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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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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37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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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DUMMY

“이 어둠이 닿아있는 곳은 모두 신을 배제한 땅.

신이 없기에 신성력은 커녕 이미 내려진 축복까지 사라지고....... 신에게 직접 받았다고 하는 당신의 힘도 이곳에서는 닿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남의 힘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과 인간의 승부라는 거죠.”


왼손에 들려있던 순백의 검이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채기가 무섭게 온 몸에서 밀려드는 고통.

팔에 힘이 풀리며 눈앞이 흐릿해져오기 시작했다.


“왜 움직이질 않으십니까? 설마 전 검을 들고 있고 당신은 맨손이니 이쪽이 비겁하다라고라도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좀 봐주시죠. 이쪽은........ 팔이 하나 밖에 없지 않습니까!”


눈앞을 베어 갈라오는 검의 잔상.

하지만 그 속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아슬아슬하게 피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있던 자리 위로 검이 허공을 훑고 지나가자 그 방향 그대로 녀석은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


“이거........ 축복이 사라져 힘이 부족한 걸까요? 완력수련은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니면 아직 한 팔이 없다는 게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녀석은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대뜸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가빠져 오는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뒤로 물러나 녀석과의 거리를 벌렸다.


“음, 대충 감은 잡았습니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군요. 그럼, 다시 갑니다!”


다시 한 번 휘둘러져 오는 검.

그 끝이 한층 더 매서워 졌지만 이번에도 몸을 뒤로 빼 겨우 피해낼 수 있었다.


“좋지 않습니까? 과거에 인간이 신의 존재도 모르던 시절에는 이렇게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서로의 힘만으로 싸움을 즐겼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떨리는 다리를 붙들어 안고 계속 뒤로 물러서며 검을 피해내었으나, 녀석의 검은 그 휘두르는 횟수를 더할수록


“자신의 힘과 상대의 힘의 차이가 곧 싸움의 승패를 결정했던 것이죠.”


점점 빨라지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힘의 미학이라는 것은?”


또 점점 날카로워 져


“그래서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애초에 이 미학에........ 빌어먹을 신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는 겁니다!”


결국 이번엔 깨끗이 피하지 못하고 왼쪽 뺨을 베이고 말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겁니까? 성기사가 신을 모욕했다는 게 그리 이상하신가요?

뭐, 다른 때였다면 물론 바로 적신앙자가 되어 모든 신성력을 빼앗겼겠지만........


비춰오는 빛을 가리며 들어 올려 진 검신에 초점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 땅위는 말 그대로 신의 부재지. 이곳에 제 말을 들을 신의 귀는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알았다.

인간 대 인간이네, 힘과 힘이네 하는 말에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내게 신의 힘 따윈 아무 상관없었다는 것을.


“아아악! 또!”


눈앞을 뒤덮은 왼팔의 방출에 베어내려오던 검은 그 방향을 잃고 내 왼편으로 빗나가 바닥에 꽂혔고, 난 그대로 몸을 날려 녀석을 밀쳐 넘어트리고는 그 위로 올라탔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남은 힘을 모두 끌어내 녀석의 안면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으아아아아!!”


주먹을 들어 올린 사이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킨 녀석의 이마와 부딪혀 이번엔 반대로 내가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뒤통수가 땅에 닿기가 무섭게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을 땐, 녀석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젠........ 짜증이 나는군요.”


늦었다? 아니다.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녀석은 신성력을 쓰지 못하고 난 방출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승산은 충분하다.

바닥을 딛고 있던 왼팔을 녀석을 향해 들어올렸다.


“또 같은 짓을 하게 둘 것 같습니까!”


내려치는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검.

이대로라면 근소한 차이로 내 방출이 먼저다.

우선 다시 녀석의 눈을 멀게 하고........


“?!”


바닥에 박힌 검 끝.

어깨부터 가슴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지는 옷.

뿜어져 나오는 피. 당황한 내 눈은 상처에 가 있지 않았다.

시선이 향해있는 곳은 녀석을 향해 있는 왼손.

