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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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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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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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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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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7. 요동

DUMMY

벤자민이 발표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란츠 연합 제국은 조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사업가, 호사가들은 제각기 모여 벤자민의 발표 내용을 검토했는데, 긍정적인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이들도 있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왜냐하면 마법사들과 일반인들의 벽은 그만큼 높고 두터웠으니.


웬 변호사 하나가 나와 발표를 한다고 무너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나, 한편으로는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들도 생겨났다. 마법사와 일반인들의 그 높다란 벽을 넘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이익일지 말이다.


가령, 사업체에 대한 투자와 동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사업가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만약, 자신들이 돈을 모아 한 실력 있는 마법사를 섭외하면 마법을 못 쓰는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마법 회사를 세울 수 있지 않겠냐고.... 물론, 술자리 농담 수준의 발언이라 같이 듣던 이들 모두 웃는 수준으로 끝났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법이란 분야는 여태껏 자신들의 손이 닿지 않은 금단의 영역. 그 영역에 손을 뻗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부가 들어올지 감시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들은 벤자민이 말한 마법 실험 도구를 만드는 회사에 관심을 가졌다.


밑바닥 변호사로 황실 변호사까지 올라와 단 3, 4년 만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그가 그저 허튼소리를 했을 리는 없을 거라는 의견과 함께 말이다.


몇몇 영리한 사업가들은 분명 그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것은 비단 사업가와 호사가뿐만이 아니었다.


발표에 초대받은 교수들은 저들 나름대로 벤자민의 비전을 듣고 그 가능성에 관해 토론하였는데, 어떤 이들은 이 나라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극찬하는가 하면, 몇몇 보수적인 교수들은 너무 섣부른 의견이라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법적인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 자칫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각 소식지 기자들은 이에 관해 빠짐없이 기록해 이번 주 소식지 메인 기사로 올렸고, 저마다 타당한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요란스러운 행렬에 마법사들 역시 빠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마법사들은 이는 마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닭의 오만이라 말하며, 마법 실험 도구를 싸게 만들 수 없는 이유에 관해 숱한 이유를 대며 시간 낭비 자원낭비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허나, 세상이 변한 것인지 그중 몇몇은 꼭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령, 실패한다 해도 저기서 마법 실험도구의 생산을 개선할 수 있는 힌트 한 조각이라도 얻으면 이득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소수의 마법사를 제외하곤 나머지 마법사들 역시 높은 교육비는 꼭 없애고 싶은 원수 같은 존재였으니.


그렇게 각 직업군에 있는 이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벤자민의 발표를 떠들었으며, 대중들에게 천천히 이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심각해지고, 바빠진 이들도 생겼다.


바로, 이 프란츠 연합 제국의 중앙의원들로 사실상 새로운 국가 정책을 제시한 그들은 벤자민의 발표를 근거로 동방 무역에 투자해야 할지, 마법 산업에 투자할지 말지 서로 핏대를 높여 싸워댔다.


모두 황제의 뜻대로 말이다.



***



“그럼, 다음 주 던전의 공국화가 정식으로 올라가는 겁니까?”


벤자민이 맞은편 요하네스에게 물었다.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폐하와 이야기. 마친 상태요. 공국-자치 형태로 만든 다음. 약속한 의원들이 지지 보낼 것이오.”


“그런 다음 사유재산 보장과 주식회사 법안을 차등적으로 실시하는 거고요?”


“그렇소. 그리고 유혹할 것이오.”


“유... 혹요?”


“이 법안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위한 실험체 말이오. 높은 사업성 가진 사업가들 한정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려 하오. 마법사도 포함해 말이오. 그렇다면 투자자를 유치하기 쉬워 결과적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소.”


벤자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던전을 공국-자치구로 만들려는 것은 본국에 법을 적용할 때 최대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새로운 사업가가 몰려야 했다. 일단, 국가에서 지원금을 내주고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다음에는 자연스레 다른 사업가들이 몰릴 터. 썩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마치, 초창기 던전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처럼.... 던전의 확장은 더 이상 막을 수 없겠군.’


