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73,767
추천수 :
4,772
글자수 :
518,047

작성
21.04.08 07:00
조회
721
추천
47
글자
12쪽

70. 3자 거래

DUMMY

벤자민은 성벽 안 호텔 앞에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마차 안에서 말이다.


나름대로 온갖 경험을 했다고 자부했으나, 커다란 산봉우리를 앞두니 보통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겉으로 드러내면 그 감정이 자신을 먹으려 할 테니.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총독께서 시간을 충분히 줬다면 데이브와 좀 더 말을 맞출 수 있었을 텐데.... 허나, 총독께선 그런 시간조차 주지 않으셨다.


하긴, 일부러 그러신 거겠지. 황제 일가 사람들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어 그 밑바닥을 보는 것을 즐기시니.


벤자민이 시계를 보며 데이브가 언제 오나 생각하는 그때, 똑- 똑- 마차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오셨습니다.”


벤자민이 그 말에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고드의 말대로 데이브는 맞은 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총독을 만나러 온 사람답게 제법 그럴듯한 차림을 했는데, 꾸미니 성벽 밖 채집꾼이 아닌 정말 번듯한 사업가로 보였다.


“음... 몰랐는데, 제법 젊고, 그럭저럭 잘생겼네. 평소에도 저리 좀 다니지.”


“도련님이 더 젊고, 잘 생겨 보입니다.”


“약간 소름 끼치는 거 알지?”


고드와 벤자민이 농담을 나누는 사이 데이브가 다가와 벤자민에게 인사했다.


“벤자민 변호사님.”


“데이브 씨.”


서로 인사를 교환한 후 데이브는 물었다.


“이 호텔에....”


“계십니다.”


벤자민의 대답에 데이브는 긴장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상대가 상대니.


“후... 직접 만나 뵙는 건 처음이군.”


‘직접?’


“그럼 들어갈까요?”


“잠시만요.”


용기를 내며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던 데이브를 벤자민이 멈춰 세웠다. 그리고 조언했다.


“데이브 씨께서 충분히 잘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말씀을 하실 때 두세 번은 생각하고 이야기해주십시오.”


잠시 침묵하던 데이브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브의 대답을 들은 후 벤자민은 호텔에 들어가 총독이 계신 가장 끝 객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던전에 오고 나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이다.


롭 앤 포터 고객들을 대접하는가 하면, 성벽 밖에서 회사를 연 괴짜를 만나 수차례 설득했고, 늑대인간에게 습격받는가 하면, 지금은 그 괴짜와 이 도시의 총독을 설득하러 간다니.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그러자 문득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던전에 오면 누님들과 같이 놀 생각을 했는데, 밤 빼고는 하루종일 일에 매달리는 꼴이라니.


일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 잊었다고 할까?


벤자민은 자신이 어쩌다 마법제품제조규격, 마법회사, 마법학교와 같은 개혁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다.


마법사가 꼴 보기 싫어서? 아니면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싶어서? 것도 아니면 돈?


그렇게 생각을 더듬던 중 데이브가 조심스럽게 벤자민의 어깨를 건드렸다.


“... 괜찮으십니까? 변호사님.”


“아.... 죄송. 좀 피곤해 딴생각을 했습니다. 자 들어가시오.”


벤자민은 최상층 객실 가장 좋은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층을 다 빌렸는데, 문 앞에서 거대한 퀘르노 족 혼혈이 석상처럼 서 있었다.


그는 벤자민을 보자마자 문을 열었는데, 열린 문을 따라 벤자민은 안으로 들어갔고, 총독이 자신들을 반겨주었다.


“무릎 꿇어.”


문이 탁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가 말했다. 인사도 생략한 강압적인 명령.


데이브는 잠시 당황했지만, 벤자민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이브가 말없이 뒤따라 무릎을 꿇었다.


들어온 지 1초도 되지 않아 무릎 꿇은 두 남자, 그리고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는 남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벤자민과 데이브를 바라보며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마침내 총독이 입을 열었다.


“왜 무릎 꿇었나?”


“총독 각하의 명이라 무릎 꿇었습니다.”


벤자민의 대답했다. 총독이 데이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는? 진흙타운의 사업가여?”


“... 이 도시의 총독 각하의 명이라 끓었습니다.”


“하아....”


메를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둘 다 똑똑한 사람이라. 그 외에도 난 황제의 일가이기도 하지. 당연한 건데, 가끔씩 이 사실을 잊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래.... 그럼, 반대로 묻지 그대는 누구인가. 벤자민?”


파도처럼 몰아붙이는 상황. 벤자민은 정신을 놓지 않고 가다듬으며 말했다.


“프란츠 연합 제국의 황실 변호사입니다.”


“또?”


“.... 황실 마법 부서의 장관입니다.”


“또.”


“....”


