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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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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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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9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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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버지의 비밀

DUMMY

03. 아버지의 비밀




의사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비관적인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뇌암으로 인해서 치매가 발생하려고 하고 있어요.”


“치매요?”


“네. 치매는 요즘 같은 시대엔 모두가 가장 무서워하는 최악의 질병이죠.”


치매가 의사들에게는 뇌암 말기보다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병이었던가?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의사는 어머니의 뇌 정밀 검사를 진행했던 차트를 같이 보여주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 이쪽 부분을 봐주세요.

뇌가 이렇게 오염되기 시작하면 모두가 꿈꾸는 디지털 업로딩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바로 여쭤보았다.


“디지털 업로딩이요? 그게 뭐죠?”


의사가 의외라는 듯 놀라는 얼굴로 말했다.


“젊은 분이 베가업로더 정말 모르세요?

우리 병원은 베가 계열의 병원으로.

디지털 업로딩을 가장 신속하게 준비해드리기로도 유명한 병원입니다.“


“아···네···”


내가 처음 듣는 내용인 듯 낯 설은 표정과 함께 어색한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의사가 다시 말을 꺼냈다.


“보호자 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좀 설명해 드리면요.

여기 계시는 다른 암 환자들은

깨어있는 동안은 항암을 받으시지만,

주무시는 동안 베가 세계 안에서는

환자가 아닌 상태로 고통 없이

원하시는 활동을 하시고 계세요.“


“자면서도 원하는 활동을요?”


의사는 내 질문에는 대답 없이 계속 본인의 설명을 이어 나갔다.


“베가커넥터 출시 전에는 암 선고받고 나면 우울증을 앓는 분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환자가 아닐 때의 삶도 병환 중에 동시에 누리시면서, 암 극복하시는데도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어요.“


난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그렇군요···”


의사는 환자들 수술 대기 리스트를 살짝 나에게 흘리듯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언뜻 봐도 리스트에는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일단 지금 뇌암 수술은 환자가 밀려서 바로는 힘들 것 같고요.

간호사를 통해서 수술 대기 예약을 잡아드릴게요.“


나는 울면서 의사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면서 살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꼴이 사나워 보일까 봐 눈물을 꾹 참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네 선생님. 그래도 제발···최대한 빨리 좀···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의사는 내 진료 접수 기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있었다.

나와 어머니 이름을 적었던 칸 바로 옆에는 베가 아이디를 적는 칸이 있었는데, 두 군데 모두 x 표시를 했었다. 둘 다 베가 아이디가 없기 때문에...


“네. 그리고 두 분 다 베가 아이디가 없으시네요?”


나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갑자기 해명하듯 말했다.


“네 저희 어머니께서 시골 분이셔서 그런지 베가 이용을 좀 꺼리셨던 것 같아요···제가 이용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요···”


의사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아드님이 어머니 치료를 위해서라도 아이디도 만드시고 지금부터라도 좀 알아보세요.”


내가 잘 모르는 용어들이 대화 중 많이 나와서였을까?

나는 상담하는 내내 어쩐지 계속 주눅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의사가 로비와 대기실 몇 군데

베가 연혁과 교육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로비나 이쪽 대기실에 가시면 터치스크린에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어요.

요즘은 지루하지 않게 홀로그램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요.

노인이나 아이들도 볼 수 있게, 아주 쉽게요.“


“네···감사합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으며 상담실을 나왔다.

그가 무시하듯 내게 돌려서 했던 말들과 베가에 대해 너무 몰라서 굴욕적이었던 상황들을 나는 소심한 자세로 다시 곱씹어보고 있었다.


‘은근슬쩍 계속 무시하던 의사···

다시 생각해보니 좀 재수 없어.’


그러다 문득 터치스크린이 떠올랐다.


‘어제 검사 결과를 기다렸던 대기실에서 의사가 말한 터치스크린을 본 것 같은데···

어제 멍하니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그걸 좀 이용해보고 오늘 상담을 받았어야 했나?‘


갑자기 멀뚱거리며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했던 그 시간이 후회되었다.


