.


“네? 뇌암이라고요?!!”


의사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말기입니다.”


나는 큰 충격과 혼동에 휩싸여서 순간적으로 멍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

뇌암 말기 판정 말고 다른···

더 안 좋은 소식이라는 거는 뭐죠···?“

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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