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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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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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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24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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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DUMMY

나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울며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어머니의 무정한 대답이 싫었다.

그만 울고 놀러 나가자는 레나가 싫었다.

아버지는 어디에 간 거냐고, 언제 돌아오는 거냐고 마을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 라는 싸늘한 답뿐이었다.


모두가 싫었다.

모든 게 싫어졌다.

자다 깨 본 울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에....... 나 자신마저도 싫어졌다.


그 후로는 울지 않았다.

귀찮다는 레나를 억지로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 놀기도 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야한다는 생각에 농사일도 열심히 거들었고, 1~2년이 지난 후에는 마음속에서 완전히 아버지가 있던 자리를 비워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일상의 평화로움.

웃음기를 잃으셨던 어머니도 드디어 미소를 되찾으셨을 때 쯤....... 돌아왔다.

아버지가 아닌 그 소식만이.


성에 일하러 갔던 레나를 데리고 마을에 돌아오니 마을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돌아온 집 안에는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계셨다.

무슨 일이냐 물었을 때 돌아온.

아버지의 무덤이 발견됐다는 그 말에.

5년 가까이 속여 온 마음속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뛰쳐나갔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엔 믿을 수 없었다.

물어보려 붙든 옆집의 문고리.

그 문 안에서 들려온 ‘루데스 산 골짜기에서 발견 됐다며?’ 라는 말에

그 길로 마을을 빠져 나갔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이틀 밤을 걸었다.


이리 오래 마을 밖을 나가 걸은 적은 없었다.

발바닥엔 물집이 잡히고 힘이 풀린 다리에 몇 번이고 쓰러지기를 반복.

그렇게 도착한 루제스 산에서.

그 하나뿐인 골짜기를 따라 걷던 중 발견한 린크로스.

그리고 시체.


“뭐야....... 그렇게 오래 소식이 없더니. 겨우 여기까지 밖에 가지 못했던 거야? 아버지?”


5년 만에 처음으로 흘린 눈물은 이미 몸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바닥에 떨어지지 못하고 목을 타고 흘러내려 가슴에 와 멈췄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마을 밖으로 나가 살고 싶다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의 삶을 벗어나 살고 싶다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

.

.


“역시 조금 충격이 컸던 건가? 이번엔 내 예측이 맞았군.”


다 기억났다.

가슴을 찢어내며 올라온 잊고 있던 기억이 고통스러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때, 이제 믿을 수 있겠나?”


목이 매여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마신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전부 기억났다.

왠지 마을 사람들이 요즘 우리를 보는 시선이 이상해진 것 같다는 레나의 말.

밀 농장에 간다고 해놓고 마차를 타고는 어딘가로 나가곤 했던 체라스 아저씨.

내가 어머니와 레나에게 저질렀던 일들.


“어쨌든, 그래서 난 널 지옥으로 데려왔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음 화제로 넘어가는 마신님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어째서........ 어머니와 레나는 구해주지 않으신 거죠.”


매인 목을 억지로 잡아 열어 물었다.


“말하지 않았나? 네 아비는 ‘널’ 지켜주라고 나와 계약했다고.”


그런 답이 돌아올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거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어머니는, 레나는........ 천국에 갔겠지요?”


“지옥에는 오지 않았다. 그건 내가 확실히 말해줄 수 있지.”


라는 마신님의 말에 결국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런 말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속으로 다행이다 라고 되 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럼 이제 대충 다른 의문들은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 좀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널 지옥에 데려온 것 까지는 좋았다.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다른 악마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것 까지도 성공했고 말이지.

인간을 악마로 만들어 인간계로 내보내자라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그럴듯한 핑계였지. 안 그래?”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계속 네게 몰아치는 일들이며........ 이건 뭐 영웅의 피를 억지로 지옥에 데려온 부작용인지 모르겠다만.

이렇게 가만 보고만 있다간 네가 그 피의 운명에 휩쓸려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서.......”


.

.

.


론니악 앞 공터.

마신님과의 얘기가 모두 끝난 후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걱정이 됐는데, 마신님의 말씀대로 그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 문을 여니 바로 론니악 앞 공터로 나올 수 있었다.


“........”


마신님께 들었던 말들이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뿐 이여서 였을까?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도착한 로제니악의 앞.

이렇게 중간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론니악 앞 공터를 지나온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몇 번이고 들어갔다 나왔던 로제니악의 문이건만, 무슨 이유에선지 너무도 생소하게 느껴져 문을 여는 손에 조금의 망설임이 일었다.

그리고 걸어 올라간 2층.

테르에스테의 연구실은 웬일인지 완전히 닫혀있지 않고 살짝 열려있다.

무슨 일이냐 물어볼까 하다 그만두고 140번 방 앞에 섰다.


“잔느, 나 왔어.”


창문을 넘어 돌아온 베스파로제님의 성.

며칠 내내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있던 엉망일터인 내 자리가 깨끗이 정리되어있다.

내가 없는 사이 잔느가 치워준 것일 테지.


“주인님?”


잔느는 무슨 신기한 거라도 본 마냥 놀란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나 차 한 잔 부탁할게.”


왠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말을 돌려 버렸다.

그대로 탁자가 있는 곳으로 가 의자 위에 앉았다.

그제야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이 긴장이 풀리며 굳었던 몸이 늘어진다.


