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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7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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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8,047

작성
21.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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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5. 티켓

DUMMY

데미안은 집 밖으로 나와 실로 오랜만에 본가로 향했다. 본가라 해봐야 몇 블록만 가면 되는 거리에 있긴 했지만, 솔직히 데미안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에게 있어 형들이란 그런 존재였으니. 커다랗고, 무서우며, 부담스럽고, 자신을 억압하는.... 그 탓에 데미안은 일찍이 가문 사업에도 손을 뗐다. 도저히 억센 형들과 경쟁할 자신이 없기에.


데미안의 아버지는 그런 막내아들의 마음을 일찍이 꿰뚫고는 괜찮은 주점을 하나 넘겨주고는 데미안을 독립시켰다.


이후로 데미안은 가끔 명절에만 본가를 찾아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형들이 가문을 이어받은 후에는 아예 찾아가지 않았다. 물론, 형들도 오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 탓에 데미안은 형들의 갑작스러운 호출이 보통 일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도대체 손님이 누구란 말인가?


데미안은 형들이 보낸 마차에서 내려 저택을 살펴봤다.


뎀시 가문은 반도 국가 쉐온에서 이주한 외국인 가문이지만, 저택에는 고향의 그 어떠한 정취도 맡을 수 없었다.


오히려 다른 마법사 가문에 비하면 특색이 없었는데, 이는 외국인 출신인 것을 최대한 티 내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데미안은 긴장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고용인들의 안내에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여기 형님들이 계십니다. 도련님.”


집안의 하인이 거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데미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턱수염에, 보랏빛 머리를 뒤로 넘긴 장남 디온 뎀시와 깔끔하게 수염을 밀고 대신 보랏빛 장발을 기른 차남 다미엔 뎀시가 있었다. 그리고 검은 흑발 머리를 물결 형태로 뒤로 넘긴 웬 남자도 보였다.


아는 자였다. 바로, 벤자민이었다.


“.... 형님들?”


“어서 와라. 데미. 여기 앉아라.”


데미안은 벤자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이 자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입 조심해라. 데미. 황실 변호사님이시다.”


“이자는 마법사들의 적입니다.”


“입조심 하라고 했다!”


큰형인 디온이 큰소리로 외치자, 데미안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웃기게도 형제 사이를 끼어들어 말린 것은 다름 아닌 마법사들의 적인 벤자민이었다.


“전 괜찮으니 진정하시지요. 디온 씨.”


“아.... 예.”


데미안이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강인하고 무섭던 큰형이 고작 까마귀의 한 마디에 쩔쩔매는 것이 아닌가? 눈앞의 믿기지 않는 상황에 데미안은 도대체 어찌 행동해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디온 씨. 다미엔 씨. 허락해 주신다면 데미안 씨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잠시 자리 좀 양보해 주실 수 있겠습니다?”


벤자민의 말에 저택의 주인인 디온이 입을 꾹 다물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저희는 잠시 물러나겠습니다. 다미엔.”

“어, 알았어.”


데미안은 두 형은 그렇게 자신의 거실에서 물러났다. 갑자기 단둘이 남게 된 벤자민과 데미안. 데미안은 사나운 개와 같이 있는 듯 좀처럼 자리에 앉지 못했다.


“저에 대한 적대감은 이해하지만 일단 자리에 좀 앉아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데이안이 뒤로 살짝 물러나며 말했다.


“이해합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불러내는 게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긴 하죠. 하지만 데미안 씨를 만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니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두 형님 얼굴을 봐서라도.”


데미안은 형들이 나간 문밖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자존심 강한 두 형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따위 까마귀에게 쩔쩔맨다는 말인가?


데미안을 한참을 고민하다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벤자민의 부드러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여긴 온 이유가 뭐지?”


“별거 아닙니다. 그저 데미안 씨에게 화해를 청하러 왔습니다.”


“화해라니....”


