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23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14 20:24
조회
472
추천
0
글자
12쪽

16화. 파괴된 우리 - 2

DUMMY

“정말 너무 하지 않아?”


“에이, 말로만 그러신 거겠지. 아무리 네가 영웅의 피라도 결국은 인간일 뿐인데.”


테르에스테의 말 그대로다.


“그렇지? 게다가 영웅의 피라고 전부 책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멋들어지게 악당을 무찌르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고 한 건 레이셀님이였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억지로 내가 뒤집어 쓴 그 중책이 부당하다는 것만 확고해진다.

하지만 그 기분 그대로 따지러 가야겠다하다가도 마지막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네가 선택한 일이잖아. 난 네가 마신님께 직접 복수하겠다고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못 된 사실인건가?>


라는 레이셀님의 대답.

물론 그 선택과 마신님께서 하신 ‘이곳에서 네 운명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이라는 그 말씀이 이런 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그 자리에서 따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선택이었다는 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단지 부담이 더 얹혀 졌다는 이유만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가벼운 결단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테르에스테의 말 대로 말로만 그런 거겠지 라고 생각해버리는 수밖에.


“그보다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그러고 보니 테르에스테에게 투덜대는데 몰입하다가 본래의 목적을 잊고 있었다.


“아아, 네게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수업 때문에 데모테르님을 뵈러 가야하는데.......”


“수업?”


“아무래도 데모테르님의 수업이니 너도 같이 듣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나야 좋지. 그래, 같이 가자.”


.......다행이도 혼자 가기엔 용기가 나질 않는다는 내 본심은 들키지 않은 듯하다.


.

.

.


그렇게 테르에스테와 함께 도착한 론니악 2층. 데모테르님의 연구실 앞.


“아, 그러고 보니 무슨 수업인데? 나는 들은 게 없었는데.”


그 질문. 사실은 그대로 내가 돌려주고 싶다.

검술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기에 난 당연히 이전에 개방으로 검을 보여준 적 있는 베스파로제님이나 왠지 검 같은 걸 잘 다룰 것 같은 스레나스님의 수업을 예상했건만.


“글세, 나도 레이셀님의 말씀만 듣고 온 거라.”


그래, 하다못해 레이셀님이 말씀하신 수계주가 안제루즈님이나 세르피리아님.

아니, 제니루나님만 됐어도 검술수련을 할 것이라는 조금 못 미더운 예측이라도 해보겠다만.

데모테르님이라니. 검술은 둘째치고서라도 무슨 수업을 하실련지 상상도 되질 않는다.


“흐음, 뭐 직접 여쭤보면 알 수 있겠지.”


혼자 왔다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더듬었을 게 뻔하다만 테르에스테가 뒤에 서있기 때문일까? 눈 딱 감고 차분하게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그래, 어서 오거라. 에스티도 왔구나. 잘 왔다. 마침 부르려 했건만. 어서 들어 오거라.”


연구실 안에서 풍겨오는 특유의 약물냄새는 도저히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레이셀님께 들어 기다리고 있었지. 이리 와서 앉거라.”


의자를 잡아당겨주신 자리 위로 남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 물론 등이 닿지 않게 살짝 허리를 굽힌 채.


“에스티, 너도 여기 앉거라.”


테르에스테가 내 왼편에 앉는 것 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데모테르님은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으셨다.


“그래, 검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얼핏 들어 신경 쓰지 못했지만 데모테르님.

분명 레이셀님께 들어 기다리고 있으셨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검을 수련하기엔 시간도, 여유도 없다. 라고 레이셀님이 말씀해 주시더구나.”


그 말에. 왜 레이셀님이 검술 수련을 데모테르님께 부탁하신 건 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제에스테. 숙련된 인간 검사는 일반적인 인간보다 세배의 시간을 갖는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


세 배의 시간? 무슨 비유적인 표현인 건가?


“클클, 예가 너무 어려웠던 건가?