방출이 나가지 않았다.

녀석이 무슨 짓을 했다?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몸 안의 심상이 텅 비어버렸다는 것을.


“힘이 다한 겁니까? 아무래도 이제야 당신과 저의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모양입니다.”


자신의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검은.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시야를 가르며 쇄도했다.

엉거주춤 기어 뒤로 물러나 겨우 피해냈다 라고 생각한 순간 왼팔의 어깨위로 박혀 멈춘 검.

소리 없이 그 파고든 틈으로 흘러내리는 피에 머릿속이 새카맣게 질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그 짜증나는 팔부터 잘라내 제 빈 어깨를 달래도록 하겠습니다.”


묵직해져오는 몸에 박힌 검신.

뒤늦게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기절할 것만 같은 고통.

몸에선 비명조차 새어나오질 않는다.


“사실........ 아비에 이어 그 자식까지 인간을 반역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영감탱이들의 말대로 정말 우리가 신에게 버림받은 것인가 까지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똑똑히 듣고 말았다.

녀석의 입에서 아버지의 얘기가 나온 것을.


“딱 보아하니 계승자를 남겼을 것 같지는 않고. 여기서 이렇게 제 손에 영웅의 피의 계보가 끊긴다는 것은........”


그 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신도 인정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녀석은 아버지의 일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다는 것을.”


그것을 안 순간.

흐릿하게 꺼져가던 머릿속이 차가운 물이라도 끼얹은 듯 또렷해져.


“말해.......”


오른 팔을 들어 어깨 깊숙이 파고든 검신을 붙잡았다.


“호오, 죽을 때가 되니 드디어 말이 트이신 겁니까?”


“아버지....... 칼테스 윈체르트에게.......”


잡아 쥔 주먹에서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그대로 힘을 줘 검을 몸 밖으로 밀어냈다.

검이 빠져나온 자리로 피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아? 설마, 정말 모르고 있던 겁니까?”


손에 쥔 검을 놓기가 무섭게 녀석은 당혹스러움 가득한 눈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크큭, 정말이라면 이것 참 비극이군요.”


연이은 그 뜻을 알 수 없는 녀석의 말과 웃음소리에, 머릿속으로 피가 쏠린다.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겠습니다. 모르는 채 죽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라는 말과 함께 내 심장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녀석의 검. 본능적으로 막아 든 오른 팔.


“어, 어라?”


당황 섞인 녀석의 목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져 박히는 부러진 검의 반쪽.

그리고 그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팔을 둘러싼 얼음 파편.

녀석 못지않게 스스로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

분명 몸 안의 심상은 텅 비어버렸건만........


‘다르게 말하면 몸에서 심상을 출력해내지 않아도 개방을 사용함으로서 방출 또는 해방을 사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지.’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간 나스미스테의 목소리.

아아, 수십 번은 반복하여 실패했다 생각한 이 모습이 이미 내 개방이였다는 말인가.


“아, 부러져버렸군요.”


녀석의 손에 쥐여있던 부러진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낸 털썩 하는 소리에 굳어있던 몸이 뒤늦게 반응.


“말해.”


비틀거리며 녀석에게 다가가 오른팔에 얼음을 휘감으며 왼팔로 녀석의 목을 붙들었다.


“모르는 게 좋을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말하는 녀석의 눈빛은 분명 수세에 몰렸음에도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뭐 하십니까. 내려치십시오. 절 죽이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오히려


“왜요, 못 하겠습니까? 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안에 이전보다 더한 광기를 담고........


“크큭, 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구원자의 운명을 가진 당신이 인간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아무리 절 찢어 죽이고 싶더라도.

당신의 운명이. 당신의 피가 그걸 내버려 둘 것 같습니까?”


그대로 녀석의 눈과 마주친 채.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어도.


“자 이곳입니다!”


팔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 곳을 내려치시는 겁니다! 그 악마의 냉혈로. 그 반역자의 주먹으로!”








“빌어먹으으으으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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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6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2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3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8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9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3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3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4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6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1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8 0 11쪽
»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2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2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7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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