“저번에 다툰 것 같아서요. 앤을 만나러 갔을 때. 늦었지만 죄송합니다. 무례하고, 유치한 행동이었습니다.”


데미안은 심장이 가시에 박힌 듯 아려왔다. 아까 전 꿨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 날 조롱하려고 온 건가?”


“아뇨, 전 진심입니다. 남의 사업장에 가서 행패를 부리다니... 무례한 짓이었죠. 하지만 당신 역시 제게 큰 무례를 범했으니,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무슨 헛소리야.”


벤자민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엿듣는 이를 찾는 듯. 허나, 실상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거였다.


“던전에 친구들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데미안이 철렁했다.


“지, 지금-”


“-쉿.”


벤자민이 입술에 검지를 대며 말을 막았다. 겉보기에는 가벼운 몸짓으로 보였지만, 상대방을 통제하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아니라고 하지 마세요. 데미안 씨. 알 건 다 알고 왔으니. 왜 두 형님께서 제게 이토록 친절하시겠습니까?”


데미안은 침묵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차를 폭발시키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때는 제 상황이 마법사분들보다 좋지 않았으니 실패하더라고 뭉개기 쉬웠죠.... 하지만 던전에 그런 족속을 보내는 건 멍청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짓이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일뿐더러 던전의 황실 일가가 직접 관리할 정도로 중요한 곳인데 말이죠. 이미, 상당수의 암살자가 잡혔고, 마법사 역시 붙잡혔습니다.”


벤자민은 말을 멈추고 뜸을 들였다. 그 짧은 시간 사이 데미안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 씨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평화를 누리고 있는 건 오롯이 황제 폐하 덕분입니다. 그분은 마법사들과 정말 같이 살아가 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온 것이고요.”


“... 내가 고작 이 정도 위협에 굴복할 것 같나?”


데미안이 쥐어짜듯 말했다. 그 탓에 말에는 힘이 없었고, 벤자민은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전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깊으신 폐하의 뜻을 이해하고, 화해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네깟 놈이 날 돕는다고?”


“아뇨, 여러분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을요. 대충 알아봤습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이 무엇인지.... 마법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마법사들의 친목 단체지만, 제가 등장하고 나서 순식간에 그 규모가 커졌더군요. 이거야말로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저로 인해 마법 우월주의자들이 성장하다니....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죠. 같이 협력하라는 신의 오묘한 뜻. 저희는 서로를 통해 성장했으니까요.”


“알아듣기도 힘든 헛소리 그만해.”


“예, 죄송합니다. 다시 본론을 이야기하죠... 선택받은 아이들에 주로 가입한 분들이 누군지 저 나름대로 대충 알아봤습니다. 가문 내에서 권력 투쟁에 패한 차남이나 삼남, 아직 여유가 넘치는 도련님 아가씨들이 주류더군요. 나머지는 그런 사람들과 친해져 케이크 한 조각을 탐하는 앞날이 불분명한 마녀와 마법사고요. 화해의 기념으로 제가 일자리를 제안하죠. 아니면 기회나.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벤자민이 말을 마치며 품 안에서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데미안이 그 편지 봉투를 받으며 물었다.


“이게 뭐야?”


“티켓입니다. 이번 달 말에 제가 작게 발표회를 가지거든요. 한번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제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만, 일어나죠.”


벤자민이 그리 말을 마치며 멋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미안이 저도 모르게 소리쳐 벤자민을 불러세웠다.


“잠깐!”


“.... 왜 그러십니까?”


“너 진짜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티켓이라니?”


“별거 없습니다. 전 정말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 이러는 겁니다.”


“날... 우릴 깔보는 거냐?”


“전혀요. 전 여러분을 깔보지도 적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더 중요한 일?”


“예. 신세계를 여는 거죠. 오시면 알게 될 겁니다.”


***



포너트 대학.