쉽게 풀어 말하자면, 같은 시간동안 일반적인 인간이 한 가지를 볼 수 있다면 숙련된 인간 검사는 세 가지는 볼 수 있다는 말이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라고 베스파로제님께서 말씀해 주시더구나. 어쨌든 그래서.......”


“베스파로제님이요?”


실례되게도 데모테르님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말았다.

스스로의 행동에 당황해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은지 오래.

화....... 나셨겠지?


“그래, 베스파로제님께서 말씀해 주신 게 맞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냐?”


“무, 문제인 건 아닙니다만.”


얼굴 대부분을 뒤덮은 그 물집 덕분에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목소리만을 들었을 땐 다행이도 화가 나신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잘 못 들은 건가 해서요. 베스파로제님은 제게 그렇게 관심이 없으시니.......”


“로제에스테, 베스파로제님과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게냐?”


라는 말씀엔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도 란세르님과 베스파로제님의 결투가 있은 뒤 부터였을 것이다.

한동안은 마주칠 때마다 화가 가득 차신 눈으로 날 노려보시더니

언젠가 부터는 계속 어딜 나가시는 건지 만나지도 못했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이 오른팔에 있는 란세르님의 영혼석이 문제가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클클, 베스파로제님은 여전하신가 보구나.”


“네?”


“그러니까 800년 정도 전쯤이려나....... 베나로제님께서 베스파로제님을 데려 오셨을 때도 그러셨었지.

먼저 나서서 말은 못하시고 관심 없는 척, 신경 안 쓰는 척.”


800년 전? 베나로제님?

데모테르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혀 따라가질 못하겠다.


“이 내가 장담하도록 하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베스파로제님의 일은 걱정 안 해도 될게다. 로제에스테.”


라는 데모테르님의 미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떨떠름한 얼굴로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어제의 회의에서 네 수업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는데.......”


“회의.......요?”


“레이셀님께 듣지 않았던 게냐?

어제, 마신님의 성에서 앞으로의 네 수업에 대한 수계주들의 회의가 있었지.

이거 자꾸만 얘기가 새는구나.

어쨌든. 베스파로제님께서 네 검술 수업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말씀을 해 주셨었지.”


내 수업에 대한 회의. 라는 말에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 둘 씩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이셀님이 자리에 없으셨던 것부터 해서 왜 베스파로제님이 내 수업에 대해 말씀하신건지에 대한 의문까지.


“아까 말했던 숙련된 인간 검사는 일반적인 인간보다 세배의 시간을 갖는다는 말.

베스파로제님의 말씀으로는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숙달된 경험, 단련된 신체 그리고 동체시력.

이 세 가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구나.”


동체시력? 처음 듣는 단어다.

그 어감만으로 보기엔 움직이며 본다? 그런 뜻이려나?


“클클, 로제에스테. 동체시력이란 것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란다.”


지금, 내 생각을 읽으신 게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네게 가르쳐 줄 것은.......”


“우, 우왁!”


밑쪽에서 난 철커덩 하는 소리에 고개를 내려 보기가 무섭게 의자에서 솟아 나온 가죽 끈이 양 팔을 묶어 맸다.

뭐, 뭐야? 하고 팔을 내려 본 순간 같은 방법으로 다리까지 의자에 둘러 묶였다.


“아니지, 가르쳐준다기 보다는....... 그래, 만들어 준다고 보는 게 맞겠구나.”


“데, 데모테르님?”


갑작스레 사지가 구속당하는 바람에 머릿속은 이미 공황상태.

공포심과 두려움 그리고 갑자기 내게 왜? 라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힌 눈으로 데모테르님을 올려보자.......


“우선은. 지금의 네 몸이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알아보자꾸나.”


본능적으로.

이대로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 테르에스테!”


하고 돌아본 테르에스테는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 그거 완전히 명복을 빈다는 뜻이잖아!


