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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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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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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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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45

작성
22.05.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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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DUMMY

04.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매년 베가 입사 시험을 보러 갔다가 알 수 없는 바이러스나 심장마비,

혹은 원인 모를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종종 나왔거든.

내 말은···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너희 아버지 혼자가 아니라는 얘기야.“


대화할수록 쌓여가는 분노로.

나도 모르게 양손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그러면 그런 유족들이 모여서 항의해보면 어떨까요?”


어머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워낙 여기저기서 아직도 바이러스로 갑자기 사망하는 세상이고···

베가가 조금 큰 기업이니···? 언론사도 가지고 있는 기업인데. 그런 흔하고 빈번한 사망 뉴스들은 이슈조차 안 되고 금방 묻혀 버렸지.“


머릿속이 복잡해진 나는 확인하듯

어머니께 다시 한번 여쭤보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심증은

아버지가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베가 시험을 보러 가셨을 때 내부에서의

어떤 사고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죠?”


어머니는 한번 끄덕이시더니 소리 내

통곡하시며 말씀하셨다.


“맞아···흑흑···

그날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날 줄을 알았으면 절대로 보내지 않았을 텐데···”


20년도 넘은 그날.

아버지를 말리지 못했던 자신을 아직도 원망하시는 듯.

이불 위로 어머니의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모든 게 베가 위주로 돌아가는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혹시 너마저 잃게 될까 두려워서···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넘어온 거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처음 알게 된 나는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하루하루가 비슷했던 나의 일상에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듯했다.


“시우야···이렇게 뇌암 선고를 받고

기억을 잃을지도 모른다니까 하는 소린데···

내가 만일 죽기 전에 베가 가상 세계에 접속해 본다면···

그곳에서 아버지를 다시 한번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가 핸드폰 안에 아버지의 사진을 촉촉한 눈가로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오늘따라 꿈에서 네 아버지를 만나서 내가 헛소리를 다 하나보다···”


나는 어머니를 다독여 드리듯 말했다.


“아니에요. 엄마.

아버지가 만일 진짜로 베가의 가상 세계에 남아 계신 거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해보실 수도 있죠.”


어머니께서는 그동안 표현하지 못하셨던 마음속의 모든 얘기를 다 털어놓으시는 듯했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평생 한이 맺혀서 꼴도 보기 싫었던

원수 같은 베가였는데···

암 선고까지 받고 나니깐 네 아버지

베가 세계에서는 정말로 잘 남아 계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이런 얘기를 너에게 하는 날도

오는구나 시우야.“


긴 대화 후에 어머니는 잠이 드셨다.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서 베가 입사 시험을 보러 가셨던 것이었구나.

어쩐지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만 하고 자세한 설명을 한 번도 안 해주셨어.

아버지의 사고가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내게 말씀을 못 해주시는 줄 알았는데···‘

베가와의 그런 가슴 아픈 비밀을 숨기고 계셨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긴···내가 어릴 때부터 어딘가에서 듣고 와서 베가 관련 얘기만 하면···

절대로 베가라는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고 야단치셨지···

베가에서 주는 물건은 정신 건강이나 두뇌 활동에 유해하다면서.

술 담배보다 베가기기를 멀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항상 하셨던 어머니···

이제야 왜 그렇게까지 하셨는지 알 것 같아.‘


마지막 하나의 퍼즐이 들어가니 퍼즐 전체의 그림이 보이듯.

숨겨진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나니

예전 어머니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강압적이셨던 모습들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가지신 채로 혼자 연고도 없는 시골로 넘어와서 키워내신 거였구나.’


그리고 어린 시절 어머니께 느꼈던 작은 불만과 오해도 눈이 녹아내리듯 가슴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내가 만일 죽기 전에 베가 가상 세계에 접속해 본다면···

그곳에서 아버지를 다시 한번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께서 대화 끝에 하셨던 이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휴···병실은 답답해서 안 되겠어.

병원 로비에라도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들어와야지···‘


나는 어두운 1층 로비 중앙에 홀로 멍하니 이런저런 고민에 빠진 채로 앉아 있었다.

어둠 사이로 물고기들이 분주히 다니듯 베가 광고들이 여기저기 밝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로비에서 어제 스쳐 지나갔던 베가코인 납부처, 베가코인 환전소, 베가커넥터 무료 배포 자판기를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오늘 의사가 얘기했던 터치스크린이 생각나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베가커넥터, 베가업로더에 관한 몇 개의 아이콘이 터치스크린 화면에 있었는데, 제일 먼저 나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조셉 박사의 베가커넥터 출시일 영상

2044년 7월7일] 이었다.


‘대략 40년 전? 오래된 영상이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그 아이콘의 버튼을 한번 눌러 보았다.

그러자 마치 램프 속 지니가 나오듯 왜소한 체격의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눈앞에 떠오르며 등장했다.


