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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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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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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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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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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9. 총독의 호출

DUMMY

포그곤트 가문의 서재에 두 여인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갈색머리를 뒤로 묶고, 바지를 입은 밝고 건강한 분위기의 미녀였으며, 다른 한 명은 붉은 곱슬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지적이면서도, 다소 음울한 미녀였다.


전혀 다른 둘. 하지만 굳이 공통점을 말해보라면 세 개 정도가 있었다.


하나는 얼굴의 매력을 돋보여주는 주근깨, 둘 다 포그곤트 가문이라는 것. 마지막 하나는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아마도...


팔랑. 팔랑. 팔랑. 스걱, 스걱, 스걱. 종이 넘기는 소리와 칼을 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무슨 할 말 있어. 앤?”


붉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여자가 말했다.


“별로... 바빠 보이네. 아델라 언니?”


“조금....?”


“뭐길래 그리 바빠?”


아델라는 넘겼던 종이를 다시 훑어보며 말했다.


“마법 실험 도구에 관한 실패 보고서를 읽고 있어. 베니가 썼던 거.”


“헤에.... 지루해 보이는데?”


아델라는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루하고 거기다 골치 아픈 일이었으니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본인도 확신이 안 섰다.


“현재 최대 관건은 실험 도구의 생산 시간을 최대한 낮추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논문처럼 분업이 딱이긴 한데, 적용하는 건 너무 힘드네.”


앤이 날카롭게 갈았던 단감을 닦은 뒤 품 안에 넣었다.


“굳이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마. 애당초 난 그런 쪽으로 영 소질 없는 거 알잖아?”


“소질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거겠지.”


아델라가 핀잔을 줬다. 실제로 앤은 머리가 나쁜 게 아니었다. 비록 난독증이 있긴 했지만, 베니의 노력으로 고치기까지 했으니. 그저 지루한 공부와 마법 제품 생산에 흥미를 못 가질 뿐이었다..


여러 번 공부를 가르쳐 본 아델라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도 있었다.


조금만 공부해도 쉽게 평균 이상은 갈 텐데... 하긴, 어쩔 수 있겠는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포그곤트인데.


아델라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한 게 아니면 왜 여기 있는 건데? 네가 책을 읽으려는 건 아닐 테고.”


“왜 그래. 내가 책을 안 읽다니.”


“싸구려 소설책?”


“그것도 책은 책이지.... 그냥, 일은 어찌 되는지 궁금해서. 그 마법 개혁 위원회인가 뭔가? 언니는 요즘 무슨 법 만드는데도 참가했잖아?”


그랬다. 벤자민을 포그곤트 가문의 정식 후계자로 세운 후, 할아버지의 허락하에 아델라와 앰버를 비롯한 포그곤트 가문의 구성원은 학술교류 뿐 아니라, 마법제품제조 규격에도 참가하고 있었다. 비록 자리만 지키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뭐 그렇지.”


“어때?”


“.... 꽤 재밌는 곳이야.”


“그래?”


“어. 이 나라에 마법사 가문이 꽤 있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본 거 같거든. 그리고 각자 같은 주제로 소리내는 게 보고 있는면... 꽤 흥미로워.”


“헤.... 어째 자랑스러워하듯이 들린다?”


아델라는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과연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수많은 마법사 가문이 모여 마법제품제조규격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은 어떤 의미로 웅장하기까지 하였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대한 무언인가가 세워진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그런 자리를 베니가 만들었다는 거였다. 우리 막냇동생이 말이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마법사들을 협박해 법을 강제한다고 하던데 어때 진짜 그래?”


“아니... 그랬으면 그렇게 마법사를 못 모였겠지. 오직 논리를 기반으로 한 대화뿐이야. 가끔씩 감정이 격해져 서로 주먹다짐을 하려는 경우가 있지만.”


“오호... 그건 좀 보고 싶네.”


“보고 싶으면 와.”


“음... 조금만 더 있다 갈 거야. 진짜로.”


아델라는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 앤은 자매들 중 행동력이나 적극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아이이니.


스스로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하지 말라고 해도 움직일 아이였다. 뭐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는지 몰랐지만, 아델라는 기다려주기로 했다.


앤이 다시 물었다.


“다른 재밌는 이야긴 없어?”


“.... 던전으로 떠난 베니를 대신해 회의를 주최하는 할아버지.”


앤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 존이라는 그 할아버지?”


“그래. 베니가 각별한 거 보고 범상치 않은 사람인 건 알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재밌는 사람이더라.”