“데, 데모테르님? 그,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자칫 잘못 했다간....... 죽을지도 모르니까.”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아아아아악!”


.

.

.



“그래, 어디 보자. 결투 경험은 극히 적고.......”


힘없이 늘어진 머리, 초점 없는 눈으로 겨우 기나긴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


“데모테르.......님?”


는 게 아니라 실험이 끝났으면 좀 풀어줘요!


“아, 내가 잊고 있었구나.”


하고 데모테르님의 오른팔이 허공을 젓자 거짓말처럼 팔다리를 옭아매고 있던 가죽 끈이 사라졌다. 벗어나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기에 순간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쓰러질 듯 휘청.


“로제에스테!”


테르에스테. 정작 내가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릴 때는 무덤덤하게 바라보고만 있더니 이제 와서.


“.......됐어. 괜찮으니까.”


스스로가 소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배신감을 참지 못하고 테르에스테를 밀어내었다.


“그래그래, 근육은....... 조금 있긴 하지만 다 쓸모없는 근육들뿐이고.”


나와 손에 든 종이뭉치를 번갈아 바라보시며 말씀하시는 데모테르님.

그 모습이 밀의 품질을 매기던 마차 장사꾼의 모습과 겹쳐 조금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그 아저씨, 우리 밀을 항상 3등급 밀이라며 마구 가격을 깎아 내렸던 걸 생각하면.......


“동체시력. 이것도 기대할 바 못되겠고. 허허, 이거 참.”


하지만 그래도 마차 장사꾼은 가끔씩 몇몇 포대를 가격이 두 배나 비싼 1등급으로 매겨주기도 했었는데.......


“이거 완전히 네 몸을 다시 만드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할 것 같구나.”


데모테르님은 가망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계실 뿐이다.

아니겠지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나도 범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기대가 있었다.

그랬기에 팔에 굵은 바늘을 박아 넣거나 눈 밑으로 작은 쇠구슬을 집어넣으실 때도 이를 악물고 참아낼 수 있었건만.......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신의 화를 살지도 모르니 마구잡이로 네 몸을 해쳐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라는 말씀에 억울함 가득 찬 눈으로 데모테르님을 올려봤다.

여태까지 그렇게 찌르고 뽑고 자르고 태운 건 대체 뭘 위한 거였던 건지.


“전투의 경험 같은 건 내가 어찌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네 동체시력을 향상시켜주는 정도 밖에 없겠구나.

그 것만으로 베스파로제님께서 말씀하신 효과를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수 없지.”


물론 그렇다고 또 다시 내 몸을 잘게 잘게 잘라주시길 기대한 건 절대 아니다만.......


“로제에스테, 받거라.”


라는 말씀과 함께 데모테르님께서 내게 건네주신 건....... 책에서 찢어낸 듯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종이조각이다.


“이건.......”


받아들자마자 확인해본 종이에 쓰여 있는 글자들.

조제된 유황가루, 리네일기름, 슈트로만빌트.

분명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임에도 그 쓰인 의미를 알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


“테르에스테. 로제에스테를 도와 거기 적힌 재료들을 구해 오거라.”


“네, 데모테르님.”


재료? 그 말씀은 여기 적힌 것들이 전부 재료라는 말씀?


“아마 몇 가지를 빼면 대부분은 여기 있을게다.”


이라는 건 무슨 약을 만드시려는 건가?

그렇다면 역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동체시력을 좋게 만드는 약?


“그럼, 나도 오랜만에 약물 조합식을 좀 돌아봐야겠구나.

마셔도 죽지 않는 독을 만드는 건 꽤나 오랜 만이라 나도 공부가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잠깐, 지금 독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 만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연재 종료! 공모전 후기 및 향후 계획입니다. 18.05.17 376 0 -
공지 공모전의 끝이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흑흑) 18.05.11 351 0 -
77 16화. 파괴된 우리 - 8, After 18.05.17 353 0 21쪽
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5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2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5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1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