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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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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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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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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동의서와 블랙리스트

DUMMY

09.동의서와 블랙리스트




스테이지 중앙의 스크린에는 베가의 로고가 중심에 있었다.

무대의 빈 공터 같은 어두운 공간에는 특수 효과 조명들과 디지털 영상들이 계속 움직이며 바뀌고 있었다.

매우 정교해서 마치 영상들이 무대에서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현실감을 주었다.


‘와 현란하게 움직이네?

영상들이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

이런 걸 디지털 아트라고 하나?’


1부터 13까지의 번호가 적힌 13개의 작은 단상 위의 13명의 사람들은 모두 인종 성별 나이가 다양해 보였다.


‘국적은 다르지만 여기는 농어촌 특별 전형 시험이고.

내가 한국의 대표 촌놈인 걸 보면.

대화를 안 해봐도 각국의 촌놈들을 데려왔을 걸로 예상된다ㅋㅋㅋ‘


갑자기 시상식처럼 배경 음악이 깔리면서 모두 주목하라는 듯 스포트라이트를 단 한 사람을 향해 쏘아주고 있었다.

조명을 받으며 화려한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은 키가 큰 금발의 여성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유명한 여배우인가? 아. 아니야.

자세히 보니 저 여자는 방 안의 스크린에서 보았던 커다란 얼굴의 주인공이야.‘


모두들 박수를 치고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며 환영해주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시험 진행자일 것으로 추측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시험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 이브라고 합니다.

입소하시고 저를 각자의 방안에서 스크린으로 먼저 만나셨죠?“


다들 즐거운 목소리로 ‘네~’를 외쳤다.


“13명의 후보자 여러분.

베가의 입사 시험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 목소리.

각국의 언어로 다 잘 들리시나요?“


나를 포함한 각국의 후보들이 다시 웃으며 긍정의 대답을 했다.

몇 명은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이기도 했고, 두 팔을 들어 큰 원을 만들어 몸짓으로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네. 잘 들려요!”


사회자 이브가 베가 로고를 두 손 모아 가르키며 말했다


“지금 저는 베가의 순간 통역 시스템으로 대화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말이 후보자님들께는 자국의 언어로 바로 들리실 거예요.“


그녀의 말이 맞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 혼자 한국인인데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귀에 분명 한국어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실 것은 목걸이로 판단 됩니다.

맞나요?“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가 서 있던 단상 앞쪽의 대형 스크린에는 목걸이가 확대되어 홀로그램으로 나와 있었고

이브는 로고 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방금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베가의 순간 통역이 이 목걸이를 통해 되고 있어요.

그리고, 시험 중 스테이지 외에 계실 때는 언제 어디서든 목걸이를 통해 제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나는 긴장을 풀며 생각했다.


‘이 목걸이는 시험 중에 쓰는 순간 동시통역기+ 이어폰 스피커 같은 거였네.

이 목걸이 왠지 마음에 든다.‘


그러나 이브가 그다음에 이어 설명하는 다른 기능을 듣고.

나는 방금 마음에 든다고 했던 생각을 금방 취소하고 싶어졌다.


“목걸이에는 한 가지의 중요한 기능이 더 있습니다.

탈락하실 경우 디지털 업로드를 위해.

뇌사는 최대한 느리게 되면서 죽음은 바로 맞이할 수 있는 주사가 목걸이에서 나와서 바로 투여됩니다.

우리 비건에게는 뇌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방금 내가 무슨 얘기를 들은 건지.

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다.

이 얘기를 듣고 다들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소란을 피워서 주위는 더 어수선해졌다.


‘촌놈들이니 나처럼 이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을 리가 없겠지···’


나는 촌놈 대표로써 손을 들어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설마 탈락하면 죽는다는 건가요?”


“네. 최종 합격자는 한 명이 될 것입니다.

이 한 명의 합격자를 제외하고는 시험 문제 유출과 회사 내부 기밀 유출 가능성 때문에 탈락 시에는···“


흥분한 나는 설명 중에 말을 끊고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시험 유출이나 기밀 때문에 탈락하면 목걸이로 사살시킨다는 거잖아요!!”


나는 죽음을 논하면서도 무감각할 정도로 밝은 이브의 말투가 듣기가 거북했다.


“단, 후보들은 시험 중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방금 말씀 드린 대로 모두 무료로 디지털 업로딩 받으실 기회를 드립니다.”


무대 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의 호들갑과 항의는 점점 더 거세져, 급기야 시험을 안 보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쳤어! 그런 시험을 왜 보겠어! 웅성웅성···”


이브가 목을 가다듬고 다시 얘기했다.


“이런 부분은 모두 동의서에 포함된 내용이고 여러분이 이력서를 내실 때 이미 이 내용에 동의 하셨습니다.”


남미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따지듯이 말했다.


“여보세요. 50 페이지가 넘는 걸 누가 다 읽어보고 동의란에 체크합니까? 안 읽을 걸 알고 당신들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제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저 남자 말이 맞다. 이 중에 누가 과연 그 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고 체크하고 왔을까.

심지어 바로 동의 체크를 했던 나는 50페이지가 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이브는 항의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저희는 지금 시험이 시작하기전 포기하실 기회를 드립니다. 시험을 포기 하실 분은 지금 단상 위에서 내려가 주세요.