“그래?”


“응. 마법사 못지않게 마법을 잘 알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저열한 농지거리조차 웃으며 받아들이고는 그대로 되돌려주더라고. 덕분에 회의가 마법사들에게 불리하게 흐르고 있어.”


“한번 만나보고 싶네... 아, 이제 일어나야겠다.”


서재에 놓인 시계를 보고 앤이 말했다. 아델라가 물었다.


“어딜 가?”


“약속이 있어서.”


“약속이라니?”


“뭐 별거 아니야....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



***



째깍- 째깍- 째깍- 째각-


벤자민은 롭 앤 포터 본사 자신의 마스터 사무실에 서 있었다.


그냥 저 있는 것도 아닌 각을 잡고 서 있는데, 뭔가 초조한 듯 시계를 바라봤다.


아직 약속 시각이 아니었지만, 예측하기 힘든 분이었으니 미리부터 준비했다.


적잖게 긴장됐는데, 그 긴장감을 풀려고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했다.


가령, 거울처럼 빛나는 자신의 고급 탁자라던가, 금박으로 장신한 법전이 꽂힌 책장,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의자와 타타르 제국에서 만든 고급 소파 같은데 말이다.


속물처럼 굴기 싫었지만, 벤자민은 저것이 바로 자신이 성공했다는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직원들의 눈빛과 박수갈채처럼 말이다.


벤자민은 처음 던전으로 돌아오던 날 사무실에서 자길 보고 박수를 친 변호사, 사무보조원, 회계사, 마법사를 떠올렸다.


그 얼마나 황홀한지... 하지만 지금의 자리 후 그것과 비교 안 되는 더 거대한 것을 손에 넣을지도 몰랐다.


‘이야기만 잘 마무리된다면 말이지. 만약, 안 풀리 경우.... 생각도 하기 싫군.’


그때,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드의 목소리가 말이다.


“도련님. 총독각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 안으로 모셔라.”


그 말과 함께 문이 끼익 열리더니 누군가 혼혈 퀘르노 족을 이끌고 들어왔다.


황제의 막냇동생이자, 던전의 통치자 메를린 총독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이리 방문해 주시니 무궁한 영광입니다.”


메를린은 특유의 나른한 태도로 손을 들어 벤자민의 인사를 받아주고는 상석인 마스터 자리에 앉았다.


“환대에 감사하군. 애당초 내가 멋대로 여기서 만나자고 했는데.”


“전 상관없습니다. 각하.”


메를린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건 그렇고 사무실이 꽤 좋은데?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곳 치고는 말이야.”


벤자민이 작게 웃었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제 동료들이 절 생각해줘 그렇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 그냥 질투 나서 해본 거야. 아버지 때부터 원치 않게 가진 근검절약 정신 때문에 난 이런 사무실을 못 가졌거든. 자네는 알겠지.”


벤자민은 직위에 맞지 않게 소박한 옷차림과 방을 사용하는 황제를 떠올렸다.


“예, 압니다. 각하. 허나, 그러한 정신 때문에 프란츠 연합 제국은 하나로 통합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황께 맞아보면 생각이 바뀔 걸세. 취미가 왕자를 때리는 거였거든. 그 외에도 신하와 병사를 때렸지... 내가 굳이 날 찾아온 자넬 물리고, 여길 직접 방문한 이유가 궁금하겠지?”


“각하의 결정에 의문 따위 없습니다.”


“하하. 아부하는 솜씨가 제법이군. 날 찾아왔을 때 자네가 내게 말했지. 내게 말씀드릴 일이 있다고. 보고드릴 일이 아니라.”


“... 예, 각하.”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미묘한 차이가 있지. 보고는 그저 일의 결과를 이야기하려는 거지만, 말씀드릴 게 있다는 건 뭔가 제안할 게 있다는 거거든. 그래서 직접 찾아왔네. 자네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해보게 내게 뭘 제안하려는 거지?”


훅치고 들어 오는 총독의 질문에 벤자민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확신을 가진 벤자민은 자신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입을 뗐다.


“.... 각하. 저번에 말씀하신 것 기억하십니까?”


“글쎄... 난 총독일세. 수많은 말을 하지.”


“성벽 밖 토지에 관한 것입니다.”


총독이 턱을 긁적였다. 나른해 보였지만, 그 안에 있는 신중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음.... 성벽 밖으로 도시가 성장하면 어쩔지에 대한 거였나?”


“예, 각하.”


