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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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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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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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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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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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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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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8. 발악

DUMMY

집에 찾아온 앤드리 누님을 본 벤자민은 반가우면서도, 놀랐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 기억이 맞다면 추수감사절 이후 화해하러 직접 집으로 찾아갔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다시 얼굴을 봐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겁이 났다. 갑자스러운 방문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동반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티를 내지 않고 벤자민은 누님을 맞이했다.


“정말 누님 맞아?”


“응.”


그녀가 미소지었다. 벤자민은 그 미소가 좋았다. 외투를 벗으며 물었다.


“올 거면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그럼 일찍 들어왔을 텐데. 다른 누님들은?”


“다른 애들은 안 왔어. 나 혼자 왔지. 갑자기 찾아온 건 미안하게 생각해.”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언제든 누님이 오면 나야 좋지. 그냥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해서 한 말이야.”


“아냐... 혹시 누구 만나고 왔어?”


벤자민은 누님 맞은편에 앉으며 대답했다.


“요하네스 히터라는 분을 만나고 왔어. 국방성 재무관이신데, 같이 일하는 동료분이라서.”


“그래? 친한 분이야?”


“음.... 난 개인적으로 친하게 생각해. 말도 통하고, 그분도 날 좋게 봐주셔서. 내가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이쁨받는 스타일이더라고.... 말하고 나니까. 약간 이상하게 들리네.”


“나도 약간 그렇게 들렸어.”


벤자민과 앤드리가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식으로 대화한 게 얼마 만인지... 옛날에는 이렇게 많이 놀았던 것 같은데, 12살, 14살까지였던가? 여하튼.


“같이 일하는 동료분이시면, 일 이야기하고 왔겠네?”


“뭐, 그렇지.”


“그 일이라는 건 혹시 저번 발표와 관련 있는 거야?”


“응. 누님도 들었어?”


“요즘 이쪽도 네 이야기가 주를 이루거든. 어떤 식으로든 한번은 듣게 돼.”


“아.... 나 욕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


“꼭 그렇지도 않아. 일부 마녀나 마법사 중에는 네가 말한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고있어. 자본과 마법을 교환해 서로 이익을 보자는....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럼 다행이네. 혹시 관심 있다고 하면 나한테 보내줘. 능력만 확실하면 투자자는 내가 얼마든지 모아 줄 테니. 개중에 정말 괜찮은 사람이면 나도 투자할 거고. 난 돈이 많잖아?”


벤자민의 잘난 척에 앤드리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벤자민이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미안. 또 내가 바보처럼 잘난 척한 건가? 고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아냐, 아냐. 베니... 그런 게 아니라 대단해서 그래. 정말 대단해서.”


“뭐가, 대단하다는 건데?”


“전부다. 발표 한 번으로 마법사와 일반인들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렸잖아?”


“운과 때가 좋았을 뿐이야. 난 그저 서로가 필요로 한 걸 확인시켜주고, 이어줬을 뿐이고. 이런... 봐봐. 내가 이제 겸손하게도 말할 수 있네?”


앤드리가 다시 한번 웃었다.


“다른 애들한테 들었는데, 얼마 후 파티가 있을 거라고 하던데, 맞아?”


“아? 응. 맞아. 마법제품제조규격 법안이 드디어 완성됐거든. 그거 기념과 마법 회사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개인적 축하 파티를 열 거야. 초대인원은 나와 안면이 있는 사업가와 교수, 공무원, 정치가 그리고 일부 마법사들로.... 서로서로 인사 좀 나누라고.”


“대단하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인맥이라는 게 처음 씨앗을 뿌리는 게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쉬워.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으로 쉽게 확장되거든. 기초만 마련되면 바보도 할 수 있어.”


앤드리 누님이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일까?


“... 혹시 앞으로 어찌 되는지 물을 수 있을까? 그 파티 이후로 세상이?”


“글쎄? 난 예언자가 아니라서.”


벤자민이 처음에는 슬며시 대답을 회피했지만, 누님과 눈을 마주치자 이내 대답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해줘도 될까?”


“응. 물론. 부탁해.”


“.... 이제 마법사의 시대는 저물 거야.”


“그래?”


