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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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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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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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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27 21: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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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쿠나모랑가

DUMMY

20. 쿠나모랑가



나는 나를 깔보듯 말하는 2번에게 열이 받아서, 받아치듯 똑같이 멸시하는 말을 던졌다.

그나마 참고 있었을 때보다는 속이 좀 후련해졌다.

그리곤 분이 안 풀려서 혼자 속으로 마저 다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2번 녀석.

이중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군.

응옥이란 원래 이름을 버리고 루나?

가명처럼 새 이름도 쓰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네.

이런 사기꾼!‘


갑자기 2번이 길에서 소리를 질러 댔다.


“야!!!!!"


나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어휴 귀 떨어지겠네... 미쳤나봐. 휴... 상종을 말아야지.'


"엉엉···야 3번 이 나쁜놈아···”


‘뭐야? 우는 거야···지금? 참나···

자기가 먼저 기분 나쁜 말들을 먼저 시작했으면서···

본인이 듣기 싫은 소리 몇 마디를 듣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보네.‘


2번은 갑자기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분노의 찬 두 눈을 부라리며 나에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 나도 내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어!

루나일 때는 관심을 지금처럼 한 몸에 받다가···

응옥일 때는 길가의 가로수보다도 못해...

길을 가도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단 말이야! 흑흑···“


2번이 하소연하듯 하는 말들은 나에게 공감을 주지 못했다.


‘가로수? 길에서 자길 안 쳐다봐서 그런 비유를 든거야?;; '


2번은 어느 덧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말들을 털어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격차가 큰 두 개의 생활을 오가다 보면···

응옥일 때는 너무 지루하고 우울해져.

응옥인 나를 완전히 버리고 싶다고···

그냥 완전히 모두에게 사랑받는 루나로만 살고 싶다는 얘기야.

그리고 그게 나의 베가 입사 시험 지원 이유라고!“


2번은 그렇게 가슴속의 억한 심정 같은 것들을 쏟아내듯 나에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계속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엉엉···흑흑···”


‘휴··· 2번아 나는 네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울고 있는 2번을 계속 보고 있으니 어쩐지 딱하게 느껴졌다.

2번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이 본인 삶의 행복의 증표이자. 살아가는 이유였을까?

처음에는 거만해 보였지만 사실은 정서적으로 무언가 결핍이 되어 저렇게 사는 것은 아닌지.

나는 측은함에 말을 먼저 건넸다.


“저기··· 2번··· 아니··· 루나야.

내가 방금 말이 좀 심했어.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나 봐.

말로 공격해서 상처를 줬다면 미안해···“


내가 사과할 것을 예상 못했는지 2번은 아직 붉은 토끼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베가에 접속하기 전까지 나는 너를 응옥으로 먼저 만났잖아?

현실의 응옥도 충분히 예쁘다고.

루나가 가진 화려함은 없지만 자연스럽고 청순한 외모라고.“


입바른 칭찬에 조금씩 넘어가고 있나? 2번 입꼬리는 올라갈 듯 말 듯 씰룩거리고 있었다.


‘하하 좀 더 애써보자···’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같이 오게 된 이유인··· 아마존 접근 계획의 아이디어를 혼자 짤 정도로 똑똑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응옥일 때의 너도 너무 미워하지는 말라고.“


나의 긴 사과를 들으면서 응옥은 울음을 완전히 그쳤고 언제 울었냐는 듯 갑자기 환한 미소를 보였다.

표정을 계속 살피던 나는 빠른 변화에 속으로는 조금 무서웠다.


“혹시 조울증 같은 문제도 함께 겪고 있는 것인가?;”


다시 기분이 좋아진 응옥이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3번.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응옥도 충분히 예쁘다는 말···“


“아 그랬어? 뭐···네 기분이 풀렸다면 다행이야.”


“미안해. 내가 요즘 혼란스러워.

처음에 베가커넥터 이용을 시작했을 때는 진짜의 나.

응옥을 감추기 위해서 루나라는 가면을 썼거든.

그런데 루나가 되었을 때의 내가 오히려 나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나는 2번이 말하는 혼동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어떤 면에서는 가면을 쓴 사람이 더 솔직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법이지.

그렇게 욕망에 충실한 내가 진짜 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익명성이나 가면에 의해 보호 받은 채로 스스로의 본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도 혼동이 오기 시작했다.


‘그런 가면을 썼을 때가 진짜 실체일까? 아니면 가면을 벗었을 때 타인에게 노출되는 실체가 진짜일까?’


기분이 풀린 2번이 본인의 이마를 한번 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이렇게 대화하다 보니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잊을 뻔했다.

‘쿠나모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내 봐야지“


“그래 맞아. 우리 이럴 때가 아니야. 서두르자!”


2번은 친구 리스트를 열어 ‘쿠나모랑가’를 찾았다.

접속창을 보고 말했다.


“어? 다행히 접속 중이다.

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동시에 이동할 수 있도록 내 손을 잡아 3번.“


기분 탓인가?