‘와 진짜 실감 나는 홀로그램이다···

마치 내 눈앞에 사람이 실제로 서 있는 것만 같아.‘


홀로그램의 남자는 어두운 로비 안에서 밝게 떠올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뇌 과학자 조셉입니다.

평생을 뇌 과학 연구에 바쳐온 제가

요즘 몰두해 온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꿈을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저는 인간이 자신의 꿈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거나,

원하는 데로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상상해 왔고,

이 주제를 저의 연구에 적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많은 연구 끝에

뇌의 특정 부분을 이용하여

꿈을 조절해 내는 것에 성공했어요.

앞으로 저를 뇌 과학자가 아닌

꿈 과학자라고 불러주세요~여러분~


더 나아가, 이번에 베가와 공동 개발

끝에 만든 제품을 소개합니다!“


“바로 베가커넥터입니다!”


나는 그 이름을 박사가 크게 외치는 순간 무릎을 탁쳤다.


‘아 이렇게 40년 전에 출시 된 게

그 유명한 베가 커넥터였군.’


“베가커넥터로 자면서 꿈을 꾸는 동안 메타버스. 쉽게 말하면 가상의 세계로 접속이 가능하세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베가 커넥터를 쓰고 주무시면 됩니다.

저의 꿈을 컨트롤하는 기술과 베가의 메타버스 구현 능력이 만나 이런 획기적인 제품이 나오게 되었죠.

주무시는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은 가상 세계에서의 환상과 몰입도를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베가커넥터는 앞으로의 세상을 바꾸어 놓게 될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나중에 우리 IT 역사는 베가커넥터 전과 후로 나뉘어 기록되겠죠?

그래서 이 제품의 가격은 얼마냐고요?

무료입니다.

각 도시 공공편의시설 근처에 베가커넥터 무인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이니 이용해보세요~

그럼 다음 신제품 발표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홀로그램의 조셉 박사는 사라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때 베가커넥터를 쓰고 잠드는 것이었구나···’


5분도 안 되는 것 같은 짧은 영상으로 베가커넥터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역시 처음에는 뭐든지 약간의 교육이 필요하군···’


그리고 나서는 [베가커넥터 이용자 후기 인터뷰]라는 아이콘을 누르니 평범한 모습의 한 아저씨가 나왔다.


“베가커넥터를 이용하고 나서

제 삶은 전보다 훨씬 윤택해졌어요.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던 것들을 누려보기도 했고요.

두 개의 인생을 오가며 사는 느낌이죠.

두 삶이 완전히 분리된 것 같지만

그래도 제 영혼은 하나의 정신이에요.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이 가상 세계의 삶에서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가상 세계에서의 색다른 체험들도 저의 무료했던 현실의 생활에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죠.

인생이 두 배로 늘어났듯 행복도 두 배로 늘어났어요.

이젠 베가커넥터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여러분도 저처럼 삶을 바꿔보세요~

베가커넥터가 도와줄 겁니다!“


‘헐···이 체험 수기 같은 영상은 대본이 있었나?’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좀 뻔하고 진부한 광고 영상처럼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베가업로더 출시일 영상2059년 7월 7일]을 눌러보았다.


‘흠···아까 영상이랑 15년 차이네?’


뉴스나 광고에 나올법한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방송의 사회자 한 명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베가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어 하시는 비건 여러분~ 드디어 15년 만에

신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베가업로더!“


홀로그램 영상 안 신상품을 소개하는 스튜디오에는 진행자 외에 한 남자가 헬멧 같이 생긴 베가업로더를 머리에 쓰고 누워있었다.

진행자는 남자를 가리키며 소개하듯 말했다.


“여기 베가업로더의 첫 구매자이신 두바이의 오마르 씨는 수조 원의 재산을 가지시고도···

병든 육체로 영생을 사시는 것에는 큰 한계를 느끼셨어요.

본인이 평생 일구어낸 부를 다 쓰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는 것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셨죠.“


진행자의 얼굴이 갑자기 클로즈업되었다. 손을 입 가까이에 가져가며 ‘쉿!’ 마치 이제 막 비밀스러운 사실을 공개할 것만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비건들!

놀라지 마세요!

여기 누워계신 오마르 씨는

사실 일주일 전에 돌아가신 상태입니다“


나는 그 말에 기겁했다.


‘헉···소름···죽은 사람을 데리고 영상을 찍은 거야?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진짜 오마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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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라운드 마지막 순간 +3 22.05.25 51 3 10쪽
17 베두인 커피와 디야파 +3 22.05.24 58 3 10쪽
16 2라운드. 현대식 게르 +3 22.05.23 58 3 10쪽
15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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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Vega? Vegan? +1 22.05.13 118 4 10쪽
» 베가커넥터와 베가업로더 +1 22.05.12 156 6 10쪽
4 아버지의 비밀 +1 22.05.11 164 8 10쪽
3 할배 감성 +1 22.05.11 193 11 9쪽
2 칙칙폭폭 22.05.11 27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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