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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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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42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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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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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5화. 시작의 언덕 - 1

DUMMY

“아빠! 오늘은 어딜 가는 거예요?”


그 물음에 말없이 걸음을 계속하던 남자는 길을 나선 뒤로 내내 앞만 보고 있던 시선을 처음으로 내렸다.

무어라 말을 하려 입술을 머뭇거렸지만 결국 입을 닫은 채.

남자는 말없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의 물음을 무시해버린 것이 된 모양이건만 그럼에도 소녀는 한껏 미소 지으며 쓰다듬는 손길을 즐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받은 셈 쳤다.


“.......”


그런 소녀를 한참이나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 보던 남자는 이내 다시 표정이 굳으며 쓰다듬던 손을 내려 소녀의 손을 붙들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라고 속으로 되 뇌이며 말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마주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떨림만이 더 커질 뿐이다.


“아빠? 어디 아파요?”


걱정 가득 찬 그 눈망울에 남자는 대뜸 고개를 젓고는 아니라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 역시 떨림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괜히 대답한 것 같다고 남자는 후회해 버리고 말았다.


“........”


처음에 소녀를 데려온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을 연구하던 중 그 가정이라는 것이. 가족애라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갓 각성한 악마를 한 녀석 주워온 것이다.


처음엔 소녀도 남자도 그 인위적인 애정관계라는 것이 익숙지않아 실패만을 반복.

그러다보니 차츰 어느새 자신의 이름보다 익숙해져 버린 ‘아빠’라는 호칭.

다른 악마들에게는 냉혹하기로 소문난 남자였지만

어느새 소녀에게만큼은 너그러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 괴리감에....... 결심했다.


“아빠! 저거!”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하늘 높이 치솟은 탑들이 보였다.

직접 보고나니 남자는 순간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 버렸다.

바로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어 망설임을 떨쳐냈다.

일부러 걸어오는 시간동안 마음을 정리하려 공간이동또 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소녀의 손을 붙잡고 걸어온 것이다.

남자는....... 스스로가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고는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 성보다 엄청, 어엄-청 더 커!”


그 크기를 표현하기 위해 작은 팔을 있는 힘껏 뻗어 휘젓는 소녀의 모습에 남자는 다시금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건 전부 소녀를 위한 선택이다.

알게 된 건 나중이었지만 소녀는 자신의 밑에서 이렇게 하찮은 역할극이나 하며 보내기엔 아까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야 마냥 행복하겠지만.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겨 자신이 소멸해버린다면.......


“아빠?”


남자의 발이 멈췄다.


“.......”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보니 남자는 소녀에게 이름은커녕 대신 부를 호칭조차 주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그럴 리가 없는 남자이건만.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오는 것만 같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저 성의 이름은 론니악이라고 한다.”


라는 말과 함께


“아빠는 항상 널 보고 있을 거니까.”


마지막으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아빠?”


공간을 넘어 사라져 버렸다.




==================


14화. 시작의 언덕.


===================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속이 답답해서.

억지로 참아냈던 짜증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를 쓰며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물론 지옥에 오고난 뒤로 편히 잔 날과 잠에 들지 못한 날의 수가 거의 비등비등 한 걸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네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말이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니.

먼저 수업 얘기를 하려고 왔던 건 레이셀님이었다.


<아니, 부족하기 보다는....... 내가 인간을 꽤나 오랫동안 봐와서 말이야.

그 눈만 봐도 대충은 알 수 있겠더라고. 그 인간의 현재 감정을>


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려보면 드는 생각은 역시 마음의 준비? 그 정도 밖에 없건만.

그 것까지 생각하고 나면 더 짜증이 치솟는다.

혼란스럽던 마음은 이미 날개가 생겼을 때부터 역겨울 정도로 차분히 가라앉았다.

가슴을 옥죄여오던 리아세스테에 대한 죄책감 역시....... 기억을 잃은 리아세스테에게 숨기면서 없었던 일인 셈 치고 덮어두었다.

완전히 평소의, 인간계 체험을 가기 전의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있다고?

수업을 듣기엔 아직 너무 약하다?

아니다. 레이셀님은 나를 가르치는 것은 마신님의 지시라고 했었다.

그런 것에 내가 약하다는 등의 이유가 끼어들 곳은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네 눈은....... 그래, 불 속으로 달려드는 나방 같달까?>


사실 가장 이해가 안가고 어이가 없던 게 바로 그 말이다.

불속으로 달려드는 나방?

그게 대체 무슨 눈인지 설명이라도 좀 해주던가!

아니 그런 애매모호한 말만 남기고 그만 가보라니?

준비가 되면 오라니?


“하아.”


그래서 결국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의 무의미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제 막 시작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겠지.

이 모든 것이 감질나....... 말 그대로의 욕구불만에 빠져 버렸다.

