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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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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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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5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5.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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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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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 라운드. 사막 개미

DUMMY

14. 2라운드. 사막 개미




뜨거운 모래와 타들어 가는 듯 일렁이는 태양만이 우릴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모래로 된 산등성이 같은 부분에 올라 줄지어서 걷게 되었다.


“푹, 푹, 푹, 푹”


우리 8명의 후보자는 뜨거운 모래 위에서 푹. 푹. 발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일렬로 걷고 있었다.


“신발 안까지 뜨거운 모래가 다 들어가네···휴...”


사막 경험이 많으신 8번 모하메드 아저씨가 선두로 앞장서서 걸었다.

지쳐가는 시선을 360도로 돌려보았지만, 깃발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으···대체 깃발은 어디 있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 때 저 아래 낮은 지대 멀리 8개의 깃발이 보였다.


“오! 저기 아래 쪽으로 드디어 8개의 깃발이 보여요!!!“


깃발들이 시선에 들어오자마자 그룹의 중간 정도에서 걷고 있던 1번 호주 아저씨가 갑자기 무리를 이탈해 나갔다.


“저는 먼저 갑니다~모두들 미안해요~”


‘헐···뭐야 1번. 저렇게 갑자기 혼자 가는 거야?’


1번 아저씨는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그 위에 엎드려 모래 썰매를 타듯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스으으으윽"


웃통을 벗은 아저씨의 뱃살이 겹쳐 출렁이며 흔들렸다.

아저씨의 몸무게 덕분에 내리막을 타고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와...빠르다'


9번 호세가 경쟁심으로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아 1번, 저 인간! 결국 탈락 면제권 자기가 받겠다는 잖아? ㅋㅋ

그동안 교회 쟁이인척 내숭 떨고 있었어!!

기다려라 내가 앞서줄 테니!“


9번이 열 받은 듯 씩씩거리며 똑같이 상의를 벗어 미끄럼틀을 타듯 빠르게 1번 뒤를 쫓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윽"


8번 모하메드 아저씨가 그들의 뒷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안돼! 그러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고!”


아저씨 말을 무시하고 두 명은 이미 모래 위에서 깃발을 향한 레이싱을 벌이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8번 아저씨는 나를 포함해 같이 걷는 5명에게 말했다.


“사막에서 혼자 다니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친구가 필요하다고···

사람이 아니면 낙타 같은 동물이라도···“


나는 힘겹게 걸으며 혼자 생각했다.


‘낙타? 그래 맞아.

시험 출제 위원은 우리에게 낙타라도 타고 가는 미션을 줄 것이지~

이 사막 한복판을 걷고 뛰게 하다니···‘


8번 아저씨가 가이드처럼 계속 말했다.


“이런 사막에서는 사람보다 동물이 나을 때가 많아.

한낱 미물 같아 보이는 개미들도 이 안에서 길을 더 잘 찾고 더 잘 생활하지.”


나는 개미라는 소리에 궁금해 물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고 더운 사막에도 개미가 있나요?

개미 먹이도 없어 보이는데요?


10번 에밀리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8번은 사막 개미를 말씀하시는 걸 거야.”


“사막 개미요?”


10번이 자신감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안 그렇게 보이겠지만.

현실에서의 직업은 곤충학자거든.”


우리는 모두 예상치 못해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수군수군”


“10번이 곤충 학자래요?”


“하하 정말일까?!”


“속닥속닥”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10번이 모두에게 물었다.


“이 눈빛들은 뭐야?!

다들 왜 그래요? 왜...?

내가 곤충 학자라고 하니까 거짓말 같아요?“


우물쭈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대표로 10번에게 대놓고 말했다.


“아···사실 우린 운동선수이실 것으로 예상했어요.

배구 선수나 아니면 유도 같은 종목이요. 아니면 여자 경호원?“


10번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3번.

그렇게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해서 어떻게 해?

팔 힘 좋다고 다 운동선수는 아니지~

하긴 물론 요즘 시대에는···

남자든 여자든 방 안에만 있다 보니 다들 신체가 나약해져 있지만.”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10번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새로운 곤충의 채집과 연구를 위해 나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야.

곤충이 있는 곳이라면 자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보았지.

그런 탐험을 위해 몸을 쉬지 않고 단련했고.“


10번이 아주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엔 암벽을 타서 절벽에만 사는 희귀 종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거든“


‘아하. 저 팔 근육은 암벽을 타기 위해 단련된 거였구나.’


내가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을 때였다.

갑자기 2번이 10번에게 다가와 팬심을 고백하듯 말했다.


“10번 정말 너무 멋져요.

저도 언젠가는 10번처럼 강인한 여성이 되고 싶어요.

저는 늘 겁이 많아서 시작도 못 하거나

도전하다가도 중간에 포기하고 말거든요.“


10번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2번은 속사포를 던지듯 계속 말했다


“이런 시대에서 태어나서 여자라서 못한다는 말은 회피성 강한 핑계이고.

스스로 동등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잖아요?

마치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시험에서 강하게 살아남아서 꼭 10번 같이 자신감 넘치고 도전적인 여성이 되고 말 거예요.“


10번이 대답했다.


