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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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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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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43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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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6화. 파괴된 우리 - 1

DUMMY

이렇게 될 거란 걸 예측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아카드민의 위험성이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십 번은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믿을 수 없다.


피투성이가 되어 내 뒤에 쓰러져 있는 테르에스테와


“로제에스테님....... 저도 여기까지.......”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무릎 꿇고 쓰러진 루즈에스테.


그리고.


“Karasi! te morga!”


나를 향해 달려드는 저 붉은 송곳니를.......




===================


15화. 파괴된 우리


===================



<내일. 아무 때나 세르니악으로 찾아와.>


라고 말씀하셨었다.

분명 ‘아무 때나’ 라고 말씀하셨단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무 생각 없이 잠에서 깨 정리가 되는대로 로제니악을 나선 것이고.

그런데.......


“왜 안 계신 거냐고!”


결국 짜증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물론 돌아 온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주위에 누군가 있었다면 이렇게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를 일은 없었을 테니까.

내가 서있는 곳은 세르니악 안 3층의 넓은 공동.

레이셀님은 지금 어디 계시냐는 말에 세르에스테가 오랜만에 무시하지 않고 직접 데려다주기까지 한 곳이다.


“하아.”


멍하니 서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진정돼나 싶던 짜증이 다시금 치솟는다.

뭐 준비? 드디어 나보고 준비가 다 됐다고 하셔놓고선 이번엔 자기가 준비가 안 됐다고 하기라도 하려는 건가?

뭔가를 시작할 마음이 있기나 한 건지 물어보고 싶다.


“.......”


그래, 여기에서 이렇게 계속 짜증만 내고 있는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서재에 가서 책이나 읽을 까?


“아, 미안 미안. 기다렸어?”


.......문득 일부러 이때를 노려 어디 숨어계셨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티에게 네가 왔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말이야.

오다가 이 앞에서 세르피리아님을 만나서 말이지.”


“세르피리아님이요?”


“난 서열 권 밖에 있을 때부터 세르피리아님께 반해있었거든.

매일 세르피리아님을 만나 뵐 기회가 있다니, 마신님의 제안을 받아 든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아.”


“........”


“정말 아름답지 않아? 세르피리아님 말이야.

여기에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가 한 번 쯤은 내 꿈속에도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


“........”


“.......그,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나도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야.

다만 인간계에 오래 있다보니까 조금 인간을 닮게 되었달까........”


“.......”


“어, 어쨌든! 그래, 내가 널 부른 이유는 앞으로 하게 될 수업의 계획을 설명해 주려....... 듣고 있는 거지?”


이걸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묵묵히 고민.


“음음,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넌 일주일에 한번 씩 내게 인간계에 나갈 때 필요한 이론 수업을, 그리고 나머지 날들은 다른 수계주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듣게 될 거야.”


일단은 중요한 얘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 나도 자세를 다잡고 레이셀님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이론 수업은 아직 나도 이 곳 론니악에 적응이 안 된데다가 마신님과 아직.......

어, 어쨌든. 그래서 다음 주부터 하기로 하고.”


왠지, 그 적응이란 게 세르피리아님과 관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수계주들의 수업을 먼저 시작하려고 말이야.”


그 말에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반쯤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로제에스테, 너 검술이란 걸 배워본 적 있어?”


검술? 무슨 연유로 물어보시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밀 농장에서 낫이나 휘두르던 내가 검술은 무슨.

고개를 가로저어 대답했다.


“역시. 내가 전에 했던 얘기 기억나? 영웅의 피가 보통 인간들과 다른 점.”


음,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

그게 아마.......


“구원의 충동과 신의.......”


“그래, 신의 검. 악마들에게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 힘을 갖고 있는 검.

문제는 이 힘이 검의 형태로만 나타난다는 건데.......”


기억난다. 성기사와의 일전 중 테르에스테의 약을 먹고나니 손에 들려있던 그 순백의 검.


“이것도 전에 말했던 건데, 기억나려나?

대부분의 영웅의 피들은 보통의 인간들과 같은 삶을 살아오다, 일정 계기를 통해 각성해 움직이는 게 보통 이라고 했던 말 말이야.”


기억난다. 그리고 그 말에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도.


“문제는 이들이 상대한 적들이란 게 신의 검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상대들이라는 거지.

영웅의 피를 연구하는 일부 마법사 놈들은 ‘필연적 운명이 도와 부족한 부분을 메꿔 준다.‘ 라고도 하는데 나는 많이 봤거든? 각성한 영웅의 피가 무력하게 죽어 없어지는 걸.”


잠깐, 그 말은.......


“아아, 물론 그렇다고 신과 인간의 약속이 깨져 인간이 그 위험을 피하지 못했던 건 아니고.

그 죽음 자체가 커다란 파동을 만들어 내 결국 그 위험을 막아내곤 했지.

케르신 왕국이 백성들의 봉기로 무너졌을 때도 그랬고.......”


마른침을 삼켰다.


“또 이전 계승자가 죽고 그 유지를 네가 이어받게 된 것도. 아, 이건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하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바래고 말았다.


“어쨌든, 마신님께선 널 지키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네가 허망하게 죽어버려선 안된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셔서 말이지.”


아, 아니다. 정신 차리자.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네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선 검술 훈련이 꼭 필요한데.

문제는 검술 훈련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닌데다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말이야.”


“남은 시간이요?”


“내가 얘기하지 않았던가? 최근 인간들이 감시탑을 증축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거든.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 목적이 아예 지옥과 인간계 사이의 연결을 끊어버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설이 돌고 있어.

물론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설’ 이지만, 아마 맞을 테지.

내가 인간계에 있을 때도 마법사들이 그런 류의 실험을 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거든.”


지옥과 인간계 사이의 연결을?

자세한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대규모 공사가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다만....... 그래도 증축이 끝났다간 네가 인간계로 나가는 건 둘째 치고 지옥은 통째로 말라 죽을지도 몰라.

어쨌든 결론은 여유가 없다는 거지.”


당황과 어이없음이 섞여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여태까지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치해 두고선 이제 와서 시간이 없다니.


“잠깐만요. 그, 그럼 그렇게 되기 전에 다른 악마들이 나가서........”


“그렇게 할 심산이었으면 벌써 인간계를 뒤집어 놓았어도 골백번은 뒤집어 놓았겠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이유야 일단 마신님께서 온건파이신 것도 있지만........ 전대 마신님의 주도로 인간계를 정벌했던 일 때문에 우리 악마들은 신의 미움을 사고 있으니까.

함부로 자극했다간 지금 이상으로 힘들어 질 수도 있거든.”


“하, 하지만.......”



“포기하고 인정하지 그래?

알고 있던 것 아니었어? 지옥의 명운이 네게 달려 있다는 걸 말이야.”


작가의말

16화의 부제목인 우리는 We의 우리가 아니라 Cage의 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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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6화. 파괴된 우리 - 8, After 18.05.17 353 0 21쪽
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6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7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2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2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9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3 0 12쪽
»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8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40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5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8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8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9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3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5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7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2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8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2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3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4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6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1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3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8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2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2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7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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