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22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8 19:41
조회
357
추천
0
글자
11쪽

14화. 반각성 - 2

DUMMY

궁금하지 않냐니.

그야 궁금한 건 당연한 것이다만, 그렇게 물어오는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대답을 보류했다.


“크하핫! 이거 이거, 기대한 건 나뿐이었다는 건가?”


대답 없는 내 모습을 살피던 중 한 손을 들어 이마를 짚고는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리는 불청객, 아니 레이셀님.


“너, 아니지. 여기선 로제에스테라 불러야겠지? 어쨌든. 베스파로제님께 들은 거 없었어?”


베스파로제님께? 역시나 대체 무엇을, 어떤 연유로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저어 대답했다.


“아아, 베스파로제님도 참. 이제야 알겠네. 왜 마신님께서 날 억지로 이 자리에 앉혀두신 건지.”


마신님....... 께서?


“딱 보니 무언가 네게 숨길 이유가 있어 말하지 않으신 건 아닌 것 같고.

쳇, 손해 보는 느낌이긴 하지만 나도 여기까지 온 수고가 있으니까. 설명해주도록 하지.”


어떻게 보면 기괴하기까지도 한 레이셀님의 감정변화를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어 혼란스럽다.

하지만 다행이도 내가 포기하려 맘먹을 때 쯤 그 얼굴에 떠오르던 수많은 감정들이 일시에 사라지며 주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난 원래 계속 인간계에 있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마신님께서 찾으시더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지옥에 왔더니 상위서열 악마들을 다 모아두고 회의를 하신다는 거야.”


그렇게 갑자기 시작해버린 이야기.


“하지만 보통 그렇게 회의를 한다 치면 서열 10위권 이내의 악마들만 모이니까.

왜 나를 부르신 건가하고 조금 의아해하긴 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말씀해버리시더라고.

서열 8위의 자리를 내게 주시겠다고 말이지. 그림자의 악마라는 호와 함께.”


역시나. 레이세르란 이름의 세르는 란세르님의 세르가 맞았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나야 뭐 항상 10위권 내 진입을 노리고 있던 만년 서열 11위였으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았지.

물론 그에 불만을 품은 주위 서열 악마들이 음해를 가하지는 않을까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알 것도 같았거든.

왜 나를 부르셨고, 서열 8위란 자리를 주신 건지.”


베스파로제님께 들었던 말이다.

공석이 되어버린 서열은 새로 그 자리를 원하는 악마끼리 결투를 해 쟁탈하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하지만 마신님께서 직접 지정해주시다니.

레이셀님의 말대로 그 처사에 다른 악마들이 불만을 품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내가 이래봬도 마기를 숨기는 건 지옥에서 최고라서 말이야.

꽤나 오랫동안 혼자 인간계에 나가 밀정으로 있었거든.

지금 지옥에 있는 인간계의 정보는 전부 내가 보낸 거라 생각해도 좋아.

어쨌든, 그런 날 다시 불러들이셨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이제 때가 됐다는 거지. 상위 서열 악마들이 모두 인간계로 뛰쳐나가 뒤집어 놓을 때가.”


상위 서열 악마들이 모두?

그 말이 너무나 허무맹랑하여 믿을 수가 없다. 아니,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의의 주제는 그게 아니었어.

너에 대한 내용 이었지. 아니, 정확히는 네 피에 대한.”


뭐야, 역시.......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마지막 말에 걸려 튀어나온 ‘대체 무슨........?’ 이라는 새로운 의문.


“전대 마신님을 소멸시키고, 태초부터 인간들을 지켜왔던 영웅의 피가 지금 지옥에 와 있다.

이것은 신이 지옥에 내려준 둘도 없는 기회.

복수의 뜻을 둔 영웅의 피를 론니악에서 수련시켜 직접 인간계를 무너트리게 만들자. 라는 말씀이셨지.”


지난 일주일간 아무 일도 없었기에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기억났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던 지옥은 전력을 다해 나를 돕겠다고 하셨던 마신님의 말씀이.


“론니악 내 수계주 모두가 최소 한 가지 이상 자신의 것은 네게 전수해 준다. 라는 게 마신님의 지시의 전부야.

물론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에는 반발하는 악마들이 있긴 했지만....... 뭐, 다소의 억지가 개입해 결국 마지막에는 회의에 참석한 악마들 전원이 납득 했어.”


모든 수계주들에게 하나씩?

레이셀님의 말 그대로 내가 듣기에도 그 모든 악마들에게서 무언가를 하나씩 배운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만.......


“이런, 잡설이 너무 길어진 것 같네.

어쨌든.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나를 따로 부르신 마신님께서 내게 지시하신 내용은 이거야.

나는 다른 수계주들과는 따로 널 전담해 다른 것을 가르치라고 말이지.”


“다른 것이라면.......”


“다른 수계주들이 네게 뭘 가르쳐 줄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배우고 나면 분명 넌 강해지겠지.

서열 100위권 수준 정도로? 하지만 그걸 로는 무리야.

내 바로 아래 아래의 서열 13위 녀석이 멋대로 인간계에 나갔다가 인간들의 공격을 받고 소멸해 버렸던 일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니까.”


느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오른팔을 붙든 세르에스테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간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런 네게 추가로 필요한 것은 인간계에서 필요한 지식 그리고 피의 각성. 이 두 가지.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내게 네게 가르칠 것들이야.”