프란츠 연합 제국에서도 그 이름이 자자한 명문대 중 하나로, 이곳은 헤츠의 중심부와 외곽 그사이에 교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학생들을 상대하는 여관과 서점, 식당, 주점, 커피하우스 등이 가득했는데, 심지어 소규모 은행과 전당포, 학원, 시험 답안지를 파는 밀매상도 존재했다.


매해 졸업자 중 상당수가 변호사, 공무원, 사업가로 성공하기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는데, 그 종류도 다양했다.


야심을 가진 청년이나, 귀족의 차남과 삼남, 아버지의 직업을 따르려는 자산가 계층의 자식들, 열성적인 어머니, 때때로 좋은 후원자를 얻은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학생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했다. 포너트 대학을 방문하는 외부인이 많긴 했지만, 그 정도가 달랐다.


수많은 마차는 둘째치고,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너무 제각기였다.


중앙의회의 의원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지방의원, 상급공무원들, 각 경제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업가와 소식지 기자, 다른 대학의 교수 심지어 마법사도 있었다. 마법사 말이다.


무슨 상황인지 듣지 못한 학생들은 그 압도적이고 이질적인 광경에 겁을 먹고 한쪽으로 비켜섰지만, 일부 소식이 빠른 학생들은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곤 어떻게 해야 발표를 듣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가령, 반티오 판사의 아들인 반티가 그러했다.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학교를 찾아온 이방인 무리를 보고는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뛰어갔다.


“어서 서둘러! 어서!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을 거야!”


“어차피 학생들은 출입 금지잖아!”


“바보야! 분명, 이만한 인원이 모이면 어디서 발표하겠어?!”


“어.... 리오르 관?”


“그래! 그곳 좌석 아래에 빈 지하실이 많으니 거기 들어가면 이야기 엿들으면 돼! 아니면 창 바깥에서 매달려도 들어도 되고.... 빌어먹을! 어쨌건 난 들을 거야! 이만한 인원을 모았는데 벤자민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지 않아?! 분명 엄청난 이야길 할 거라고!”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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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21.04.15 11:27
    No. 1

    아이들과의 결과는 의외로 좀 싱거운 결말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1.04.22 14:34
    No. 2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쓰도록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탈퇴계정]
    작성일
    21.04.15 13:53
    No. 3

    하긴 이제 같이 폭력으로 갚아줄 필요가 없죠. 어차피 다 벤자민 발 밑에 놓이게 될 상황인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1.04.22 14:35
    No. 4

    일단 합리적인 계산 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괜히 강압적으로 일부 마법사들 공격하면 다른 다수의 마법사들이 위기를 느껴 집단 행동을 할 수 있게에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이무르
    작성일
    21.04.16 10:17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1.04.22 14:33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79 이무르
    작성일
    21.04.16 10:19
    No. 7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1.04.22 14:33
    No. 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6 원투쓰리..
    작성일
    21.04.16 18:41
    No. 9

    애초에 동네 삼류 모임이니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1.04.22 14:36
    No. 10

    실제로 조직자체는 어중이떠중이가 많으며, 조직 자체도 그 연결이 약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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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 요동 +14 21.04.19 785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8 52 13쪽
» 75. 티켓 +10 21.04.15 745 53 10쪽
75 74. 손님. +8 21.04.14 786 4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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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총독의 호출 +17 21.04.07 787 52 13쪽
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8 55 14쪽
68 67. 협력 +18 21.04.05 771 47 14쪽
67 66. 총성 +32 21.04.02 771 49 15쪽
66 65. 그럴듯한 이유 +16 21.04.01 777 44 14쪽
65 64. 팬들 +36 21.03.31 776 50 15쪽
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8 55 13쪽
63 62. 초대 +18 21.03.29 742 52 14쪽
62 61. 파티 그리고 손님 +20 21.03.26 779 52 13쪽
61 60. 파티 참석 전 +21 21.03.25 793 49 14쪽
60 59. M&C +24 21.03.24 783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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