‘그 터치스크린에서 교육 영상들을 좀 보고 왔다면···

오늘 의사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했으려나···?‘


아직 의식을 못 찾으신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다.

어머니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병실에서 기다렸지만 해가 다시 질 때까지 의식은 그대로였다.


‘아···엄마는 하루가 지나가는데도

왜 의식이 안 돌아오시지?‘


이대로 계속 깨어나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고 어머니를 바라보다 그만 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엄마···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흑···”


어머니의 옆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끼고 있을 때, 잠시 어머니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꼈다.


“어···? 엄마?”


나는 놀라서 일어나 재빨리 어머니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머니는 가늘게 눈을 뜨고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시우야···엄마 때문에 많이 놀랐지?

괜찮아? 우리 아들?


나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감추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엄마.”


“병원 안 오다가 큰 병 키운 건 아닌지 걱정되네···”


난 머뭇거리며 암 진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미소를 지으며 말씀을 꺼내셨다.


“그건 그렇고 아까 쓰러져 있는 동안에 아주 긴 꿈을 꾼 느낌이었어. 정말 오랜만에 너희 아버지가 꿈에 나왔지 뭐니. 아무래도 이제 갈 때가 되었나 봐.“


난 서운한 얼굴로 화를 내듯 말했다.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그런 말씀은 다시는 꺼내지도 마세요.”


그 후 어머니는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셔서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셨다.

우리가 들어간 일반 병실에서는 모두 머리에 무언가 착용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나와 어머니만이 손을 부여잡고 조용히 대화하고 있었다.

대화 중에 어머니께 뇌암을 진단 받았다는 말씀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숨기기만 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야.

짧으면 몇 주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으니까···

어머니께서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게 용기를 내야 해.‘


나는 입안이 계속 마르는 듯 긴장한 채로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서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엄마 사실은···

오늘 정밀 검사 결과를 받았었어요.”


“그래? 병원에서는 뭐라고 했니?”


나는 곧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게···뇌암이래요···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실 수도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엄마. 우리가 같이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치료받으시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내 얘기를 들으신 어머니의 첫 반응은 의외로 덤덤하셨다.

그러다 어머니의 표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시더니 서글프게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셨다.


“시우야 아무래도 내게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구나.

기억을 잃어 가기 전에 너에게 꼭 해주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


“꼭 해주실 말씀이 뭐예요. 엄마?”


그날 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처음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네가 아직 배 속에 있을 때였어.

네 아버지는 우리에게 더 좋은 미래를 약속해주고 싶다며 세계적인 기업인

베가 입사 시험에 지원하셨어.“


아버지는 참전 군인이셨던 할아버지의 목걸이를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 목에 걸고 시험을 보러 나가셨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꼭 입사해서 호강시켜 줄 테니까.“


어머니는 그게 아버지가 남기신 마지막 말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눈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고인 채 말씀하셨다.


“근데 그러고는···

갑자기 그 목걸이와 함께 아버지의 유골함이 집에 도착한 거야···”


나는 흥분한 듯 커진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요?!

무슨 이유로 돌아가신 건데요? 설마 입사 시험을 보시다가 돌아가신 거예요?!”


“나도 몰라···베가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고···

감염 전파 우려 때문에 화장을 바로 진행했다고 했지.“


나는 말이 안 된다는 듯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가족의 동의도 없이 어떻게 바로 화장해서 유골을 보낼 수가 있어요?!”


어머니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베가에서는 아버지가 바이러스로 돌아가시게 되자 급하게 아버지의 뇌를 가상 세계로 옮겨주는 시술을 시켜 주었다고 하더구나.

원래는 굉장히 비싼 시술인데

입사 시험 후보자이고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무료 혜택을 준 것이라고 하며...“


나는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그 비싼 시술을 무료로 진행해 주었으니 베가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 건가요?“


어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아니야···아버지의 사인은 뭔가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어. 왜냐하면···”

일러스트진짜진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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