아까 유람선 안 현실 세계에서도 베가를 접속하기 위해 처음 손을 잡았던 2번과 나.

그때의 2번의 손은 아무 긴장감이 없어서 건조하고 차갑기까지 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2번은 뭔가 달랐다.

손을 내밀며 뭔가 쑥스러운 듯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물론 이 모든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ㅋㅋㅋ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사이 베가 세계의 아마존 재현 구역으로 넘어왔다.

이 곳에 쿠나모랑가가 있었다.


“루나 안녕! 무슨 일이야?

이 베가 아마존 구역까지 다 넘어오고.“


“쿠나모랑가 잘 지냈어?


“이쪽은 3번. 아니다··· 이름이···음···”


역시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2번은 내 이름도 기억도 못 하고 있었고, 내가 직접 나서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박시우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쿠나모랑가.”


2번이 근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쿠나모랑가의 모습을 옆에서 살펴보았다.

얼굴에는 화장인지 문신인지 모를...붉은색의 인상적인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쿠나모랑가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인지 몰라도, 현실과 똑같은 모습의 아바타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흠...나도 쿠나모랑가처럼 현실의 모습과 똑같은 아바타를 쓰고 있는데 그다지 개성은 없단 말이지···”


현실에서는 생각도 안 해봤을 문제들을 여기 가상 세계에서는 자꾸 고민하게 되다니. 스스로가 우습고 가엾게 느껴졌다.

초면에 어색한 분위기를 달랠 겸 나는 쿠나모랑가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칭찬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쿠나모랑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너의 용기는 정말 대단했다고 들었어.

현실 세계에서 살아있는 애벌레를 씹어서 먹다니...

그리고 그 영상으로 800만이 넘는 팔로워를 얻었고 말이야~

나라면 끔찍해서 절대로 시도해 볼 수 없었을 거야. 정말 용감해!“


칭찬을 마치고 쿠나모랑가의 얼굴을 살폈는데 뭔가 상당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우리 부족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야자나무에 기생하는 애벌레를 먹어.

코코넛 향이 나는 맛있는 벌레지.

우리에게는 매일 먹는 간식 같은 거야.

박시우. 넌 현실 세계에서 간식을 먹을 때 매일 용기를 내며 먹고 있지는 않겠지?


‘아···그게 매일 먹는 간식 일상의 영상이었어?;;’


나는 아차 싶었다. 이제 어떻게 수습하지 하고 속으로 계속 우물쭈물했다.


‘아 이런···완전히 말실수 했다.

잘 보이기 위해 칭찬을 하려다가 오히려 문화적인 모욕감을 주었을 수도 있었겠는걸···‘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2번이 안 좋은 상황을 눈치챈 듯 대신 말했다.


“쿠나모랑가. 내가 대신 사과할게.

얘 한국의 어느 촌 동네에서 쭉 살아왔고, 비건이 된 지도 얼마 안 되어서 전 세계 비건들을 잘 만나보지 못했어.

모두에게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직 잘 몰라.“


2번이 하는 말을 듣다 보니 얘가 나를 지금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 말로 돌려 까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일부러 너희 부족의 풍습을 놀리려고 말한 건 아닐 거야.

얘가 나쁜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은 내가 보증할게.“


쿠나모랑가는 쿨내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루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번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하고 넘어갈게.

너 앞으로는 조심해. 박시우“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앞으로 조심할게···미안해.


휴···2번 덕분에 실수를 잘 넘겼다.

또 다른 실수를 하기 전에 이제부터 나는 입에 지퍼를 채운 듯 조용히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번이 이제 본격적인 부탁을 하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쿠나모랑가. 본론을 바로 얘기할게.

사실 아마존강 위의 유람선에서 사람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

우리 2명은 대표로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거야.

모두 7명인데 베가커넥터를 원시 부족에게 전달해 주고 7명의 부족원을 비건으로 가입 시키려고 해.“


쿠나모랑가는 의심스러운 듯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7명의 원시 부족원을 비건으로 가입시켜야 하는 그 이유는 뭐지?”


우리는 베가와의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지금 시험 중이라는 것을 발설할 수 없었다.

2번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너에게 말을 해줄 수가 없어.”


쿠나모랑가는 2번을 한번 쳐다보더니 등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래? 그 이유를 말해 줄 수 없다면 나도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잘 가 루나.”

애벌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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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1 리드완
    작성일
    22.05.28 15:44
    No. 1

    잘읽고가요 ^ ^ ㅊㅊ 즐거운 주말되세요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6 룰루랄라7
    작성일
    22.06.15 22:22
    No. 2

    응옥이는 마음이 공허한가 봐요. 자신보다 가면을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진짜로 힘든 건데......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ve******
    작성일
    22.06.16 13:44
    No. 3

    맞아요 ㅠ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더라고요ㅠ 남들이 보는 이미지 유지만 하는데도 많은 노력과 스트레스가 발생할텐데도요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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