계속되는 짜증만이 쌓이고 또 쌓일 뿐이다.


“.......”


이를 악물고 만다.

알고 있다.

사실 날 이렇게 감질나게 만든 건 짜증이 아닌 두려움이라는 걸.

리아세스테에게 사과하려한 것을 복수가 모두 끝난 뒤로 미뤄뒀던 것도.

지금 이렇게 안달복달 하지 못해하는 것도.

두려운 거다.

그 날 피어오른 복수심이 식어버리는 게.

분노가 식어버리는 게.

이미 경험이 있어 알고 있으니까.

인간은

나는

너무나도 쉽게 상처를 잊어버린 다는 것을.


“로제에스테- 언제까지 그렇게만 누워있을 거야?”


그래서다.

잔느의 인사소리를 듣고 리아세스테가 놀러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계속 자는 척 누워 있던 건.


“정말, 안자고 있는 거 다 안다고!”


오랜만에 들어도 리아세스테의 론니악 밖에서의 목소리는 여전히 적응되질 않는다.

아니, 그보다 깨어있는 걸 알고 있었다니.

더 일어나기가 싫어져 뒤집어쓴 이불을 굳게 붙들어 쥐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언니! 제게 맡겨주세요!”


어라, 처음 듣는 목소리다.

리아세스테는 혼자 온 게 아니었던 건가?

게다가 언니라니?


“이얍!”


목소리로 추정해보기엔 어린 여자아이?

그것도 6~7살의?

머릿속으로 내가 론니악에서 만났던 수계자들이나 악마들을 쑤욱 훑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악마는 없다.

그나마 비슷하게 걸리는 건 제니루나님이신데....... 제니루나님의 목소리는 좀 더 고압적인데다가 서열 7위씩이나 되는 제니루나님께서 일개 수계자인 리아세스테에게 경어를 쓸 리도 없으니까.

게다가 이얍! 이라니. 제니루나님일리는 절대 없다.

그러면?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왠지 이불이 축축해져오는 것 같은 게.......


“우, 우와아아악!!!”


있는 힘을 다해 들어 던진 이불은 이미 벌써 물을 잔뜩 머금어 무거워 반으로 접히기만 할 뿐.

나름 바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옷은 반쯤 젖어버린 후다.


“대체 무슨.......”


축축해져버린 옷에 기분이 나빠져 소리라도 한 번 질러주려 도끼눈을 하고 고개를 들었지만.......


“언니, 언니! 봤죠? 봤죠? 제가 해냈어요!”


어쩌면 저리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걸 까 생각이 들 정도로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눈앞에 선 어린 여자아이, 아니 분명 악마겠지만, 의 모습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일어나랄 때 일어났으면 좋았잖아.”


“좋았잖아!”


푸훕,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내게 손가락질 해오는 리아세스테.

그리고 그 옆에 서 리아세스테와 같은 자세로 내게 손가락질 해오는 어린 악마.


“누.......구?”


허리까지 내려온 긴 연보랏빛 머리.

꽤나 고풍스러운 느낌이 잔뜩 붙어 있는, 치렁치렁한 끈이 여기저기 잔뜩 달려있는 상의와 통이 넓은 치마.

일단 여기 론니악에 있다는 건 누군가의 수계자란 말일텐데.

수계자들은 스레나스님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수계주들의 옷을 비슷하게 따라 입으니까 그 입은 옷으로 누구의 수계자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눈앞의 꼬마 악마는 직접 눈으로 보고 있지만 도통 누구의 수계자인지 감도 잡을 수가 없다.


“세르피리아님께서 데려오신 여덟 번 째 수계자. 리아유스테야.”


“리아유스테야!”


“세르피리아님의.......?”


어, 얼레? 세르피리아님의 수계자들은 전부 그....... 옷을 입는 거 아니었나?


“응, 론니악 앞에서 주웠다고 하시더라고. 귀여워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면서 말이야.”


하고 리아세스테가 머리를 쓰다듬자 어린 악마, 아니 리아유스테는 헤벌쭉 해져서 히힝- 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뭔가 더 물으려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리아세스테를 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스티한테 론니악을 소개해주고 있었어.”


“있었어!”


라는 말에 내가 론니악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났다.

리아세스테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스미스테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생각이.

그때는 론니악이 굉장히 넓어 보였는....... 아니, 잠깐.


“론니악을 소개해준다는 건 여기 베스파로제님의 성이랑은 전혀 상관없잖아.”


“으, 응? 그,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신경쓰지 말고!”


봤다. 보고 말았다. 리아세스테의 당황하는 얼굴을.


그래,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온 게 틀림없다.


그리고 또 꽤나 오랜만에 느껴져 오는 불길한 기운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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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6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7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2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9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3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8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9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3 0 8쪽
»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5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2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3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4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6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1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3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8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2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2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7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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