무슨 말인지는 모두 이해했다.

하지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인간계에서 필요한 지식이라니?

인간으로 인간계에서 계속 살아온 내가 악마에게 인간계에 대해 배운다고?

게다가 마신님께서는 내 영웅의 피는 이미 각성 했다 말하셨던 것 같은데.......


“아, 그 얼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겠어.

우선은 내가 네게 가르쳐줄 인간계에 대한 지식을 대충 설명해 보자면.

그래, 네가 인간계 체험에서 상대했던 성기사와의 일전을 예로 들면 쉽겠군.”


인간계 체험에서 성기사와의.......?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렇게 놀란 표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밀정으로 인간계에 나가 있었다고.

네가 공간이동 중 사고로 따로 떨어져 나간 건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거든.”


사고라는 단어에 잠깐 의문을 품었다가 바로 해결 되었다.

나와 리아세스테가 따로 떨어져 이동한 것은 다행이도 사고로 알려진 모양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네가 그 때 조금만 더 인간계에 대해 알고 있었어도 너와 같이 있던 악마도, 너도 그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지.

그래, 우선 솔나이트. 녀석은 처음에 네게 자신을 솔나이트라고 소개했었어. 기억나?”


기억난다. 그 때의 일들은 잊을 수가 없으니까.

‘검과 저울 기사단에 소속된 솔나이트’ 라고 했었었다.


“성기사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어.

감시탑이나 성을 지키는 수호기사 그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감시탑의 지시를 받아 악마나 이단을 심판하러 다니는 전진기사.

여기서 다시 전진기사를 두 분류로 나누면 솔나이트와 듀오나이트로 나눌 수 있는데.......”


그때는 그 솔나이트라는 단어를 듣고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사실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지도 전혀 의심되지도 않았고.


“듀오나이트는 말 그대로 두 명씩 같이 돌아다니는 기사들을 얘기해.

실력은 일반 수호기사의 이하 또는 동급 정도?

하지만 솔나이트는 달라.

혼자 돌아다니는 이 전진기사들은 보통 100위권 서열의 악마정도는 혼자서도 소멸은 힘들지 몰라도 역소환 시켜 버릴 정도의 실력은 되거든.”


라는 말에 잠시 심장이 한번 크게 뛰었다가 가라앉았다.


“녀석이 자신을 솔나이트라고 소개해 왔을 때 바로 도망가는 게 정답이었어.

비록 쫓아오더라도 네 그 방출로 녀석의 눈을 멀게 하며 도망갔다면 쉽게 따라오지는 못했겠지.

설사 따라붙었더라도 그때쯤이면 이미 다른 수계자들이 널 찾아 도착했을 테니까.”


아니다.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라는 변명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하나 더. 뭐, 영웅의 피는 둘째 치고 농사나 지으며 자라왔던 네가 무심하게 인간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안한다만........ 그래도 끝마무리는 확실하게 했었어야지.

그 성기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불꽃대.

무슨 생각으로 그 성기사가 널 놔주고 도망가 준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 성기사가 불꽃대를 터트려 쏘아 올리기라도 했다면 주변에 산개해있던 듀오나이트들이 일제히 몰려들었을 테지.”


그 말에 다시 한 번 심장이 크게 뛰었다가 다시 침묵을 반복.

크게 벌어진 동공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크게 흔들린다.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 정도면 알겠지? 네가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걸.”


그 성기사가....... 날 놔준 거라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네 피의 각성에 관한 건데....... 너, 인간계에서 꺼내 들었었지? 신의 검.”


“신의....... 검이요?”


“뭐야, 기억 안 나는 거야? 그 하얀 검 있잖아. 성기사의 팔을 잘라낸 검 말이야.”


내가 대답을 망설인 건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알고 있다. 테르에스테의 약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손에 쥐어져 있던 순백의 검.


“그거, 다시 꺼낼 수 있겠어?”


하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물론 시도는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안 될 거라 생각한다.


“역시나 라고 해야 하나. 크핫,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네.”


하고 또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이해가 따라가질 못해 가슴이 답답해져 레이셀님을 향해 조금 다가섰다.


“마신님의 말씀 그대로 랄까. 사실 난 성기사와 네 일전을 다 보았기에 당연히 네가 완전히 영웅의 피로서 각성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반각성이라 볼 수 있겠군.”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영웅의 피 라고 거창하게 얘기해봤자 사실 보통의 인간과 다른 점은 그 특유의 운명에 따른 충동적 행동양식, 그리고 신의 검이 전부.”


.......처음 듣는 말이다.


“아, 조금 설명이 필요하려나?

영웅의 피라는 게 처음부터 높은 지위에 있던 인간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평범한 삶을 살아오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말 그대로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 하는 게 보통이거든.

이걸 영웅의 피를 연구하는 인간들은 구원의 충동이라고 하더군.”


그 말에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일까.

왠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신의 검. 신의 힘의 일부라고도 불리는 녀석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 만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연재 종료! 공모전 후기 및 향후 계획입니다. 18.05.17 376 0 -
공지 공모전의 끝이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흑흑) 18.05.11 351 0 -
77 16화. 파괴된 우리 - 8, After 18.05.17 353 0 21쪽
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5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2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5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1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