“여기........ 있습니다.”


잔느가 내려놓은 찻잔을 들고 한입 들이켰다.

향긋한 차 향이 머릿속에 파고들어 반쯤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걱정했어요. 갑자기 숨을 안 쉬시길래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데 갑자기 그........ 악마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잠깐 숨어있는 사이 주인님이 사라져 버려서........”


잔느가 날 보고 놀란 얼굴을 한 이유를 알겠다.

아무래도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잔느는 세르피리아님은 커녕 베스파로제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겁이 나는 것도 당연한 일.

아무 말 없이 가 버린 데에 미안해져 버렸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

.

.


“하지만 최근 들어 계속 네게 몰아치는 일들이며........ 이건 뭐 영웅의 피를 억지로 지옥에 데려온 부작용인지 모르겠다만.

이렇게 가만 보고만 있다간 네가 그 피의 운명에 휩쓸려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서.......”


마신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영웅의 피를 내 마음대로 했다가는 나도 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 네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널 부른 것이다. 앞으로의 네 길에 대한.”


하고 마신님은 검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이셨다.


“하나는 내가 다시 네 기억을 봉해 영웅의 피의 각성을 최대한 막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곳에서 네 운명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자, 이 둘 중 네가 원하는 길을 얘기해 보거라.”


갑작스런 제안에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 사이, 마신님이 먼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어려운가? 비록 아무것도 모르는 때로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계약상 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전자를 추천하고 싶군.

물론, 후자를 선택한다 해도 지옥의 힘을 총 동원해 널 돕겠지만, 아무래도 영웅의 피 치고 멀쩡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라며 넌두리치는 마신님. 하지만........


“아버지는........ 제게 자신의 유지를 이어 달라는 말을 하셨습니까?”


마음은 이미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알고 있다.


“아니, 내가 들었던 말은 널 지켜달라는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대답에 마음을 굳혔다.


잊고 있던 기억을 찾고 나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이 세계를 바라 본 시야를.

마신을 소환하려했던 아버지의 의도를.


“저와 싸웠던 성기사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자기 손에 제가 죽는다는 건 신이 인간에게 제가 필요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그렇다. 아버지는.......


“하지만 저는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유지를 잇겠다 결심했다.


“그 말은.......”


물론 그 목적이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신은, 인간은 아직 이 피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그래, 어찌 보면 단순한 복수다.

내 몸에 흐르는 이 피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레나에 대한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

.

.


“차 맛있었어. 잔느.”


“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얘기해 주시는 것 아니셨나요?”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지러웠던 모든 게 깔끔이 정리된 듯 머릿속이 맑다.





12화. 영웅의 피. 끝.




=============================


12화. 영웅의 피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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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론니악 창건 문제로 모인 이후로 얼마나 됐다고 말이지.

그 회장 그대로 그 자리 그대로 다시 모인 상위 서열 악마들.

심지어 마신님이 하신 그 말도 안 되는 얘기까지.

마치 내가 실수로 시간이라도 왈콱 당겨와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악마의 손으로 영웅의 피를 키우자니요! 전대마신님의 일은 벌써 잊으신 겁니까!”


그나마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그 말씀에 따져 든 게 내가 아니라 하네크로 저 멍청이라는 것.

누가 분노의 악마 아니랄까봐 바로 의자를 밀어 넘어트리고 소리를 지르는 게........


“닥쳐라, 하네크로. 마신님의 명이다. 만약 불복종하겠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겠다.”


게다가 그걸 질책하는 것도 마신님이 아니라 테라이스님이라는 것도 이전과 바뀐 점이라면 바뀐 점이라 할 수 있겠군.

내가 뭐라 할 때는 마신님께서 직접 화를 내시더니....... 이건 조금 억울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수계자만 잔뜩 받아두고 론니악엔 발걸음 한번 하지 않는 네 녀석은 애초에 해당사항 하나 없을 터.”


“크윽.”


하네크로는 그런 테라이스님께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다가 이를 악물고 인상을 쓴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 저 녀석이 따져들지 않았더라면 저 모습이 내 모습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뿐이다.


“나는 찬성이야. 영웅의 피가 지옥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우리에겐 희망적인 신호가 아닐까? 게다가 영웅의 피에게 내 기술들을 써 먹........ 아니, 가르쳐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의외로 가장 먼저 찬성의사를 밝힌 건 세르피리아가 아니라 제니루나였다.


“저도 찬성........ 하지만 마신님, 그래도 너무하셨어요. 로제에스테가 영웅의 피라는 걸 저희에겐 말도 안 해주셨던 건.”


세르피리아의 말이 맞다.

나도 마신님의 옆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결국 난 마신님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뻔하다. 저 노친네, 모른 척 다하면서 이런 걸 뒤에서 조작하는 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하지만, 내가 그걸 처음부터 너희들에게 얘기했다면 아직까지 영웅의 피가 우리 옆에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라는 마신님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듣고 보면 그것도 그렇다.

우리 중 누군가가 홧김에 영웅의 피를 죽이기라도 했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지옥에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거니까.


“그럼 다른 의견은 없는 것 같으니........”


아니, 마신님. 몇 명은 지금도 분명하게 얼굴로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만.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악마 만들기 1부 – 영웅의 피. 끝.


2부 - 론니악. 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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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3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6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1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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