“그건 그렇고. 대단하오. 벤자민 변호사.”


“예? 뭐가 말씀이신지?”


“소식지. 읽지 않소? 벤자민 변호사에 대한 기사가 많던데 말이오.”


아.... 그랬다. 마법 회사를 세울 서두를 열고, 투자자를 모으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발표는 벤자민에 대한 관심으로 쏠렸는데,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사업가들이 주로 보는 골드코인 소식지는 벤자민의 말에 현실성이 없다는 냉소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능하다면 새로운 투자처가 생길 거라 이야기했으며, 각 변호사 조합 소식지는 벤자민이 말한 상황이 되려면 법적인 제도가 정비되야 한다는 사설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수정구와 고깔모자와 같은 마법사 소식지는 사악한 까마귀가 본색을 드러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마법제품제조규격을 만드는 회의가 다소 소란스러웠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거의 완성이 된 상태라 마법사들이 더이상 필요 없다는 거였다.


벤자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래저래 제가 논란을 만들었나 보네요.”


“난 나쁜 것 같지 않소. 정치. 조용한 것보다는 소란스러운 게 낫소.”


“그렇습니까?”


“그렇소. 길더스에서 난 투자자이기도 했으나. 한 도시를 다스리기도 했소. 정치도 조금 아오. 돈과 정치. 밀접하니.”


“아,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닌데,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불쾌하지 않소. 특히, 그대라면.... 혹시 던전에서 총독 각하와 무슨 대화 나눴소?”


“음.... 이것저것 나누긴 했는데, 왜 그러십니까?”


“나도 지나가며 들은 것이라. 잘은 모르지만. 총독께서 벤자민 변호사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 그러오.”


음.... 벤자민은 메를린 총독 각하를 떠올렸다. 데이브와의 협조를 위해 중간에 끼어들어 도와주셨지.


총독은 데이브의 최대 관심사인 토지문제를 해결해 주신다 약속했고, 그 덕분에 벤자민은 펠러-툴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메를린 총독께서 데이브의 복종을 얻어 냈고... 문득, 벤자민은 아직 자신이 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공을 세우긴 했지만, 이것과 그것은 별개니. 총독이 나중에 무엇을 요구할까....


‘....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던전에서 사건 사고가 좀 있었고, 제가 각하에게 도움을 받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 선택받은 아이들인가 하는 마법 극렬 세력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길더스에서도 그런 일이 드물진 않았지... 그들과는 이야기가 잘 됐소?”


“수가 많아 다 만날 수는 없었지만, 간부진 중 핵심은 몇몇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로잡은 마법사 중 은근히 아는 게 많아서 말입니다.”


“만남은 어땠소?”


벤자민이 잠시 침묵했다.


“..... 꽤 재밌었습니다.”


“재밌었다고?”


“예, 묘하게 말이 통한다고 할까?”


“의외군. 마법우월주의 집단이라 앞뒤가 꽉 막힌 양반인 거 같던데?”


“물론, 그런 이들이 적잖게 있는 것도 맞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눈뭉치라고 할 수 있죠.”


“눈뭉치 말이오?”


“예, 눈뭉치.... 마법우월주의자들이 핵심으로 있고, 그 주위로 좀 덜 극단적인 마법우원자들이 있으며, 그러다 관심 있는 도련님들 아가씨들이 가입한 거죠. 나중에는 케이크 한 조각 얻어먹을까 하는 다른 마법사들도 가입한 거고요.”


“그러던 차 벤자민 변호사. 그대가 등장한 것이고?”


“예... 웃기게도 제가 등장함으로써 그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됐죠. 하지만 이제 와서 다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케이크 조각을 바라거나, 재미 삼아 가입한 이들은 대부분.... 상황이 변하고 위험이 구체화되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습니다. 굳이 심각하게 싸우고 싶지 않겠죠.”


“하지만 그래도 설득되지 않는 자들도 있지 않소?”


정답. 부정하곤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골수부터 마법 우월주의자인 이들과 벤자민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벤자민의 설득이 먹히지 않았다.