“응. 슬프지만 사실이야. 하지만 오해하지 마. 마법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 다만, 마법 산업의 주인공이 더이상 마법사는 아닐 거라는 거야. 일반 자본가들의 투자가 가능해지면 경쟁이 치열할 테고, 자연스럽게 약한 가문은 쓸려나갈 테니. 살아남는 자들은 좋든 싫든 이런 자본가들과 협력할 줄 아는 자들일 거야. 다들 거기에 적응해야지.”


“역시, 그렇구나....”


“혹시 나 원망해? 마법사들이 간신히 되찾은 지위를 내가 끌어내려서?”


“아니.... 처음 네가 마법사들에게 소송했을 때는 뭐 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새로운 흐름일지 모르지. 마법사의 새로운 길을 연 레너드 스태프처럼 말이야.”


레너드 스태프란 다름 아닌 마법 상품으로 마법사의 새로운 시대를 연 첫 번째 현자였다. 벤자민으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평가였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이후 벤자민 역시 현자로 기억될지.


“솔직히 말해 싫은 이야기는 아니네.”


“그럼, 이 누나가 동생에게 뭐 하나 부탁할 수 있을까?”


벤자민이 움찔했다. 누나? 동생? 썩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 무슨 부탁?”


“그 파티에 몰딘을 초대해 줄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런데 본인이 오겠데?”


“응. 올 거래.... 자기가 먼저 말했어. 참석하고 싶다고.”


“그래? 의외네.”


벤자민이 진심으로 말했다. 몰딘 선배는 자존심이 세서 마법도 못 쓰는 일반인들과 상종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말이다.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나도 잘 몰라.... 생각이 바뀌었나 봐. 널 늘 보고 있으니까. 그가 바뀌려고 하니 나도 그를 좀 도와주고 싶어. 그는 내 남편이니까.”


‘내 남편.’ 그 단어에 벤자민의 심장은 조금씩 요동쳤다.


“혹시.... 둘이 화해 한 거야?”


“응, 베니.... 그리고 너한테 한가지 알려 줄 사실이 있어.”


“오, 이제 본론인가? 뭔데? 좋은 이야기야?”


“응. 나 임신했어.”


벤자민은 멈칫했다. 마차가 폭발했을 때도, 던전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도 이보다 놀라진 않았다.

늘 태연한 척을 할 자신이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동요가 온몸에서 드러났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 어쩌다가? 화해를..... 몰딘 선배 아이야?”


“응.... 네가 떠나고 우리 부부 사이에 여러 일이 있었거든. 다투고, 화내고, 그러다 서로 속마음을 터놓다 보니 화해하게 됐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벤자민은 던전으로 떠난 일이 후회됐다. 필요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후회됐다.


처음 드는 감정은 원망.... 어찌해 이제 와서. 조금만 자신에게 시간을 줬다면.....


“그 아이.... 낳을 거야?”


벤자민은 말해 놓고 놀랐다. 바보 같으니라고. 그런 당연한 질문을. 허나, 누님은 화내지 않고 미소지으며 대답해 줬다.


“당연히 낳아야지. 내 아이인데. 그리고 그이랑도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 난 아직 그를 사랑해.”


벤자민은 침묵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꼭 그런 기분이었다. 마침내 손에 넣을 수 있는 보물에 도달했는데 갑자기 낭떠러지에 떨어진 기분. 사막을 헤매다 만난 신기루처럼 절망적이기 그지없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벤자민이 입을 열었다.


“.... 그렇구나. 그래.”


“미안해. 베니.... 하지만 난 그와 오랫동안 사귀었고, 6, 7년 동안 함께 했어. 너와의 관계도 이야기했을 때 받아주었고. 이제 와서 내가 그를 함부로 떠날 수 없어. 그는 내가 필요해.”


“책임감 있네.... 하긴 그게 누님이지. 그래서 누님을 좋아한 거고.”


“미안해... 날 용서해줄래?”


“..... 하, 용서는 무슨. 누님은 그저 자신의 선택했을 뿐인데.... 알았어. 이해했고, 축하해주며,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그런데, 괜찮으면 이만 나가줄 수 있을까? 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파티 건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둘게.”


앤드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그녀의 모습에는 죄책감과 슬픔을 엿볼 수 있었다.


“알았어.... 미아ㄴ-”


“-시과!.... 사과하지 마. 그게 더 비참하니까.”