내려가시면 원래 계셨던 곳으로 저희가 모셔다드릴 것입니다.“


5번 단상 위의 남자 한 명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12명의 후보자 전원이 보란 듯 번호가 써진 작은 단상에서 내려갔다.


“이 부분도 이미 동의하셨던 부분이지만 한 번 더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뭘 또 동의서에 넣었던 걸까.

다들 불안한 마음으로 이브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돌아가시게 되더라도 비밀 유지조항을 지키셔야 합니다.

내부 시설이나 오늘 보셨던 ‘목걸이‘라던가··· 그 어떤 것이라도 발설할 시에는 베가 회사 이미지에 손해를 입힌 걸로 간주하여 크게 배상하셔야 할 것입니다.“


배상금은 확인을 안 해도 어마머마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한 가지 더. 베가와의 동의서의 신뢰를 한번 깬 것으로 간주하여 블랙 리스트에 오르시게 됩니다.

베가커넥터를 이용할 때 쓰셨던 아이디도 가족 모두 자동 삭제가 되구요.

본인 외 직계 가족까지 베가 관련 제품이나 시설을 더 이상 이용하실 수 없게 됩니다.

베가의료원, 베가 디지털 학교뿐만 아니라 일상을 보내셨던 K-카페, 매일 보시던 베가TV조차도 더 이상 이용이 불가능해지실 겁니다.“


한 젊은 여성이 불만스러운 듯 손을 들어 말했다.


“시험을 안 보는 것은 저 하나인데

왜 가족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용을 못하게 하나요?”


“베가에서 회사 모토로 중시하는 것이

가족과 같은 공동체 의식, 소속감, 그리고 유대감이죠.

입사하셨을 때의 복지 혜택도 직계가족 모두에게 함께 드리기 때문에.

위반 시의 불이익도 함께 나누시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 하나 때문에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우리 어머니가 현재 있는 곳은 베가의료원이다.


‘내가 여기서 돌아가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암 말기 환자이신 어머니는 강제 퇴원을 당하시겠지···

에초에 아이디도 만들지 말고 여기 지원을 안 했다면 미가입자인 채로 치료를 계속 받으실 수 있었을 텐데···‘


시험 후보에 지원한 것을 후회를 해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 되돌릴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주위의 눈치를 보듯 조용히 단상 위로 다시 올라갔다.

3명을 제외하고는 다시 다 나처럼 단상 위로 다시 올라왔다.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가 다시 고요해졌다.


‘3명 빼고 각자 사정이 무엇이든지 간에 후보자가 된 이상.

나를 포함한 10명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거네.

아··· 아니다 9명.

처음부터 단상에서 내려온 적도 없었던 5번을 제외하고···‘


내려온 적이 없는 5번 녀석은 즐거워했다가, 화냈다가, 다시 기가 죽은 듯 제 발로 단상에 오른 우리를 향해 말 없는 조소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5번 XX···

지금 비웃는 거냐?

뭔가 첫인상부터 재수 없어.‘


설명을 듣고 나니 목에 있던 목걸이가 족쇄처럼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목걸이···역시 사살을 위한 것이었구나.

근데 저 사회자 이브. 사이코패스인가?

공감 능력이 너무 없어 보여.

죽음에 대해 별일이 아닌 듯 시종일관 건조한 말투를 유지하고 있잖아.‘


시험장은 이제 정적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브가 다시 말을 꺼냈다.


“여러분 잠시 그러면 인원과 무대 정리가 있겠습니다.”


나에게 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던 것인지 눈을 깜빡이고 나니 기권한 3명이 사라진 상태였다.


'헉. 그 3명이 안 보여. 언제 사라진거지?'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겪었는지 놀란 눈으로 두리번 거렸다.

계속 남기로 결정한 우리만 단상 위에 남아있었다.

후보자 단상이 13개에서 10개로 줄어들면서 남은 참가자들은 새로운 번호를 다시 부여 받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처음 받았던 번호 그대로 3번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3번이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 녀석도 번호가 아까와 같이 그대로라는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저 밥맛 없는 5번 녀석도.

그대로 5번이군.‘

9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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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3라운드 시작 +4 22.05.25 53 4 10쪽
18 2라운드 마지막 순간 +3 22.05.25 51 3 10쪽
17 베두인 커피와 디야파 +3 22.05.24 58 3 10쪽
16 2라운드. 현대식 게르 +3 22.05.23 59 3 10쪽
15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7 3 10쪽
14 탈락자들. 2 라운드 시작 +4 22.05.21 77 3 10쪽
13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4 22.05.20 82 4 10쪽
12 1 라운드. 거울의 방과 알카즈네 +1 22.05.19 77 3 10쪽
11 1 라운드 시작과 후보자 소개 +4 22.05.18 81 7 10쪽
» 동의서와 블랙리스트 +2 22.05.17 95 8 10쪽
9 입사 시험 후보자 발표 +3 22.05.16 88 5 10쪽
8 농어촌 특별 전형 +1 22.05.15 90 5 10쪽
7 베가에서 신입을 모집합니다! +1 22.05.14 93 7 10쪽
6 Vega? Vegan? +1 22.05.13 118 4 10쪽
5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1 22.05.12 156 6 10쪽
4 아버지의 비밀 +1 22.05.11 165 8 10쪽
3 할배 감성 +1 22.05.11 194 11 9쪽
2 칙칙폭폭 22.05.11 27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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