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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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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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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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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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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DUMMY

12.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알카즈네. 기원전 2세기 때 우리 조상인 나바테아인들이 만든 사원이야.”


“와···12층 높이 정도가 되어 보이는데?

그 옛날에 저 큰 돌산을 어떻게 깎아서 만든 거지?“


2세기라니. 정말 믿기 힘든 오래된 역사였다.

성전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고 알았다.

이곳은 책 ‘세계 7대 불가사의’ 나왔던 곳이었다.

베가 세계에서 똑같이 가상 구현을 한 곳에 와있는지,

내가 지금 진짜 알카즈네에 와 있는 건지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었다.


‘걷는 데는 좀 걸렸지만 이런 고대의 유적지를 달빛 사이로 바라보니 묘하고 벅찬 감동이 올라오는 것 같아.‘


알카즈네 앞에는 중동의 전통 양탄자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후보자들은 하나둘 그곳에 앉았다.

악기 연주자가 알카즈네 앞에 서서 우리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음악은 둘러싸인 암벽을 타고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알카즈네까지 걸어온 이유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 커다란 울림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 낸 오페라 하우스에 와있는 것만 같아.’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악기의 연주였다.

옛날 음악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고대 음악에 대해서는 나도 똑같이 무지했다.

8번 아저씨가 악기를 보고 말했다.


“이 악기는···첼로의 선조 격인 '레밥'이라는 악기야. 베두인들의 고대 현악기지.”


7번 여자가 양탄자에 누워 하늘을 보며 말했다.


“무슨 악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밤하늘 아래서 너무 신비롭게 들려요.”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연주를 듣기 시작했다.

현악기 특유의 독특한 음색이 귓가를 자극했다.

별빛 아래의 묘한 연주가 달빛과 함께 내게 주문을 걸 듯 귀를 매혹시켰다.

내 상상 안에서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법한 주인공들이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가 누워있는 양탄자 때문인가?

연주의 마지막 부분에는 뜬금없이 오마르 씨도 머릿속에 등장해서 리듬을 탔다.

레밥? 그 악기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 편안한 자세로 누워 이 신비로운 선율에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벌떡 일어난 9번 호세가 눈을 반짝이며 8번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그래서 이 연주는 진짜 같아요? 아니면 가짜?"


8번 아저씨가 시선을 피하며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사실 전통 악기다 보니 나도 라이브로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어.

그런데 만일 지금 디지털 음원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는 거라면 베가의 녹음 기술이 엄청 좋은 건데···“


6번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아유··· 8번 양반이 모르는데 우리 중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첫 번째 문제부터 이거 큰일 났네~~”


할아버지는 걱정은 입으로만 하고 얼굴은 내내 웃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주위가 다시 암흑으로 물들었다.


'이제 마지막 4번째 음악으로의 이동인가?'


* * *


어둠이 가시고 눈에 들어온 곳은 미국의 어느 한 재즈 카페 ‘블루노트’ 라는 곳이었다.

미국 여행책에서 봤던 ‘뉴욕의 꼭 가봐야 할 명소’ 라고 나와 있던 곳.

이 카페가 아직도 뉴욕에서 운영되고 있다면 100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시험을 보러온 건지...

방구석에 박혀 책으로만 보았던 곳들을 답사하러 온 건지···

누가 이런 시험 코스를 짠 건지 지금까지는 아주 마음에 들어‘


시험 중이라는 것을 잠깐씩 잊을 정도로 이 작은 여행을 나는 어느 순간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객석 테이블에 앉았고 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런 규모의 재즈 클럽이라면 재즈 아티스트들 여러 명이 등장해서 한 무대에서 합주를 하겠지?

어떤 류의 재즈가 나오려나···?

시카고 재즈? 스윙재즈? 아니면 보사노바?‘


방에서 재즈 LP나 듣던 나는 살아있는 듯한 재즈 연주를 볼 수 있는 지금이 인생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 기대를 무너뜨리듯 할아버지 한 분이 악기도 들지 않은 빈 손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2번이 무대 시작 전에 속삭였다.


“아마 노래를 엄~청 잘하시는 분인가 봐요.

밴드도 없이 혼자 라이브 하시려는 걸 보면.“


실망스러워지려고 하던 그 순간 무대 위의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냈다.

1번 아저씨가 갸우뚱하며 말했다.


“재즈 클럽에서 하모니카요?

베가에서 이번엔 설정을 좀 잘못 잡은 게 아닐까요?“


나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되자 마자 나와 후보자들은 모든 의심을 멈추고 바로 환호했다.


"우와아아아!!"


‘투츠틸레망’


전설의 하모니카 재즈 리스트.

음악을 듣고 나서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분의 연주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거기다 ‘Estate’ 라는 그의 가장 유명한 연주곡 중 하나였다.

자유로운 선율에서도 어딘가 애잔함이 느껴지는 곡을 들으니 뜨거운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목을 간지럽혔다.


'역시 아무도 몰라...'


주위를 둘러봐도 나 말고는 이 분을 아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아니다 6번. 저 할아버지는 분명 알고 있다.

늘 히죽거리면서 농담이나 던지던 분이.

지금은 눈이 벌게진 채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6번 할아버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어 말을 걸어보았다.


“저기···영감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고···?“


“3번 한국 청년이구먼.