“자넨 그거 두 개인가? 황실 변호사이자, 황실 마법 부서의 장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한 벤자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외에 롭 앤 포터 법률사무소의 마스터이며, 포그곤트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아.... 후계자가 됐나?”


“예, 각하.”


“축하하지. 그럼 자네의 정체성은 그거 네 개인가? 황실변호사, 황실 마법 부서의 장관, 롭 앤 포터의 마스터 그리고 포그곤트 가문의 후계자.”


“그렇습니다.”


메를린 총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다가 데이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M&C의 마스터 데이브... 이리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겠지?”


벤자민은 의구심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감히 묻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 있는 건가?


“예, 각하.”


“만나서 반갑네. 시간을 아끼고 싶으니 빨리 대답해 주게. 자네는 무엇이지?”


“전 일개 채집꾼이며, 두 스승을 둔 남자이며,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마스터이자, 채집꾼 조합과 노동자 조합, 돼지 조합, 거름 공장의 동료입니다. 그리고 성벽 밖에 빚을 진 빚쟁이이기도 합니다.”


총독은 프흐흐흐흐 낮게 웃었다. 입 모양이 미친놈이라 말한 것 같았다. 도대체 저 둘이 무슨 사이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총독이 다시 명했다.


“이제 일어나.”


벤자민과 데이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벤자민은 일어날 때 총독이 그저 아무 계획 없이 우리를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네가 왜 자네들을 호텔에 부른 건지 아나?”


벤자민과 데이브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한번 호텔에 와보고 싶었거든.”


“.....”


“그리고 좀 뭐랄까...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총독이 그리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비싼 물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의자가 한순간 왕좌처럼 보였다.


“얼마 전 황제 폐하와 나는 대화를 나눴다. 좀 흥미로우면서도 매우 불쾌한 내용이었지. 뭔지 아나?”


벤자민을 알 거 같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던전의 공국 분리에 관해서다.”


“예?”


데이브가 놀라며 말했다. 그에 반해 벤자민은 차분했다.


“본국의 머저리 몇몇이 아이디어 냈다더군. 제국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을 만들기 전 그 실험을 해볼 곳이 필요하다고.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니 이곳 던전이 가장 적합하다더군.”


벤자민은 총독의 안색을 살폈다. 어째서인지 그는 매우 불쾌해 보였다.


던전이 공국으로 분리되면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일 텐데 말이다.


“아,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는군. 변호사.”


“아닙니다. 각하.”


“아니긴... 뭐 이해해. 최대 수혜자가 나일 텐데. 그런데, 난 별로 그런 것에 관심 없거든. 통치니 작위니 그런 거... 솔직히 귀찮을 따름이야.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재산만 챙겨 한량처럼 쉬고 싶어. 무엇보다 선황 때부터 시작한 제국의 통합이 역행하는 것 같아 무척 거슬려.”


아... 벤자민이 속으로 탄식했다. 확실히 던전의 공국화는 통합을 지향하던 제국의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의견이 무슨 상관이겠어? 그 결정은 오직 황제 폐하께서만 내릴 수 있고, 난 그저 따를 뿐이지. 물론, 같은 이치로 벤자민 자네 역시 내게 복종해야겠지만. 이견 있나?”


“없습니다. 각하.”


데이브가 고개를 돌려 총독을 봤다. 자세가 독특해 묘한 위압감을 풍겼다.


“그리고 데이브... 그대 역시 이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던전이 공국화가 되고, 법을 시행하면 던전은 더 이상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확장할 거거든. 이미 과포화 상태니까.”


맞았다. 외성 벽 안은 이미 개발될 대로 되었다.


몇몇 빈민가를 제외하고는 무너뜨리고 새로 세울 공간이 없었는데, 이 와중에 요하네스가 말한 법안이 실행된다면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와 도시는 터져나갈 게 분명했다.


“상상이 가나. 그 난리통이 눈앞에 왔는데, 그렇다 할 해결책은 없고, 까마귀와 가재는 오직 제 일에만 관심 가지지.”


“각하-”


“-아냐, 괜찮아. 별로 기분 안 나쁘니... 아니 사실 기분 나쁘긴 한데, 이해는 해. 신하들이 우리 형제가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와중에도 말리지 않고, 눈치나 보거나 미친 척할 때 충성심이란 개념이 내게서 사라졌거든... 세상은 계약이지.”


메를린이 자신을 가리켰다.


“나 메를린. 프란츠 연합 제국의 공작이자, 황제의 동생, 그리고 던전의 총독이지. 내 관심사는 내 황가와 던전의 안녕뿐이고.”


다음에 벤자민을 가리켰다.


“자네 벤자민은 황실 변호사이자, 황실 마법 부서의 장관, 롭 앤 포터의 마스터, 포그곤트 가문의 후계자. 아마, 자신의 권력과 가문의 미래가 최우선이겠지. 부정하려면 지금 하게.”