“.... 아마, 그곳에서 불법으로 살던 이들을 쫓아내고, 합당한 구매자들에게 넘긴다고 했던 거 같군. 왜 그러나 날 비난하고 싶나?”


“전혀 아닙니다. 통치자에겐 통치자의 규칙이 있을 법이니.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군.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함부로 판단을 내렸다간 이 도시는 질서도 규칙도 없는 무법천지가 될 거야. 온갖 파리가 꼬여 들겠지. 그런데?”


“혹시,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란 말씀은 기억이 나십니까? 각하.”


“날 것 같기도, 안 날 것 같기도 하군. 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나?”


“... 최소한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하지만 이런 문제는 최소한 자네 생각으로 어찌할 게 아닌 거 같은데? 자네가 큰일을 하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토지 문제는 꽤 민감한 거거든. 자네도 알다시피.”


그랬다. 토지 문제는 몹시도 민감한 문제였다. 커다란 이권이 뒤섞인 문제이니. 특히, 개발 가능성이 있는 토지 문제는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 통합과정에서 매해 큰 이슈가 된 것 역시 토지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제 표현이 다소 겸손했던 것 같습니다... 각하가 보셔도 그럴듯한 이유라 생각하실 겁니다.”


총독은 잠시 있더니,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건방지군... 어디 한 번 이유를 말해보게. 단, 신중하게 입을 열어야 할 거야.”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전 성벽 밖에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있는 것은 데이브라는 성벽 밖 사업가입니다.”


“알아... 들어봤거든. 기인이라 하던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허나, 그럼에도 전 그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석 때문인가?”


“그게 가장 큰 이유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안정적인 원석 확보만 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성벽 밖 토지를 그냥 넘겨주는 건 내 이념에 맞지 않아. 남 좋은 일만 실컷 해주고, 나라는 가난해지고, 이내 붕괴하겠지. 원석을 확보할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 원석뿐만이 아닙니다.”


“아, 이제 본론이군.”


“확실하진 않지만, 원석 못지않게 값진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브란 그 남자에겐 말이지요.”


“.... 이해가 안 되는데.”


“저 역시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그가 보유한 마법 연구자료 중 일부를 봤고, 아주 뛰어난 연구자료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마법 실험 도구 생산 실험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도 있는 수준입니다.”


“..... 그건 좀 더 연구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나?”


“죄송하지만, 이게 훨씬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정도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으나, 데이브란 자는 어떤 뛰어난 마법사의 연구자료를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본인말로는 은거한 채 연구한 마법사라 했는데, 제 추측으로는 금맥처럼 귀한 연구자료라 생각합니다.”


“그게 날 귀찮게 할 정도다?”


“그렇습니다. 각하.”


벤자민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총독은 살짝 놀란 듯 눈이 커지더니 턱을 괴며 상념에 빠졌다. 무심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벤자민은 한참 동안을 말없이 총독을 기다렸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정말 데이브 그자가 자네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예, 각하... 그리고 이곳 던전에도 도움이 되는 자입니다.”


총독이 침묵 후 입을 열었다.


“.... 약속 좀 잡지. 얼굴 보고 말해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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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 복종 +22 21.04.28 785 49 14쪽
84 83. 증명 +30 21.04.27 780 44 14쪽
83 82. 마지막 습격 +22 21.04.26 78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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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 발악 +18 21.04.20 762 49 11쪽
78 77. 요동 +14 21.04.19 785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8 52 13쪽
76 75. 티켓 +10 21.04.15 745 53 10쪽
75 74. 손님. +8 21.04.14 786 49 15쪽
74 73. 본격화 +19 21.04.13 757 56 12쪽
73 72. 펠러 공법 +21 21.04.12 780 53 12쪽
72 71. 존 앤 베넷 +28 21.04.09 796 55 13쪽
71 70. 3자 거래 +27 21.04.08 722 47 12쪽
» 69. 총독의 호출 +17 21.04.07 788 52 13쪽
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8 55 14쪽
68 67. 협력 +18 21.04.05 771 47 14쪽
67 66. 총성 +32 21.04.02 771 49 15쪽
66 65. 그럴듯한 이유 +16 21.04.01 777 44 14쪽
65 64. 팬들 +36 21.03.31 776 50 15쪽
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8 55 13쪽
63 62. 초대 +18 21.03.29 743 52 14쪽
62 61. 파티 그리고 손님 +20 21.03.26 779 52 13쪽
61 60. 파티 참석 전 +21 21.03.25 794 49 14쪽
60 59. M&C +24 21.03.24 784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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