자네는 음악도 추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완전히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감은 할 수 있어요.

저도 아날로그 감성을 가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나이 먹으면 추억이 담긴 노래 하나 쯤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산다네.

마치 가슴 속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며 내 추억들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깊은 감동을 받았어.

나는 늙어버렸지만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음악과 함께 이렇게 내게 다시 찾아오는 거야.

아름다웠던 사람들과 함께···

내 시절까지만 해도 음악에는 그런 낭만이 있었지.

요즘엔 디지털 음악이 넘치니···“


“6번 할아버지는 저 음악과 어떤 추억을 같이 가슴 속에 담고 계셔서 저렇게 눈물을 흘리고 계실까?

할아버지가 태어나셨을 때 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온 음악일 텐데···

어렸을 때 아버지와의 추억일까?

아니면 이 음악을 함께 들었던 첫사랑과의 기억?“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며 내 방 안에서 홀로 바라보았던···고요한 시골 밤의 무수한 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무대는 나에게 굉장히 큰 힌트가 되었다.

과연 투츠틸레망처럼 하모니카를 재즈 방식으로 똑같이 라이브 연주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아니나 다를까 내 귀에는 LP가 움직일 때마다 나오는 작은 잡음 같은 것들이 들려왔다.

나는 이 연주가 정답이라고 속으로 확신했다.

확신이 든 다음부터는 마음 편히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후보자들은 모두 예상치 못했다는 듯 얼빠진 듯한 얼굴로 하모니카 연주에 매료되어 있었다. 1번 아저씨가 다시 말했다


“제가 아까 했던 말 바로 정정하겠습니다.

하모니카 연주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방금 처음 알았어요.“


4번 일본 아주머니도 동의하듯 말했다.


“저도 하모니카는 초등학생들이 많이 배우는 난이도 낮은 악기로 잘 못 알고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생각을 고치게 되었어요.

재즈 연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 * *


음악이 꺼지고 배경은 시험 시작 전의 단상이 있던 스테이지로 돌아갔다.

이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잘 감상하셨습니까?

이제 4개의 연주 중 정답으로 여겨지는 장소 앞으로 서주세요.”


아까 보았던 네 개의 음악의 축소판 영상이 무대 위에서 생중계되듯 동시에 나오고 있었다.

개별적으로는 모두 아름다웠던 4곡의 선율이 동시에 나오면서 불협화음을 내었다.

무대 위에서 혼을 빼놓는 불협화음 속에서 우리는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 이 네 개 중에 정답이라 생각되는 공간 앞에 가서 서 있으면 된다.

6번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한 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블루노트 재즈클럽 앞으로 이동했다.

서로 우물쭈물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움직이자 우르르 따라나섰다.


‘뭐야··· 다 답을 아는 거야?

6번과 나만 답을 아는 줄 알았는데···아니면 자신이 없어서 서로 따라가고 있는 거야?‘


나도 그 재즈클럽 줄에 서서 합류했다.

5번과 7번을 제외한 모든 후보자가 재즈 연주를 고른 것이었다.

혼자 클럽 음악 앞에 선 7번이 말했다.


“나는 답은 진짜 모르겠고.

어차피 최후의 1인이 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면 빨리 끝내고 싶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랐어요.“


사람들은 당당한 그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7번은 그런 태도를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베가에서 고통을 최소화해서 보내준다고 했으니까요.

나는 Lucky Seven이잖아요.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내가 빌어줄게요!“


‘7번은 진짜로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누가 들어봐도 그냥 빨리 죽기를 작정한 사람의 말투였다.

5번은 혼자 페트라의 레밥 연주를 골랐다.


‘페트라가 고향인 사람도 버린 카드를 혼자 짚다니. ㅋㅋㅋ’


저 5번 녀석은 알고 보니 바보인가?

정말 눈치가 없다.

요르단 11.5.jpg

11.5 요르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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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4 신은선주
    작성일
    22.05.20 11:02
    No. 1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선호, 추천하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1 활시위
    작성일
    22.05.20 20:31
    No. 2

    흥미진진하네요. 건필하십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룰루랄라7
    작성일
    22.06.09 10:27
    No. 3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은 정말 추억의 매개체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ㅎ 예전에 치매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치매에 걸린 사람한테 그 사람이 되게 즐겨듣던 음악이나 아니면 인생의 어떤 중요한 일에서 틀었던 음악을 들려주면 그 기억을 오롯이 해낸다고 하더라구요 ㅎ 예술은 참 신비한 것 같아요 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ve******
    작성일
    22.06.09 13:30
    No. 4

    치매가 걸려도요? 오, 대단하네요...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함께... 뇌의 굉장히 깊은 곳에 저장되는 기억인 것 같아요.ㅎㅎ 저는 처음 알게된 사실입니다! 룰루랄라7 님, 댓글로 한 수 배워갑니다~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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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7 3 10쪽
14 탈락자들. 2 라운드 시작 +4 22.05.21 77 3 10쪽
»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4 22.05.20 82 4 10쪽
12 1 라운드. 거울의 방과 알카즈네 +1 22.05.19 77 3 10쪽
11 1 라운드 시작과 후보자 소개 +4 22.05.18 80 7 10쪽
10 동의서와 블랙리스트 +2 22.05.17 9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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