“.... 부정하지 않습니다.”


메를린이 고개를 끄덕이곤 이번엔 데이브를 가리켰다.


“그대는 M&C의 대표이자 기타 블라블라블라이니, 성벽 밖 사람들이 최대 관심사겠지? 자네 이야기를 들었네.”


“그렇습니다.”


“우선 못 박고 가지만, 난 어렸을 때 많이 맞고 자라 냉소적이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네. 그러니 국가의 미래니, 사람이니 같은 헛소리 빼고 실용적인 이야기만 하자고. 자네들이 필요한 게 뭔지 대강 들어서 얼추 알고 있네. 그대는 데이브의 협조이고, 그대는 성벽 밖 토지 문제가 관심이겠지? 맞나?”


“예, 각하.”

“그렇습니다. 각하.”


“비하할 뜻은 아니지만, 토지 문제는 민감하네. 수많은 돈과 이권, 세력이 얽힌 일이지. 결코, 그대들이 하는 일에 비해 하찮지 않네. 최소한 난 그렇게 여기지. 할 말 있나?”


총독에 말에는 힘이 있었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닙니다. 각하.”


“자,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하는군. 난 자네들 둘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내가 매우 어려워지고,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어지지. 그 누구 하나 나한테 고마워하지 않을 테지만, 자네들은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을 테고.... 공평해 보이지 않는군.”


“그럼.....”


“던전이 공국화가 된다는 전제하에서 자네들을 도와주지. 데이브 자네의 관심인 성벽 밖 사람들의 재산과 거주를 보장해주지. 물론,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어깨에 짐을 짊어지고 쫓겨나가는 신세는 면하게 해주지. 그리고 아웃사이더를 어느 정도 개발할 예산도 편성해주고.... 단, 자네는 이제부터 벤자민에게 협조하고, 내게 복종해야 하네. 던전의 안정을 위해..... 참고로 나와 이 이상 협상하려 들지 말게. 받아들이던가, 거절하던가 단 하나만 택하게.”


총독의 경고에 데이브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브의 협조를 얻는 게 그대 목표였지, 벤자민?”


“예, 각하.”


“원하는 걸 얻었으니. 자네 역시 내게 뭔가를 줘야 공평하지 않겠나?”


“예, 각하.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음... 원하는 것이라.”


총독 메를린이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입을 뗐다.


“....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당장은 자네 일이 더 급하니. 형님께서도 관심이 있으시고. 문제 있나?”


솔직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벤자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없습니다. 각하.”


“그럼,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지.... 이제 뭘 할 건가? 황실 변호사?”


“.... 데이브 씨의 협조를 구한 다음 본국으로 다시 돌아갈까 합니다. 그리고 복종시킬 겁니다.”


“무엇을?”


“마법사를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도시 던전3은 매일 아침 7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4 21.02.10 1,021 0 -
88 후기 +49 21.04.30 1,546 62 2쪽
87 86. 수여식 +20 21.04.30 1,008 48 10쪽
86 85. 할아버지와의 대화 +19 21.04.29 845 55 10쪽
85 84. 복종 +22 21.04.28 785 49 14쪽
84 83. 증명 +30 21.04.27 780 44 14쪽
83 82. 마지막 습격 +22 21.04.26 780 49 12쪽
82 81. 가족 +15 21.04.23 774 45 11쪽
81 80. 아나 아가씨 +20 21.04.22 774 50 11쪽
80 79. 일대일 인터뷰 +12 21.04.21 733 49 11쪽
79 78. 발악 +18 21.04.20 762 49 11쪽
78 77. 요동 +14 21.04.19 785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8 52 13쪽
76 75. 티켓 +10 21.04.15 745 53 10쪽
75 74. 손님. +8 21.04.14 786 49 15쪽
74 73. 본격화 +19 21.04.13 757 56 12쪽
73 72. 펠러 공법 +21 21.04.12 780 53 12쪽
72 71. 존 앤 베넷 +28 21.04.09 796 55 13쪽
» 70. 3자 거래 +27 21.04.08 722 47 12쪽
70 69. 총독의 호출 +17 21.04.07 787 52 13쪽
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8 55 14쪽
68 67. 협력 +18 21.04.05 771 47 14쪽
67 66. 총성 +32 21.04.02 771 49 15쪽
66 65. 그럴듯한 이유 +16 21.04.01 777 44 14쪽
65 64. 팬들 +36 21.03.31 776 50 15쪽
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8 55 13쪽
63 62. 초대 +18 21.03.29 742 52 14쪽
62 61. 파티 그리고 손님 +20 21.03.26 779 52 13쪽
61 60. 파티 참석 전 +21 21.03.25 794 49 14쪽
60 59. M&C +24 21.03.24 783 5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