앤드리가 그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 잠시 후, 홀로 남게 된 벤자민은 잠시 허공을 보더니 뭐라 형용하기 힘든 소리를 질렀다. 온 집이 떠나가라는 듯이 말이다.



***



한 주점에 마법사와 마녀가 모여있었다.


주점은 비밀통로를 통해야지만 들어올 수 있는 비밀 주점으로, 지금은 휑하니 비어 있지만, 원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던 인기 장소였다.


허공에는 마법 담배 연기가 둥둥 떠다녔고, 바텐더가 여러 마법주를 만들며, 마법 재료를 취급하는 마법 상인들이 구석에 앉아 장사했다. 당연히 손님인 마법사와 마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어디 그뿐이랴? 이곳의 회원이 되고 싶어 하는 마법사 마녀 역시 부지기수였고, 모두 이곳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봤다. 이곳은 하나의 천국이라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주인에게는.


자신만의 작은 세상 말이다. 이곳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허나, 한 발표로 인해, 그리고 비열한 술수로 인해 그 세계는 망가지고 말았다.


더 이상 위험한 곳에 엮이기 싫다며 수많은 손님과 친구들이 사라졌다.


모든 게 사라졌다. 모든 걸 빼앗겼다. 자신의 연인과 자존심, 삶의 터전까지 말이다.


데미안 뎀시는 그렇게 말로 못 할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자신들은 혼자가 된 것이다.


“그쪽 지부도 전부 떠났나?”

“그래. 전부 위험한 일에 엮이기 싫다고 말이야.”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가게 모습을 보니. 여기도 마찬가지군.”


한 마법사가 빈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데미안은 분노를 느끼면서도 수치심 탓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어떡하면 좋겠나? 회원들이 우수수 빠져나가는 바람에 더 이상 돈도 모이지 않는데.”

“돈이 떨어지면 의원들도 우릴 버릴 테고.... 이런 굴욕이 고작 까마귀에게 말이야.”


그 순간 데미안이 끼어들었다.


“행동해야 합니다.”

“뭐라고?”

“행동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행동이라니. 무슨 행동 말인가?”

“우리 마법사가 이대로 굴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 말씀입니다. 이미 준비도 어느 정도 마쳤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두 남자가 나타났다.


“저들은?”


“브룩스 포그곤트와 몰딘 폴켓. 간악한 까마귀인 벤자민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릴 것을 같이 도와주기로 한 이들입니다. 모두 제 계획을 들어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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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후기 +49 21.04.30 1,537 62 2쪽
87 86. 수여식 +20 21.04.30 1,001 48 10쪽
86 85. 할아버지와의 대화 +19 21.04.29 841 55 10쪽
85 84. 복종 +22 21.04.28 781 49 14쪽
84 83. 증명 +30 21.04.27 776 44 14쪽
83 82. 마지막 습격 +22 21.04.26 776 49 12쪽
82 81. 가족 +15 21.04.23 770 45 11쪽
81 80. 아나 아가씨 +20 21.04.22 771 50 11쪽
80 79. 일대일 인터뷰 +12 21.04.21 729 49 11쪽
» 78. 발악 +18 21.04.20 759 49 11쪽
78 77. 요동 +14 21.04.19 781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4 52 13쪽
76 75. 티켓 +10 21.04.15 741 53 10쪽
75 74. 손님. +8 21.04.14 783 49 15쪽
74 73. 본격화 +19 21.04.13 752 56 12쪽
73 72. 펠러 공법 +21 21.04.12 775 53 12쪽
72 71. 존 앤 베넷 +28 21.04.09 792 55 13쪽
71 70. 3자 거래 +27 21.04.08 718 47 12쪽
70 69. 총독의 호출 +17 21.04.07 784 52 13쪽
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3 55 14쪽
68 67. 협력 +18 21.04.05 765 47 14쪽
67 66. 총성 +32 21.04.02 766 49 15쪽
66 65. 그럴듯한 이유 +16 21.04.01 772 44 14쪽
65 64. 팬들 +36 21.03.31 772 50 15쪽
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4 55 13쪽
63 62. 초대 +18 21.03.29 738 52 14쪽
62 61. 파티 그리고 손님 +20 21.03.26 775 52 13쪽
61 60. 파티 참석 전 +21 21.03.25 789 49 14쪽
60 59. M&C +24 21.03.24 778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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