“도전적인 여성이 아니고

도전적인 사람이 되려고 하세요.

하나의 주제에 갇혀서 거기에 연연하듯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잖아.

사실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성별에 연연하지 말고 다른 이들과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면 더 나은 여성이자 사람으로 성장해있을 테니까.“


“아아···좋은 말씀 감사해요.10번.”


'둘다 페미니스트인가? 아니면 2번만?

페미니스트에 대해 정확히 범위를 정해서 정의 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지만.

어쨋든 2번과 10번의 생각의 결이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어.'


10번은 2번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자신의 전문 분야로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사막 개미는 정말 대단해.

보통의 개미들도 사람과 똑같이 지형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페로몬을 활용해 길을 찾거든?

그런데 사막 개미는 바람에 의해 지형이 바뀌어도 결코 길을 잃지 않아“


내가 흥미로운 얘기라는 듯 물었다.


“어째서 사막 개미들은 절대로 길을 잃지 않죠?”


10번은 전문 지식을 뽐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편광 필터처럼 작용하는 여러 겹의 눈을 지녔기 때문이야.

햇빛이 내리쬘 때 전기장의 방향이 회전하는 게 편광인데, 그것으로 집의 방향을 찾는 거야.”


‘편광 필터라···전기장은 또 뭐고···?’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티를 내지 않으려고 나는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10번은 말을 이어갔다.


“개미의 뇌에는 생체 시계가 있어서 걷는 방향을 한 시간에 15도씩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해 줘.

마치 해시계가 자연스럽게 각도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수학을 이용해.”


“개미가 수학을요?”


“응. 대부분의 곤충과 새가 할 줄 아는 수학이야.

경로적분이라고 하지.“


“아~경로적분. 맞아요. 역시 그렇죠?”


내가 알아듣는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10번은 알아듣기 쉽게 다시 설명해주었다.


“쉽게 말하면, 사막 개미는 집을 출발해서 이동한 곳까지의 ‘방향과 걸음 수’ 를 토대로, 집 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정확히 계산해 내거든.“


갑자기 사막의 개미가 애처롭고 귀엽게 느껴졌다.


‘개미가 생각 없이 가는 게 아니고 걸음 수를 속으로 생각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었구나.

그 작은 머리로 매번 걸음 수를 세며 걷는다니···이 귀여운 것들‘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자 웃고 있을 때 10번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서 현 시대의 몇몇 보행 로봇도 사막 개미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어”


내 자신을 생각하며 말했다.


“정말 우리는 사막에서는 개미만도 못한 인간들이네요.


대화를 들으면서도 말없이 무언가 혼자 집중하던 8번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걸음 수와 그림자의 방향이라면 아까 출발할 때부터 내가 체크하고 있었어.

자기만 살겠다고 먼저 간 저 녀석들은 문제겠지.“


멀리 깃발이 있는 곳에 막 도착하려는 그 두 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기 보여요! 우와!

방금 1번이 9번보다 먼저 깃발을 뽑았어요.”


간발의 차이로 1번이 먼저 깃발을 뽑았다.

흥분한 상태로 승리의 미소를 짓는 1번과 잔뜩 약이 오른 9번의 모습이 보였다.


“에잇!”


그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우리 쪽을 향해 뒤를 돌았다.


“헉···”


그 순간 그 두 명의 안색이 변하면서, 뭔가 아차 싶었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목격했다.

출발한 곳에서부터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아~ 저 대책 없는 사람들···

이런 라운드에서는 사막을 다녀 본 사람 옆에 일단 딱 붙어 있었어야지.’


그 두 명은 깃발이 꽂힌 곳까지 빨리 가기 위해 뒤돌아 보지 않고 계속 경주하듯 달렸다.

깃발을 뽑고 뒤를 돌아보니 모래 위 흔적은 지우개로 지워낸 듯 아무것도 없고.

보이는 것은 ‘걸어오고 있는 우리. 후보자 6명’ 밖에 없었겠지.

모래와 바람은 마치 절대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휘이이이잉~”


우리가 발목까지 빠지는 깊은 한 걸음을 걸어도, 바람이 조금 불면 패인 발자국을 말끔히 덮어 버렸다.

먼저 가서 깃발을 뽑은 그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8번 아저씨가 약간의 조소를 입가에 담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녀석들. 길 잃은 강아지들 마냥 안절부절 못 하고 있군.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저기 먼저 갔던 2명과 거래를 해야겠어.”


나는 8번 아저씨의 작전이 궁금했다.


“아저씨, 빨리 말씀해보세요. 저 두 명과 어떤 딜을 하실 건가요?”

1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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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라운드 마지막 순간 +3 22.05.25 5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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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라운드. 현대식 게르 +3 22.05.23 59 3 10쪽
» 2 라운드. 사막 개미 +4 22.05.22 68 3 10쪽
14 탈락자들. 2 라운드 시작 +4 22.05.21 77 3 10쪽
13 결정의 시간. 추억과 음악 +4 22.05.20 82 4 10쪽
12 1 라운드. 거울의 방과 알카즈네 +1 22.05.19 7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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