벤자민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무슨 문제 있겠습니까?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데.”


“원래 사람. 궁지에 물릴수록 위험해지는 법이오.”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이 정도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있겠습니까? 만약 절 공격하는 거면 오히려 환영입니다. 본격적인 일에 앞서 마법사들 목줄을 쥘 게 생기는 것이니.”


“대단하군... 죽는 게 겁나지 않소?”


“.... 겁나죠. 하지만 무력해지는 게 더 겁납니다. 양으로 평생을 살 바에는 사자로 하루를 사는 것이 더 낫지요.”


벤자민의 대답을 들은 요하네스는 그답지 않게 파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저리 웃는 걸 본 적이 없기에 벤자민은 당혹스러웠다. 이제 친해졌다고 생각한 것인가?


웃음을 그친 그가 입을 열었다.


“... 아, 실례. 미안하오. 비웃는 건. 아니었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변호사께 이런 말. 하는 게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요즘 젊은이들치고는 아주 훌륭한 것 같소.”


“.... 그리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재무관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다니.”


“저번에 묻다 말았나? 혹시. 교제하시는 분이 있소?”


“......”


“이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없어지시는구려.”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만?”


“바보인 척하는 것이오? 아니면 내가 바보라 생각한 것이오? 난 예쁜 조카가 있소. 결혼하지 않은 예쁜 조카가. 난 훌륭한 남편감을 찾아줄 의무가 있소.”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대상으로 절 점찍으신 것 같군요.”


“그렇소. 이상하오?”


“예. 이상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잘못 보신 듯합니다. 전 조카분에게 어울릴만한 남자가 되지 못합니다.”


“젊고, 부유하며, 유능하며, 거기다 장례성도 높은데, 못 된다는 것이오? 뭣보다 그 아이가 그댈 꽤 마음에 들어 하오.”


“..... 그저 친구로서 좋아할 뿐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


“혹시, 내 조카에게 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소?”


“그럴 리가요. 훌륭한 아가씨입니다. 아름답고, 당차시죠.”


“그런데 어찌 그러는 거요? 단순히 난 결혼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오. 결혼을 통해 나와 그대는 단순한 협력을 넘는 동맹이 될 수 있소. 그리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쑥스럽지만. 난 부유하고, 물려줄 가족도 딱히 없소. 자연스레 내가 죽으면 내 부는. 그대가 가지게 될 것이오.”


“죄송하지만, 유산을 보고 결혼할 만큼 가난하지도, 염치가 없지도 않습니다. 요하네스 재무관님.”


“.... 그래서 변호사가 마음에 드는 것이오. 염치 있는 자들은 보기 드물거든.”


“이야기가 계속 헛돌고 있는 듯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재무관님.... 부디 기분이 나쁘셔도 언짢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절 좋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 하나 전 아나 아가씨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해는 마시죠. 아가씨가 싫은 게 아니라, 제 사정 때문이니.”


“혹시, 그대 누이를 말하는 것이오?”


벤자민이 침묵한 후 말했다.


“..... 어째 말씀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요하네스가 사과의 뜻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미안하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 말하고 싶소.”


“현실요?”


“그렇소. 결혼. 서로 필요한 자들. 합치는 것. 아니겠소?”


“그런 거라면 이야기 끝났군요. 전 그녀들이 가장 필요하거든요. 진심으로요.”


하아..... 요하네스가 한숨을 쉬었다.


“.... 그런 식으로 살다간 제 명에 못 살 것 같소. 벤자민 변호사.”


“오래 살고 싶었으면 애당초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겠지요. 요하네스 재무과님. 전 그저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가고 싶을 뿐입니다.”


벤자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럼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재무관님.”


“붙잡지 않겠소. 잘 가시오. 벤자민 변호사.”


벤자민은 요하네스와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웬걸 손님이 한 분 있었다. 바로, 앤드리 누님이었다.


“누님?”


“안녕, 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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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 발악 +18 21.04.20 762 49 11쪽
» 77. 요동 +14 21.04.19 785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8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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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본격화 +19 21.04.13 757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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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8 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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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8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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